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가덕도 트레킹 후기 ◈(2015. 9. 26. 토)

부산갈매기88 2015. 10. 6. 09:03

◎산행지: 가덕도 동쪽 해안 트레킹

◉산행일시: 2015. 9. 26. 토. 맑음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8명(금호지, 종현, 노홍철, 일식, 청송, 그림자, 부산갈매기 외)

     

 

●트레킹 코스: 성북~동선 새바지~부민교회 기도원~누릉능~어음포~희망정~대항 새바지~대항~포진지~일본 막사~헌병샘~대항

 

 

◔시간대별 산행코스:

   09:41 가덕도 성북

   09:51 샛바람터 쉼터

   10:05 동선새바지(방조제)

   10:31 부민교회 가덕기도원

   11:00 누릉능

   11:24 헬기장

   11:47 어음포

   12:27 희망정(중식 45분)

   13:18 대항 새바지

   13:35 대항 물양장

   13:54 양포고개

   14:37 국수봉

   14:47 포진지

   14:54 국수봉 전망쉼터(가덕등대 조망)

   15:03 포진지

   15:30 외양포 일본군 막사

   15:45 외양포 선착장

   15:54 헌병샘

   16:10 대항 물양장

   

 

★트레킹 시간 및 거리: 6시간 반(중식 45분, 기타휴식 40분), 12.5km

                               <<순수 트레킹 시간 5시간 5분>>

◎교통편: 58번, 520번 대중교통 및 SUV 차량

 

 

●산행 tip: 가덕도. 때론 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부산이라고 하면 또 가깝게도 느껴진다. 하단에서 대중교통으로도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 그곳을 찾아서 가는 재미가 솔솔하다. 산행이 아니라 바닷가 둘레길을 찾아서 트레킹하는 것은 운치가 있어서 좋다. 성북에서 동선 새바지의 해안을 따라 대항 새바지까지 가노라면 조사들의 모습을 많이 본다. 그런데 정작 피래미 한 마리도 잡아 올리는 모습은 보지 못하니 안타깝다. 모두 세월을 낚아 올리고 있다.

 

성북에서 외양포의 일본군 막사를 돌아보고 대항 물양장에서 버스 승차하기까지 휴식을 포함하여 6시간 반, 12.5km 정도이다. 외양포에서 일본군이 쓰던 포진지와 일본군 막사, 헌병샘 등을 둘러보게 되면 가슴이 찡한 울림이 있다. 부산시민이라면 꼭 한 번 정도는 트레킹을 하면서 근대사의 발자취를 밟으면서 나라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한다.

 

 

▶가덕도 유래와 동쪽 해안길

가덕도는 고려시대에 더덕이 많이 나는 섬이라 하여 가덕도라 하였다고 한다. 가덕도에는 가덕도와 눌차도의 유인도 2개와 무인도 11개를 합쳐 1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섬의 크기는 영도의 1.6배다.

 

 

가덕도 산행은 여러 차례 다녀왔고, 트레킹도 몇 차례 했다. 그러나 외양포가 있는 국수봉을 올라 일본군이 남긴 포진지와 막사, 우물 등을 볼 기회는 별로 없었다. 기껏 승용차로 외양포 선착장, 우물을 둘러보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덕도 동쪽 해안 트레킹을 하되, 남쪽 국수봉을 올라 근대사를 알아보는데 좀더 신경을 쓰기로 했다. 그래서 트레킹의 들머리를 성북으로 잡았다.

 

하단에서 노홍철님의 SUV차량에 8명이 다 승차하지 못하기에 종현님과 금호지 등 3명은 58번 버스를 타고 먼저 출발한다. SUV차량으로 가덕도 선창에서 픽업을 하여 성북으로 되돌아온다. 성북에서 합류를 하여 트레킹을 시작한다. 성북에는 무료 주차장이 있어서 그곳에 차를 주차시켜두고 트레킹을 하면 된다. 성북 마을도 주택 건물이 많이 들어서서 예전의 성북이 아니다. 성북에서 동선 새바지까지 새로운 길이 갈대밭 습지를 통과하여 나 있다. 그리고 그 갈대밭 습지에는 [샛바람터 쉼터]라는 휴식장소를 만들어 두어 신선하다. 그 동네의 할머니 한 분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들머리에서 동선 새바지(방조제)까지는 20여 분 걸린다. 새바지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옛 마을의 입구에 해당하던 동쪽의 완만한 해안에 억새가 무성한 새밭을 이루었던 것에서 유래한 토박이 지명 [새바지]와 동쪽을 뜻하는 '새'에서 유래한 동쪽 해안가 지명 - [새바지]가 있다.

