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제 263차 정기산행: 괴산 칠보산 산행기 ◈(2015. 7. 11)

부산갈매기88 2015. 7. 16. 13:14

◎산행지: 괴산 칠보산(778m)

★산행일시: 2015. 7. 11. 토. 흐림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47명(스마트, 키종, 흔적, 윤슬, 숙이, 청파, 혜영, 솔뫼, 붉은 노을, 금호지, 동무, 갈바람, 해월정, 탱탱구리, 한사랑, 현진, 은수, 슬로우, 슬로우 퀵, 효리, 태영, 야초, 송향, 비주, 청림, 차돌이, 영원한 부산, 송계연, 송명혜, 솔사랑, 새콤달콤, 동방, 돌담, 강산, 명산, 한영석, 바람그리기, 문선자, 군자대로행, 운해, 와니, 구정본,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A조: 쌍곡리 송림펜션 앞/떡바위~문수암골~청석고개~칠보산~활목고개~살구나무골~쌍곡폭포~탐방지원센터~쌍곡휴게소

B조: 쌍곡리 송림펜션 앞/떡바위~문수암골 갈림길~구봉능선<가오리바위(집바위)>~칠보산 정상~거북바위~활목고개~살구나무골~쌍곡폭포~탐방지원센터~쌍곡휴게소

 

◔시간대별 산행코스(B조 기준):

   10:41 쌍곡리 송림펜션 앞 하차

   10:50 산행시작

   11:00 문수암 갈림길/개울 건넘

   11:12 능선 안부

   11:30 전망바위

   12:28 가오리바위

   12:46 전망바위/부러진 소나무

   12:50 안부(식사 25분)

   14:10 칠보산 정상(778m)

   14:27 거북바위

   14:51 활목고개

   16:15 쌍곡폭포

   16:17 탐방지원센터

   16:22 쌍곡휴게소

 

★산행 시간(B조 후미기준): 5시간 32분(중식 25분, 기타 휴식 53분)

                               <순수 산행시간: 4시간 14분>

◍산행거리: 7.40km

◎교통편: 신부산고속투어 백산전용버스

 

▶산행 tip: 여름 산행하면 날머리에 계곡이 필수적이다. 칠보산은 암릉과 계곡 산행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힐링 산행지다.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에 위치한 칠보산(七寶山ㆍ778m)은 불교에서 말하는 7가지 보배인 금ㆍ은ㆍ유리ㆍ파리ㆍ마노ㆍ거거ㆍ산호 등을 지닌 곳이라 이름 붙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봉우리가 7개라 칠봉산으로 불렸다는 이 산은 크고 작은 여러 봉우리 사이로 바위암릉과 어우러진 노송의 빼어남이 유명하다. A조는 문수암골짜기를 따라 청석고개에 올라선 후 능선을 따라 칠보산 정상을 정복하게 된다. 그런 다음 정상 부근에서 기암괴석을 둘러보고 또 먼 산의 마루금을 조망할 수 있는 여유로운 산행이다. 반면에 B조는 구봉능선 산행으로 송림펜션 앞의 나무다리를 건너 10분 후 오른쪽의 개울을 건너 칠보산 정상까지 9개의 봉우리를 치고 올라가야 하는 험난한 코스의 여정이다. 들머리에서 칠보산 정상까지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상향 톱니바뀌식 암릉 산행으로 3시간 20분이나 걸리는 느린 산행이 계속된다. 암릉의 아름다운 도전을 통해서 암릉미와 큰 군자산, 작은 군자산, 장성봉, 악휘봉을 조망할 수 있다.

 

하산길에 살구나무골 계곡의 맑고 시원한 개울물에 풍덩 몸을 담그는 알탕으로 여름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칠보산 산행에 대한 추억은 시원한 계곡물에 담그고 왔다는 얘기만 남게 된다. 전체 산행시간이 쉬엄쉬엄 5시간 반, 7.40km 정도이니 걸을만 하다. 다만, 습도가 높고 기온이 다소 높다 보니 충분한 식수를 준비하는 것이 과제이다.

 

◑계곡의 물소리가 마음을 녹이다.

