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까마귀와 독수리

부산갈매기88 2009. 8. 19. 10:35

거대한 독수리 한 마리가 높은 바위에서 날쌔게 내려오더니 들판에서 풀을 뜯던 새끼염소 한 마리를 채서 하늘 높이 사라졌다. 때마침 까마귀 한 마리가 미루나무 위에 앉아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까마귀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입을 열었다.

 

“야, 정말 멋진 솜씨야.”

 

까마귀는 독수리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심지어는 독수리가 되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럴 수 없더라도 독수리처럼 하고 싶었다. 그래서 까마귀는 독수리처럼 흉내라도 내보기로 했다.

 

“그래, 나에게도 이렇게 멋진 날개가 있는데 못할 것도 없지.”

 

까마귀는 당장이라도 날아올라 독수리처럼 멋지게 염소를 낚아챌 수 있다는 상상에 빠져버렸다. 생각에 여기에까지 이르자 까마귀는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까마귀는 하늘로 날아올라 들판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 마침 양떼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양떼에서 조금 떨어져서 쫓아오는 새끼 양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까마귀는 힘차게 날아올라 새끼 양을 향해 날쌔게 돌진했다. 그리고는 두 발톱을 새끼 양의 등에 힘차게 박았다.

그러나 새끼 양은 생각보다 너무 무거웠다. 까마귀의 힘으로는 도저히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포기를 하고 싶었지만 이미 발톱이 양털에 감겨 빠지지 않았다. 낭패였다.

 

까마귀가 새끼 양의 등에서 허둥대며 퍼덕이고 있는 것을 발견한 양치기가 한 달음에 달려왔다.

“네 이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양치기는 까마귀의 날개를 움켜쥐었다. 까마귀는 꼼짝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누구나 꿈을 꿈 수는 있다. 그러나 꿈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이 하니까 나도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몰락을 가져올 뿐이다. 자기 분수를 모르는 지나친 욕심을 부리면 결말은 까마귀의 신세와 같다. 꿈과 욕심은 다른 것이다. 노력 없이 꿈만 꾼다면 그것은 무모한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까마귀는 독수리가 그렇게 하기까지의 노력은 보지 못한 것이다.

 

 

김종웅 <행복은 물 한 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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