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거창 우두산(1,046m) 의상봉(1,038m), 장군봉(956m) 산행기◈(2014. 3. 22)

부산갈매기88 2014. 3. 31. 17:04

◈산행지: 거창 우두산(1,046m) 의상봉, 장군봉◈

◆산행일시: 2014. 3. 22. 토. 맑음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36명(운해, 와니, 윤슬, 금호지, 동무, 돌뫼, 혜영, 키종, 은수, 방랑자, 즐거운산행, 흔적, 슬로우, 해월정, 갈바람, 보라, 블랙이글, 피네, 형제, 부용, 버들곰, 영원한부산, 똘이, 해곤, 부산갈매기 외)

 

◑산행코스(시간)<후미 기준>:

10:22 주차장 도착

10:28 산행시작

11:15 마장재

12:15 공터(점심식사 30분)

13:00 우두산(1,046m)

13:30 의상봉(1,038m)

14:36 지남산(1,018m)

15:20 장군봉(956m)

15:50 삼각점(888m)

16:18 바리봉(800m)

16:57 안부 갈림길(주차장 700m 이정표)

17:19 주차장 도착

 

▶산행시간(후미기준) 및 거리: 쉬엄쉬엄 6시간 50분(식사시간 30분, 기타 휴식 50분), 9.5km

 

◎산행tip: 매번 가는 산이 똑같은 산이 아니듯, 산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여인 옷자락처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것 같다. 봄기운이 제법 완연한 우두산, 그 소머리산은 말 그대로 황소처럼 힘이 넘치는 산이다. 거리상으로 볼 때는 9.5km밖에 안 되나 산세는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어 시시각각 산꾼의 마음을 긴장시키는 그런 산이다. 전체적으로 암릉 코스가 아기자기하게 숨겨져 있어 사진을 찍는다고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암릉의 등로가 협소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산행이었다.

 

주차장에서 마장재까지의 40여 분의 등로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대체로 완만한 산행으로 다른 산에 비해서 아주 수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장재에 올라서면 산들거리는 봄바람이 등허리를 식혀주고, 가야 할 우두선의 등줄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 등줄기의 허연 뼈대가 눈인지 돌인지 조금 헷갈리게 한다. 그것은 암릉이었다.

 

우두산으로 오르는 군데군데 멋진 암릉이 나타나 일행들이 사진을 찍느라 부산하다. 모두 그 암릉을 배경으로 포토 존에 어꺠를 맞대고 서서 추억의 돌무더기를 쌓기에 여념이 없다. 웃음소리가 암벽에 부딪혀 되돌아 나올 때 일행들은 행복의 미소가 세차게 허공을 가로지른다. 게다가 이런 자세 저런 자세를 잡아보라고 옆에서 거들어대는 소리에 한바탕 웃음을 또 보탠다. 산은 그렇게 우리를 넉넉히 안아 주고, 우리는 그 속에 안겨서 잠시 세상의 짐을 내려놓는다. 그 대자연의 스승 앞에 겸손한 자세로 엎드려 보면 살아온 것도 별 거 아니고 또 살아가야 할 여생도 내려다보는 산 아래의 풍경처럼 아늑하게 느껴진다. 움켜쥐며 다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한 모든 욕심이 움트는 자연 앞에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두산 바로 아래의 빈터에서 가져간 먹거리를 다 풀어헤쳐 본다. 동서방향으로 길게 일행은 앉아서 웃음꽃이 만발한 가운데 식사를 한다. 토종 요굴트가 한 잔 돌아가고, 소주 한 잔이 옆 자리를 돌아가노라면 오래 숙성된 술이 발효된 듯 일행의 정감어린 이바구가 오간다. 농 짙은 대화가 세파에 굳어진 마음을 녹이고, 봄 향기 가득 실은 봄바람이 온 몸을 녹이고 지나간다. 산이 좋아 산에 사는 산새가 아니고, 산이 좋아 산을 찾은 산꾼이기에 그 대화에 마음이 동화되어간다. 아니 그 마음이 초 눈물처럼 흘러내린다. 정감어린 대화가 이어져 갈 때 누군가 배낭을 메고 일어서며 뚝뚝 터는 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낀다. 점심 식사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인가.

 

공터에서 바로 위 우두산 정상까지 300미터다. 우두산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는다고 요란스러워도 그 표정을 다 잡아주는 카메라맨이 있었으니 어찌 함께 하지 않을 소냐! 혼자라도 좋고 둘이라도 좋고 넷이라도 좋다. 아니 수십 명이 한 무더기라도 좋다. 그냥 함께 추억 쌓기의 일원이 될 수가 있다면 말이다.

 

우두산에서 의상봉까지는 600미터밖에 안 되는 거리이나 암릉이 빠른 걸음을 허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의상봉은 수백 개의 나무 계단을 올라간 후 다시 되돌아 내려오지 않으면 안 되는 지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의상봉을 오르고 내려오는 산꾼들이 간신히 교행을 할 수가 있다. 의상봉에 오르면 지나온 능선과 가야 할 능선이 한 눈에 들어와서 좋다. 여러 비경 앞에 카메라맨들은 연신 샤터를 눌러댄다.