 

동선 새바지의 방조제에 도착하니 갯내음이 코를 찌르고, 눌차도 옆의 진우도와 신자도의 삼각주들이 아스라이 보인다. 그리고 해안의 전마선 위에는 낚시꾼들이 여기저기 서서 낚시를 하고 있다. 또한 해안가 바위 위에도 조사들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낚시에 여념이 없다. 누구 하나 피래미 한 마리라도 건져 올리는 사람은 없다. 세월을 낚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바닷바람이 좋아서 서 있는지 알 길이 없지만, 햇살은 강력하게 머리 위에서 노려보고 있다. 살랑거리는 바람의 숨결로 보아서 이제 가을의 문턱에 와 있는 것 같다. 바닷가 조사들은 낚싯대를 바라보며 희열을 느끼지만, 오로지 우리는 걸어가는 주위의 풍광에서 평화스러움과 아늑함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바닷가 바위 위에 올라서서 조사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목을 빼 보기도 한다. 세상사는 것은 모두 남의 삶에 관심이 있기에.

 

동선 새바지에서 부민교회 가덕기도원까지 25분 정도 걸린다. 동선 새바지 부근의 포장도로는 조금 가다 보면 비포장도로의 흙길로 바뀐다. 그 흙길의 편안함을 느끼며 기도원이 다다르게 되면 나무계단을 밟고 기도원 마당으로 이어진다. 기도원은 시멘트로 온통 발라져 있어서 갑자기 거부반응이 오지만 앞쪽으로 전개되는 바다의 풍경에 마음이 수그러진다.

 

기도원 마당에서 조사들의 솜씨와 경치의 조망을 위해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누군가 꺼낸 과일을 먹으며, 바로 위에 있는 응봉산 암릉을 올려다본다. 동선 새바지에서 강금봉을 지나 산행을 하게 되면 머리 위의 바위 전망대가 최고로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낙동강 하구의 삼각주가 아스라이 보이고 갈매기들이 나래를 저으며 평화를 구가하는 곳. 그 갈매기가 잠시 쉬어 가듯 우리도 그 전망바위에서 숨 고르기를 하며 땀을 훔치던 곳. 오늘은 아래에서 위로 쳐다본다. 가을 햇살 아래 마음의 부자가 된다. 올해초 이 기도원에 교회의 지회원 예닐곱과 함께 와서 기도회를 하고 기도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간 적이 있다.

 

 

기도원에서 남쪽의 나무계단을 오르면 이제 트레킹보다는 산행하는 기분이다. 조금 경사가 급해지며 숲속을 거닐게 된다. 그리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산책로를 따라 마음의 여유를 한껏 느껴본다. 수풀 틈새로 파란 바다가 숨바꼭질을 하듯 보였다 숨었다 하기를 반복한다. 길가에 떨어져 있는 자잘한 도토리에 마음을 빼앗겨 보기도 한다. 반대편에서 이쪽으로 진행하는 사람도 만난다. 가볍게 인사를 건넨다. 또 길옆의 억새는 하늘거리며 가을의 서정을 노래한다. 해안가 바위 위에는 은비늘이 일어난다. 오늘 바다는 조용한 50대 여인의 모습이다. 대체로 평온하고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가 제 속살을 원 없이 드러내고 있다.

 

기도원에서 누릉능까지는 30분 조금 안 걸린다. 누릉능은 바닷가의 여가 누른색을 띤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라고 한다. 전망쉼터도 있고, 해안의 기암절벽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일식님이 성북에서 사가지고 온 막걸리를 한 잔씩 돌린다. 성북 들머리에서 여기까지 쉬엄쉬엄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쉼터의 평상 위에도 도토리가 떨어져 지천으로 늘려 있다. 쉬엄쉬엄 길가의 도토리를 하나씩 주워가며 헬기장을 지나 40여 분 걸려 어음포까지 오르락내리락 하며 간다. 어음포는 물고기 노래소리라 들릴 정도로 물고기가 많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어음포에서 40분을 더 진행한 희망정의 정자에 앉아서 여유있게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식사를 한다. 파란 바다, 파란 하늘, 더불어 우리 마음도 파랗게 된다. 마음에 평화가 깃들고 평온해진다. 함께 하고픈 산우들과 오순도순 둘러앉아 막걸리 한잔을 곁들이는 재미도 도심지의 번잡스러운 곳이 아니어서 좋다.

 

 

 

▶대항 새바지~국수봉의 일본 잔재를 보면서

식사를 끝내고 5분여 걸어오면 대항새바지의 포구를 만나게 된다. 이곳도 이제 개발붐으로 높은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그 개발의 열기를 보는 마음이 서글퍼진다. 자연은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점차 훼손되어지고 사람의 때가 묻어가고 있다. 그 건물이 올라가는 뒤편 풀밭에는 십여 마리의 염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대항새바지에서 17분여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대항 포구가 나타난다.

