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양산 천성2봉/ 성불암계곡/상리천 계곡 번개 산행기 ◈(2015. 8. 29. 토)

부산갈매기88 2015. 9. 3. 17:59

◎산행지: 양산 천성2봉(855m)/성불암계곡/상리천 계곡 

산행일시: 2015. 8. 29. 토. 흐림

☢산행 참석자: 백산산악회원 8명(피네, 일식, 태영, 은수, 은방울, 탱탱구리, 운해, 부산갈매기)

     

 

●산행 코스: 양산 내원사 입구 주차장~성불암계곡~천성 2봉~짚북재~상리천 계곡~ 노전암~내원사 입구 주차장(원점회귀)

 

 

◔시간대별 산행코스:

09:40 내원사 입구 도착

09:50 내원사 입구 주차장 출발(입장료 \2,000)

10:00 성불암 게곡입구

10:10 악우대 추모비석

10:26 첫 번째 폭포

10:30 나무계단

10:32 두 번째 폭포

10:49 이정표(성불암 0.8km/짚북재 1.2km)

12:03 삼단돌바위

12:25 이정표(짚북재 1.6km/천성산0.1km/영산대 2.4km)

12:29 천성21봉(855m)<식사 45분>

14:12 짚북재

14:25 합수점 개울쉼터

15:30 계곡 알탕(40분)

16:23 공룡능선 입구

17:00 내원사 입구 주차장

 

 

★산행 시간: 7시간 10분(중식 45분, 알탕 40분, 기타 휴식 30분, )

                     <순수 산행시간: 5시간 15시간>

◍산행거리: 13.5km(GPS)

◎교통편: 지하철 2호선 양산역에서 택시로 내원사 입구까지 이동(\15,000)

       

 

▶산행 tip: 여름이 그렇게 다 가고 있음을 아쉬워 양산의 천성2봉으로 번개산행을 하게 된다. 찜통더위 어쩌구저쩌구 해도 세월의 수레바퀴는 한 치의 오차 없이 돌아가고 있으니. 양산역에서 집결한 회원들은 양산역 맞은편에서 택시를 타고 내원사 입구의 매표소까지 간다. 요즘은 산에 입장료를 받는 데가 많다. 그것도 2천 원씩이나 생어거지로 주려고 하니 마음이 짠하다. 그거면 토종 요굴트가 두 병인데. 그 입장료 안 주려고 내원사 입구의 버스 하차지점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하려고도 마음먹었다. 그러나 거기서부터 산행을 시작한다는 것은 여름 산행에 무리인 것 같아 포기를 한다.

 

 

산행 들머리는 주차장을 지나 다리를 건너 임도를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10분 정도 가게 되면 노전암으로 가는 왼쪽 길과 오른쪽의 성불암 계곡으로 가는 길이 나뉘게 된다. 그 갈림길에 멈춰 서서 추억 만들기를 한다. 그리고 성불암 계곡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그 입구에는 최근에 옆으로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 누운 나무가 길을 막고 있다. 그 나무에 버팀목을 세워두었기에 몸을 수그리고 통과하여 계곡을 따라 오른다. 길은 간밤에 비가 왔는지 촉촉하고, 물소리 또한 제법 세차게 난다. 숲 속의 향기는 코에 전해지고 마음은 풍선처럼 두둥실 떠가는 기분이다.

 

 

번개 산행답게 번개처럼 달려온 운해님이 오늘도 카메라를 들고 부산하게 움직인다. 본능적인 질주인지도 모른다. 이미 세월과 함께 굳어진 습관. 그 본능과 습관의 작동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왼쪽에 공룡능선을 두고, 오른쪽의 성불암 계곡을 따라 곧장 오르게 된다. 거기서 3~4분을 오르면 악우대를 만나게 된다. 40년 전에 세워진 추모비다. 아마도 이 부근에서 사고가 난 듯하다. 그 산우들이 세우 둔 추모비에 마음에 잠시 숙연해진다. 그 산우들은 이미 고인이 되었을 수도 있고, 노인 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 추모비를 통해서 느껴지는 것은 산은 겸손할 때는 친구이지만, 교만하고 오만할 때, 그리고 지쳐 피곤할 때 산도 우리를 내친다는 사실을.

 

그 악우대에서 15분쯤 오르게 되면 첫 번째 폭포가 나타난다. 하얀 속살을 내 보이며 거침없이 세차게 내려오는 폭포의 물줄기에 눈이 가고, 이미 귀는 그쪽으로 향하게 된다. 눈과 귀가 홀리고 있으니 몸은 이미 그쪽으로 가게 된다. 여인의 자태에 홀리어 마음을 빼앗기듯 자연스레이 그 폭포에 눈길이 간다. 그 폭포 아래에는 적당한 소[沼]도 만들어져 있어서 저곳에 잠겼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한 사람씩 폭포를 배경으로 선다. 그 세차고 시원하게 내리꽂히는 폭포에 마음이 상쾌하다. 그리고 나무계단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낙차가 조금 큰 폭포가 나타난다. 게다가 그 위로 가느다란 물줄기의 폭포가 몇 개 더 있어서 자그마한 계곡이지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천성 2봉을 오르게 되면 으레 공룡능선을 생각하지만, 여름에는 계곡을 따라 샤방샤방하게 걸어 올라가는 산행도 정말 운치가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미 자연의 품속에 깊게 들어 앉아 쉼 호흡을 한다.

