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청도 육화산-구만폭포 통수골 계곡 산행◈(2013.8. 10. 토)

부산갈매기88 2013. 8. 13. 16:32

◈청도 육화산-(구만산)-구만폭포 통수골 계곡 산행◈(2013.8. 10. 토)

♣청도 육화산-(밀양 구만산)-구만폭포 통수골 계곡산행

♤산행일시: 2013. 8. 10. 토. 맑음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 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38명(운해, 와니, 혜영, 돌뫼, 흔적, 은수, 서희, 피네, 숙이, 보라, 햇띵구, 만수, 종현, 즐거운산행, 금호지 부부, 태평양, 스마트, 와석, 최경애, 변준석, 송명해, 송명자, 와석, 백산남친, 바람숙, 부용, 태영, 여행, 효리, 봄산, 유유산속, 청림, 보혜미안, 산사, 부산갈매기 외)

 

▶산행코스: 청도군 매전면 장연교<09:55)>-383봉-552봉-육화산(675m)<12:00>-627봉-658봉-550봉 갈림길-612봉<13:40>-구만폭포 갈림길<14:09>-구만폭포<14:44: 알탕 25분>-약물탕<16:00: 알탕 35분>-구만암<17:00>-주차장(17:15>

▷산행거리 및 시간: 9.5km,  7시간 15분(점심식사: 35분, 알탕: 1시간, 기타 휴식: 45분)

                        *순수한 산행 시간: 쉬엄쉬엄 5시간

 

 

☸산행 tip: 이번 산행은 여름 무더위 가운데 육화산(675m)까지의 극기훈련 속에서 암릉과 깍아지른 암벽이 주는 비경을 즐기며 등산을 한다. 팥죽 같은 땀이 흐르고, 습도가 높아 나른해진 몸을 추스르며 자신과의 싸움을 한 판 해보는 산행이다.

 

육화산 바로 아래의 안부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612봉을 지나 구만폭포와 구만산의 갈림길까지는 원시림 속의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가며 삼림욕을 한다. 다듬어지지 않은 인위적인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등로를 따라 수풀을 헤치고 나아가노라면 살아온 인생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리고 그 고요한 수풀 속에서 가냘프게 울어대는 매미소리와 풀벌레 소리, 그리고 새소리에 세상의 번뇌는 잠시 내려놓게 된다.

 

이제 구만폭포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10분여를 하산하면 통수골 계곡을 만난다. 그 얕게 흐르는 개울에 손수건을 담궈 목을 쓱쓱 문질러보면 자연이 내 살을 비비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조금 아래로 내려가 구만폭포에서 시원한 알탕도 하고 폭포 아래에서 다이빙도 하노라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또 아래로 더 내려가 약물탕 폭포 아래에 있는 소에서 몸을 담그며 웃음꽃을 피워보면 인생의 피로는 사라지고 몸은 새로워짐을 느끼게 된다.

 

 

최종적으로 구만암 아래의 차양막이 쳐진 식당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며 막걸리나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면 몸의 갈증은 해갈되고, 산우들은 한 덩어리가 된다. 마음의 긴장이 풀어지고 얼굴에 화색이 돌면 이마와 이마의 폭은 좁아져 간다. 그리고 자주 잔들이 부딪치는 회수가 늘어간다. 먼저 자연과 내가 소통하고, 또 이렇게 백산인들이 서로 소통을 하니 산행하는 날이면 그냥 오고픈 것이다. 백산 가족이 되어 버린 것이다.

 

 

▶청도군 매전면 장연리 장연교-육화산(675m)

무더위 속의 여름 산행이고 가족과 함께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38명이나 참석을 하여 산행을 하게 된다. 매전면 장연리의 장연교를 지나 장연사라는 표지석 앞에 버스가 멈춘다. 주위는 온통 대추밭이라 엄지만한 대추가 푸르스름한 얼굴을 하고 여기저기 주렁주렁 달려 있다. 버스에 내린 대원들은 산행 준비를 하면서 옷매무새를 고친다. 운해대장님이 장연사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외쳐댄다. 태양은 육화산 머리 위에서 대지를 녹여버릴 기세로 뜨겁게 달군다. 바람도 없어 지열에 몸이 후끈해지고 얼굴이 달아올라 이마에서 땀이 그냥 있어도 줄줄 흐른다. 날이 뜨거우니 행동도 굼뜨게 된다. 겨우 표지석 앞에서 단체 인증 샷을 한다.

