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보성 제암산 철쭉평원-사자산-일림산 산행기(2013. 5.4)

부산갈매기88 2013. 5. 10. 09:16

 

*산행일시: 2013. 5. 4. 맑음

*산행자: 부산백산 산악회원 31명(백산남친, 바람숙, 와니, 여니야, 금호지 부부, 피네, 갈바람, 혜영, 흔적, 동필, 태영, 방랑자. 산들바람, 즐거운 산행, 수희, 은수, 와석, 해월정, 차돌이, 김상규, 시골사람 부부, 성길, 해곤, 봄산, 유유산속, 햇살, 산하, 청림, 부산갈매기)

 

 

*산행코스: 보성군 제암산 휴양림(11:22)-곰재(11:45)-제암산 철쭉평원(630m)(12:13)-사자산(666m)(12:46)-골치재 사거리(14:36)- 골치산(작은봉: 15:05)-골치산(큰 봉우리: 15:10)-일림산(667.5m: 15:26)-정상 삼거리 이정표(15:34)-발원지 사거리 이정표(15:44)-헬기장 이정표(회령리)(15:52)-임도(16:24)- 일림사(16:49)-대한다원 주차장(17:07)

 

 

*산행시간: 5시간 45분(점심식사 30분, 휴식 40분)

 

 

***산행 tip: 철쭉 평원이라고 알려진 남도의 장흥과 보성의 제암산 철쭉 군락지와 사자산, 일림산 철쭉 군락지를 돌아서 일림사로 내려오는 산행은 과히 지상 최대의 하늘공원이었다. 초입에서 곰재까지 완만한 능선을 올라 제암산 철쭉평원(630m), 그리고 사자산 능선에서 득량만과 벌판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면서 신선이 되어 본다. 식사 후 깔딱 고개를 올라가면서 정말 골치가 아픈 골치산과 일림산 철쭉 평원을 오르게 되면 철쭉 봉오리가 터지기 전 송글송글하게 맺혀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회령리로 내려가기 전의 능선에서 흐드러지게 핀 철쭉을 보게 된다. 그 철쭉들이 발길을 붙들어 두게 한다. 제한된 시간 때문에 아쉬움을 남기며 일림사 방향으로 내려오면 산행은 끝이 난다. 하지만 그 여운은 잔잔하게 오래 남는다. 그리고 보성 차밭에서 녹색의 그리움을 다시 한 번 붙들어 매는 시간이 된다. 일림산 철쭉 평원의 광활한 하늘 공원은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산 전체가 전부 철쭉으로 휘감겨 있으니까 말이다.

 

 

-초입~곰재까지:

부산을 출발한 버스는 3시간만에 전남 보성군의 제암산 자연휴양림에 도착을 했다. 운해대장님이 회사에 급한 일 때문에 참석을 못해 버스 안에서 산행코스 관계로 갑론을박의 이견이 있었다. 오늘 임시 산행대장을 맡은 방랑자님의 종결로 기존 코스를 고수했다. 그리고 A코스, B코스로 나누지 않고 한 코스로 가기로 한 것이다. 사실 짧은 코스를 가려는 사람이 세 사람 밖에 안 되어 어부지리로 한 코스가 된 셈이다.

 

 

제암산 자연휴양림은 1996년에 개장을 하였는데, 제암산(807m)의 기암괴석이 임금 제(帝)를 닮았다 하여 나라가 어렵거나 가뭄이 들 때에 국태안민을 빌었던 신령스러운 산이었단다. 휴양림에 도착한 회원들은 분주히 배낭을 챙기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리고 등산 안내판을 들여다본다고 집결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단체 인증 샷을 찍고 포장도로를 따라 산행을 하기 시작했다. 들머리에서 10분쯤 올라가서 곰재로 올라가는 등산로를 따라 가는데, 그 갈림길에서 13분 걸려 간 곰재까지는 대체로 완만한 등산로였으나 일부 구간은 자갈이 있는 돌길이었다.

