산행

부산갈매기의 영남 알프스 석골사-딱발재-범봉-팔풍재-억산-인재-가인저수지-인곡마을 산행기

부산갈매기88 2013. 5. 30. 17:04

◈산행지: 영남 알프스 밀양 범봉(968m), 억산(944m)

♣산행일시: 2013. 5. 25(토). 맑음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 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28명(백산남친, 바람숙, 운해, 와니, 청림, 와석, 붉은 노을, 즐거운 산행, 햇살, 산하, 백꽃, 미자, 시골사람 부부, 천재, 김상규, 바람막이, 효리, 노홍철, 똘이, 유유산속, 태영, 해곤, 이도령, 부산갈매기 외)

 

☞산행코스(시간):석골교(09:25)-석골사(09:42)-딱발재(11:05)-범봉(968m)(11:28)-팔풍재(12:14/점심식사)-억산(944m)(13:40)-인재(15:53)-인곡(가인)저수지 갈림길(15:53)-가인계곡(16:44)-가인저수지(17:23)-인곡마을(17;40)

♤산행시간: 8시간 15분(점심시간 40분, 기타 휴식 35분, 족탕 20분)

순수한 산행 시간: 6시간 40분

 

♣산행 tip: 이제 날씨가 무더운 여름 산행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더운 날씨에 땀도 많이 흘리게 되고 체력 소모량이 많아서 생수병도 3~4개 정도 필요하다. 또한 과일이나 사탕, 초콜릿 등의 간식도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

 

이번 산행은 석골교를 출발하여 석골사-딱발재-범봉-억산-인재-가인계곡으로 하산하는 것으로 무더운 날씨인 만큼 계곡산행에 포인트를 두었다. 석골사에서 딱발재의 계곡으로 등산을 하니 한결 시원하고 부담이 적었다. 그리고 능선을 따라서 범봉(968m)을 지나 팔풍재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는 억산(944m)를 올라 단체 인증샷을 하고, 구만산 방향으로 하산하여 가인계곡으로 내려와서 족탕과 알탕을 하게 되면 산행은 끝이 난다. 키 포인트는 높은 곳으로 먼저 오른 후 여유를 가지고 능선을 따라가면서 조망도 하고 걷는 것이 여름 산행의 묘미라고 본다.

 

♧석골교~석골사~딱발재

영남 알프스의 능선을 걷는 맛. 생각만 해도 싱그럽다. 연초록의 나무 이파리가 온 산하를 뒤덮고, 꽃들은 향기를 발하는 가운데 벌과 나비가 난무하는 곳. 그곳을 걸어가노라면 그 속에 인생의 깊은 맛이 우러난다.

 

초입은 밀양 산내면 원서리의 석골교에서 승합차에 내려 단체 인증샷을 남기고 석골사 방향으로 17분 정도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 올라간다. 도로를 걸어 올라가는데 등산을 하기 위해 승용차를 가지고 오는 다른 사람들에게 길을 몇 번이고 비켜 서 주어야 했다. 최근에 비가 많이 오지 않은 탓으로 석골폭포의 물줄기는 세차지 못한 것 같다. 석골사 위 첫 번째 갈림길에서 회장님이 억산으로 바로 오르는 길을 택할 것인가로 고민을 하고 서 있다. 일단 마음을 바꾸어 다시 일행에 합류한다.

 

▶석골사에서 딱발재로 가기 위해 15분 정도 오르니 냇가가 나온다. 냇물은 수량이 아주 조금이다. 그 냇가를 가로질러 7분여를 올라가니 왼쪽 머리 위에 바위절벽이 나타난다. 딱발재를 오르려면 그 바위 모퉁이를 돌아가야 하는데, 바로 우측 100여 미터 멀리 바위 절벽이 보인다. 정구지 바위다. 그 바위를 배경으로 해서 노홍철님, 태영님, 유유산속님이 한 컷을 한다. 오랜만에 태영님이 정기산행에 왔다. 언제나 주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태영님과 노홍철님이 함께 산행을 하기에 일행이 즐겁다. 즐거움의 에너지를 받기에 또한 덩달아 즐거운 것이다.

