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충북 괴산군 가령산-무명봉-도명산 화양구곡 산행기◈(2013. 8. 24)|

부산갈매기88 2013. 8. 29. 15:29

♣산행지: 충북 괴산군 청천면 가령산(642m), 무명봉(742m), 도명산(643m)

♧산행일시: 2013. 8. 24. 토. 흐림

▶산행코스: 자연휴게소<11:40>-거북바위<12:51>-가령산(642m)<13:25>-무명봉(742m)<15:15>-낙영산 갈림길 헬기장<16:07>-도명산(643m)<17:21>-마애삼존불(<17:34>-학소대<18:15>-첨성대<18:33>-주차장<18:55>

▷산행시간(후미 기준): 7시간(점심식사 25분, 기타 휴식 50분)

☞산행거리: 11.7km

 

 

♤산행 참가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26명(돌뫼, 붉은노을, 윤슬, 와석, 은수, 서희, 현진, 똘이, 숙이, 흔적, 해월정, 노홍철, 한사랑, 솔개, 오경숙, 즐거운산행, 바람숙, 와니, 운해, 이도령, 호테, 부산갈매기 외)

 

 

▶산행 tip: 이번 산행은 충북 괴산의 가령산, 무명봉, 도명산의 악산을 오른 뒤 하산하여 화양구곡의 냇가를 따라서 유유자적하면서 신선이 되어보는 산행이었다. 이 산들은 600~700봉으로 높지는 않으나 암벽타기 등의 장애물로 인해서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리는 산행이다. 그리고 기암괴석의 비경에 혼을 빼놓게 만드는 산행이기에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산행이 된다. 그만큼 전망이 좋고, 비경이 펼쳐지는 산이라는 의미다.

 

이 산들은 다른 지역의 산들과 달리 정상에 오른 다음 안부까지 제법 내려가서 다시 올라가야 하기에 시간이 다소 더 걸리고, 등산로가 자연 그대로이고 원시림이기에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린다. 특히 외줄타기를 몇 번 시도해야 하는 코스가 나온다. 그러나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전망바위와 노송은 인고의 세월을 버티고 서 있어서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가령산으로 올라가는 도중의 거북바위와 전망바위는 장구한 세월이 조각을 해 둔 것을 보며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무명봉(742m)을 지나 낙영산 옆 능선의 바위와 구부러진 노송은 지나가는 길손의 다리를 쉬게 하고, 도명산으로 오르는 ‘악’ 소리 나는 계단은 산꾼의 마음을 고민에 빠지게 한다. 이를 악물고 굽이굽이 돌아서 150여 미터의 계단을 올라 최종 철계단의 시험대를 통과하면 도명산 암봉을 왼쪽으로 돌고 돌아 정상에 이른다. 정상부근의 노송은 팔을 벌려 고생한 다리를 쉬게 하고, 정상석 위의 상현달 모양의 바위들은 송편을 세워 놓은 듯 반듯반듯하다. 폭포같이 쏟아지는 땀방울을 흘리며 올라간 보람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

 

도명산 바로 아래의 10여 미터의 마애삼존불의 위용에 목을 빼고, 옛 선조들이 남긴 발자취를 잠시 회상한다. 거대한 바위 사이를 헤치고 하산을 재촉하면 화양천 학소대 다리 위에서 동남쪽으로 건너 보이는 학소대의 비경에 “아 저기서 쉬어가고 싶다.‘는 감동이 일어난다. 신선이 노닐다 간 듯한 학소대다. 그리고 첨성대 바위를 바라보며 아래로 내려오면 금사담, 읍궁암, 운영담이 강물과 함께 그 비경에 그만 넋을 잃고 만다. 시공을 초월하여 선비와 신선이 되어 본다. 산에서 고생한 모든 피로는 냇물에 다 흘러가고 그 경치에 다 풀려버린다. ‘산우여! 천천히 가게나. 눈앞의 비경을 눈에라도 좀 담고 가 보자꾸나!’