버스는 쌍곡리의 골짜기를 따라 구불구불 돌아서 떡바위 부근의 송림펜션 앞에서 서게 된다. 길옆에 정차하게 되어 산행채비를 할 공간이 충분치가 않다. 게다가 화장실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서 산행 들머리의 과제다. 단체 인증샷을 하자는 신호탄에 맞추어 모두 키 높이를 맞추고 마음을 모두어 본다. 이 잠시의 얼굴 눈도장이 5시간 반 동안의 이별이 된다. 인생은 늘 선택을 강요당한다. 사람들은 어느 줄에 서야 편안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들머리의 나무계단을 내려서며 개울을 둘러보고 또 개울에 걸쳐진 나무다리를 건너면서 선택의 갈등에 사로잡혀 본다. 나무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개울물이 너무나 맑고 수량도 풍부해서 그냥 이곳에 주저앉고 싶은 충동마저 든다. 승마장에서의 기수를 향해서 깃발이 올라가고 출발신호가 울리면 마구 달려 나가듯 일행의 발걸음이 힘차게 구르기 시작한다. 개울을 지나 조금 비탈길을 오르려니 병목현상이 일어나 잠시 주춤한다. 옆의 작은 개울의 물소리가 최근의 비로 제법 세찬 물소리를 내면서 흘러내린다. 습도와 기온이 높은 탓으로 조금 걸으니 몸에 열기가 올라 땀방울이 흐르기 시작한다. 들머리에서 10분 오게 되니, 이제 곧바로 직진을 해서 칠보산 정상을 향해가는 A조와 이별을 해야 할 시간이다. B조의 구봉능선으로 갈 사람은 잠시 뒤로 빠지면서 대기를 하게 된다. 눈치 볼 것도 없이 B조의 암릉을 탈 산우들은 오른쪽의 개울을 건넌다.

 

B조 구봉능선으로 갈 산우는 대충 14명 정도다. 여기 등산로는 이정목이 없다. 아마 동절기와 봄까지 이 등산로는 통제를 하는 것 같다. 여름철에는 잠시 통제를 해제하는 것이다. 산꾼들이 많이 가지 않는 길이기에 마음은 상쾌하다. 우리만 오붓하게 걸을 수 있기에. 개울을 건너 2~3분 가게 되면 곧바로 된비알이 시작한다. 그리고 봉우리 아닌 봉우리를 넘어 산자락의 낙엽을 밟으며 완만하게 올라가면 능선의 안부에 도착하게 된다. 개울에서 10여 분 걸어 올라왔는데 앞서 가던 흔적님이 일행을 먼저 가라고 한다. 몸 상태가 약간 안 좋은 듯하다. 일행은 490봉 아래의 안부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한다. 들머리에서 겨우 20분 정도 왔는데, 잠시 후 갈바람과 해월정님 두 사람만 나타난다. 흔적님은 먹은 게 체하여 곧바로 하산을 한다기에 마음을 비우고 왔다고 한다. 마음 한 구석이 아린다. 먼 길까지 달려와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포기해야 하니까. 조금 올라가서 빠지는 샛길도 있을 텐데. 일행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과감히 포기하는 그 마음에 숙연해진다.

 

◔그렇게 마음을 추스르고 암릉을

일행은 마음을 추슬러본다. 이어서 첫 번째 전망바위에 올라서 본다. 바로 발아래로 절말 마을이 보이고 북서쪽으로 큰 군자산과 군자산이 올려다 보인다. 그 산들도 조만간 오르고 싶다. 속리산의 감춰진 보물산들이다. 잠시 전망바위에서 사진을 찍으며 숨고르기를 한다. 지금부터는 암벽을 타고 오르는 시간만 남은 것 같다. 조그마한 암봉을 타고 올라가면 새로운 시야가 전개되면서 또 다른 암릉이 기다리고 있다. 그 암릉은 소나무에 가리어져 있으나 고도를 높여감에 따라 그때마다 암벽이 버티고 있다.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등산로이기에 이정표도 없고, 밧줄도 개인이 설치한 것인지 가느다랗다. 그래서 결국 일행끼리 손을 빌려주고 빌려 받는 수밖에 없다. 금호지님은 앞에서 사진도 찍기에 분주하지만, 암벽에 먼저 올라서서 우리 일행의 손을 잡아서 끌어올린다고 이중의 힘을 쓴다. 흘러내린 땀이 팔과 손을 적시어 잡아끄는 손을 잡으니 땀으로 흥건하다.

