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영남알프스 함박등 번개 산행기 ◈(2015. 8. 1. 토)

부산갈매기88 2015. 8. 6. 08:45

◎산행지: 영남 알프스 함박등

◉산행일시: 2015. 8. 1. 토. 맑음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17명(붉은 노을, 태영, 피네, 청파, 송향, 팅커벨, 새콤달콤, 가연, 현진, 효리 자매, 미산, 갈바람, 일식, 한사랑, 탱탱구리, 부산갈매기)

 

●산행 코스: 지산마을~축서암 사거리~ 집수조~비로암~숨은 폭포~ 은수샘~ 백운암 위 전망바위~함박재~함박등~숨은재~청수좌골~파래소 유스호스텔~태봉마을 버스정류장

 

◔시간대별 산행코스:

   10:00 지산마을 출발

   10:09 축서암 사거리

   10:22 집수조/물탱크

   10:39 너덜/돌무더기

   10:45 비로암

   10:57 개울

   11:32 숨은 폭포

   11:44 숨은 폭포 위 전망 쉼터

   12:02 폭포바위 소방목

   12:30 은수샘

   12:49 백운암 위 전망바위

   13:17 함박재

   13:25 함박등

   13:52 숨은재 근처 안부(점심식사 30분)

   14:32 숨은재/ 갈림길

   16:00 청수좌골/청수우골 합수점(알탕 35분)

   17:12 파래소 유스 호스텔

   17:15 태봉마을 버스 정류장

 

★산행 시간 및 거리: 7시간 15분(중식 30분, 기타 휴식 55분, 알탕 35분), 8.94km

                               <<순수 산행시간 5시간 15분>>

◎교통편: 대중교통 노포동~통도사 신평 버스 정류장: 시외버스 이용, 요금 \2,200, 33분 소요

             태봉마을~지산마을: 택시 1대 \4,000

             원동역~구포역: 무궁화호 \2,600

 

▶산행 tip: 이번 산행은 애당초 영남 알프스 군에 속하는 영축산(1,081m)을 정복하고 청수좌골로 하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일 날씨가 폭염 주의보까지 내린 상황이라 계획을 다소 수정하여, [함박등] 능선의 [숨은재]에서 [청수좌골]로 하산하였다. 그런 다음 [청수좌골]과 [청수우골]의 합수점 부근에서 알탕을 하였다. [배내골]은 수량이 풍부한 지역이라 여름 산행의 백미에 속한다. 들머리인 [지산마을]에서 [태봉마을]까지는 찜통더위인 관계로 쉬엄쉬엄 산행을 하여 7시간 좀 더 걸렸지만, 중식과 휴식, 알탕을 포함한 2시간의 쉬는 시간을 제외한 순수한 산행시간은 5시간 남짓 걸렸다. 아무리 찜통더위라 하더라도 우리의 열기와 열정을 꺾지는 못했다.

 

◔시작이 좋으면 좋다?

부산 노포동에서 통도사 [신평 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시외버스로 33분 걸렸다. 고속도로를 곧장 달려가기에 막힘이 없어서 좋다. 그리고 [신평 버스정류장]에서는 곧바로 택시를 타고 [지산마을]까지 가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택시 1대에 4명이 타게 되면 1인당 1,000원 밖에 부담되지 않는다. 그래서 굳이 마을버스를 타려고 목을 매지 않아도 된다.

 

[지산마을]에서 [축서암 사거리]로 가는 등로의 들머리는 예전의 경우 곧바로 오를 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통도사] 측에서 철망 펜스를 쳐두었기에 마음을 접어야 한다. 그래서 뙤약볕이 내리쬐는 포장도로를 200여 미터 올라와서 왼쪽의 숲이 우거진 들머리에서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들머리에서 9분여 올라가면 [축서암 사거리]의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비로암 1.6km]라는 왼쪽 방향의 이정표 지시대로 걷기 시작한다. 큰 소나무들이 하늘로 뻗어 있는 사잇길을 따라 가는 재미도 다른 지역에서는 맛보지 못한 산뜻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흠이라면 숲속이라 바람이 미동치 않는다. [비로암] 가기까지 서너 개의 개울을 지나치게 된다. 개울 같지 않은 개울. 그나마 최근에 온 비로 손수건을 적실 정도의 물은 된다.