 

▷자연휴게소-거북바위-가령산(642m)

부산 덕천동에서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충청북도 자연학습원>까지 버스는 3시간 걸렸다. 부산에서는 비가 온다고 야단이건만 청도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날씨는 점차 개이고 있었다.

 

 

<자연휴게소> 앞에서 하차하여 일행은 학소대 방향으로 5~6분 정도를 내려가다 냇물을 건너는 것이 만만찮음을 깨닫고 다시 <자연휴게소>로 되돌아 온다. 15분여를 알바를 했다. 이제 <자연휴게소> 앞의 등산 안내도가 있는 곳에서 냇가로 내려가 냇물을 건너기로 했다. 강폭은 50여 미터. 신경을 써야 하는 거리는 그 절반 정도다. 전날 비가 많이 온 탓에 물이 많이 불어 있다.

 

 

먼저 노홍철님이 건너가서 형세를 살핀다. 대략 건너가도 이상이 없을 듯 하다. 돌 틈 사이로 흐르는 냇물은 허연 이를 드러내고 위압감을 준다. 여자회원들은 남자 회원들 사이사이에 서서 냇물을 건넌다. 처음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뿅뿅 철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물살이 센 탓에 여자대원님들 겁을 조금 먹는다. 하지만 그 다리를 지나 큰 바위 위에 올라설 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징검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거리가 조금 멀어서 한 걸음에 뛰기도 뭣한 어정쩡한 지점에서는 남자 대원들이 손을 잡아 주어 무사히 건넌다. 그러다 앞서 가던 대원이 돌 위에 미끄러지면서 노홍철님과 함께 넘어져 노홍철님은 바지를 많이 적신다. 산행 시작 전부터 시원하게 바지를 적신 것이다. 이렇게 냇물을 건너는데 15분이 걸렸다. 냇물을 건너와서는 발의 물기를 닦고 다시 등산화를 신는다고 시간이 조금 걸리게 된다.

 

 

산행 들머리는 전날에 비가 온 탓에 촉촉하고 여느 등산로처럼 부드러운 흙으로 되어서 걷기가 수월하다. 그리고 등로는 잡목으로 우거져 있고 비에 파헤쳐서 나무뿌리들이 계단을 이루고 있어 미끄러지지 않고 잘 오를 수 있다. 공기도 비가 온 뒤로 다소 싸~ 한 느낌이 든다.

 

초입에서 20여 분을 올라가 큰 바위가 있는 곳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너무나 많은 땀이 난다. 뒤에 오는 돌뫼님의 얼굴과 목은 땀인지 물을 부은 건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흥건히 젖어있다. 어디 일당을 받고 산에 갔다 오라고 했다면 이처럼 많은 땀을 흘리겠는가? 죄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그냥 즐거운 것이다. 인생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다. 

 

그곳에서 7~8분 정도 올라가니 암벽에 외줄이 하나 걸려 있다. 높이는 6~7미터밖에 안 되지만 중간에 깊은 골이 있어서 은근히 사람을 골탕 먹이게 한다. 그래서 여자 회원들은 발 딛을 곳을 못 찾아 잠시 당황한다. 먼저 올라간 운해대장님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사진을 찍어댄다. 한 사람씩 밑에서 대기하면서 올라가는 대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본다.

 

가벼운 암벽타기를 하고 10분을 오르니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리고 고통과 눈물 뒤에는 보상이 따르는 법. 탁 트인 전망 바위 위에서 은수님, 현진님, 서희님, 숙이님의 사총사가 한 컷을 한다.

