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제 268차 정기산행: 괴산 군자산 산행기 ◈(2015. 9. 19)

부산갈매기88 2015. 9. 24. 11:04

◎산행지: 괴산 군자산(948m)

★산행일시: 2015. 9. 19. 토. 갬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38명(동무, 윤슬, 청파, 붉은 노을, 산들바람, 행운이, 스마트, 팔도강산, 방랑자, 종현, 햇띵구, 현진, 가연, 은수, 해월정, 송향, 새콤달콤, 현진, 봄산, 유유산속, 옥여사, 태영, 숙이, song이, 홍종태, 슬로, 퀵, 동방, 혜영, 군자대로, 산하, 야초, 그림자, 비온, 노홍철, 운해, 와니,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도마골/비악산 펜션~도마재~군자산(948m)~소금강 주차장

 

◔시간대별 산행코스:

11:25 비악산 펜션

12:21 도마재(휴식 10분, 점심 30분)

13:17 전망바위

14:27 군자산(948m)(10분 휴식)

14:43 칼바위/전망쉼터

16:13 전망쉼터/소나무

16:24 소금강 주차장/쌍곡분소

 

★산행 시간: 5시간(중식 30분, 기타 휴식 35분>

                <순수 산행시간: 3시간 55분>

◍산행거리: 6.35km

◎교통편: 신부산 고속투어 관광버스

 

▶산행 tip: 이번 군자산 산행은 지난 7월의 칠보산 산행에 이어서 두 달만에 또다시 괴산을 찾게 된다. 애당초 남군자산을 산행지로 정해서 남군자산 초입의 관평마을에 도착하니, 국립공원 순찰차량이 바로 뒤따라와 이곳은 비법정 탐방로라고 한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20여 분을 달려 군자산 초입인 도마골로 향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도마골의 비악산 펜션 옆에서 시작한 군자산 산행은 1시간 가까이 너덜길을 터벅터벅 걸어서 도마재에 도착을 한다. 중식시간이라 거기서 30분의 점심을 먹고, 1시간 반 정도 걸려 군자산(948m)을 오른다. 그리고 정상에서 숨고르기와 군자산의 정기를 받고 소금강 주차장으로 하산을 한다. 소금강 주차장에서 소금강의 기암절벽에 넋을 빼고 탄성을 지르는 가운데 군자산 산행은 갈무리를 한다. 전체 산행시간은 중식과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5시간 정도 걸린다. 도마재까지의 너덜길과 가파른 하산길로 말미암아 다른 산행지보다 배 이상 힘이 든 코스였다.

   

 

위화도 회군이 아니라 남군자산 회군?

부산을 출발한 버스는 청도까지 황금벌판을 바라보며 안개가 자욱한 길을 달려간다. 간간히 구름 사이로 햇살이 가을산을 간질어 댄다. 그렇게 선산 휴게소까지 기분 좋게 간다. 대구를 지나 차츰 북쪽으로 갈수록 안개가 걷히고, 날씨는 맑아지고 있다. 그리고 연풍IC를 빠져나온 버스는 꼬부렁꼬부렁 517번 국도를 40 여분 몸을 뒤틀며 나아간다. 관평마을 경로당 앞에 버스가 정차를 한다. 회원들은 버스에 내려 산행채비를 하기 전, 민생고(?) 해결을 위해 경로당 안의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부산하다. 그때 국립공원 순찰 승합차가 도착을 한다. 순찰대원은 운해대장님에게 여기는 비법정 탐방로이고, 현재 송이버섯 채취기간이라 남군자산 산행은 불가하다고 한다. 산행도 시작하기 전에 국립공원법에 발이 묶인다. 워매~~이게 무슨 악어 풀 뜯는 소리인가!