어렵사리 우두산을 내려와 우두산 산허리를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가노라면 허어연 잔설이 겨울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있고, 두 군데 나무가 가로 막혀 있어 허리를 구부려 지나가야 한다. 자연에 대한 겸손을 배우는 순간이다. 위험하면 돌아가야 하고, 때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과감히 도전해야하는 그런 것이다. 혼자서는 의욕이 꺾일 수 있지만 모두 함께 하기에 의욕이 넘친다. 성취하고픈 도전심이 솟구친다. 옆에서 격려하는 소리에 더욱 힘이 난다. 세상을 향한 의지를 비축해본다.

 

의상봉에서 지남산까지는 오밀조밀한 바위 능선을 타고 지나가게 된다. 중간쯤에 촛대바위가 일행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 촛대바위는 등로와 조금 떨어져 있어 접근을 할 수가 없다. 일행은 의상봉이 올려다 보이는 전망 바위에 서서 의상봉을 배경으로 한 컷을 한다고 순번 대기를 한다. 그 포토 존에 서려면 다리가 오금이 저려 제대로 서지 못하는 일행도 있다. 옆에서 누군가 손을 잡아주고, 또 용기를 주니 전망 바위에 서서 환한 미소를 날려본다. 하늘을 나는 듯한 황홀한 성취욕과 만족감, 그리고 행복감이 있기에 함께 하려고 먼 길을 달려온 것이 아닌가.

 

그 전망 바위에서 조금 더 진행하여 바위 틈새를 타고 올라가면 지남산(1,018m)이라고 쓰여진 리본을 만나게 된다. 그냥 지나칠 뻔 했는데, 누군가 시그널을 만들어 달아 놓았다. 거기서 사람들은 장군봉을 내려다보기고 하고, 사방팔방으로 조망을 해 본다. 또 누군가 꺼내주는 과일과 생수에 목마름을 해결한다. 기암괴석에 정신을 빼앗긴 일행은 선두와 후미가 어우러져 한 무리가 된다. 구태여 빨리 달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지금의 시간을 즐기고 싶을 뿐이다.

 

등로에서 120미터 벗어난 장군봉에 올라 인증샷을 남긴다. 잠시 일행은 숨고르기를 한다. 가조면 벌판을 내려다본다. 어릴 적 향수가 묻어있는 일행 중 누군가 추억을 더듬어본다. 산야는 그렇게 있건만, 인간의 마음이 점차 고향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스님 바리처럼 생긴 바리봉으로 하산하는 시작부터 일행은 서서히 시야에서 잡히는 듯 말 듯 하더니 돌뫼님의 페이스에 맞추어 걷다보니 어느 새 눈앞에서 사라지고 만다. 위암 수술을 받아 4개월여를 지나 많이 회복이 되었지만, 음식 섭취를 충분히 배부르게 먹지 못하니 체력이 많이 부치다 보다. 이왕 늦어지는 것 돌뫼님과 혜영님에게 천천히 가자고 채근해 본다. 가파른 경사길에 돌뫼님의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서 많이 힘들어 한다. 바리봉 암릉을 타고 오르는 길은 돌뫼님이 더 힘이 드는 모양이다. 우리를 기다리는 운해님 덕분에 바리봉에서 사진을 한 컷 했다.

 

바리봉에서 급경사를 내려가려고 하니, 돌뫼님을 생각해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의지가 있으면 헤쳐 나가는 법. 그 가파른 하산길도 하나의 추억을 위한 디딤돌이 되었다. 운해님에게서 간간히 무전기로 연락이 온다. 어디쯤 오고 있는지. 20여 미터쯤 뒤에 오는 돌뫼님 부부를 올려다본다. 투정을 하는 돌뫼님에게 사랑으로 감싸주는 혜영님의 모습과 말투를 멀리서 지켜본다. 인생사는 것, 그렇게 살아왔고, 또 앞으로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동반자가 아닌가.

 

주차장 400미터를 남긴 개울 옆에서 운해님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의 전 과정을 지휘하고 훑어보아야 하기에 혼자 마음을 추스르야 한다. 그 절제된 마음으로 이렇게 후미에서 거북이 걸음으로 가는 일행도 신경을 써야 하기에 기다리고 있었다. 왜 백산인들이 백산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고생한 것 생각하면 오고 싶지 않지만, 훗날 생각하면 그 정과 추억 때문에 또 그 마음을 알기에 오고 싶은 것이다. 주차장에는 앞서 도착한 일행들이 쉬고 있다. 꼴찌에게 넉넉히 박수를 쳐 분다. 그게 백산이다. 고마운 마음에 숙연해진다.

 

모든 것은 거창의 가조읍에 있는 엄마손 추어탕집의 추어탕과 어탕국수로 충분히 보상이 되었다. 그리고 막걸리 한 잔과 소주 한 잔에 일행은 한 마음이 되었다. 봄 바람에 향긋한 봄내음이 녹아 있었다. 보고 싶은 얼굴들이다. 뒤풀이 시간의 짧음에 아쉬워하며 발걸음을 부산으로 재촉한다. 무엇을 찾아 산행에 나서는 걸까? 그 봄바람에 실려온 향기가 자꾸만 우리를 산으로 부르는 것 같다. 친구야, 이번 주말에도 시간이 내어 보려므나. 그대가 보고 싶은께.....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