 

이제 위로 오를수록 암릉이 형성되면서 등로가 심상찮다. 거북바위가 나오는 암릉지대다. 암릉의 바위 사이로 지나 내려가니 앞서간 운해님이 거북바위 위에서 일행에게 사진을 찍어준다고 분주하다. 거북바위는 거북의 목을 쳐들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바위 끄트머리는 바로 절벽이라 보기만 해도 간담을 서늘케 한다. 죄다 거북 목 모양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다가가다 벼랑에 현기증을 느껴 주저앉는다. 붉은노을님은 거북 목 옆에서 스틱을 한 손으로 들고 기개를 펼친다. 그리고 건너편의 가령산으로 오르는 전망바위에서 이도령님이 손을 흔든다. 거북바위 옆의 노송은 돌 틈 사이에서 오랜 세월을 버티며 물도 제대로 못 얻어먹어서 그런지 소나무 가지가 이리 뒤틀리고 저리 뒤틀리어 있다. 인간도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잘 된 놈 옆에서 사는 사람은 때론 심사가 배배 꼬여 있는 것을 볼 때도 있으니 말이다.

 

이제 거북바위의 형상과 조망에 넋을 잃고 가령산으로 오르려는 길을 찾으려니 아뿔싸 십여 미터의 암벽 틈 사이로 외줄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일행이 몰리다 보니 대기하는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그래도 안전을 위해 남자대원들이 먼저 내려가서 뒤에 내려올 대원을 가이드한다. 한 가족같은 분위기의 백산이다. 내 형제 자매 이상으로 가깝고 친숙한 사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거북바위를 지나 20여 분을 오르면 헬기장에 다다르고 7분여를 오르면 가령산(642m) 정상에 이른다. 냇물을 건너 초입에서 이곳 가령산까지 쉬엄쉬엄 1시간 반이 걸린 셈이다.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일행은 인증샷을 남긴다고 부산하다. 밥 때를 조금 지난 시간이지만 배꼽시계도 비경에 잠시 도취되었는지 작동을 멈추고 있다. 정상석 앞 능선에 자리를 깔고 식사를 한다. 오늘도 은수님이 오디주를 가지고 와서 한 순배 돌린다. “백산을 위하여!!!” 하고 소리친다.오순도순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하니 분위기에 취해서 신선이 되어 본다.

 

 

▶가령산(642m)-무명봉(742m)-도명산(643m)

운해대장님이 오늘 식사는 빨리 끝내자고 했건만 그래도 25분이 걸린다. 노홍철님의 껌 서비스가 끝나고 나면 훌훌 털며 일어선다. 14:00시가 다 되어 가령산에서 무명봉을 향해 출발한다. 등로는 산 능선을 따라가는 것까지는 좋은데 안부가 조금 깊다. 안부가 깊다는 것은 다시 치고 올라가야 할 마루금까지의 높이가 커진다는 셈.

 

가령산에서 무명봉까지는 1시간 15분이 소요되는데, 산길은 원시림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너덜길이 많다. 아직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등로이다. 그래서 그 길을 걷노라면 어머니 품에 안기 듯 신선하고 산뜻한 느낌을 준다. 이제 무명봉 넓은 공간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산세를 둘러본다. 그리고 누군가 꺼내는 간식거리에 손이 간다. 땀은 여전히 줄줄 흐른다. 생수를 세 통 준비했는데, 벌써 두 통이 바닥났다. 산 속이라 열기가 많지 않지만 그래도 간간히 구름 사이로 비취는 햇빛에 얼굴은 화끈거리고 몸은 달아올라 한증막에 온 느낌 그 자체이다.

 

무명봉에서 낙영산(684m) 능선으로 접근하려면 안부를 250여 미터 정도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그 안부까지의 하산길은 바위와 너덜로 되어 있어 빨리 내려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그리고 안부를 많이 내려온 만큼 낙영산 능선의 헬기장까지는 상당히 치고 올라가야 한다. 게다가 대부분 암릉지대다. 오늘 후미에는 후미대장인 붉은노을님을 비롯한 나, 돌뫼님, 숙이님, 와석님 등의 다섯 명이 분투하고 있다. 돌뫼님과 숙이님은 지난 번 보다는 체력이 훨씬 나아졌는지 많은 땀을 흘리지만 그래도 기본 체력을 유지하면서 걷고 있다. 물론 천천히 쉬엄쉬엄 걷는 것도 있겠지만 기본 체력이 뒷받침 안 되면 따라가기가 만만찮은 것이다.