   

국립공원의 출입제한 지역에 들어가는 사람은 3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아~~이것이 올가미가 되어 눈물을 머금고 20여 분 오던 길을 되돌아 비악산 펜션 부근의 도마재로 오르는 초입까지 가야 한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은 4불가론이 있다지만, 남군자산 회군은 딱 1가지. 국립공원의 비법정 탐방로 위반. 고개를 떨구게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실망하고 좌절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래서 큰 군자산(948m)으로 향한다. 오늘 하루 즐겁게 산을 오르기 위해 왔으니까 당초 목적한 산은 아니더라도 더 나은 차선책은 있는 법. 마음을 추스른다. 인생은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리는 법. 사막에도 꽃은 피고, 암릉에도 소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사는 법. 그게 인생의 법칙이다. 또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도마골 비악산 펜션 옆의 들머리에서 전체 얼굴을 사진 속에 담는다. 누구 한 사람 불평 한 마디 없다. 이왕 산에 오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만큼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기에.

 

▶괴산과 군자산의 유래

삼국시대 이 지역에서 한반도의 패권을 노리는 전투가 벌어졌었는데 칠성평야에서 백제군과 신라군 간에 전투가 붙어 싸움에서 진 한쪽 장군이 느티나무에 머리를 받고 자결했다고 한다. 그 때부터 이곳은 괴주(槐州), 괴양(槐壤) 등으로 불리다가 조선 초기부터 괴산(槐山)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군자산은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쌍곡리에 위치한 산이다(해발 948m). 군자산 남쪽 청천면 관평리에 827m 높이의 남군자산( 또는 작은 군자산, 소군자산)이 있는데, 이 남군자산과 구별하기 위해 군자산을 '큰 군자산'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군자산과 남군자산 모두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하며, 괴산군이 꼽은 괴산 35대 명산에 꼽힌다. 인근에 군자사가 있으며 군자산 바로 서쪽에는 달천을 막아 만든 괴산댐이 위치한다. 과거에는 군대산(軍垈山)으로 불렸다. 『신증동국여지승람』(괴산)에 군대산은 "군 동쪽 13리에 있다."고 적고 있다. 『여지도서』(괴산)에서는 "경상도 문경현 조령산으로부터 뻗어 나왔다."고 적고 있다. 이 지명은 과거에 군대가 머물렀던 터라는 의미에서 붙여졌다고 하는데, 『대동여지도』에서는 '군대산(軍帒山)'으로 한자를 바꿔 표기했다. 『구한말지형도』에서는 '군추산(群墜山)'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후 『조선지지자료』와 『조선지형도』에서는 '군자산(君子山)'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로 보아 현재와 같은 군자산(君子山)으로 바뀐 것은 일제강점기부터인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지명총람』에서는 군자산의 지명 유래를 산세가 군자의 풍모를 갖추고 있어서라고 적고 있다.

 

▶도마(?) 대신 배낭을 메고 오르는 도마재

초입부터 바로 가파른 목책계단이 시작된다. 계단이 있다는 것은 가풀막이 만만찮다는 점. 남군자산에서 회군된 마음은 이제 이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다. 숲길은 오지 중의 오지라 잡목이 울창하다. 도마재까지 산허리를 비스듬하게 타고 오른다. 그 길은 군자가 되기 위한 인내를 요하는 너덜길이다. 여기저기 삐죽빼죽 돌들이 고개를 쳐들고 합창을 하고 있다. 아차 해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무릎이나 다리가 그대로 골절되어버리기에 긴장이 요구되는 길이다. 골짜기라서 그런지 바람은 불지 않기로 작정을 한 듯하다. 쭈삣쭈삣한 돌 때문에 한가롭게 수풀을 바라볼 여유가 없다. 보통 산길은 너덜이 있으면 잠시 스쳐지나가는 정도인데, 여기는 너덜의 연속이다. 도마재까지 대각선 방향으로 완만하게 쭉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데 너덜겅이 간난신고다. 그 재까지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앞서가는 산우님들의 발걸음도 무디어진다. 앞쪽의 숲 사이로 간간히 하늘이 보이는가 싶더니 마당재에 이른다. 시야가 열리더니 빈터가 나타난다. 드디어 마당재에 도착한 것이다. 일행은 휴식을 취하면서 점심시간이라 앞서 올라간 선두조를 이곳으로 불러 내린다. 더 올라가게 되면 넓은 장소가 없기에.