 

사진을 찍고 나서 잰 걸음으로 포장도로를 따라간다. 길가 옆 대추나무에는 대추가 주렁주렁 가지가 휘어지도록 달려 있다. 군침이 돈다. 옆의 회원들도 한 개를 따서 입에 넣어본다. 아직 단 맛이 오르지 않았다. 마을 사이를 가로질러 마을 뒤편으로 대원들이 달려갔건만 초입이 애매한 모양이다. 운해대장님이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러 간다. 얼마 안 있어 이 길은 아니라고 되돌아오라고 한다.

 

마을 오른쪽 개울이 있는 쪽으로 등산로는 시작된다. 포장도로를 따라 5분여 올라가니 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이 등산로 초입이다. 타 산악회의 리본이 몇 개 붙어 있다. 시작은 완만하고 등로도 좋아서 기분이 좋다. 그러나 기온이 높고 습도가 높은 데다 나뭇가지는 미동도 하지 않아서 땀이 줄줄 흐른다. 초입에서 20여 분 정도 등산을 하는데, 통영에서 온 산악회원 두 사람이 앉아서 쉬고 있다. 그 중 여자 대원이 몸이 불편하여 산행을 포기하고 하산하려고 운전기사에게 연락을 해 본다고 얘기 중이다. 그리고 또 5~6분을 오르니 이번에도 통영 산악회원 남자 세 사람이 산행을 포기하고 하산을 한다고 내려가고 있다. 기온이 높기에 오늘 산행은 예사로운 산행이 아님을 예고하고 있다.

 

초입에서 30여 분을 올라 전망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돌뫼님과 숙이님이 날씨 탓에 조금 힘겨워 보인다. 옆에서 햇띵구님이 보조를 맞춰 올라와 전망대에 쉬어 본다. 지금껏 백산 산행에서 거의 낙오자는 없는 편이다. 후미에서 보조를 해 주는 대원들이 있기에. 그리고 그 후미 대장이 있기에 참 많은 위안이 되는 것이다.

 

552봉 위에서 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암릉을 따라 가는데, 산들산들 바람도 조금씩 불어주니 한결 기분이 나아진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태영님과 어꺠를 맞대고 사진을 찍어본다. 그리고 오랜만에 온 유유산속님과 사진도 한 컷 한다. 암릉이라 햇볕이 작열한다. 뭔가 익혀버릴 태세다. 그래도 자연의 경이로움에 잠시 도취해 본다. 나 자신에게 물어 본다. 인생 좌표는 어디쯤에 있는가를. 암릉이 깎이어 단애가 만들어진 곳을 숙이님이 어렵사리 내려선다. 지난 달 숙이님이 안개 낀 서파의 장백산(백두산) 1,442 계단을 낭군님과 거뜬히 올랐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조금 힘겹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자신과의 싸움을 위해 오늘 동참해 주니 참 반갑고 좋다.

 

초입에서 2시간 가까이 걸려 육화산에 도착하니 앞서 간 일행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오늘 산행의 관건을 초입에서 육화산까지인 것 같다. 육화산에 오르기 전 된비알이 나타나 3~4분간 힘을 쏟아 붓는다. 날씨 탓에 평소 체력의 두배 이상을 소모시키게 한다. 점심은 육화산 바로 아래의 안부에서 먹기로 한다. 절반 정도의 대원들은 이미 이곳을 지나갔고, 회장님과 운해님을 비롯한 절반 정도만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태영님이 집에서 얼리어 온 막걸리가 속을 시원하게 하며 가슴에 전율이 일게 한다. 일순간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오늘도 유유산속님이 매실주 한 잔을 돌린다. 달짝지근한 매실주가 소화제 역할을 한다. 무더위에 밥맛이 없어 반을 먹다가 챙긴다. 대부분의 대원들도 날씨에 기진맥진해 밥맛이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더울 때는 물맛이 최고인 것 같다.