 

고생한 만큼 곳곳에 전망바위와 세월에 뒤틀린 노송, 그리고 고사목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그리고 건너 보이는 암릉도 좋지만, 속리산의 다른 산들의 마루금이 편안히 가슴에 들어온다. 자연이 내 가슴에서 숨을 쉰다. 그래서 일행의 발걸음은 느려지고 그것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한 덩어리가 되다보니 더욱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제 봉우리를 대여섯 개 정도 넘어 안부로 내려가려는데, 앞에 동방님이 나타났다. 깜짝 놀라서 물어보니 문수암골로 200여 미터 내려갔다가 올라와서 알바를 했노라고. 그래서 우리와 합류를 하게 된다.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는 점에서 어울리는 것도 좋다. 이 산행코스는 보통 5~6미터 정도의 암벽과 경사진 곳이 많아서 조금 애로점이 있다. 또한 밧줄은 가느다랗기에 손으로 쥐기에는 믿음이 안 가고, 안 잡기도 그렇고. 또 물기가 묻은 암벽이 다소 미끄럽기에 신경이 조금 쓰인다. 626봉을 내려서니 전망이 좋은 너럭바위가 나타나게 된다. 그 건너편의 암릉을 배경으로 한 컷씩 해 본다.

 

마음을 추슬러 완만한 경사길을 올라가게 되면 노송의 가지가 소꼬리처럼 늘어뜨린 곳을 지나가게 된다. 이 B코스의 암릉 산행은 기암괴석보다는 바위 위에서 노송들의 인고의 세월을 버티어 온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결국 자연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이리저리 뒤틀린 모습. 그 노송 자신은 고통을 감내한 결과로 그렇게 되었겠지만 그게 우리에게는 창조주의 예술작품으로 다가온다. 이제 완만하게 비탈을 오르니 큰 바위가 나타난다. 그 위에 두 사람이 앉아서 손짓을 한다. 앞서 간 강산님이 거기서 식사를 하고 있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 먼저 전망바위에 올라앉아 자연을 조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 나이에 여유로움이 넘친다. 과연 저 나이가 되도록 우리 또한 몸 관리를 잘 해야 할 텐데. 그런데 또 앞에 간 돌담님도 안 보이니. 노익장들이 단단히 벼르고 칠보산을 왔는가 보다. 젊은 산우들을 왕따시키고 잰걸음으로 사라져버리다니.

 

▶웬 산에 가오리?

강산님이 앉아있는 바위는 거암이라 바로 오를 수가 없어서 오른쪽으로 한바퀴 돌아서 올라간다. 바위 꼭대기는 가오리 모양이다. 바위 정상아래 홈이 파진 것이 영락없는 가오리 주둥이다. 그 바위에 올라서면 시야가 트여서 서쪽으로 큰 군자산과 군자산이 눈높이 조금 위로 다가온다. 그리고 칠보산은 바로 뒤편에서 내려누르고 있다. 무엇보다 그 바위 꼭대기에 엉덩이를 살짝 갔다 붙이면 큰 군자산과 보배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그 두 산을 배경으로 한 컷씩 한다. 점심 때이지만 배고픈 줄을 모른다. 일행이 쉴 때마다 과일을 꺼내어 놓아 주섬주섬 챙겨먹었기에. 또 일행과 함께 웃고 떠들다 보니 점심을 잊고 있는 것이다.