 

▶군자를 되게 하는 군자산

지루하고 신경을 곤두세우던 너덜겅도 50여 분만에 끝이 난다. 이제 맛있는 식사 시간이다. 인원이 많고, 장소가 마땅치 않아 네 그룹으로 나누어 앉는다. 천상의 식사, 신선의 식사다. 그 재를 지나가는 골바람이 이파리에게 인사를 하고 간다. 온몸의 땀이 식어 서늘해진다. 앞서 내달린 몇 사람의 선두조 얼굴은 안 보인다. 그러나 나머지 30여 명은 여기 앉아서 웃음꽃을 피우며 사랑을 나눈다. 추석 전의 벌초 등 집안 일 때문에 많은 회원들이 신청을 했다가 취소하는 등의 우여곡절이 많았다.

 

남쪽의 현수막에는 출입제한 지역이라 쓰여 있다. 웬지 올라가고픈 충동도 든다. 가보지 않은 길이요, 오늘 우리가 애당초 가려고 한 그 남군자산 방향이다. 사람들의 출입이 많지 않은지 등산로는 조금 희미하다. 사람 사는 구역만 출입제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도 인위적으로 제한 구역을 설정해 두었으니 늘 우리는 그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인가 보다. 가정의 울타리, 직장의 울타리, 친구의 울타리, 학교의 울타리, 사회의 울타리, 국가의 울타리 등.

 

도마재에서 식사 후 10여 분을 오르게 되면 660봉 위에 서게 된다. 이제 남쪽으로 남군자산락이 보이고, 동쪽으로 지난 7월에 왔던 칠보산이 코앞에 나타난다. 그 짜릿한 감동을 주었던 칠보산. 그 정상에서 바라보았던 큰 군자산을 오늘에야 만나게 된다. 아직 가야 할 큰 군자산은 북쪽으로 조금 올려다 보인다. 큰 산이든 작은 산이든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미지는 올라가보고 싶다는 것이다. 군청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산들은 바다의 파도처럼 물결치고 있다. 그리고 저 멀리 산과 구름은 서로 맞닿아 떨어질 줄 모른다. 산자락이 마치 연인의 치마폭에 휘감겨 있는 것 같다. 등산로마다 떨어진 도토리를 줍는다고 일행들의 손은 다람쥐 앞발보다 바빠진다. 마당재에서 큰 군자산까지의 등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도토리가 일행의 발걸음을 무디게 한다. 한 알 두알 줍는 재미가 솔솔 한가 보다. 어쩌면 노다지 보물찾기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에서의 보물찾기 보다 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산등성이에 올라 산의 기개를 느끼니 어찌 그 모습을 담지 않을 수가 있으랴. 전망바위 위에서 서너 명씩 어깨를 함께 세운다. 멀리 칠보산이 등 뒤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남군자산자락이 품 안에 안긴다. 마음이 푸근해진다.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며 흘린 땀방울은 불어오는 건들바람에 식는다. 세상의 행복이라는 것도 한 순간의 바람과 같이 스쳐지나가는 것임을. 골산에서 정기를 얻고, 육산에서 영기를 받는다고 했는데 오늘은 두 기를 다 받고 갈 것 같다.

 

660봉을 지나 내려가는 기분으로 652봉에 접근을 한다. 낙엽이 깔린 길이라 잠시 기분이 상쾌하다. 652봉을 지나면 참나무가 우거진 안부에 잠시 숨고르기를 하게 된다. 누군가 과일도 꺼내서 한 쪽씩 돌린다. 머리에 난 땀도 훔쳐내고, 물도 한 모금 마신다. 생각보다 더운 날씨다. 건들바람이 건성건성 불어주면 좋으련만. 큰 군자산자락의 바람은 군자다움을 요구하는지 인내심을 요한다. 군자산 이정표는 1km 남았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개인 차이에 의해 정상까지 삼삼오오 흩어지게 된다. 정상에 가까이 갈수록 심한 가풀막이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그래도 국립공원의 정규 탐방로이기에 이정표 표시는 잘 되어 있다.