 

[축서암 사거리]에서 [집수조 물탱크]가지 10분 여 걸린다. [집수조] 부근에서 잠시 갈증을 다독거려 본다. 잠시 쉬게 되면 누군가 배낭을 뒤적거려 과일을 꺼내어 돌린다. [비로암] 가기까지는 조금 길이 올라가는 곳도 있지만, 또 내려가는 느낌을 받는 곳도 있다. 그러나 등로는 아주 편안해서 좋다. 들머리에서 [비로암]까지 45분 정도 걸렸으니 어느 정도 가벼운 워밍업이 되어서 좋다.

 

◒너덜겅에 덜컹거리는 인생

[비로암]을 지나게 되면 길을 선택해야 한다. 왼쪽의 조금 굵고 선명한 길과 오른쪽의 아스름하게 계곡을 치고 올라가는 길을. 오른쪽 계곡 오르는 길을 선택하여 등로를 오른다. 그 등로 왼쪽에는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팻말과 함께 줄로 막아 두었다. 넘어가지 말라고. 인생에 어디를 가나 내 마음대로 하라고 내버려 두는 곳은 없나 보다. 우리가 누리는 행복이라는 것도 어쩌면 울타리, 그 테두리 속의 행복인지도 모른다. 가정의 울타리, 직장의 울타리, 국가의 울타리 등. 결코 방종과 방임이 행복이 아니라는 것이다. 10분 정도 잔자갈이 많은 등로를 오르면 또다시 선택을 해야 한다. 인생은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어느 방향을 잡아야 나아가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인생은 에움길도 있고 두름길도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방향의 선택이다.

 

개울을 건너 왼쪽으로 등로를 잡아야 [은수샘]으로 가는 길이다. 그러나 그 길을 아는 사람이 일행 중에 두어 사람 정도야 있지만, 세월의 골이 깊어지다 보니 모든 게 아슴푸레한 것이다. 나 자신부터 오기 전에 이 코스에 대해서 지도를 보고 이런 저런 이미지 트레닝을 했다. 그러나 숲을 보는 것과 나무 한 그루를 보는 것은 확연히 차이가 나는 법. 방향은 맞다고 하더라도 얼마를 가야 [은수샘]이 나타날까 하는 거리감이 문제인 것이다. 일단 개울물을 보니 모두 마음이 풀어진다. 개울물에 손을 담그러 일행은 달려간다. 찜통더위가 목을 조르고 있다. 머리 위로부터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주체하기가 힘들다. 벌써 손수건을 두 개나 적셨다. 여기까지 1시간 채 못 왔는데.

 

그때 탱탱구리님이 배낭을 뒤적거리더니 크나큰 찜통 하나 꺼집어 낸다. 크기가 보통 아니다. 저것을 배낭에 지고 오다니. 모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게다가 장례식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둥그런 종이그릇까지 깔끔하게 준비를 해 온 것이다. 콩국이 진하다고 해서 물을 조금 더 붓는다. 그리고 간을 맞춰야 한다고 소금을 조금 집어넣는다. 여자 회원들이 그릇에 퍼 담아 한 그릇씩 일행에게 돌린다. 탱탱구리님의 사랑과 정성, 그 마음을 목에 넘긴다. 뱃속에서 짜릿함이 전해온다. 일행에게 먹이려고 그것도 얼음을 넣어서 보냉을 해서 가져 온 정성에 머리가 숙연해진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그것을 손수 장만해서 온 것이다.

 

이제 거기서 잔자갈이 있는 등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다가 본격적인 너덜겅이 나온다. [숨은 폭포]가 나오는 30분간 정도 너덜겅을 걸어올라 간다고 진땀을 다 빼게 낸다. 계곡 왼쪽으로 난 너덜겅을 올라가는 게 예사롭지가 않다. 그래서 일행은 체력에 부치다 보니 선두, 중간, 후미로 흩어지게 된다. 계곡의 찜통더위 위력에 대부분 기진맥진한다. 그렇게 한발 두발 뗀 것이 [숨은 폭포] 가까이 오니 가느다란 물줄기 소리가 들리어 생기가 돋는다. 그 중에서도 효리님이 가장 힘들어 한다. 밑에서 차가운 콩국을 먹은 게 몸의 밸런스를 잃게 된 것 같다. 몸은 달아 있는데, 갑자기 차가운 것이 뱃속에 들어가게 되어 몸의 전체 균형이 깨어진 것이다. 가슴이 첫사랑 연인을 만난 듯 심히 쿵쾅거린다고 한다. 되돌아갈까 하는 생각과 [청수좌골]로 하산하는 길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으니. 그 마음이 이해가 된다. 여름에는 이열치열이라고 나는 더운 여름에도 보온 물통을 가지고 다닌다. 사실 무더운 날씨에 차가운 것을 찾게 되지만, 일부 중에는 따뜻한 밥을 먹거나 뜨거운 물을 마셔야 하는 체질도 있는 법이다.

