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양산 신선봉-선암산(매봉) 산행기(2013. 9. 7)

부산갈매기88 2013. 9. 13. 10:44

◈산행지: 양산 신선봉(785m), 선암산(704m)

♣산행일시: 2013. 9. 7. 토. 비. 오후 1시 이후 흐림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4명(봄산, 유유산속, 서희, 부산갈매기)

 

▶산행 코스: 양산 원동면 내화마을(09:25) - 복천암 -개골 -복천정사(10:53) -590봉 안부(11:19) - 651봉 -570봉 임도(12:20) -신선봉(785m)(13:05) - 664봉 -선암산(매바위 704m)(14:51) -새미기고개(16:10) - 480봉 -353봉 -양산 춘추원(17:52)

▷산행시간: 쉬엄쉬엄 8시간 27분(점심식사: 25분, 알바 20분. 기타 휴식: 1시간)

☞산행거리: 15.5km(GPS 도상 거리)

▷교통편: 부전역 08:25 무궁화호 ⇨ 원동역 09:03분 도착

             원동초등학교 09:10 ⇨ 내화마을 137번 양산시내버스

 

 

♣산행 tip: 비가 온다. 그러나 비가 온다고 해서 토요일마다 습관처럼 하던 산행을 멈출 수는 없다. 다행히 봄산님 부부와 서희님이 동참하여 부전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원동역에 09:3분에 하차했다. 바로 원동초교 앞에 도착하니 2~3분 지나서 137번 버스가 도착했다. 15분여를 달려서 내화마을에 내리니 여전히 비는 추적추적 온다. 비가 오니 시원해서 좋다.

 

우산을 쓰고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복천정사 아래 2.5km까지 걸어 올라간다. 거기서부터는 포장도로가 끊어지고 나무받침의 계단이 시작되고 나무다리를 건너면 너덜길이 시작된다. 올라온 길을 뒤돌아보니 안개도 자욱하다가 흩어지고, 빗소리는 가냘프게 생명의 숨소리를 들러준다. 이슬비는 대지의 열기를 식히지만 우리 일행의 가슴은 1시간 넘게 걸어 온 탓에 뜨겁다. 복천정사 뒤편의 샘으로 가서 한 바가지의 물을 떠 입을 축인다. 거대한 바위 틈바구니에서 졸졸 흘러내리는 귀한 생명수다.

 

복천정사에서 몸을 추슬러본다. 경내의 회장실도 갔다 온다. 절에는 누군가 있는지 없는지 인기척도 없다. 큰 절벽 아래 소담하게 자리 잡은 절. 보기만 해도 평온하다. 샘 앞에서 간단히 요기도 한다. 절에서 590봉의 토곡산과 어곡산 갈림길의 이정표가 있는 안부까지는 15분여가 소요된다. 그 이정표 앞에서 일행은 한 컷을 해 본다. 그리고 이제는 651봉을 향하여 조금 된비알을 올라간다. 그 651봉의 봉우리를 넘어서면서 수풀이 우거지고 사람들이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서 원시림을 형성하고 있다. 40여 분을 걸으니 임도가 나왔다. 그 임도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임도 오른편으로 철탑이 있는데, 그곳으로 진행을 하니 아뿔싸 이 길은 내화마을로 내려가는 하산로이다. 그래서 20분여 알바를 하고 다시 임도로 되돌아 나온다. 부득이 임도를 따라 간다.

 

10여 분쯤 가니 임도 오른편에 산길로 접어드는 입구 표시로 노란 페인트 칠을 해 둔 것이 보인다. 그러나 비가 오고 잡풀들로 등로가 만만치 않아서 임도를 따라 신선봉 아래의 기상관측타워가 있는 임도까지 가기로 한다. 이제 점심 때도 지난 지라 잠시 휴식을 위해 봄산님이 포도와 초코파이를 꺼내어 준다. 에너지가 보충되니 한결 힘이 난다.