 

이제 냇가에서 5분여 올라 두 번째 갈림길에서 범봉으로 회장님을 비롯한 반 정도의 인원이 함께 오르고, 나머지 나를 포함한 태영님, 노홍철님, 햇살님, 산하님, 붉은노을님, 해곤님 등은 딱발재 방향으로 오르기로 한다. 딱발재로 오르는 계곡은 조금씩 고도를 높여가기에 중턱에 이르기까지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간밤에 늦게까지 고스톱을 친 해곤님은 오늘 유달리 뒤쳐져 걷는다. 붉은 노을님에게 배낭을 같이 메어 달라고 생떼를 한 번 써본다. 붉은 노을님은 일언지하에 해곤님의 청을 물리친다. 아마도 붉은 노을님도 오늘 정상의 컨디션이 아닌 거 같다. 걸음걸이가 예전 같지가 않기에.

 

▷딱발재에 오르기 전 계곡이 있는 중간쯤에 전체 휴식을 한 번 한다. 앞에 가던 햇살님, 산하님, 시골사람 부부가 앉아 쉬고 있다. 오늘 게스트로 오신 분이 아이스케키 3개를 꺼낸다. 덕분에 한 개를 얻어먹는데 다 녹아서 죽이 되어 있다. 그 단 맛이 갈증이 나는데 더 갈증을 나게 만든다. 이제 거기서 딱발재로 오르는 10여 분간은 된비알이다. 억센 된비알이라 등산로는 지그재그로 아리랑쓰리랑 고개를 넘어가는 기분이다. 딱발재로 오르는 코스 중에서 가장 지치게 하는 산길이다. 딱발재 위에서 기계음 소리가 들리고, 조금 후 노홍철님의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거의 다 왔으니 힘을 내라고. 딱발재에서 단체 인증샷을 남긴다. 아까 기계음 소리는 이정표를 떼어내고 새로이 설치하기 위해서 산림조합에서 나온 사람이 쇠톱으로 잘라내고 있다. 누군가 나누어 주는 오이에 갈증 해갈을 해 본다. 인생이 자기 힘으로 다 되는 것 같이 살아가지만 모두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쉽게 성취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인생에 동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즐겁게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딱발재~범봉(968m)~팔풍재

딱발재에서 범봉까지는 능선을 조금 올라서 20여 분을 가야 한다. 딱발재로 오르기 위해 힘을 쓴 탓에 걸음걸이가 조금 무겁다. 뒤에 햇살님과 산하님은 잘 따라온다. 부부가 번개산행과 정기산행에 빠지지 않고 오는 모습이 늘 보기에도 좋다. 중년의 부부가 같은 취미와 같은 인생의 목표를 향해서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백산에 몇 쌍의 부부가 오지만 부인들이 남편을 아껴주고 챙겨주는 마음과 모습을 보니 정말 보기가 좋다. 이제 능선은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어 원시림을 이루고 있어 헤치고 가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나무도 초록색 옷을 입고 자신의 모습을 뽐내며 향기를 품어대니 저절로 코가 발름거리게 된다. 이 향기가 보약 몇 첩 보다 훨씬 낫다는 얘기가 있다. 신원섭 산림청장은 자신의 책 ‘치유의 숲’과 ‘숲으로 떠나는 건강여행’에서 여러 연구결과를 근거로 ‘숲은 부작용 없는 치료약이요, 돈 주고 사지 않아도 되는 보약이며, 모든 사람을 치유하는 종합병원’이라고 했다. 몸과 마음이 평안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기 위해 숲은 꼭 교류해야 할 대상이라고 적었다.

 

▶범봉에 도착하니 앞서 간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다. 한 사람씩 범봉 정상석과 함께 인증샷을 남긴다. 노홍철님은 아들 천재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 부자지간의 돈독한 정을 과시하며, 사랑이 담긴 표정으로 함께 서 본다. 아들은 훗날 아버지의 함께 갔던 산을 기억할 것이고, 정말 아버지가 베푼 사랑을 가슴에 담고 있을 것이다.

 

☞미국 조지아주립대학의 경제학 박사 토머스 스탠리 교수가 최근 20년 동안 미국을 움직이는 백만장자들의 성장과정을 통해 '부의 세습'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부모로부터 '유산' 대신 '좋은 습관'을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좋은 습관의 유산, 높은 생의 목표의 유산, 그리고 기쁜 기억의 유산이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좋은 유산이라는 것이다. 수십 억의 재산을 물려주지 못할지라도 아름다운 추억과 기쁜 기억을 남겨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고 있다.