 

거기서 또 한 봉우리를 올라 조금 아래로 내려가니 전망바위에 노송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또 몸둥아리는 잘려 나가고 밑둥에 가지만 남쪽으로 기지개를 펴고 있는 소나무와 멀리 남쪽으로 올려다 보이는 막장봉(887m)과 장성봉(916m)을 배경으로 인물을 담는다. 그 순간 누군가 하늘에 무지개가 떠 있다고 외친다. 맑은 대낮에 창공에 무지개가 떠 있다. 햇무리 비슷한 것 같은데, 무지개가 동그랗게 우리 머리 위에서 축하 원을 그리고 있다. 그것을 보고 일행은 신이 난다. 괜스레 기분이 좋다. 기분이 좋으면 안 될 일도 되고, 가라앉은 기분이 뭔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분이 든다. 인생은 때론 기분에 죽고 살기에.

 

그 전망바위가 바람도 솔솔 불어주고 좋은데, 앞에 가던 일행이 암벽을 타고 내려가고 있다. 먼저 내려 간 일행이 아무래도 그 암벽을 타고 내려가서 식사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해서 외줄을 타고 내려간다. 암벽의 윗부분은 물기가 촉촉하게 젖어 있고, 이끼가 약간 끼어 있고 조금 미끄러워서 신경이 곤두선다. 암벽을 타고 내려가면 안부다. 일행은 점심을 먹기 위해서 거기 자리를 잡는다. 안부라 골바람이 지나가는 자리라 시원해서 좋다. 함께 할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한 식사자리다. 인생에게 먹는 재미가 없다면 또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그 식도락이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기에.

 

▶칠보산의 칠보는 그저 얻어지는 게 아녀!

25분여의 편안한 식사도 끝이 난다. 이제 643봉으로 올라서 조금 편안한 능선길이다. 그러나 정작 지금부터가 칠보산 정상 탈환을 향한 진짜배기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점심을 잔뜩 먹은 탓도 있지만, 고온과 많은 습도에 발걸음은 점점 무디어져 간다. 오늘 첫 산행을 하는 명산님의 발걸음도 무거워져 보인다. 또 해월정님의 걸음걸이도 다소 느릿한 걸음이다. 칠보산 중턱에 두 번이나 쉬게 된다. 후미에서 기진맥진해서 쉬고 있는데 70여 미터 위의 전망바위에서 파인애플이 있으니 올라오라고 탱탱구리님이 부른다. 후미조들은 기운을 차려 올라간다. 아주 단 파인애플을 먹으니 조금 에너지가 보충이 되는 것 같다. 절벽 전망바위에 올라서서 아스라이 보이는 장성봉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해 본다. 거기서 10분을 올라가면 칠보산 정상이다.

 

7가지의 보물을 지니고 있는 산. 그 보물이 무엇일까? 그 칠보산 정상에 오르니 서쪽은 암릉으로 되어 있고, 정상 부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운집할 수 있는 빈 터가 있다. 서쪽 암릉이 있는 곳에는 말안장같이 생긴 바위도 있고,

 

속리산 국립공원 경관 안내판도 있다. 그곳에 서면 장성봉, 대야산, 옥녀봉, 군자산, 보배산이 파노라마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조망할 수가 있다. 7가지의 보물을 찾아야 할 시간이다.

 

칠보산 정상 표지석은 돌을 각목처럼 잘라서 세운 초라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게 어쩌면 자연친화적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정상에 돌담님이 1시간 전에 도착을 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동이다. 얼굴의 수염이 허연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먼저 내달려 도착해서 1시간이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감동은 큰 것에서 감동을 먹는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을 나누는데 있는 것 같다. 어찌 단체 인증샷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개인 인증샷이 끝나게 되면 이제 하산길이라 일행은 안개처럼 흩어져 내려간다.

 

상어 주둥이 같은 바위, 거북이 같이 생긴 바위, 낙타등처럼 생긴 바위, 그리고 고사목, 노송, 각종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공생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칠보산은 산 전체는 소나무숲으로 덮여 있어 여성스러운 것 같은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곳곳에 기암괴석의 암릉이 옹골차게 자리잡고 있다. 그 숨겨진 보물들이 산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만든다. 정상부근의 위험한 절벽구간에는 나무데크와 계단을 만들어 놓아 편리하다. 그러나 좀더 자연친화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너무 행정 편의적이고 자연에 대한 배려는 없는 것 같다.