 

군자산 정상에 도착하니 앞서 간 선두조들이 정상 사진을 찍은 후 쉬고 있다. 벌써 하산을 서두르는 회원들이 보인다. 얼른 달려가 개인 사진부터 추억의 앨범에 남긴다. 이어서 여자회원끼리, 그리고 남자회원끼리 어깨를 견주어 본다. 언제 또다시 이곳에 오겠는가. 세월의 화살처럼 흘러가는 시간과 계절을 따라 가봐야 할 산이 많기에 기약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좀더 눈에 오랜 시간 담아두고, 또 가능하면 디카나 휴대폰의 영상 속에 재워두고 싶다. 먼 훗날 추억의 앨범을 넘기며 그때를 회상하게 될지도 모르기에.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지 않는가. 걸어야 할 산은 많지만 갈 수 있는 산은 제한적이다. 전국 4천여 개의 산 중에서 오를만한 산이 1천여 개나 된다고 하니. 산행 숙제는 참 많이 남아 있다. 그것도 무릎관절이 무난하고 체력도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달려있으니......

 

▶하산길도 군자되는 거 싶지 않네

이제 정상에서 하산하는 일만 남는다. 소금강 주차장까지 2.5km라고 이정표는 알려준다. 큰 군자산(948m)이 이 주위에서는 가장 높기에 멀리 있는 올망졸망한 산자락이 가슴에 안긴다. 하산을 하자마자 곧바로 외줄이 놓여 있고, 바위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잔자갈이 많아서 여간 신경이 곤두서는 게 아니다. 일행들의 발걸음은 재발라서 산허리 아래에서 도란도란 얘기하는 소리만 위로 올라온다. 눈을 들어 잠시 건너편의 보배산과 칠보산자락을 훑어보는 사이 선두와 거리는 멀어져 가는 것 같다. 후미는 이제 봄산님, 유유산속님과 나 밖에 없다. 칼바위처럼 생긴 녀석 옆에서 칠보산자락을 등지고 서 본다.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서서 우리처럼 추억 만들기를 하고 가지 않았을까.

 

정상에서 40여 분을 내려와 나무계단을 만난다. 앞서가던 해월정님이 기다리고 있다. 봄산님이 과일을 꺼내 잠시 휴식할 이유를 찾는다. 조망 쉼터라 날씨가 맑아 조령산 신선 암봉이 보이고 동남쪽으로 희양산자락이 선명하게 얼굴을 들이민다. 딱 두 달 전(7월 18일) 번개 산행으로 조령산을 다녀온 감동이 되살아나 가슴에 뭉게구름이 일어난다. 맑은 날씨에 시계가 좋아 보너스를 듬뿍 챙기는 날이다. 멋진 산세들을 마음껏 바라보고 파란 하늘과 짙어가는 산자락을 바라보니 마음의 부자가 된다. 오랜만에 함께 걸으며 삶의 발자취를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더더욱 좋다. 소금강 주차장까지는 1.8km나 가야 한다고 이정표는 나그네에게 일러준다.

 

나무계단에서 여유를 부리는 것도 잠시다. 이내 바위가 얼굴을 들이미는 내리막 비탈길이다. 그 속에서 나무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이리 뒤틀리고 저리 뒤틀려도 주어진 삶에 충실한 것 같다. 어떤 소나무는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리며 버티고 있다. 또 어떤 소나무 둥치는 다 쇠락하고 오로지 밑둥만 남아 세월에 부대끼며 서 있다. 그리고 소나무와 잡목이 서로 연인처럼 휘감아 껴안고 있는 모양을 하고 것도 있다. 어쩌면 씨름판에 안짱다리 걸기를 하는 모습 같기도 하다. 능선길을 따라 가다가 왼쪽 소금강 계곡 절벽의 단애를 보고 탄성을 지른다. 억겁의 세월 속에 깎이고 깎인 단애에 소나무들이 생명을 부지하고 있다. 거리가 멀긴 하지만 마음의 감동은 곧바로 다가온다. 풍광의 아름다운 조망은 여유로운 마음에서 나오는 것 같다. 이 자연이 주는 비경을 어찌 지나칠 수 있겠는가. 자연은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건만 일상의 분주함이 몸에 밴 탓에 간과해버리는 일이 많다. 이 시간만큼이라도 걱정의 짐,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여유를 찾았으면 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의 삶의 관성 법칙에 의해 허겁지겁 내달리기 일쑤다. 맡겨진 과업을 달성하기라도 하듯. 자연과 나와의 진정한 교감이 필요하다. 세상을 향한 억지, 욕심, 이기심, 탐심, 우월감, 열등감 등 모든 것을 여기 숲속에 묻고 가고 싶다. 진정한 나 자신을 만나고 싶다. 나를 에워싸고 있는 외식의 껍데기를 양파껍질처럼 벗기고 가고 싶다.

