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살아 줘서 고마워

부산갈매기88 2009. 8. 21. 10:28

“사랑에는 한 가지 법칙밖에 없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스탕달>

 

 

80년을 함께 산 노부부가 있었다. 이 부부는 이웃의 중매로 꽃다운 열여덟 살에 결혼했다. 그 후 80년 동안 남편이 일자리 때문에 1년을 떨어져 지낸 일 말고는 항상 함께 지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지냈으면 싸우기도 하고 의견이 어긋나기도 할 텐데 이 노부부는 한 번도 언성을 높여 싸운 적이 없었다. 주위에서도 이 부부의 금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오누이 같으셔. 보기 좋아요.”

“세상에 저런 부부가 다시 없을 거야.”

 

그러나 그렇게 아름답게 살아온 부부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었다. 어느덧 그들도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은 노인이 되었다.

 

게다가 부인의 건강은 더 나빠져서 이제는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부인은 매일 누워 있어야만 했다. 그런데도 남편은 한결 같이 부인을 대했다. 주위 사람들은 감복시킬 정도로 남편은 부인을 극진히 보살폈다. 매일 따뜻한 밥을 해서 보인 앞에 놓아주었고 한 시도 부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이 그런 남편을 보고 물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매일 한결 같을 수가 있습니까? 이제는 짜증이 나거나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어질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런 물음에 한참 있다 입을 열었다.

 

“별 다른 이유는 없어. 그저 이 사람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생각하면 돼. 오랜 세월을 나와 함께 살아줘 고맙다는 생각을 항상 잊지 않을 뿐이야.”

 

*우리는 많은 것들 때문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웃거나 우는 그만의 이유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은 이유가 없다. 그저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이유나 조건 따위는 사랑에 아무 소용이 없다.

 

 

김종웅 <행복은 물 한 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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