 

▶선녀도 이 계곡을 탐하지 않았을까.

활목고개에서 조금 경사진 비탈길을 내려서고 나면 완만한 계곡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된다. 땀으로 뒤범벅이 된 머리와 목을 손수건으로 개울물에 적시어 딱으면서 내려오면 다소 시원해진다. 일행의 발걸음도 계곡 물소리에 가벼워진다. 조금만 가면 알탕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하류로 내려갈수록 수량도 풍부하고 깊은 소도 있어서 좋다. 이정표를 보니 아직 절말 2.4km다.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어서 알탕을 하기 위해 개울물에 들어가기에는 아직 이르다. 실컷 씻고서 땀을 흘려버리면 그 의미가 퇴색하기에. 쌍곡폭포 가기까지 서너 차례 개울물을 건너야 한다.

 

쌍곡폭포에 가까워진 곳에 먼저 간 A조가 알탕을 하고 있고, 일부는 다 씻고서 옷을 단정히 입고 하산준비를 하고 있다. 하기야 우리가 칠보산 정상에 있을 때 A조는 알탕을 시작한다고 했으니. B조 일행는 거기에 합류를 한다. 소가 깊다. 일행은 헤엄도 치면서 놀아본다. 어쩌면 선녀도 이 계곡에서 정신없이 놀다 가지 않았을까. 수정같이 맑은 물에 몸을 담근다. 아니 어쩌면 마음을 담그는 것인지도 모른다. 칠보산의 7가지 보물을 마음에 담고, 깨끗하지 못한 것을 그 개울물에 떠내려 보내고 싶다. 세상의 탐욕과 욕심의 덩어리를.

 

거기서 조금 내려오면 쌍곡폭포다. 탐방지원센터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허연 계곡물이 2미터 위에서 세차게 내려가서 폭포를 만들고 있다. 폭포가 높지는 않다. 잠시 눈요기를 하고 돌아 나온다. 그리고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쌍곡휴계소를 가기 위해서 개울을 건넌다. 인근에는 수많은 피서객들이 애들을 데리고 놀고 있어서 아주 소란스럽다. 그 시끄러움에 다시 번뇌가 머리를 치고 흔든다. 구봉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멋진 노송을 감상하고, 기암괴석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도 재조명해 본 시간이다. 그러나 부분보다는 동양화처럼 전체를 아우르는 조망과 감상이 더 진한 감동으로 오래 남는 것 같다. 인생도 그러할 것이다. 한 순간에 집착하는 것보다 개울물처럼 막힘없이 순리대로 인생을 흐르게 하는 지혜가 필요치 않을까. 그 7가지의 보물은 다 우리 마음속에 있지 않을까.

 

뒤풀이는 30분 정도 버스로 이동해서 <문경 약돌돼지>식당으로 가서 땀 흘린 것을 보충한다. 노익장에게 경의를 먼저 표한다. 건강관리의 귀감이 되는 선배님들에게. 그리고 오늘 첫 산행을 함께 한 몇몇 산우님들에게도 인사를 건넨다. 백산은 가족애 이상의 끈끈한 정이 있다. 그 우정과 사랑, 배려와 관심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 준다. 그래서 산행하는 날이 home coming day다. 산 그 자체에만 집착하여 메뚜기처럼 이 산악회 저 산악회 뛰어다니는 메뚜기 인생보다 이제는 바위 위에서 뿌리를 박고 사는 노송처럼 백산에서 뿌리를 내려 진득하게 마음의 정을 쏟는 것도 인생 후반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꼬부라진 노송이 더 인기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대접받는 곳에서 뿌리를 내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뒤풀이에 청파님이 한턱을 쏘아 주었다. 청파님이 백산에 온 1주년을 기념하여서. 진심으로 청파님께 감사드린다. 이렇게 끈적끈적한 애정과 열정이 있는 산악회에서 자신의 삶에 활력이 넘치게 되면 감동을 받고 은혜 받은 누군가가 자원하게 된다. 이게 백산의 분위기를 나타나는 바로메터다. 함께 함이 행복이어라.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