 

 

▶육화산-658-구만폭포 갈림길-구만폭포-약물탕 폭포-구만 주차장

점심은 35분 정도 걸려서 느긋하게 식사를 한다. 식사 후 잠시 소변을 본다고 3~4분여 자리를 비운 사이 즐거운 산행님, 태영님, 흔적님 세 사람이 흰덤봉-구만산을 향하여 떠났단다. 오늘 날씨 탓에 체력이 조금 부치긴 하지만 행여 일행 중에서 흰덤봉-구만산 방향으로 가는 대원이 있으면 따라붙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미 세 사람은 떠나고 없다. ‘에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이니 마음을 비우기로 한다. 만수님과 게스트, 그리고 나 셋이서 658봉까지 쭉 함께 간다. 658봉까지는 평지에 가까운 능선을 따라 간다. 이 능선길은 여인네의 치마폭에 들어온 양 마음의 평온함을 더해 준다. 삼림 속에서 열기는 다소 누그러져 있어 한결 걷기도 수월하다. 육화산을 지나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잠시 갈 길을 확인해 본다. 아직 가야할 길은 많이 남아 있는 듯 하다.

 

658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회장님과 함께 갈림길을 체크해 본다. 지도를 보니 갈림길이 있긴 하지만, 구만폭포로 내려서는 갈림길은 아니다. 그래서 다시 재촉하여 612봉까지 나아간다. 612봉에서 뒤에 오던 운해님을 비롯한 대원들과 한 자리에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점심을 먹고 이곳까지 1시간을 달려 온 것이다. 612봉에서 20여 분을 조금 내려가니 구만폭포 갈림길 이정표가 나타난다.

 

구만폭포와 흰덤봉으로 가는 구만산 갈림길에서 10여 분 동안 600미터의 가파른 하산길을 따라 내려간다. 잔 자갈이 깔려 있는 하산길이라 꽤 미끄럽다. 앞서 간 피네님과 금호지님 등의 일행이 얕은 개울에 앉아 있다. 그리고 회장님과 대원 한 분은 개울 위쪽에서 알탕을 하고 있다. 잠시 손수건을 축여서 모가지를 쓱쓱 물질러 본다. 시원함이 전해져 온다. 그렇게 차갑지는 않으나 조금 찹찹함에 위안을 삼는다. 조금만 내려가면 운해님이 구만폭포가 나온다고 하기에 걸음을 재촉한다.

 

거기서 15분여 계곡을 따라 내려가니 물소리가 조금 크게 들린다. 하지만 그곳은 구만폭포 상류쪽이라 계곡으로 바로 내려갈 수가 없다. 절벽 위쪽 등로를 따라 우회해서 내려간다. 절벽이고 가파른 탓에 줄이 여기저기 걸려 있다. 구만폭포의 시원한 물줄기 보인다. 그때 20대의 젊은 청년 셋이 올라오는데 한 녀석이 이마에 수건을 누르면서 가고 있다. 뭔가 심상치 않은 표정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구만폭포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폭포 바닥 얕은 곳의 돌멩이에 이마를 부딪혀 피가 조금 났다고 한다. 그래서 병원으로 달려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폭포 아래의 소에는 일행들이 옷을 입은 채로 들어가 소란스럽다. 우리 일행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타 산악회에서 온 일행과 합치니 30여 명이나 된다. 폭포 아래의 바위에 너댓명이 올라서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고 있는 사람도 있고, 다이빙을 하는 사람,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 싸움을 하는 사람, 물 속에 고개를 내놓고 느긋하게 몸을 식히는 사람, 또 물가의 절벽에 몸을 기대어 둔 채 구경을 하는 사람 등등 알탕을 한다고 야단법석이다. 25분 정도 폭포에서 타 산악회와 뒤섞여 어린애처럼 물장구를 치며 논다. 그때 하늘을 올려다보니 심상치가 않다. 하늘이 시커멓다. 아무래도 한 줄기 쏟아질 것 같다. 일행들은 물 밖으로 나와서 젖은 옷 그대로 주섬주섬 배낭을 챙긴다.