 

 

대항 포구에는 [소희네 식당]이 있는데, 오늘은 추석 전날이라 일찍 영업이 끝나기에 그곳에서 뒤풀이를 할 수 없다. 그래서 해산물 정식을 맛볼 수 없어서 조금 아쉽다. 그 식당을 뒤로 하고 조금 가면 대항 물양장이 나온다. 그곳을 임시 주차장으로 쓰고 있다. 귀가시의 마을버스 시간표도 체크해 둔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중에 일식님이 얼음과자를 사와서 하나씩 돌린다. 그 얼음과자를 먹으려 남쪽 국수봉이 있는 양포고개를 오른다. 조금 된비알이라 숨이 차다. 햇살은 머리 위에서 따갑게 달구고 있다. 게다가 지나가는 차들이 왕래에 우리는 길가로 몇 번이나 길을 양보한다.

 

 

양포고개에서 산을 향해서 오른다. 대체로 산은 습한지 길바닥이나 바위 위에 이끼가 많이 끼여 있다. 양포고개에서 조금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40여 분 오르게 되면 국수봉에 닿는다. 능선길에 낙엽이 많아서 발걸음도 가볍고 바닷가의 시원한 바람이 밑에서 위로 불어올라 온다. 국수봉에는 정상석도 없고 정상이라는 표시가 없다. 단지 트랭글의 신호가 정상임을 알려준다. 국수봉 정상에는 참호가 파져 있다. 일식님과 종현님이 그 안에 들어가서 포로 놀이를 한다. 여유스러움에 장난기가 발동한다. 거기서 조금 더 남쪽으로 진행하면 일본군 포진지가 나타난다. 1904년에 이곳 외양포에 일본군이 들어와서 포진지와 막사 등을 구축했다고 하니 벌써 111년이나 지났다. 100년이 넘은 세월의 아픔을 간직한 포진지다. 러일 전쟁을 위해서 파 둔 포진지다. 이 진지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선조들이 동원되어 피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포진지는 대나무와 나무들로 위장되어 있다.

 

포진지에서 5분여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전망쉼터가 나타난다. 거기서 동남쪽으로 아스라이 내려다보면 가덕도 등대가 보인다. 이곳 또한 일본군이 1909년에 설치한 등대다. 조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 주된 목적은 일본군의 해군 입출항을 위해서 세운 등대이다. 발아래 펼쳐진 산자락과 바다를 바라보며 그때의 시대상을 한 번 회상해 본다. 선조들의 피와 땀이 배인 곳이기에 더 가슴이 뭉클하다. 그 기분을 뒤로 하고, 일본군 막사로 가려면 포진지로 되돌아와서 일본군들이 오르내렸던 길을 따라 25분여 내려가면 된다. 외부의 적 공습을 피하기 위해 동굴에 막사를 만들어 두었다. 또한 내무반 막사, 탄약고, 공동 우물, 공동 변소 등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막사가 있는 광장을 한 번 휘 둘러보면 아픈 과거의 자취에 나라의 소중함을 실감하게 된다. 진정 나라가 있어야 국민이 있다는 사실을.

 

 

그 막사 주위의 오가피와 감 등의 가을 전령사를 만난다. 밭에는 고구마가 영글어가고 바닷가에는 염소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외양포 선착장에 서서 앞바다를 바라보면 큰 컨테이너선이 지나간다. 또 가을햇살이 내리쬐는 마을의 전경도 구경해 본다. 모든 것이 평화롭다. 남쪽 해안가 바위 위에서 낚시꾼들의 모습이 보인다.

 

 

부산으로 나가는 버스는 4시 10분인데 남은 시간이 23분여. 일본군이 이용하던 샘물을 보고 양포고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간다. 양포고개를 넘어 내리막길을 잰걸음으로 달려간다. 대항포구에 와서 앞서가던 종현님은 520번 버스에 탔다고 전화가 온다. 우리는 마을버스에 승차를 했는데, 금호지님이 안 보여 종현님에게 전화를 하니 함께 있단다. 마을버스는 선창까지 해안을 돌고돌아 성북까지 오니 종현님이 탄 520번 버스는 녹산의 르노삼성자동차 앞을 지나가고 있다고 한다. 성북에서 노홍철님의 차량에 6명이 탑승하여 하단의 뒤풀이 장소로 이동한다. 금호지님의 단골 식당인 [사랑방 메기탕]집으로 가서 오늘의 즐거움을 마무리한다. 금호지님 동네라고 한방 쏘아 주어서 맛있는 뒤풀이를 하고 헤어졌다. 가을 햇살 아래 8명이 오붓하게 보낸 트레킹이었다. 함께한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트레킹 지도

♣산행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