 

임도가 끝나고 신선봉 방향으로 오르려면 그 중간쯤에 기상관측타워가 있는데, 여름철 내내 풀이 사람 키만큼 자라서 진행이 쉽지가 않다. 등로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유유산속님은 앞에서 수풀을 헤치고 잘도 올라간다. 이제 비는 그쳐가고 있다. 싱그런 수풀내음이 코를 발름거리게 하고, 풀에 머금고 있던 빗방울은 바지가랑이를 적신다. 시원함이 전해져 온다. 그 수풀 속에서 네 사람의 모습은 숨박꼭질하듯 보일듯 말듯 하다. 자연의 품에 안겨 보는 것이다.

 

 

▷신선봉(785m)에서

신선봉(785m)에 올라서니 바람이 세차게 분다. 비는 그쳐 우비를 벗으려고 하나 세찬 바람에 한기를 느껴 그냥 입고 있다. 바람에 우비는 펄럭거리니 우리의 마음도 펄럭거린다. 산 아래로 오락가락 하는 운무에 마음을 빼앗겨 본다. 북쪽 에덴벨리가 있는 능걸산에는 구름이 걸려 있고, 멀리 남쪽의 고당봉에도 구름이 쉬고 있다. 여기저기 둘러보니 모두 평온함과 아늑함이 찾아온다. 그런 가운데 어찌 인증샷을 빼놓을 수가 있겠는가? 복천정사에서 신선봉까지 쉬엄쉬엄 2시간 걸려서 온 것이다.

 

이제 선암산 매봉을 향해서는 조금 내려가야 한다. 낮 1시가 넘었기에 배도 고프다. 신선봉 방향으로 30분 가까이 내려오다가 조금 편평한 장소의 길에 그냥 주저앉는다.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 산꾼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기에 우리들만의 세상이 된 것이다. 봄산님 부부가 가져 온 석달밖에 안 된 매실주를 한잔씩 돌린다. 아직 그 매실에 봄이 묻어 있다. 이제 숙성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도 뒤끝이 휘어감는 것이 일품이다. 마음 맞는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가슴을 여는 것만으로도 참 좋다.

 

 

▷선암산 매봉(704m)에 올라

선암산 매봉을 오르려면 바로 내려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664봉이 가로놓여 있어서 조금 올라갔다가 내려간 다음 선암산 매봉으로 오르는 철계단을 만나게 된다. 암릉이 떡 하니 가로막혀 있고, 그 철계단을 올려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느낌이 든다. 안개는 그 암봉을 이러지러 휘둘러가기도 하고, 또 몇 십초 후에는 사라지기도 한다. 그 신출귀몰한 운무의 자태에 모두 혼이 빠진다. 우중 산행을 하는 서희님이 철계단을 오르며 고소공포증을 느꼈으나 조금씩 적응해 가는 것 같다. 매봉에 올라섰을 때는 모두 히말라야를 정복한 듯 기뻐한다. 사방팔방으로 시야가 트이고 서쪽 낙동강에서 휘몰아쳐오는 안개는 능걸산과 어곡공단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밀리어 매봉 남쪽 능선에서 경계를 이룬다. 그 운무는 어지러운 세상을 잠깐 보여주는 것 같다.

 

 

매봉의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는데, 표지석을 누르니 두 동강이가 난다. 누군가가 부러뜨려 놓고 살짝 포개어 놓은 것을 모른 채 위에서 누르니 넘어지는 바람에 네 사람은 혼비백산을 했다. 유유산속님이 동강난 표지석 한 토막을 들고 힘 자랑을 해 본다. 모두 한바탕 웃음꽃이 휘날린다. 매봉의 암릉 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기분이다.

 

이제 매봉을 남쪽 계단을 지나 세미기고개로 내려가기 위해 공릉능선을 지나가야 한다. 거리는 불과 100여 미터이지만 시간은 20분 이상이나 걸린다. 바위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가 하면 이번에는 또 내려가야 하는데 발을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 고민을 하게 한다. 그러는 사이 안개가 확 한번 얼굴을 훑고 지나간다. 간신히 그 능선을 지나오며 한숨을 돌리며 봄산님 부무와 서희님이 두 팔을 벌려 행복한 모습을 짓는다. 이제 가파른 비탈길이다. 그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오다가 나의 부주의로 한 번 쭐딱 미끄러진다. 오른쪽 엉덩이에 많은 진흙이 묻었다. 그래도 이 정도로 끝다니 정말 다행스럽다.