   

이제 마지막 전망쉼터에서 배낭을 내려놓는다. 이곳은 전망바위가 있고, 옆에 멋지게 꼬부라진 소나무가 있다. 여기가 하늘벽이란다. 소나무가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버티고 있다. 그리고 서쪽으로 깎아지른 암벽이 보이는데, 거기는 화석바위라고 한다. 앞서간 일행이 거기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잠시 조우를 한다. 발아래 멀리 마을이 보인다. 거의 다 내려왔는지 도로 위의 오토바이와 차 소리가 요란스럽다. 잠시 세상의 짐을 산속에 맡겨두었나 생각했는데, 그 세상의 인위적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누군가 남은 과일을 돌린다. 아직 우리에게는 주고받아야 할 정이 참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과일 한 쪽이라도 기꺼이 나눌 수 있는 아량과 배려가 있으니.

   

거기서 주차장으로 내려서는 300여 개의 목책 계단은 우리의 인내를 시험하고 있다. 세찬 비에 목책 계단은 중간 중간 어그러지고 뒤틀려 있다. 한 번 설치를 했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모양이다. 지자체의 역할은 그게 전부인 듯하다. 보수와 관리라는 책임 있는 행정이 아쉽다. 뭔가 끈기 있게 자신의 고장을 위해서 섬기고 봉사하는 마음이 필요한데.....

 

▶알탕과 뒤풀이

주차장에 도착함으로 5시간의 산행은 끝이 난다. 개울에서의 알탕만 남았다. 개울 상류로 달려가니 먼저 간 일행들이 개울물에 들어 앉아 있다. 하루의 피로를 개울물 속에서 다 날려 보낸다. 일행의 표정만 봐도 알 것 같다. 아직 물은 차갑지가 않다. 딱 알탕하기 좋은 물 온도다. 날씨마저 도우니 안성맞춤이 따로 있겠는가. 전체 산행거리는 6.35km밖에 안되는데, 다른 산행 때의 11~12km를 걸은 듯 다리가 뻑적지근하다. 그만큼 경사가 심하고, 너덜길이라 신경을 많이 쓴 탓이리라.

 

이번 산행은 추석 전이라 벌초문제, 가정사 등의 문제로 회원들의 변동사항이 많았다. 그래도 참가신청을 하고 취소하지 않고 달려와 준 회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마 그 마음을 알기에 다른 약속을 뿌리치고 달려왔으리라 생각한다. 새내기 회원 여러분도 즐겁게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니 마음 뿌듯하다. 산만 섭렵하지 말고, 사람 냄새도 한 번 맡아 보라고 권하고 싶다. 분명 산은 대스승이다. 그런데 아무리 족집게 과외라도 대스승한테 혼자 배우러 간다면 재미가 없지 않을까. 함께 하여 그 즐거움의 보따리, 행복의 보따리가 부풀러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지금껏 우리가 걸어온 인생길은 자신만의 인생 궤적을 그리며 살아왔다. 그것이 정답인양.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그런데 인생 후반전이 되고, 숨통을 조아오는 저승사자의 호루라기가 들리는 언덕을 오를 나이가 되고 보니 남이 살아 온 이야기에 귀 기울여진다. 토종 요굴트 한 잔이면 그 이야기는 실타래처럼 술술 풀린다. 문경 휴게소의 널찍한 식당에서 오늘의 여정을 갈무리한다. 늘 백산 회원 여러분의 가정에 행복이 충만하기를!!!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