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마산 무학산 산행기◑(2014. 4. 19. 토)

부산갈매기88 2014. 4. 25. 14:59

◑산행지: 마산 무학산(761m)

▶산행 일시: 2014. 4. 19(토). 흐림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27명(운해, 와니, 윤슬, 돌뫼, 혜영, 키종, 성호, 은수, 슬로우, 해월정, 해곤, 붉은노을, 속삭임, 폭우, 향기, 태영, 산들바람, 이도령, 팅커벨, 베카비, 진수, 부산갈매기 외)

 

◑산행코스(시간):

09:10 마산 중리 도착

09:25 산행시작

11:35 무학산(761m) 정상

11:45 점심식사(25분)

12:22 개나리동산 돌탑

13:25 전망대

13:55 관해정 옆 주차장 도착

 

▶산행시간 및 거리: 쉬엄쉬엄 4시간 25 (식사시간 25, 기타 휴식 25), 8km

 

◎산행tip: 부산에서 1시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마산. 지금은 마산시가 아니라 창원시로 개명된 도시. 가까이 있으면서도 큰 맘 먹지 않고서는 접근하기가 쉽지가 않다. 100대 명산 중 81번째인 무학산(761.4m)은 신라말 최치원 선생이 이곳을 지나가다가 학이 나는 산세를 지녔다고 하여 무학산이라고 명명했단다.

 

무학산의 높이는 761.4m밖에 안 되나 사실 허투루 볼 산은 아니다. 중리에서 시작하는 기점의 해발이 66m이니까 정상과의 고도 차이는 거의 700미터나 된다. 중리에서 무학산 정상까지는 매끄러운 빨래판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는 숨고르기를 몇 차례 해야 한다.

 

중리에 예정보다 20여 분 일찍 도착한 일행들은 주택지 빈터에서 운해 대장님의 신호에 맞춰 몸 풀기를 5~6분 정도 해 본다. 그리고 길 건너편에 있는 산행 들머리로 가서 단체 인증샷을 한다. 산행 들머리부터 가파른 나무계단이 오금을 저리게 한다. 10여 분 헐떡거리며 올라가 능선 길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계속 비탈길이 이어진다. 다행히 능선 길은 샤방샤방한 길이라 콧소리가 난다. 능선 길 군데군데 쉴만한 의자도 있고, 평상도 놓여 있어서 좋다. 그러나 오르내림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 만큼 ‘어이쿠, 아직이야!’ 하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일행이 선두와 후미가 나누어지긴 했으나 많은 거리나 시간을 두고 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선두에 가는 일행이 산등성이에서 쉬고 있는 곳에 후미가 도착을 하게 되면 선두조는 자리를 비워주고 올라간다. 조금은 야속하긴 하지만, 자리를 비워주는 마음에 위안을 삼아 본다. 정상으로 다가가니 암릉이 나타나고, 반쯤 져가는 50대쯤의 진달래가 반기고 서 있다. 그래도 완전히 져버리지 않고 자신들의 자태를 보여주니 다소 위안이 된다.

 

무학산 정상은 사방팔방으로 트여 있고, 남쪽으로 돌섬과 마창대교가 흐릿한 날씨 속에 시야에 들어온다. 부산의 엄광산에서 바라보는 부산항 대교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만 무학산에서 바라보는 마산항의 모습은 항구가 가지는 분주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쳐다보기만 해도 갯내음이 느껴지는 것 같다. 오랜 세월에 걸쳐서 마산 사람들의 애환을 담고 있는 항구, 그 애환을 지긋이 품어주는 무학산. 부산 시민들이 금정산을 찾아 오르듯이 마산 시민들도 무학산 정기를 받고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렸겠는가. 무학산 정상 부근의 닳고 닳은 바위와 넓은 빈터가 세월의 고뇌를 얘기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점심 식사는 정상에서 다시 100여 미터 되돌아 내려온 중턱 빈터에 서너 그룹으로 나누어 앉았다. 처음 온 일행 중 한 사람은 한쪽 모퉁이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다. 함께 앉아서 먹자고 일행이 권하지만, 그게 자신에게는 편한 모양이다. 어느 집단에서나 강아지 형과 고양이 형의 두 타입이 존재한다. 강아지 형의 타입은 누구든지 반기는 형으로 친절하게 대해 주는 타입이다. 그러나 고양이 형은 누군가 접근하면 슬며시 피하거나 아님 기존 세력이 새 얼굴에 대해서 보는 둥 마는 둥 ‘나 몰라라’ 하는 형태이다. 직장에서나 어느 단체이든 이 두 가지 타입은 존재를 하기 마련이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95% 정도가 자신의 기호, 취향, 성격 등과 맞는 사람과 어울리고, 나머지 5%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그 5% 때문에 만족을 느끼고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산다고 한다. 그래서 95%를 가지고 있음에 만족하지 못하고 5%가 95%를 다 차지한 듯이 살아가고 있는 불만족의 삶을 산다는 것이다.

