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백두대간 조령산, 신선암봉 번개 산행기 ◈(2015. 7. 18. 토)

부산갈매기88 2015. 7. 24. 09:00

◎산행지: 백두대간 조령산(1,026m)

◉산행일시: 2015. 7. 18. 토. 흐림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12명(피네, 청파, 금호지, 동무, 수희, 송향, 비주,팅커벨, 수산나, 동방, 병주, 부산갈매기)

●산행 코스: 이화령~조령샘~조령산~신선암봉~928봉~깃대봉~조령 3관문~주차장

 

◔시간대별 산행코스:

   10:20 산행시작

   10:43 이정표(조령산 1.760m/요광원 800m)

   11:10 조령샘

   11:25 1,017봉/이정표(절골 2700m/이화령 2,420m/조령산 460m)

   11:37 조령산(1,026m)

   12:03 이정표(조령산 380m/신선암봉 1,300m)

   12:29 이정표(조령산 760m/신선암봉 920m, 중식 30분)

   13:53 신선암봉(937m)

   14:23 이정표(이화령 4.9km/조령산 2.0km/신선암봉 0.3km/제3관문 3.4km)

   14:50 바위 일품송

   15:13 928봉

   16:51 깃대봉 삼거리

   16:56 깃대봉

   17:02 깃대봉 삼거리

   17:11 이정표(깃대봉 0.42km/ 조령3관문 0.8km)

   17:25 조령 3관문

   18:25 주차장

 

★산행 시간 및 거리: 이화령~조령 3관문 7시간 5분(중식 30분, 기타 휴식 45분, 알탕 20분)

                          8.7km<순수 산행시간: 5시간 50시간>

           이화령~조령3관문~주차장 8시간 5분(중식 30분, 기타 휴식 45분, 알탕 20분), 10.5km

◎교통편: 뉴부산고속관광 25인승 중형버스

 

▶산행 tip: 문경새재. 그 옛날 중부 이남의 사람이 한양에 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 나는 새도 지쳐서 쉬어 간다는 문경새재. 백두대간의 황금 길이기에 첨족이 필요 없다. 12명의 우정 전사들이 25인승 중형버스에 타고 꿈과 희망을 싣고 달려갔다. 암릉과 암벽, 노송의 한 폭의 동양화를 가슴에 새기고 온 행복한 하루의 7시간여 산행이었다. 발품을 팔아서 행복의 무지개를 가슴에 새기고 왔다.

 

◕신바람나는 트레킹 코스

이화령의 주차장에서 산행채비도 하고, [백두대간 이화령]이라고 쓰여진 표지석 앞에서 단체 인증샷도 한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져 의외로 자전거 동호인이 많이 보인다. 이화령 터널로 남쪽에서 불어오는 골바람이 몸을 시원하게 해준다. 산행 들머리는 이화령 터널 옆의 정자에서 시작한다. 이후 조령샘까지 오른쪽 산허리를 감돌아 아주 편안하게 트레킹하는 기분으로 50분 정도 올라가게 된다. 조령샘에서 길손이 목을 축이고, 물 한 바가지에 감사하는 시간을 갖는다. 오름이 아주 완만하여 좋지만 무더운 날씨에 바람도 산꾼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청포도 알맹이 같은 굵은 땀방울이 콧잔등을 타고 마구 흘러내린다. 물 한바가지 마시는 시간이 숨을 고르는 시간이다. 50분을 걸어올라 왔으니 몸은 제대로 달구어지고 있다. 열기가 몸에 전해진다.

 

조령샘에서 조령산까지의 25분여가 육산 산행의 진수를 보여준다. 차츰 고도가 높아지는가 싶더니 나무데크 계단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굳이 나무데크 계단을 만들어 놓지 않아도 될 듯 싶은데. 이정표(절골 2700m/이화령 2,420m/조령산 460m)에서 잠시 기대어 사진 한 컷을 한다. 이제 헬기장을 지나면 잣나무숲을 만나게 된다. 거기서 5~6분을 가게 되면 조령산 정상석이 우리를 반긴다. 인증샷을 찍기에 부산하다. 옆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산우에게 한 컷을 부탁한다. 서울에서 왔다고 한다. 불러서 찍어 달라고 부탁하기 조금 미안하다. 그러나 우리의 추억을 눈사람처럼 한 덩어리로 뭉치기 위해서 억지로 부탁을 해 본다.

 

◐동양화 한 폭의 주인공이 되다.