 

▶범봉에서 쉬면서 지정거리고 있는 가운데 산하님이 석골사 방향으로 내려가버렸다. 그래서 햇살님이 범봉 아래로 내려가 외쳐 불러보지만 산림이 우거져 들리지 않나 보다. 인정 많은 노홍철님이 얼른 내려가서 산하님을 불러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한다. 이제 범봉에서 팔풍재로 내려가야 하는데 봉우리를 하나 넘어가야 한다. 사실 이 길로 가나 저 길로 가나 모두 팔풍재로 가게 되어 있었지만, 처음 가는 그 길을 다 알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한 길을 택해서 내려가다가 이게 아닌가 싶어서 다시 봉우리로 올라선다. 결국 두 세 개의 길은 팔풍재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봉우리를 다시 올라 내려가다 보니 억산 방향의 깨진 바위를 건너다 볼 수 있는 전망바위를 만날 수 있었다. 인생은 한 가지를 잃으면 한 가지를 얻는 게 있다는 사실을.

 

▷그 전망 바위 위에서 혼자 온 산꾼이 식사를 하고 있다. 노홍철님, 태영님, 시골사람님, 햇살님이 차례로 사진 속에 추억의 시간을 만든다. 홀로 온 산꾼도 밥을 먹다 말고는 액정이 다 깨진 디카로 사진을 한 장 찍어 달라고 한다. 나도 건강이 안 좋아서 2년 전 홀로 억산에 왔을 때 셀카도 찍지 못하고 그냥 간 적이 있다. 중년이 되어서 홀로 산행을 한다는 것과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은 지난 인생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것 같다.

 

사진을 찍어주고 팔풍재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다. 내 뒤에는 노홍철님이 조심스럽게 따라오고 있다. 늘 배려하는 마음으로 예의주시하며 동행해 주니 참 고맙다. 점심식사는 애당초 팔풍재에서 먹기로 하였기에 10여 분을 내려가 능선을 따라 간다. 이미 회장님을 함께 범봉으로 바로 올라간 일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범봉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엄청 된비알이라 힘이 들었다고 한 마디씩 한다. 억산으로 올라가서 정상 능선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좋으련만 정상에서 식사하기에는 장소가 협소하다고 여기로 정했다.

 

▶해곤님이 먼저 식탁 자리를 펼친다. 이어서 다른 일행들도 식탁할 자리를 꺼내서 펼친다. 한 곳에 식사할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여의치 않아서 운해대장님과 붉은 노을님을 포함한 예닐곱 명은 옆에 별도로 자리를 펼친다. 사람이 많은지라 반찬의 가짓수도 많다. 울릉도에서 난다는 명이나물도 있고, 상추도 있어 여러 가지 반찬을 두루 맛볼 수 있는 재미도 쏠쏠하다. 먼저 갈증을 해갈해 주는 것은 역시 토종 요굴트(?) 한 잔이면 족하다. 식탁을 펼치고 앉아서 밥통을 꺼내려고 하면 늘 먼저 유유산속님이 토종 요굴트 한 잔을 건네 주려 온다. 종이컵 한 잔의 생탁에 그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것이다. 우정과 배려와 정감이....

 

점심식사는 누군가에게서 커피가 나오고, 노홍철님의 껌이 한 바퀴 돌게 되면 끝이 난다. 대자연의 그윽한 품속에서 40여 분의 식도락 파티는 막을 내리게 된다. 누군가 빨리 가자고 서둘러대지 않아도 누군가가 배낭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하면 마음이 조급해져 일어서게 되는 것이다. 회장님은 몸 컨디션 때문에 홀로 석골사로 바로 하산을 했다.

  

♧팔풍재~억산(944m)

팔풍재에서 억산까지의 거리는 600m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배를 채우고 올라가는 것은 만만치가 않다. 짊어지고는 가기 쉬운데 배에 넣고 가기는 정말 거북스럽다.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것이다. 깨진 바위 밑을 지나서 왼쪽으로 돌아가니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그 나무계단이 끝나자마자 바위로 이루어진 된비알이 나타나고 암벽과 마주치게 된다. 피할 수 없는 외줄타기가 시작된다. 여자 회원이라고 해서 힘들다고 빼는 법도 없다. 일단 맞닥드려진 것은 해병대처럼 도전을 하는 것이다.