 

계곡을 3분 정도 내려오니 굵은 빗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예고편이다. 1~2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세차게 소나기는 내린다. 천둥까지 ‘우르릉 꽝’ 하고 소리를 낸다. 급한 김에 1회용 우비를 꺼내어 써 본다. 일행들은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번개와 천둥소리에 스틱을 잡고 있던 손이 오그라든다. “우르릉 꽝꽝!” 하니 마음이 쫄여 온다. 제 잘난 체 하면서 살아 온 인생들이 갑자기 하늘에서 울리는 천둥소리에 납작 몸을 낮춘다. 세차게 내리는 빗속을 헤치며 10여 분 계곡을 내려가는데 피네님과 일행을 악물탕 가기 전에 만난다. 이제 소나기는 그쳤다. 누군가 냉커피를 한 잔씩 돌린다. 정신이 번쩍 든다.

 

약물탕 폭포 옆에는 계곡을 따라 나무계단이 오밀조밀하게 잘 정비되어 있다. 그리고 그 나무 계단을 내려가는 왼쪽 절벽에서 소량의 폭포물이 떨어지는데 이게 바로 약물탕 폭포란다. 최근에 비가 오지 않아서 그런지 그 물줄기가 70대 노인의 오줌줄기 마냥 시원치가 않다. 앞서 간 금호지님을 비롯한 일행이 계곡에 자리를 잡고 있다. 운해님, 피네님, 와석님, 태평양님, 스마트님 등과 함께 계곡물에 몸을 담궈 본다. 상류쪽 보다 물이 조금 차갑다. 여자 회원들은 조금 위쪽에서 몸을 담그고 있다. 운해님은 뒤풀이 준비를 위해 먼저 하산을 한다.

 

간간히 운해님이 피네님의 무선호출기로 내려오라고 호출이 오건만, 우리 일행은 무릉도원의 정취에 녹아 일어서려고 하질 않는다. 계곡에 몸을 담그고 절벽을 바라보니 또 다른 일품의 멋이 난다. 땀 흘리고 기진맥진한 몸이 차가운 물을 만나니 모두 일어서는 것을 잊는다. 모두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 아쉬운 것이다. 큰 바위 뒤로 돌아가 젖은 옷을 갈아 입는다. 행여 씻은 몸에 또 다시 땀이 날까봐 슬렁슬렁 내려왔건만 햇빛이 너무 따갑고 여전히 대지는 뜨거워 몸에서는 땀이 줄줄 흐르고 있다.

 

거기서 구만암까지는 25분 정도 걸렸고, 뒤풀이 장소까지는 10분을 더 내려가야 했다. 여전히 뒤에 오는 여자 회원님들을 기다린다고 구만산장 입구의 바위에 걸터앉아 5분여를 기다려 본다.

 

주차장 부근의 뒤풀이 장소로 가니 혜영님과 친구분, 게스트들이 고기를 굽는다고 연기가 피워 오른다. 그리고 차양막이 쳐진 곳 아래에서 회원들이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술잔을 주고받고 있다. 얼마 안 있어 구만산으로 간 태영님, 흔적님, 즐거운 산행님, 종현님, 햇띵구님, 은수님, 보라님 등의 일행이 도착을 한다. 뜨거운 대지의 열기도 그들의 열기를 꺾지는 못했다. 오늘같이 무더운 날에 흰덤봉과 구만산을 돌아오다니 대단하다. 철인 3종 경기를 한 것보다 더 체력이 소모되었을텐데 얼굴 표정들은 아주 생생하다.

 

그 아름다운 열정을 치하하며 모두 건배를 든다. 정말 잘 화합하고 잘 뭉치며 소통하기를 좋아하는 백산인들이다. 어찌 그 열정, 그 사랑에 동참하지 않겠는가. 다른 산악회는 5명 정도 산행을 시작한지 30분도 채 안 되어 되돌아갔지만 우리 백산인은 한 명도 낙오자도 없었다. 모두 단합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산행을 위해 운해대장님의 치밀한 기획과 와니님의 뒤풀이 준비, 그리고 혜영님, 돌뫼님의 뒤풀이 협찬 등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게다가 혜영님의 게스트분들이 고기를 굽는다고 함께 해주어서 재미나는 뒤풀이 시간이 되었다. 백산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 내어주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백산은 앞으로 더욱 창대해질 것으로 굳게 믿는다. 백산에 한 번 온 사람이 왜 눌러앉아버리는지를 알 수가 있다. 정은 돈으로 살 수가 없다. 인생 나그네길에서 멋진 추억을 남긴 하루였다.

 

 

*산행지도: 구글 위성(퍼옴)/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