조령산 정상에서 신선암봉 방향으로 10분여만 내려가면 전망바위를 만난다. 그 뒤로 위엄있게 신선암봉이 우뚝 솟아있고 멀리 마패봉의 암봉이 보인다. 일행은 그 동양화 한 폭에 모두 넋을 잃고 있다. 너무나 장관이다. 조령산 정상을 오를 때만 해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그 전망바위에 서는 순간, 모두 오기를 잘 했다는 마음이 들게 된다. 가슴에 뭔가 뿌듯한 기분이 자리 잡는다. 왜 그토록 먼 길을 달려왔던가. 그것에 대한 숙제가 풀리는 순간이다. 포항에서 온 부부에게 금호지님이 잠시 카메라를 맡긴다. 우리의 아름다운 시간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

 

이후의 시간은 오금저리는 로프구간이다. 암벽과 로프에 스트레스를 받는 팅커벨님이 경사진 절벽의 로프를 엉거주춤하니 금호지님이 한 마디 한다. “다음에는 팅커벨님은 빼라!” 팅커벨님도 지지 않고 한마디 한다. 어디 남자가 여자에게 말로 이길 수 있으랴. 웃음소리가 계곡을 아래로 퍼진다. 짧은 로프는 5~6미터, 긴 것은 10미터 넘는 것도 여러 개 걸쳐 있으니 뒤에서는 잠시 대기를 해야 한다. 이렇게 많은 로프는 처음 본다. 비탈이 온통 로프 전시장이다. 신선암봉까지 가서 점심을 먹었으면 좋으련만. 아침을 거르고 온 수산나님이 점심을 먹자고 강력 주장한다. 887봉 아래의 빈터에 식탁보를 펼친다. 30여 분 신선이 되어 천상의 식사를 한다. 식사를 하자마자 가파른 비탈길을 오른다. 887봉의 암봉에 오르니 바로 뒤로 신선암봉의 민낯이 드러난다. 더욱 가슴이 벌렁거리기 시작한다. 가슴에 전율이 인다. 신선암봉의 가슴 아래로 허옇게 살짝 드러낸 속살의 자태에 황홀감이 든다. 분명 골산이지만 정상부의 초록 저고리와 가슴 아래의 허연 속살에 우리 일행은 눈이 둥그레진다. ‘정말 멋지다’라는 소리가 입에서 저절로 튀어 나온다. 수십 번씩이나.

 

신선암봉으로 오르기 전 887봉 뒤편 암릉에서 신선암봉과 928봉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그 동양화의 화폭을 눈에 오래도록 담고 있다. 두부 한 모를 세워 놓은 바위, 공기돌처럼 생긴 바위, 비탈진 너럭바위(대슬랩) 등 군데군데 조물주는 보물을 숨겨 놓고 있다. 우리는 그 속에서 보물찾기를 하고 또 그 보물을 사진 속에 가두어 둔다고 여기저기 주저앉아 보기도 한다. 일행 중 누군가 좋은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면 또 누군가가 거기에 앉아 영역 표시를 해 본다.

 

887봉의 뒤로 내려가서 신선암봉을 오르는데 암벽이 만만하지가 않다. 게다가 그 위에는 말 잔등 같은 바위 양 옆에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팅커벨님과 수산나님이 10여 미터의 암릉 위를 엉금엉금 기어본다. 그 모습에 우리 일행의 웃음이 터져 나온다. 두 사람이 앞뒤로 엉금엉금 기고 있었으니. 암벽과 소나무의 조화로움 속에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되어 경치를 구경하느라 발걸음이 느려진다. 신선암봉에서 모두 신선이 되어 배낭을 팽개치고 여기저기 앉아서 조망도 한다. 정상석에 기대어 보기도 한다. 누군가 과일도 꺼내어 돌린다. 백두대간의 황금상 위에 앉아 있다. 밤에 신선이 이곳에서 놀았다고 하여 신선암봉이라 하였는데, 우리는 백주대낮에 신선이 된다. 이화령에서 신선암봉까지 3시간 40분이나 걸린 것이다. 곳곳에 로프와 암벽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으니 함께 힘을 모둘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다. 그 때마다 앞서 간 동방님이 우리의 손을 잡아 끌어올린다. 아들 병주는 어제 군대에서 휴가를 나오자마자 바로 이곳에 합류를 했다. 동방님이 함께 간다고 산행신청을 했지만, 병주도 기꺼이 아빠와 함께 이곳에 달려와 주니 든든하다. 남자의 마음은 남자가 아는가.

 

◒백주대낮의 신선

밝은 대낮의 신선놀음도 시간 제약으로 일어선다. 신선암봉에서 300미터를 내려오니 안부에 이정표가 서있다. 깃대봉까지는 3.2km라고 한다. 신선암봉에서 928봉으로 오르는 도중에 암벽 위의 한 그루의 노송이 세월의 이슬을 받아먹고 살아남아서 우리를 반기고 있다. 바위 틈 사이에서 살아남은 자의 자태는 위엄이 있고 기품이 있다. 사방으로 가지를 뻗어 기지개를 켠다. 고고함과 도도함이 흐른다. 사람 또한 저렇게 독야청청하면 머리를 쳐들고 내가 내라고 고함치지 않겠는가. 그 노송의 품에 안기어 일행은 포즈를 잡아본다. 비바람 속에서도, 추운 눈 속에서도, 그리고 뙤약볕 아래에서도 생명을 노래하며 세월의 아픔을 견디어 낸 외로운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꼬부라지더라도 자태는 흐트러지지 않아 생명력을 노래하고 있다.