 

▶운해대장님이 먼저 암벽의 외줄을 타고 올라가서 위에서 출발 신호를 보낸다. 25명이나 되는 대원들이 외줄을 타고 올라가려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기다림에 지친 태영님은 오른쪽 직벽의 가느다란 외줄을 타고 올라간다. 보기에 조금 아찔해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은 차례를 기다리며 암벽을 타고 오른다. 암벽 아래에 물이 흐르고 있어 촉촉하기에 조금 주의를 요한다. 게다가 15미터 정도의 암벽 중 3분의 2 지점은 바위가 툭 튀어나와 있어 외줄을 타고 왼쪽으로 돌아 위에까지 올라가면 다시 오른쪽으로 외줄을 운해님이 넘겨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꽤 걸리게 된다.

 

1명의 낙오자도 없이 암벽 외줄타기는 모두 성공했다. 암벽 위로 나무를 붙잡고 올라서니 깨진 바위 위로 지나온 범봉과 운문산이 보이고, 대비골이 아래로 펼쳐진다. 탁 트인 공간에 햇살이 따갑게 내리쬔다. 얼굴이 뜨겁다. 먼저 올라간 일행이 절벽 위에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올라서서 추억을 남긴다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건강한 자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그 깨진 바위에서 바로 억산의 능선으로 연결되지가 않기에 깨진 바위 능선에서 내려와 억산은 다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깨진 바위 능선을 타지 않고 바로 억산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일행은 전부 운해대장님의 명령에 다 순종하며 깨진 바위를 지나 억산에 올라간 것이다. 어떤 위기와 상황 속에서도 산행대장님을 믿고 따라주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다.

 

▷억산(944m)은 사실 범봉(968m)보다도 낮다. 그런데 억산이 범봉보다도 더 알려져 있고, 인기가 있는 것은 무얼까? 그것은 억산이 보여주는 부가가치 때문일 것이다. 억산 주위에는 사방팔방으로 탁 트인 공간에 암봉과 더불어 볼거리가 많다는 점이다. 암벽과 암봉이 만들어내는 경치에 매력이 끌리는 것이다.

 

억산에 오르자마자 인증샷에 일행들은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요즘은 스마트 폰이 대세라 그 폰 속에 남겨두기 위해서 찍는다고 야단이다. 우리가 억산 정상석에 사진을 찍었을 때는 다른 산악회원들이 없었는데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니 여기저기 모르는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억산~인재~가인저수지~인곡마을

이제 하산길은 오봉리의 구만산 방향으로 잡아서 내려간다. 내리막길은 땅이 메말라 미끄럽지만 대부분 샤방샤방한 능선길을 따라가게 된다. 30분 정도 간 능선에서 숨고르기를 한다. 그리고 20분 쯤 가서 5미터 높이의 암벽 외줄타기를 한 번 한다. 우회하는 길이 있지만 외줄타기를 한 번 해보며 스릴을 느껴본다. 암릉을 따라 가다 소나무가 있는 전망 바위에서 휴식을 취한다.

 

▷전망 바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임마누엘 기도원이 보인다. 계곡 옆에 파란 지붕을 하고 있고, 넓은 마당이 보인다. 동쪽으로 북암산이 우뚝 서 있다. 들머리에서 5시간 반 이상이나 걸어온 탓에 땀을 많이 흘려 모두 갈증이 심한 것 같다. 대부분 물은 동이 나 있다. 쉴 때마다 일행 중 누군가 내놓는 오이나 과일이 유일하게 갈증을 해소시켜 준다. 청림님은 생탁 한 병이 남았다고 하여 한 잔을 나에게 준다. 목 축임에 일시에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이다.

 

전망 바위에서 10분 정도 쉬고 내려오니 임도가 나왔다. 뭔가 일시에 해방된 느낌이 든다. 임도를 따라 3분여를 걸어오니 갈림길이 나타났다. 그런데 노홍철님의 아들인 천재와 다른 일행 2명이 앞서 갔는데, 그 임도를 따라 직진을 했는지 아님 왼쪽의 임마누엘 기도원 방향으로 갔는지를 몰라 노홍철님이 애타게 전화를 해 본다. 겨우 통화가 되었다. 구만산 방향으로 직진을 했다고 했다. 그래서 되돌아 오라고 했다. 그러나 나중에 임마누엘 기도원 방향으로 가다가 인곡마을로 향하기 위해 능선으로 진행하니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빨리 조우가 되었다.