 

[은수샘]을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다. [숨은 폭포] 하단을 건너서 이제는 코가 절벽에 닿이는 된비알을 100여 미터 오른다. [숨은 폭포] 상단 아래로 등로가 있는데, 앞서 간 일행이 폭포 하단을 가로질러 된비알을 오르니 후미 일행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 폭포 하단에서 된비알을 10분 올라와 전망 쉼터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한다. 이제 효리님은 조금씩 몸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또 누군가 과일을 재빨리 꺼내서 돌린다. 이번에는 시원스런 수박과 막걸리도 있다. 심한 갈증에 즉효인 것 같다. 그 사랑이 전해져 온다.

 

거기서 폭포상단을 오르기 위해 무척 가파른 절벽을 오른다. 119 구조대 소방목이 있는 곳까지 10여 분이 걸린다. 계곡 사이로 넘어진 소나무가 가로질러 있고, 세월의 탓인지 썩고 있다. 습기를 많이 머금은 지역이라 버섯 종균 냄새가 진하게 코를 찌른다. 아직 [은수샘]이라고 쓰여진 이정표나 리본을 찾지 못했으니 다소 힘이 부친다. 게다가 또다시 너덜겅이 시작되니 이 난감하고 험난한 길에 맥이 빠진다. 그러나 단지 그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인생은 고뇌와 번뇌의 연속 아니던가. 스스로 자원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오르기로 하였기에 이런 장애물의 있는 고난의 시간은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인 것이다. 앞서 폭포 하단에서 수색대로 계곡을 치고 올라간 탱탱구리님도 [은수샘]에 대한 기쁜 정보는 얻지 못한다. 피네님의 몸 컨디션이 다소 나은 듯하다. 앞에서 치고 올라간다.

 

소방목이 있는 곳에서 20여 분을 치고 올라가 잠시 쉴만한 곳에서 쉼 호흡을 한다. 올라가는 중간 중간 일행은 컨디션의 난조를 보여 나무에 기대어 서 보기도 한다. 가마솥 찜통더위에 너덜겅의 산행. 최악의 상황이다. 그래도 일행의 용솟음치는 의지가 있기에 숨고르기를 하면서 웃음이 나온다. 바로 그 쉬는 순간 내 머리 위에 [은수샘] 리본이 보인다. 그리고 화살표까지 표시되어 있다. 바로 그 북쪽 4분 거리에 [은수샘]이 숨어 있었으니. 그리고 그 [은수샘] 위로 암벽의 머리가 솟아있다. 그때야 한사랑님도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거기가 [은수샘]이라고 한다.

 

◑언제나 길손의 목을 축여주는 [은수샘]

암벽 틈새의 동굴로 먼저 들어간 탱탱구리님이 물바가지로 약수를 떠서 일행에게 넘겨준다. 일행은 물이 그득 남긴 큰바가지를 받아서 생수통에 부어 담는다. 순간 일행의 얼굴이 화색이 돈다. 웃음꽃이 만발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진맥진해서 침울한 분위기였는데, 첫사랑 애인을 만난 듯 화기애애하게 된다.

물을 한 바가지 얻어먹을 요령으로 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그 안은 물이 철렁철렁하다. 그래서 지나가는 길손의 목을 늘 충분히 축일 수 있는 약수터였다. 그 옛날 선인들이 이곳에 드나들면서 약수터를 발견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물. 그 생명수를 여기서 찾았으니. 선인들 또한 쾌재를 부르지 않았을까. 원 없이 목을 축일 수 있는 물이 있으니 신선인들 부러울 소냐.