 

시간 관계상 오늘은 낙영산은 갈 수가 없다. 낙영산은 능선 갈림길에서 300미터인데 오가는 거리와 또 휴식을 감안한다면 20~30분 정도는 소요되어야 할지 모르기에. 그래서 낙영산 갈림길에서 바로 도명산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그 갈림길에서 10분쯤 내려오니 너럭바위와 노송이 우리를 쉬어가란다. 멋지게 세월을 노래한 노송이 발걸음을 붙든다. 운해님과 와니님, 흔적님, 와석님이 사진을 한 컷씩 해 본다. 그 노송이 살아 온 얘기를 듣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 그 노송을 뒤로 하고 10여 분 쯤 내려가고 있는데, 마사토에 신발이 미끄러져 주저앉았다. 오른쪽의 스틱은 두 동강이 났다. 그리고 왼쪽 스틱은 조금 휘어져 있다. 우측 스틱이 부러지면서 주저앉다가 오른팔 팔꿈치가 땅에 닿아 미끄러졌다. 그래서 팔꿈치까 까져 피가 조금 났다. 그 스틱은 노홍철님이 나에게 선물한다고 가져온 것인데. 첫 개시에 나딩굴었다. 뒤따라오던 와석님이 일회용 밴드를 하나 준다. 흙을 털고 밴드를 발라둔다. 땀에 젖혀 아려온다. 거기서 10분을 더 내려와 안부 가까이 오니 누군가 계곡에서 밥을 해 먹는지 음식 냄새가 코를 발름거리게 한다.

 

먼저 내려 온 돌뫼님이 안부의 길가에 서 있다. 방향이 애매하단다. 붉은노을님이 운해님에게 무전을 해본다. 조금 내려가서 우측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조금 가니 큰 항공모함 크기의 바위가 나타나고, 거기서 4~5분 치고 올라 능선에 오르니 먼저 온 일행들이 쉬고 있다. 일행이 건네주는 간식에 숨을 돌린다. 이제 도명산까지는 500미터를 가야 한다. 산허리를 조금 돌아 내려가서는 다시 올라간다.

 

그런데 150여 미터의 계단은 이번 산행의 마지막 시험대다. 소진되어가는 체력으로 도명산을 오를 것인가 아님 포기를 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러나 돌뫼님, 숙이님, 와석님은 포기를 하지 않고 서로에게 용기를 주어서 올라온다. 자신과의 싸움이요, 한계 극복의 시험을 이겨내는 훈련이다. 인생살이 녹록치 않은 것.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르며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른다. 정상으로 오를수록 계단은 코앞에 바짝 다가온다. 게다가 가파른 철계단 마저 나타난다. 이제 다 올라왔나 싶은데, 정상 암릉을 왼쪽으로 한바퀴 빙그르 돌아야 한다. 흥건히 상체는 젖어있고, 다리는 후들거린다. 잠시 후 눈앞에 전개되는 몇 백년 된 노송과 정상석, 그리고 정상 부근의 기암괴석이 등산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하고 황홀감에 빠지게 한다. 땀방울이 비가 오듯 전신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러나 마음은 무언가 해냈다는 자긍심에 기분은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다.  

 

기다리던 운해대장님과 한사랑님이 반겨준다.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도명산 정상석 옆에 기대어 본다. 건강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다. 억만금을 가졌다고 걸어올라 올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바로 뒤따라 돌뫼님, 숙이님, 와석님이 올라온다. 지친 표정이지만 그래도 해냈다는 득의양양한 모습이다. 이제 숙이님과 돌뫼님도 기본 체력은 유지되는 듯 하다. 몇 번의 최근 산행에서 힘겨워 보였는데 일취월장해 가는 것 같다. 구력이 붙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정상에서 머무를 시간이 많지 않다. 일행은 노송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어본다.