 

928봉으로 오르는 길 또한 암벽에 가로막혀 10여 미터의 암벽에 로프를 타고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난코스를 거친다. 암릉의 경치가 좋은 만큼 댓가는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 눈요기도 공짜가 아니다. 땀방울로 수고를 표시해야 한다. 빤히 보이는 길이라도 로프를 타고 오르내려야 하기에 5분 거리도 20여분은 족히 시간투자와 애를 조금 써야 한다. 928봉을 오르면서 신선암봉에 뒤돌아 눈길을 줘본다. 신선암봉이 이번 산행의 백미다. 북쪽으로 마패봉과 신선봉의 마루금이 보인다. 조령산 아래의 전망바위에 설 때부터 신선암봉과 928봉, 마패봉이 한 폭의 수묵화로 다가왔었는데 밀린 숙제를 풀고 간다.

 

이제 928봉의 정상 표지판을 얼싸안고 인증샷을 한다. 그러나 928봉에서 깃대봉으로 가려면 다시 암벽과 로프가 기다리고 있다. 잠시 정상의 들뜬 기분에 도취해 있다가 암벽 앞에 서노라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더운 날씨에 몸과 마음이 따로 분리되기에. 928봉에서 능선을 따라 1시간 40분 가까이 가게 되면 깃대봉 삼거리가 나온다. 그러나 거기서 조령 3관문으로 하산을 해야 하기에 깃대봉에 잠시 다녀온다. 왕복 10분만 하면 되는 거리다. 단지 오르막을 조금 오르는 것이 다리에 부담이 된다.

 

깃대봉 삼거리에서 조령 3관문까지는 20여분이면 하산을 할 수가 있다. 깃대봉 삼거리에서 조금 내려가면 급경사가 나오고, 안부에 산성이 나타난다. 이제 다 왔는가 싶어 이정표를 보면 아니다. 그래서 갑자기 실망감이 든다. 봉우리를 살짝 올라서면 아래로 나무데크 계단이 보인다. 그 바로 아래가 조령 3관문이다. 그 옛날 한양으로 가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거쳐 갔을 조령 3관문에서 일행은 도열해서 사진을 한 컷 한다. 7시간에 걸친 산행은 끝이 났다.

 

◐알탕과 뒤풀이

조령 3관문에서 주차장까지 30여분이면 후딱 내려올 수 있지만, 하산을 하면서 문경새재의 표지석에 기대어 사진 한 컷도 한다. 그리고 나무 둥치를 잘라서 하수로를 만들어 물이 흘러내리고 있는 나무 하수관을 신기한 듯 구경도 해 본다.

 

청파님은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알탕할 곳을 알아본다. 고사리 주차장 방향으로 하산을 하니 최근에 온 비로 개울물이 불어 있어서 간단히 씻을 수가 있었다. 인근 펜션에는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운전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얼굴이 밝지가 못하다. 사연인즉 주차를 위해 차를 회전하다가 나무에 끼여서 오도가도 못할 상황인데, 부근 식당의 주인이 톱을 가지고 와서 나무를 베어내었단다. 그래서 겨우 차를 회전하여 주차시킬 수가 있었다고 한다. 버스 옆을 보니 나무에 한 방 찍히어 크게 움푹 들어갔다. 그 식당 주인의 신세를 지고해서 우리가 그 식당에서 식사를 하였으면 하는 눈치다. 잠시 머뭇거리다 우리의 계획대로 새재할매집의 40년 전통의 [약돌 돼지 고추장양념 석쇠구이]집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청파님의 추천으로 대학 찰옥수수를 파는 노점에 들러서 옥수수 한 푸대씩을 샀다. 한 푸대에 30개 들어 있다. 이 옥수수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 찰지고 쫀득쫀득한 맛이 좋다. 선물을 한 보따리 안고 가는 것이다.

 

새재할매집의 약돌 돼지고기 숯불구이에 쌀막걸리가 일품이었다. 역시 그 지역의 맛집을 찾아가서 먹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그런데 25인승 중형버스를 빌려왔기에 12명으로 부담하기에는 일행에게 부담이 많이 간다. 그래서 청파님이 지난번 정기산행에 이어서 또 뒤풀이를 부담했다. 백산에 온 1주년 기념이 이어졌다. 게다가 피네 번개산행대장님이 차비를 좀더 부담을 해 주었기에 일행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지 않았다. 함께 간 일행도 정말 감사하지만, 청파님과 피네님의 깊은 마음이 있었기에 더 감동이 있는 산행과 여행이 되었다. 장거리 번개산행이었지만 가족 소풍같은 나들이었다. 모두 한마음이 되어 험준한 암릉과 암벽에 로프를 잡고 오르며 우의를 다진 행복한 산행이었다. 한 덩어리가 되어 손을 잡아주고 끌어주었기에 그 사랑과 감동이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나 자신을 조금씩 양보하고 내 불편함을 조금 감내하면서 뜻과 마음을 모둔 행복한 산행이었기에 모두 그 마음을 안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진정한 산우는 땀을 함께 흘릴 때 그 진가를 안다고.

 

♧산행지도: 진행방향은 일치하지 않기에 지형만 참조바람.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