 

 

곰재에서 오른쪽 능선길을 가면 제암산(807m) 정상으로 가고, 왼쪽 방향으로 오르면 제암산 철쭉 평원(630m)이 된다. 곰재 삼거리 갈림길 이정표를 배경으로 와니님, 시골부인님, 산들바람님, 즐거운 산행님이 한 컷을 위해 포즈를 잡아 본다. 등산로는 산꾼들이 겨우 교행할 정도로 좁아서 철쭉을 보려고 전국에 모여 든 산꾼들 때문에 혼잡스럽다. 떠밀리어 산길을 오른다. 길 양옆은 철쭉나무들이 키 보다 높게 터널을 이루고 있어 사진을 찍을만한 공간이 나타나면 활짝 핀 철쭉을 배경으로 사람들은 셔터를 눌러대기에 분주하다.

 

 

-곰재~제암산 철쭉군락지(평원):

곰재에서 제암산 철쭉 군락지(제암산 철쭉 평원: 630m)로 조금 고도를 높여가며 완만한 길을 걷는다. 뒤에 따라오던 차돌이님이 연신 셔터를 눌려댄다. 서로 셔터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오랜만에 온 태영님도 시골사람님과 철쭉을 담은 미소로 포즈를 취해 본다. 바쁜 일상 속에서 태영님은 일부러 시간을 내었단다. 3주 정도 백산 산행에 참여하지 못해서 좀이 쑤셨단다. 그래서 이번 산행에 만사 제쳐두고 달려오기를 잘했노라고. 백산인의 정이 그리웠딘디. 곰재에서 13분여를 오르니 바위가 있고 조금 트인 공간이 나타난다. 거기서 앞서 간 피네님, 갈바람님, 혜영님 등의 일행이 과일을 먹고 있다. 그 일행에 휩쓸리어 과일을 한쪽 얻어 입에 넣어 본다. 일행은 쉬면서 다른 사람에게 농담을 던져 보기도 한다. 그냥 가족이 오랜만에 봄나들이를 나온 기분이다.

 

 

거기서 10여 미터 앞에 틈이 한뼘쯤 벌어진 바위가 버티어 서 있고, 그 위에는 조망을 하기 좋은 공간이 나타난다. 일행들은 여전히 조금 전 쉬던 자리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회장님과 여니야님의 일행이 또 합류를 하고 있다. 일행들은 올라 온 길을 뒤돌아보고 있다. 그리고 건너다 높게 보이는 제암산을 올려다본다. 그 제암산(807m)까지 산행을 하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다. 그러나 청림님 혼자서 돈키호테처럼 제암산으로 갔단다.

 

 

다시 눈을 들어 올라가야 할 제암산 철쭉 군락지의 바위 능선을 쳐다보니 사람들이 바위에 올라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10여 분을 오르니 제암산 철쭉평원이라고 쓴 정상석(630m)이 나타난다. 그리고 옆의 너럭바위와 포토 존 바위 위에서 회장님, 해월정님, 와석님, 태영님, 시골사람님이 삼삼오오 사진을 한 컷 한다. 바위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저수지에는 물이 가득 차 있어 농부의 마음을 부풀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마을은 한가로운 낮 시간의 오수에 졸고 있는 듯 하다. 주위의 초목과 꽃의 향기가 코를 간질이며 삶의 의미를 자극한다. 왜 그 먼 길을 달려오지 않으면 안 되었던가 하는 의문이 풀리기 시작한다. 거기서 아래로 곰재는 400m, 사자산은 1.9km라는 이정표를 힐끔 쳐다본다. 오늘 산행은 거리의 문제가 주위의 환경과 여건의 문제이기에 별로 거리감에 구애를 받지 않도록 염두에 둔다.

 

 

제암산 철쭉평원 정상석(630m)을 배경으로 단체로 인증샷을 남긴다. 이어서 한 사람씩 정상석에 기대어 환한 미소를 머금고 한 컷씩 해 본다. 하늘과 자연이 주는 은혜와 사랑에 한 덩어리가 되어서 마음을 부비어 보는 시간이다.

 

 

-제암산 철쭉평원(630m)~ 사자산:

제암산 철쭉평원은 산 능선을 따라서 철쭉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어 등산로를 따라 철쭉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만개한 철쭉을 바라볼 때마다 일행들의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능선은 오르내리는 가벼운 정도로 심하게 높이 올라가는 능선은 아니다. 그런데 능선이 끝나는 지점에 바위 전망대가 나타났는데,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 바위 있는 곳으로 갔건만 아뿔사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끝은 낭떠러지이기에. 뒤를 따라오던 유유산속님과 봄산님과 함께 되돌아 나와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한다.