 

▶도명산-마애삼존불-학소대-첨성대-운영담-주차장

운해대장님에게 뒤풀이할 식당에서 언제 도착하는지 확인 전화가 온다. 시간이 늦어져 아직 도명산인데.... 하산을 재촉하여 도명산에서 7~8분을 산허리를 돌아 암벽 모둥이의 철계단을 돌아가니 마애삼존불이 나타난다. 먼저 거석들의 위용에 압도되어 기가 죽는다. 그 거석들 사이로 길이 나 있고, 거대한 바위 전면에 새겨진 마애삼존불을 올려다본다. 옛 선조들은 이 삼존불 앞에 와서 얼마나 소원을 빌고 빌었겠는가. 그 삼존불 앞에서 운해님은 일행을 위해 땅에 엎드려서 비스듬히 사진을 찍는다고 고통을 감내한다.

 

이제 하산이다. 길은 가파르고 물기도 있어 조금 신경도 쓰인다. 게다가 너덜길이 많다. 후미조의 발걸음은 그래도 하산길이라 가볍다. 앞서 가던 똘이님의 발걸음이 다소 무겁다. 무릎 상태가 조금 안 좋단다. 자그만치 6시간 이상 걸어왔으니 다리에 탈이 날만도 하다. 어느덧 시냇물 소리가 들리는 냇가를 따라 걸어내려간다. 학소대 다리 위에서 동남쪽으로 푸른 학이 살았다는 학소대를 비스듬히 보니 암벽이 예사롭지가 않다. 냇가의 물과 어우러져 비경이다. 저런 곳에서 옛 선비들은 막걸리도 한 사발 하면서 시조도 읊조렸을 것으로 생각이 드니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학소대 다리를 건너니 포장도로가 나타나고 조금 가니 좌측 건너편으로 한 눈에 봐도 첨성대임을 알 것 같다. 누군가 쌓아올린 듯한 바위가 세월을 지키고 있다. 냇물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니 맑은 모래가 보인다는 금사담이 나타났다. 건너편에 암자 같은 집이 보인다. 화양구곡 가운데 경치가 가장 빼어난 곳이란다. 더 아래로 내려가니 구름의 그림자가 맑게 비친다는 운영담이 나타나는데 냇물과 함께 풍광이 좋아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는다. 게다가 하얀 폭포를 이루는 보와 함께 다리 중간에 서서 보니 정말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우암 송시열 선생이 이곳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세상을 관조했음을 깨닫게 된다. 우암서원을 뒤로 한 채 주차장으로 달려와 냇물에 몸을 담근다. 오랜 시간동안 누적된 피로를 강물에 다 떠내려 보낸다. 학처럼 고고한 선비가 화양구곡에서 가령산과 도명산의 정기를 받으며 학문을 연마하고 나라를 걱정하던 모습을 생각해본다.

 

너무나 멋진 곳이라 여운이 많이 남는 화양구곡이다. 8시가 넘은 시각에 식당에 도착하여 명태탕과 생탁으로 뒤풀이를 한다. 전 회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남자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세상과의 담벼락을 높게 쌓아 올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자가 나이를 든다는 것은 수다 떨 인맥이 많아지는 것일지도. 남자는 세상과 단절을 하려하고, 여자는 반대로 12폭의 치마를 펼쳐나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 함께 한 자리가 더 의미가 있다. 자연 속에서 그리고 산우들 사이에서 함께 같은 방향으로 걷고 공감하면서 세상의 찌꺼기를 많이 뱉아 낸 날이 되었으리라.

 

혼자 먹는 술은 독주가 될 수 있지만, 함께 마시며 즐기는 술은 보약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혼자서 고독을 씹는 것은 몸에 독이 될 수 있지만, 이렇게 함께 웃고 떠들었던 시간은 새로운 에너지로 충전될 수 있을 것이다. 늘 함께 해서 정감이 넘친다. 인생 이웃사촌과 함께 오붓하게 달려간 산행. 오랫동안 추억의 한 부분에 둥지를 틀고 남아 있을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 가고 있는가?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