 

임마누엘 기도원 입구 갈림길에서 인곡마을(가인 계곡)로 가는 능선으로 올라가야 했다. 수월하게 능선을 타다가 갑자기 깔딱고개가 나타나니 모두 힘에 부쳐 걸음걸이가 느려졌다. 내 뒤에 오는 노홍철님과 산하님도 무더운 날씨 탓에 조금 힘겨운가 보다. 겨우 능선에 올라가니 전망바위가 나타났기에 일행들은 힘든 마음을 보상받으며 사진을 찍으며 장난도 쳐본다.

 

▷그 전망바위에서 20여분 능선을 따라가니 <구만산/인곡저수지 2.5km>라는 갈림길이 나왔다. 소나무 위에 누군가가 이정표지판를 얹어 놓았다. 인생에 나침반이 있고 길잡이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같은 직장에서는 언제나 경쟁이 존재하고, 다른 사람보다 먼저 승진하려고 아우성이다. 그래서 어쩌면 인생의 진정한 조언지는 같은 분야의 밥그릇과 싸움을 벌이지 않는 동연배가 아닐까. 그러하기에 마음을 비우고 같은 방향과 목적을 가지고 산행을 하는 것이야말로 자연을 닮아가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마디로 순수해지는 것이 아닐까 말이다.

 

갈림길에 주저앉아서 누군가 과일을 꺼내서 돌린다. 시골사람님은 포도를 꺼내서 몇 알 건네준다. 포도의 단맛에 전율이 인다. 갈림길에서 인곡저수지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은 경사가 심했다. 20여분을 정신없이 내려오니 오른쪽 앞에 너덜지대가 나타났고, 왼쪽 200여 미터 위에는 북암산자락 아래의 암벽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운해님이 그 바위를 올려다보라고 하여 보니 과연 장관이었다. 일행은 너덜지대에 퍼질고 앉아서 그 경치의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울퉁불퉁한 너덜길을 따라 20분쯤 내려오니 가인계곡이 나타났다. 먼저 온 사람들은 족탕을 하고 있었고, 맨 아래에 있는 노홍철님과 붉은노을님은 알탕도 했단다. 준비가 안 된 나를 포함한 햇살님, 산하님, 와석님은 물에 발을 담그고 족탕만 했다. 발을 오래 담그고 있으니 제법 시럽다. 생수가 바닥이 난 탓에 햇살님은 생수병에 상류의 냇물을 떠 와서 마시고 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이게 수돗물보다 더 낫다고.

 

족탕을 끝내고 가인저수지를 지나 인곡마을까지는 40여 분이나 걸렸다. 만만치가 읺은 길이다. 저수지 댐 아래의 인곡마을에는 사과나무에 사과가 이제 애기 엄지만한 크기로 자라나고 있었다. 마을 어귀의 매실나무에는 매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는데, 차마 그것을 딸 수가 없었다. 눈에 보는 것만으로 배를 불렸다. 인곡마을회관에 도착하니 회장님, 즐거운 산행님, 해곤님과 여러 일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즐거운 산행님은 게스트 한 명과 운문산까지 갔다가 억산으로 하산했다고 한다. 이리하여 8시간 15분의 산행은 끝이 났다.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었다.

 

▷밀양시내로 들어가 국밥집을 찾는데 쉽지가 않다. 인원이 많기에. 국도변의 국밥집을 운해님이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해보지만 간단치가 않다. 그리고 밀양시청 주위는 공무원들이 놀기에 따라서 노는 식당이 많았다. 겨우 호영돼지국밥이라는 식당에 운해님이 달려가 섭외하여 즐거운 저녁식사를 했다. 무엇보다 그 국밥집 사장님은 우리에게 정말 친절하고 부족함이 없는지 배려해 주었기에 호감이 갔다. 운해님은 산행코스 잡으랴 내려와서는 뒤풀이집까지 물색하느랴 여기저기 뛰어다니기까지 하니 고생이 참 많은 것 같다. 누군가의 수고가 노력이 있기에 편안히 몸만 갔다 오지만, 편안함 뒤에는 누군가의 고통을 수반한 고뇌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멀고도 긴 산행이었지만 1주일을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듬뿍 받았다. 그래서 보약 몇 첩을 먹은 효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을 추구해 보자.

 

 

***산행지도: 산악 지형만 참조(코스는 일치하지 않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