 

그 보고 싶고 마시고 싶은 [은수샘]에서 휴식을 취하고 나니 새로이 시작하는 기분이다. 그 바로 위가 [숨은재]인데 붉은 노을님을 비롯한 몇 사람은 거기로 올라가고, 나머지는 함박재로 향한다. 함박재로 가기 전 백운암에서 올라오는 전망쉼터에서 단체 인증샷을 한다. 그런 다음 15분여 걸려서 [함박재]에 이른다. [영축능선6]이라고 씌여진 [함박재]에서 인증샷을 남긴다. 이어 함박등에 올라 먼 곳을 조망해 본다. 지난 해 온 [죽바우등]이 남쪽에 고개를 쳐들고 있다. 그리고 북동쪽으로 영축산자락이 보인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통도사의 암자들이 내려다보인다. 무덥지만 맑은 날씨라 고생한 만큼 시야가 열린다. 산은 사람이 오른 만큼만 가슴을 열어 보여 주는 것 같다. 발품을 팔아야 자연의 가슴을 파고들 수가 있음을. 자연은 그냥 가슴을 열어 보여 주는 법이 없다. 때론 발품을 팔아 산을 오른다 해도 하늘이 심술을 부려서 제대로 보지 못할 때도 있는 것이다. 다행이 오늘은 제대로 조망도 하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좋다. 산등성이에 있으니 시원한 바람이 보너스를 남발한다.

 

붉은 노을님에게서 전화가 온다. 빨리 [숨은재] 부근으로 와서 식사를 하자고. 서둘러 암릉을 타고 넘어간다. 능선은 오르락내리락 하는 에움길이다. 먼저 자리를 잡고 있는 선두조 옆에 식탁보를 펼친다.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서너 그룹으로 나눈다. 산속에서 마음 맞는 사람끼리의 식사는 신선 못지않은 즐거움이 있다. 뭐 산신령의 식사라고 해야 할까 보다. 그러나 산신령도 이쁜 여자하고 함께 놀지는 못할 테니까, 우리가 더 나은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함께 이런 자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고, 니 것과 내 것을 엄밀하게 구분하지 않을 때 가능할 것이다. 제 각각의 반찬이 전시된다. 요것저것 먹어보는 재미도 솔솔 하다. 거기에 일식님이 [신평 버스터미널] 부근에서 사온 양산 정통 막걸리를 한 잔씩 마시고 나니 신선이 된 기분이다. 날씨가 무더운지 빨리 얼굴이 발그레해진다. 함께하는 천국의 꿀맛같은 식사시간이다.

 

◕알탕을 재촉하며 달려가는 하산길

30분 정도의 식사시간이 끝이 난다. 거기서 100여 미터를 영축산 방향으로 전진하게 되면 청수좌골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그 [숨은재]에서 하산을 서두른다. 선두조가 먼저 하산을 하고 뒤에 따라가려는데, 부산에서 온 한 아줌마 산꾼이 길을 물어본다. 자신은 [은수샘] 쪽으로 해서 하산을 할 계획이란다. 앞에 하산하는 사람들이 백산산악회원들이냐고 묻길래 은근슬쩍 백산이 좋다고 한마디 거들어 본다. 나도 저렇게 혼자 물불 안 가리고 설쳐댈 때도 있었는데. 갑자기 여자라는 신분에 존경스럽게 보인다. 뭐 자기 나름의 뻥튀기 철학도 있겠지만. 더 이상 그 여인과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 선두조와 거리가 50미터 이상은 나고 있기에. 그 산꾼은 [청수좌골]에서 올라온다고 했다. 그 [숨은재] 이정표 아래의 경고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 산은 사유지라서 출입이 안 된다고 쓰여져 있다. 그리고 봄철에는 이곳은 산불방지를 위해서 통제를 하는 곳이다.

 

하산로는 나지막한 산죽이 양옆으로 어지러이 널브러져 있다. 그리고 발밑은 잔자갈이 여기저기 널려있고 길이 패여서 걷기에 수월치가 않다. 더 내려가니 이제는 어깨 가까이 오는 산죽이 희부옇게 말라비틀어져 있다. 산죽군락을 이루고 있는 너덜밭이다. 지난봄에 수분 공급이 안 되었는지 희뿌연 산죽이 초라하다. 하산할수록 너덜이 연달아 나타나기에 마음에 갈등이 많이 일어난다. 또 길은 정상적인 길이 아니다 보니 물길을 따라서 길이 난 곳도 있다. 그리고 또 다시 하산길이 이어진 곳이 많다. 간혹 리본이 달려서 방향을 나타내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많아서 길을 찾느라 애로가 많다.

