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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독창성

부산갈매기88 2009. 8. 14. 09:16

지금 우리의 교육 현실은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을 철갑선이라는 하드웨어 관점에서만 가르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지금까지 우리 역사에 살아 있는 신화로 회자되는 이유는 기계기술을 지닌 엔지니어로서 숭배 대상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온 국민이 거북선을 알아도 거북선과 싸운 일본 배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거의 모른다. 또 이순신 장군은 알아도 이순신 장군과 싸운 일본 장수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른다. 그것을 알아야만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이 왜 독창적인가를 알게 된다.

 

이순신 장군은 일본 사람들의 행동양식과 그 문화를 통찰한 지식기술의 원조였다고 할 수 있다. 일본 해군들은 왜구의 해적전술을 이어받아 상대방 배에 올라타서 칼로 키는 놋토리 전술을 구사했다. 해적들이 화공법을 써서 배를 태워버리면 뺏아 올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과 대적한 일본 장수 구키 요시다카는 세토나이카이를 헤집고 다녔던 해적출신의 다이묘(영주)였다. 구키가 배를 타고 온 일본의 주전함 아다케 후네 역시 해적전법을 사용하도록 설계된 선박이었다. 그래서 방패처럼 철판으로 두른 ‘다테이타’라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경첩이 달려 있어서 상대방 배에 접근하면 앞으로 떨어뜨려, 다리 역할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이러한 적의 전술과 그들이 타고 온 배의 구조를 알고 그 올라타기 해적전술을 무력화하기 위해서 거북선을 만든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일본배가 접근하여 올라탈 수 없도록 갑판에 뚜껑을 해 닫고 거기에 칼날과 창끝을 꽂아 놓았다. 그것이 바로 거북 모양의 거북선이 된 것이다. 만약 적이 화공을 해올 때라면 거북선은 갑판이 지붕으로 막혀 있어서 불리했을 것이다.

 

전쟁은 상대적인 것이다. 거북선이 어떤 배인지를 가르쳐주려 한다면 교육시스템은 거북선과 대적한 일본배도 함께 알려주어야 한다. 거북선만이 아니라 실제론이 아닌 관계론으로 사물을 보아야만 21세기의 상호작용성(interactive)을 중시하는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거북선은 과학기술의 산물이라기보다 상호작용적인 정보력,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관계기술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만 배우고 알았지 일본의 아다케 후네의 구키 요시다카에 대해서는 배운 적이 없다. 여러분의 독창성이 절대론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처럼 인터링크된 관계론에서 그 유연한 소프트파워가 발휘될 수 있음을 지금부터라도 배워야 한다.

 

30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GE의 잭 웰치 회장은 자신의 기업을 ‘learning company'라고 불렀다. 배우는 기업으로 소위 ’GE value'를 모든 사원이 몸으로 터득하는 교육을 통해 21세기 환경에 대응해 가고 있는 것이다.

 

생각의 나무 <젊음의 탄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