 

 

이제 능선을 약간 오르는 듯 하더니 조금 내려간 후 정면으로 보이는 사자산 산자락에 압도되어 가슴이 꽉 막혀 오는 느낌이다. 등산로는 타지에서 온 산꾼들로 인산인해다. 게다가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들마저도 노는 토요일을 맞이하여 대여섯 명씩 군데군데 무리지어 올라왔으니. 그네들도 이 따뜻하고 화창한 봄날, 이국땅에서 방안에 쳐박혀 있는 것보다 산에 올라 삶을 재충전해 보는 것도 일생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어디 아름다운 이 산하를 언제 즐길 수 있으련가 말이다.

 

 

사자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정상에 가까워 올수록 된비알이라 심장박동수가 요란하다. 선두로 간 일행이 사자산에서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한다는 무전이 온다. 내 바로 뒤에서 봄산님이 유유산속님을 따돌리고 부지런히 따라온다. 사자산은 바위 능선이라 나무가 없다. 산등성이에 자리를 잡은 선두조가 식사를 하고 있다. 그네들이 식사를 하든말든 회장님을 비롯한 11명은 사자산(666m)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 샷을 날린다. 금강경도 식후경이라지만 추억의 덩어리를 움켜쥐는데 필요한 확실한 증거물 앞에서는 그것이 먼저인 것이다. 조금 배가 고프면 고픈대로 이 시간에 할 수 있는 가장 가치있고 희망적인 시간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추억쌓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전망이 좋은 너럭바위 위에 식탁보를 펼친다. 앞에 온 팀은 식사가 거의 끝나가는가 보다. 그러나 후미조는 아랑곳 하지 않고 배낭에서 반찬통을 꺼집어내어 식탁보 위에 놓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유유산속님이 집에서 담근 비장의 매실주를 한 순배 돌린다. 그리고 은수님의 복분자주도 조금씩 따라져 입술을 축인다. 사방으로 시야가 트인 곳에서의 마음맞는 지기와의 식사, 그 누가 그 맛과 기쁨을 알 수 있으랴. 저 멀리 남쪽으로 아스라이 득량만이 보이고, 동쪽 발 아래도 저수지가 보이며, 서쪽 발 아래에는 벌판이 펼쳐졌다. 단지 북서쪽은 능선에 가리워져 조금 아쉽긴 하다. 파아란 하늘에 웃음꽃 휘날리는 점심식사. 햇빛은 따끈따끈하게 머리 위에 내려 앉는다. 누군가 밥을 먹고 나더니 한 숨 자고 가고 싶단다. 그러나 주섬주섬 누군가 찬통을 챙기는 소리에 하늘 정원의 점심식사는 끝이 나고 있다.

 

 

-사자산~골치산:

점식을 끝내고 일어서서 남쪽 암릉을 타고 내려간다. 조망하기 좋은 바위에 올라서서 봄산님, 와니님, 시골부인님들이 한 컷을 해 본다. 봄산님의 하늘을 향해서 두 팔을 벌린 포즈가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넉넉해 보인다. 암릉을 조금 내려가자마자 가파른 나무계단을 만난다. 100여 미터의 나무계단을 끝나는가 싶더니 이제는 흙먼지가 휘날리는 산길이다. 한 동안 비가 안 와서 등산로는 검정 먼지로 뒤덮힌 산길로 변해 있어서 앞 사람을 따라서 지나가려면 허어연 흙먼지를 뒤따르는 사람이 뒤집어써야 한다. 갈림길이 나타나는 곳에는 간이 정자에 긴 의자를 두어 개 놓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서서히 완만하게 산은 오르막길이다. 두 번째 정자가 나타나서 일행은 거기서 조금 쉬어 본다. 그 정자에는 피네님과 해월정님의 일행이 쉬고 있다. 거기서 일림산까지는 4.4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세 번째 정자를 지나 200여 미터를 올라가는 길은 깔딱 고개였다. 너무나 된비알이라 종아리가 뻣뻣하게 당긴다. 얼굴에는 땀범벅이 된다. 혀는 감기고 입술은 메말라간다. 얼른 생수를 꺼내 목 안에 집어 넣는다. 앞서 가던 타지에서 온 산꾼 두 사람이 옆으로 자리를 비켜선다. 바로 뒤에는 시골사람님과 부인이 따라 온다. 보기에 약간 힘이 부치는 표정이다. 뒤에서 일행 중의 한 사람이 나에게 소리친다. “능선, 아직 멀었소?” 나는 다 올라 왔노라고. 정말 숨이 깔딱깔딱 넘어가는 예사롭지 않은 비탈길이다.