 

하산길의 첫개울이 나타난다. 개울물이 졸졸 흐르기에 일행은 주저앉아서 손수건을 적셔서 목을 훔친다.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서 좋다. 큰 바위 틈새로 숨바꼭질하면서 흐르는 개울물의 속삭임에 잠시 걸음을 멈춘다. 이제 일행들 모두 마음의 평정을 찾은 것 같다. 시원한 바람과 개울물에 여유로움이 넘친다. [은수샘]까지 너덜겅을 오를 때는 인생을 하직할 것 같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발걸음도 구름을 타고 가는 듯하다.

 

[숨은재]에서 30여 분 내려온 지점에 너럭바위가 있어 앞서 가던 선두조가 쉬고 있다. 거기서 잠시 쉬면서 누군가 찬통의 수박을 꺼낸다. 한 무리가 되어 추억의 앨범을 만든다. 이제 어느덧 발아래에서 계속 개울물소리가 계속 나고 있으니 알탕을 하고 싶은 마음이 조급해진다. 붉은 노을님은 재빨리 하산을 재촉한다. 그 너럭바위에서 반시간 쯤 내려오니 [청수좌우골] 합수점 부근이다. 여자회원들에게는 [청수우골]을 추천해 준다. 작년에 남자회원들이 [청수우골]에서 입수를 한 적이 있기에. 그곳에 폭포도 있고 수량이 무엇보다 풍부하다. 개울 또한 더 깨끗한 편이다. 오늘 고생한 것을 생각하여 크게 인심을 쓴다. 그러나 남자들은 조금 빈약하지만 [청수좌골]에서 신나는 알탕을 한다. 한사랑님이 찬통 안에 담은 수박을 물 위에 동동 띄어서 물놀이를 하면서. 막걸리가 남았다면 포석정의 술 잔 돌리기처럼 했을 텐데. 조금 아쉽다. 그래도 35분여 알탕을 하여 몸을 씻을 수 있었기에 기분이 상쾌하다. 뭐 신선이 부럽지 않다.

 

[청수우골]에서 알탕을 끝난 여자회원들과 합류를 하여 [청수교] 방향으로 내려선다. [태봉마을]까지 포장도로를 따라 뙤약볕 아래 30분을 걸어 내려온다. 달구어진 아스팔트는 금방 계란 후라이라도 될 것 같다. 햇살은 더 이글거린다. 그래도 몸을 씻어서인지 모두 발걸음도 가볍고,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는 해피 엔딩 때문에 즐겁게 걸어간다. [태봉마을]에 도착하니 20여분 정도 버스시간이 남아 있다. 얼음과자 하나씩을 입에 물고서 버스를 기다린다. 5시 32분쯤 마을버스가 와서 승차를 해서 5시 40분에 [원동역]으로 출발을 한다.

 

●열차칸에 퍼질고 앉아도 좋아~~뒤풀이는 번개산행의 백미

[원동역]에 내려서 [구포]행 무궁화 열차에 몸을 싣는다. 열차칸은 만원이라 시원한 열차의 카페칸에 들어가 바닥에 퍼질고 앉는다. 양복을 입고는 그렇게 못하겠지만 등산복을 입고 체면치레와는 무관한 사람이 되어본다. 여자회원들도 몸이 시키는 대로 해 본다. 예비군복 입혀 놓으면 땅바닥에 아무렇게 퍼질고 앉듯이 사람은 복장이 그렇게 만들어 주고, 자리가 그렇게 만들어 주나 보다. 산다는 것은 옷 입기 나름인가.

 