 

슬로우님이 토종 요굴트(?) 한 잔을 돌린다. 그리고 오늘 처음 온 폭우님은 소주를 한 잔씩 일행에 돌려본다. 인생에 있어서 먹는 재미도 참 중요하다. 그래서 예수님도 12제자와 함께 마지막 만찬을 했던 것이다. 식도락 속에 인생의 맛이 살아 움직여 일행을 하나로 만들어 준다. 그런데 식사가 끝나갈 무렵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니 일행들의 마음이 급해진다. 후다닥 배낭을 챙긴다고 법석을 떤다.

 

일행은 다시 무학산 정상을 오른 후 사방을 둘러보고 개나리 동산의 돌탑으로 가서 사진 몇 컷을 해 본다. 마을 뒷산 같은 무학산. 마산 시민들에게는 어머니 품속 같은 산일 것이다. 하산 길은 도중에 갈림길이 있어서 무전기로 확인을 하고 또 해 본다. 1시간 채 못 미쳐 하산하는 길에 마산항이 잘 보이는 전망대에서 일행들은 추억의 시간을 잠재운다. 무학산은 암릉도 없고, 특출나게 빼어난 전망바위도 몇 군데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산길을 따라 소나무 향기를 맡으며 걷기에 사진을 찍는다고 지정거릴 시간은 많지 않았다. 금정산 등산로는 30여 개에 이르지만, 무학산은 12개라고 한다. 높이나 산세 등이 금정산에 못 미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이다.

 

서원곡의 백운암으로 해서 하산을 재촉한다. 계속해서 하산 길에 여러 갈래의 갈림길이 나타난다. 결국 밑에서 만나지만 초행길인 우리에게는 다소 갈팡질팡하게 만든다. 백운암 위의 신발털이대에서 신발을 털고 이제는 산행이 끝났는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백운암 아래에는 계곡을 따라 나무 데크를 설치해 놓아서 10분 정도 그 위를 걸어오며 계곡의 정취를 감상한다. 나무 데크가 끝나는 지점에 할머니가 파는 더덕과 산나물을 일행은 사준다. 봄의 꽃편지를 받는 느낌으로. 어쩌면 인정을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4시간 25분의 산행은 관해정 옆의 주차장에 도착함으로 끝이 났다.

 

이후 40 여분을 달려 남지 유채꽃밭으로 달려간다. 유채꽃 축제장 입구는 차가 밀려서 답답한 느낌이다. 도중에 버스에서 내려 곧바로 국도를 가로질러 잔디밭으로 넘어가 본다. 그런데 운해님이 갑자기 닭싸움을 시킨다고 청백으로 갈라놓고 싸움을 두 판이나 시켰다. 정말 오랜만에 해 보는 닭싸움에 일행은 한바탕 웃음꽃을 날린다. 넘어지고 일어서니 허리가 뻑적지근하다. 안 쓰던 근육에 몸이 놀란 모양이다. 상대에게서 받쳐서 요란스럽게 잔디에 구른 탓에 허리가 제법 아프다.

 

유채꽃은 여기 저기 우리를 유혹하고, 군데군데 진을 치고 있는 포장마차에서 풍기는 음식물 냄새에 코는 더욱 벌름거린다. 광활하게 펼쳐진 유채꽃 속에 들어가 추억 쌓기에 여념이 없다. 튤립꽃밭도 가 본다. 또 청보리밭에 서 보기도 한다. 도회지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모두가 그 옛날 추억거리다. 이도령님, 팅커벨님과 함께 나비 및 조류가 있는 하우스도 들어간다. 그런데 그 두 곳을 보고나니 아뿔사 4시가 넘었다. 일행이 기다릴 것을 생각하여 허둥지둥 달려오니 모두 차에 타서 기다리고 있다.

 

이번 산행은 트레킹 정도로 부담이 없고, 유채꽃까지 보았으니 일석 2조 이상의 재미를 톡톡히 본 것이다. 함께 해서 더 좋았다. 모든 과정의 연출을 위해 수고해 준 운해 대장님과 운영진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오랜만에 온 태영님과 이도령님과의 반가운 조우도 있었고, 새로운 폭우님, 속삭임님, 베키비님, 향기님과의 뒤풀이의 짧은 시간도 아쉬움을 남긴다. 앞으로 자주 세상 사는 이바구를 할 시간이 있기를 기대한다.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