 

 

능선에 올라서서 일행을 기다린다. 뒤따라 온 일행 중에 누군가 과일을 꺼낸다. 입 안에 맴도는 달콤함이 전해 온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하는 느낌. 그러면서 일행은 한 바탕 소리내어 웃어 본다. 거기서 조금 가니 피네님, 해월정님, 갈바람님, 은수님이 퍼질고 앉아 숨을 돌리고 있다. 갈바람님과 해월정님은 산행지도를 꺼내 놓고 들여다 보고 있다. 그 위치는 사자산에서 2.4km라는 등산 안내도가 서 있다. 또 골치산까지는 1km 정도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길은 조금 내려간다. 길 옆에는 그런대로 철쭉도 피어있어 깔딱고개를 오를 때의 고통을 잊게 해 준다. 모두 그 고통을 잊은 채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하산길이라 여유를 가지며 사진을 찍기 위해 어꺠를 맞대어 본다. 잠시 후 다다른 곳은 골치재 사거리로 네 번째 정자를 만난다. 일행은 정자의 통나무 의자에 아예 걸터 앉는다. 유유산속님이 가지고 온 블루베리팩을 일행에게 돌린다. 이곳까지 많은 양을 준비해 온 마음에 감동을 받는다. 그것도 얼려서 가져 온 것인데, 날씨 탓에 이제 해동이 되어서 먹기에 딱 좋다. 블루베리의 달콤함이 입 안에 퍼질 때, 그 정성어린 마음과 사랑이 배어든다. 왜 그토록 우리 백산인들이 서로를 아끼고 정으로 뭉쳐지는지를 아는 순간이다. 단지 산행만을 하는 한 가지의 목적이나 목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고통, 헌신과 봉사, 배려심과 인내심을 함께 배워가는 아름다운 산악회임을 실감하게 한다.

 

 

200여 미터를 가지 않아 다섯 번째의 정자를 만나고, 조금 완만한 비탈길을 오른다. 그런데 이 비탈길은 완만하기는 한데 길이가 조금 길어서 걷다가 맥이 풀린다. 겨우 올라서서 한 숨을 돌리니 골치산(작은봉 614m)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그 봉우리에 올라 선 일행들은 골치산이라고 쓴 표지에 머리를 쳐박고 사진을 한 컷씩 해 본다. 거기서 5분 정도 올라가니 이번에는 큰 봉우리 골치산이 나타난다. 거기에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일행들은 그 위에 올라서서 일림산 산자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이제 일림산 정상까지는 600m 밖에 남지 않았단다. 점심식사를 한 사자산에서 여기까지 쉬엄쉬엄 1시간 50분이 걸린 셈이다.

 

 

-골치산~일림산~헬기장:

골치산에서 일림산으로 가는 등산로는 일림산 산자락을 왼쪽으로 휘감고 돌아간다. 산길은 사람 키보다 높은 산대가 터널을 이루고 있어서 새로운 정취를 느낄 수 있고, 그 터널이 끝나는가 싶으면 산자락 전체가 철쭉 군락을 이루고 있는 장관에 탄성이 절로 난다. 일림산으로 오르는 이정표는 이제 150m 남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제 나무계단을 없는 힘마저 만들어서 오른다. 오르면서 거리가 150m 정도 맞는가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너무나 지쳐 있기에. 아니 마음은 얼른 산 정상에 다다르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준다.

 

 

일림산 정상에 오르니 이정표가 기분 좋게 버티고 있고, 일림산 정상석은 많은 산꾼들로 둘러싸여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사방에 탁 트여서 남쪽 발 아래로 득량만이 눈에 들어오고, 올망졸망한 산들의 실루엣이 여기저기 산세를 자랑하고 있다. 무엇보다 산 정상 아래로 펼쳐지는 철쭉 군락지의 광활함에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된다. 이제 시원한 바람마저 불어온다. ‘그래 바로 이런 기분이기에 산 정상에 오르고, 산에 안기는가 보다.’ 정신을 가다듬고 지나 온 산등성이들을 쭉 따라가 본다. 많이도 걸었다. 저렇게 먼 길을 왔단 말인가.