[구포역]에 내려서 가끔 한 번씩 찾아가는 돼지국밥집에 갔더니, 그 앞집의 아구찜집으로 가라고 한다. 우리끼리 방 한 칸을 잡고 오붓한 시간을 가진다. 술이 한 순배 돌고 돼지국밥을 먹을 사람과 대구뽈찜을 먹을 사람과는 탁자를 분리한다. 효리님 동생분이 오늘 번개산행에 참가했는데, 언니한테 얘기를 많이 듣고 잘 따라왔다고 립 서비스를 한다. 속정이 깊은 백산 산우들의 마음씨에 동하는 것이 있었나 보다. 요즘 번개산행도 인원이 차츰 불어나고 있다. 참석해 보면 함께 어울려 인생사를 얘기할 수 있는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가 보다. 산은 어디든지 갈 수가 있다. 그러나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중요하다. 그 방향의 선택이 하루의 시간만이 아니라 인생 사고의 방향전환이 될 수 있는 시간이기에. 모두 연륜이 있기에 비누방울처럼 날려가는 인생이 아니기에 진정한 자신의 황혼 인생을 위해서 뭔가 알차게 설계하는 자연과의 힐링 산행이 필요한 것이다. 그 삶의 에너지 충전과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 삶의 울타리를 허물어 자연의 숨결을 느껴야 진정한 산꾼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내가 건강해야 내 가족을 잘 배려하고 섬길 수 있다. 자신이 건강하지 못해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는다면 비구름 인생이 될 것이다. 그런 인생이 되지 않기 위해서 건강할 때 자만하지 말고 부지런히 산행을 해야 하는 것이다. 쓰러져 반신불수가 되면 그때는 이미 늦다. 시간 탓 하지 말고, 바쁘다 핑계대지 말고.......

 

♣산행지도

▼아래 지도는 지산마을~숨은 폭포~은수샘~숨은재~청수좌골까지 일부 일치하가에 참조하기 바람.

 

*산행사진

▼▲지산마을에서

▼축서암 사거리 이정표에서

 

▼집수조/ 물탱크

 

▼▲너덜/돌무더기

 

 

 

▲탱탱구리님이 손수 장만해 온 냉콩국

▼너덜겅을 오르는 중

▽숨은 폭포 하단 위에서 새콤달콤님과 태영님

▼숨은 폭포 하단에서 된비알을 오른 후 전망 쉼터에서

▼은수샘을 바로 뒤에 두고 에너지 충전 중/에고 ~~힘들어 죽갔어!!!

▼어이쿠~ 현진님 동작도 빠르지~~한 바가지 꿀떡거리는 중이여~~~

▼우린 품생품사여~~

▽여기가 은수샘이라예~~

 

▼백운암 위 전망쉼터에서

 

▼△함박재에서

▽멀리 죽바우등을 배경삼아서

▼멀리 영축산산자락을 배경으로; 오늘은 갈 수 없음을 위안 삼아서

▼산사나이들의 우정: 부산갈매기/태영님/탱탱구리님/피네님/한사랑님/청파님

 

▽피네님과 청파님: 산사나이의 깊은 우정이 묻어나오네요~~~

▼이쁜 아줌씨들의 포즈: 팅커벨님/송향님/현진님/가연님/새콤달콤님

▽죽바우여 이러 오너라~~: 탱탱구리님과 미산님: 탱탱구리님의 선글라스에서 카리스마스가!!!

▼효리님 자매: 얼굴과 웃음이 닮았지요~~

▽친구야 건강해라, 그래야 오래 보지롱: 미산님/ 팅커벨님

 

▼▲신선들의 식사시간

▽식사후 숨은재를 향하는 전망바위 위에서: 청파님/갈바람님/붉은노을님

▼일식님

▽나 백산에서 새콤달콤하게 기지개를 켜는 인생이 되었시유~~새콤달콤님

▼포항에서 온 효리님 동생과 효리님: 역시 백산은 저력이 있어유~~

▽영축능선4/숨은재 갈림길

▼하산중 너럭바위에서

▽알탕은 이 맛이여~~망중한을 즐기도다.

 

▼내 인생 최고로 멋진 날이여~~

 

 

 

▼산사나님의 우정은 알탕이랑께유~~

 

▽수박을 담은 찬통을 띄어 놓고 놀고 있지유~~

 

▽알탕 후의 모습: 어때유~~?

 

 

 

▼잠시 이산가족된 산우들이 다시 집합했지라우~~

▼청수교에서 포장도로를 나서기 전

▼파래소 유스호스텔

▼원동역 승강장에서: 에고 ~~피곤하니 엉덩이 땅에 대는 게 최고여~~

▼열차칸에서, 어차피 인생은 굴러가는 거여~~

▼편안한 청파님 표정: 참 멋지지요?

▽번개는 뒤풀이가 필수

▼대구뽈찜이 먹성스럽지라우~~

 

▲사나이 우정에는 쐬주라니께~~

▲돼지국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