 

 

▷새미기고개-춘추원

매봉에서 새미기고개까지 1시간 걸려 내려간다. 새미기고개에 다 와서는 수풀이 너무 우거져 길이 안보여 옆으로 조금 알바를 한다. 새미기고개에서 480봉과 353봉을 가려면 비탈길을 조금 오르고, 산허리를 돌아가야 한다. 그래도 서희님도 힘이 나는지 앞에서 열심히 가고 있다. 그리고 봄산님 부부도 즐겁게 가고 있는 것 같다. 네 사람이니까 시간의 제약이나 또 다른 어려운 것도 없다. 네 사람의 마음만 맞으면 되기에. 그래서 353봉을 지나 산 중턱의 쉼터에서 잠깐 엉덩이를 내려놓는다. 양산 시내가 훤히 다 내려다보이고, 멀리 고당봉도 올려다 보인다.

 

산 중턱의 샘에서 목을 한 번 축이고, 춘추원 쪽으로 내려간다. 춘추원 앞 뜰에서 사진을 한 컷 한다. 춘추원 입구 아래 도로변에 가까이 와서 네 명의 단체 인증샷을 하려고 하니 행인이 한 사람도 없어 단체 인증샷을 못할 상황이다. 유일하게 한 사람이 춘추원에서 내려오는데 60대 노인이라 기계치인지 카메라 샤터를 좀 달라고 해도 바쁘다는 핑계로 도망을 가버린다. 하는 수 없어 길가 식당 옆으로 찾아 올라가 한창 전화를 받고 있는 50대 초반의 남자에게 봄산님이 부탁을 해 본다. 그래도 그 사람은 싦은 표정 하나 안 내고 사진을 눌러준다.

 

내화마을에서 춘추원까지 15.5km, 8시간 반을 걸었다. 그래도 쉬엄쉬엄 걸은 탓으로 피곤함을 모르겠다. 양산역까지 또 걸어간다. 봄산님이 금곡동에 전어회 잘 하는 횟집이 있다고 가자고 한다. 금곡역에 내려셔 아파트 단지 내로 10여 분을 걸어간다. 전어회 ‘특’으로 주문을 한다. 전어회가 달짝지근한 게 살살 녹는다. 집 나간 며느리도 가을 전어에 집으로 돌아온다고 하는 그 전어회에 소맥과 생탁을 곁들이니 오늘의 피로가 다 녹아내린다. 도착하여 30여 분을 지난 시점에 노홍철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양산인데, 20분 후면 도착할거라고. 붉은 잠바를 입고 회심의 미소를 띠고 나타났다. 오랜만에 보니 참 반갑다. 노홍철님의 입담에 좌중이 시껄시껄하다. 웃음이 보약이다. 그런데 전어 횟값은 감사하게도 유유산속님이 한방을 쏘아 주셨다.

 

 

회가 다 비고 나니 화명동의 유명한 곱창집으로 가자고 한다. 노홍철님의 차에 얹혀서 곱창집에서 열심히 이바구를 하고 웃음을 날리고 있는데, 낯선 얼굴이 나타났다. 운해님과 와니님이었다. 운해님 부부가 저녁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면서 집으로 가려는 도중에 우리 일행을 보고 온 것이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함께 하니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모처럼 예상치 않은 조우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우중 산행이었지만 쉬엄쉬엄 네 사람이 함께 했다. 비가 오면 오는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눈이 오면 오는 대로 산행은 즐겁다. 단지 자신의 마음의 게으름만 털어내면. 우중 산행을 처음 하는 서희님도 즐거운 표정이다. 그리고 봄산님과 유유산속님 부부도 함께 해서 정말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서로가 의지하면서 동행한 산행 정말 행복했다.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