 

 

모두 삼삼오오 사진 찍기에 분주하고 이런저런 사투리와 표준어가 마구 섞여서 요란스럽다. 일림산은 남도 철쭉의 본향이라고 말해도 조금도 지나침이 없는 것 같다. 회령리로 가기 위해 일림산을 내려오는 중턱에서 철쭉의 미소에 또 한 번 감탄을 연발하여 넋을 잃는다. 정상삼거리 이정표와 봉수대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 산행 들머리를 동쪽으로 향한다. 득량만이 더 가까이 가슴에 안긴다. 시원한 바람마저 불어오니 땀도 식고 주위의 철쭉 매무새에 옷깃을 여민다. 철쭉 새악시가 함초롬히 얼굴을 붉힘에 어찌 우리가 그냥 지나칠 수가 있으랴. 일행은 철쭉 새색시의 볼에 자신의 얼굴을 붙여서 부벼본다. 얼굴이 발갛게 불타오르니 가슴마저 쿵쾅거린다. 모두 서로에게 즐거운 농담을 던진다. 꽃 속에 우리의 마음이 안긴다. 아니 우리의 마음에 철쭉이 자리잡아 사랑으로 변한 것이다.

 

 

회령리로 내려서는 갈림길이다. 일행들은 거기 서서 마지막 간식거리를 나눠 먹는다. 그리고 갈림길이기에 인원 점검이다. 금호지님 부인이 안 보인다고 하여 잠시 즐거운 산행님이 기다려 본다.

 

 

-회령리~일림사 하산:

헬기장 갈림길에서 회령리로 하산하는 길은 바로 아래로 쳐박히는 듯 이번 산행에서의 최대 난코스다. 300여 미터에 달하는 급경사에 오금이 저려 온다. 게다가 자갈길이라 만만치가 않다. 사고는 무엇보다 하산길에서 나기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방심할 수가 없다.

 

 

5분 여를 기다리다 즐거운 산행님은 갈림길에 행여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표식을 해 두고 왔단다. 앞서 간 사람들과 나와 봄산님, 유유산속님과의 거리는 200여 미터는 되는 듯 하다. 앞선 일행들은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조금 내려 가니 냇물이 나오고, 그 냇물을 가로질러 5분여 내려가니 임도가 나온다. 처음 임도는 100여 미터가 비포장도로였으나 곧바로 시멘트 포장도로로 바뀌게 된다. 임도에서 25분 정도 걸어 내려가니 일림사가 나타났다. 조그마한 암자였다. 일행들은 거기서 목을 조금 축였다. 먼 길을 걸었기에 물은 동이 나 버렸기에.

 

 

이제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대한다원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5시간 45분간의 꿈 같은 산행은 끝이 났다. 그리고 차밭으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늘 그림으로만 보던 차밭에 태영님, 산들바람님, 봄산님이 들어가 사진을 한 컷씩 해 본다. 그런데 정작 홀로 떠난 청림님과의 휴대폰 통화가 잘 안 된다. 산 위에서 버스 새 대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고 하며 통화가 뚝 끊어졌다는데, 모두 그의 소식에 목이 탄다. 나중에 새순을 뜯던 여니야, 와니님과 함께 청림님이 오고 있었다.

 

 

이제 저녁식사는 지난번에 한 번 갔던 순천의 진달래 식당으로 40분 정도 걸려 달려갔다. 원탁 탁자에 삼삼오오 둘러 앉아 식사를 했다. 오늘 운해대장님이 함께 오질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있을 때는 몰랐으나 난 자리는 표가 나기 마련인가 보다. 처음 산행코스 문제로 이견이 있긴 했으나, 전체 중지를 모아서 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는 바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고, 단 한 건의 불미스러운 일도 없이 깨끗하게 마무리 되게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정말 백산인들은 저력이 있다. 체력이 대단하다. 어디에 가서든지 적응과 순응을 잘 해내는 멋진 사람들로 뭉쳐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정과 의리, 사랑과 관용으로 뭉쳐있는 멋진 산악회라는 것을 증명한 하루였다.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였기에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런 산악회가 더 발전해 가지 않을까 말이다.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