 

이제 들머리에서 1시간 정도 올라온 지점의 갈림길 이정표(성불암 0.8km/짚북재 1.2km)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한다. 토종 요굴트 한 잔이면 피로가 날아간다. 그리고 과일 한 쪽이면 홍콩의 최고 부자를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 요즘 마음의 병이 참 문제인 것 같다. 그 마음의 병 이면에는 갈등과 열등의식, 비교의식, 집착 등이 내재되어 있지 않을까. 안 되는 것은 마음을 정리하고 개울에 흘려보내고, 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다시 힘을 모두어 도전하면 될 것을. 괜스레 속 끓일 필요 없지 않는가. 그렇게 자연은 우리에게 무언의 암시를 한다. 봄에 새싹이 나고, 여름에 나뭇잎 번성하여, 가을이면 또 다시 자신의 몸을 변신하여 겨울이 오기 전에 다 내려놓는 자연의 큰 순환의 고리를 따라 사는. 자연에는 자연의 법칙이 있고, 인간에게는 창조주가 만든 법칙이 있다. 단지 인간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그 법칙을 깨트리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은 인간 나름의 도덕과 삶의 원칙이 있으니 그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나름대로 지켜나가면 되는 것을.

 

 

이후 중앙능선 방향으로 실개천을 건너 가풀막을 15분여 가파르게 오르게 된다. 샤방샤방한 계곡을 따라오다가 잠시 다리가 뻐근해지는 된비알을 오른다. 그리고 능선길에 올라서게 되면 다소 완만한 능선을 따라 쭉 올라 천성 2봉까지 가면 된다. 정상에 가까울수록 경사는 급해진다.

 

정상 2봉 가기 전 2봉인가 싶어 암봉에 오르면 짝퉁 암봉이다. 정상은 동쪽으로 좀더 가야 한다는 것을 그 암봉에 올라서서야 알게 된다. 인생도 미리 알고 가는 경우는 드물지 않을까. 알았다고 하더라도 때론 자기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니까. 그 짝퉁 암봉에서 날개달린 개미 때문에 홍역을 치른다. 새카맣게 우리에게 달라붙는다. 날개달린 개미를 쫓느라고 이리 저리 팔을 허공에 휘젓고, 손수건을 꺼내서 휘둘러본다. 공격대상이 왜 우리냐고.....

 

천성2봉에 오르니 겨울을 빼고 기다리는 정상 지킴이 아이스케키 아지매. 그 끈질지고 집념어린 아지매의 정성에 탄복한다. 요즘 일주일에 3~4번씩 거래처의 모 회장님과 대신동 꽃동네의 <뚜레박>으로 비빔밥을 먹으러 간다. 이 분이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터라 채소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 <뚜레박>의 비빔밥에는 충분한 채소가 담겨져 있고, 또 후식으로 제철의 포도나 과일 등이 나와서 만족스럽다. 집밥 같아서 좋다. 내 식구같이 식사를 마련해 주어서 또한 좋다. 그런 다음 인근의 간이매점에서 커피를 한 잔 하거나 아님 내원정사의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간이매점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면 멋진 점심은 그렇게 지나간다. 그러나 간혹 그 인근의 간이매점의 아지매표 커피는 몸이 편찮다는 이유로 자주 문을 닫는 것을 본다. 그래서 허탕을 몇 번 치기도 했다. 거기에 비해 천성 2봉 아이스케키 아지매는 흐린 날씨든지 찜통더위든지 개의치 않고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관계는 이런 것이 아닐까. 우리 산악회에서도 자주 오던 회원이 어쩌다 산행에 한 번 빠지게 되면 궁금하다. 왜 안 올까? 무슨 일이라도. 아님 어디 아프기라도. 이런 저런 오만가지 생각이 드니 말이다. 그래서 정감이 무르익은 백산이다.

 

 

그 천성 2봉 아지매에게 단체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으니, 태영님이 흔쾌히 “그래. 아이스케키라도 하나 사 줘야지.”하면서 얼음과자를 하나씩 돌린다. 은수님은 차가운 게 싫어서 사양한다. 이 땅에 사는 동안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이 있다. 이 땅에 사는 동안 공짜란 없는 것이기에. 마음의 빚을 지면 또다시 그 빚을 드는 게 우리네식 아닌가. 천성 2봉을 되돌아 짚북재로 가는 길목에 앉아 식사를 한다. 산우들이 오붓하게 둘러 앉아 화기애애하고 얼굴에 화색이 도는 이야기를 하노라면 최상의 식사가 된다. 토종 요굴트 한 잔이면 천상의 식사는 천사의 노랫소리가 들리게 된다. 찬통이 이리저리 오가고 요굴트 두어 잔이 공중에 박치기를 하게 되면 40분의 꿀맛 같은 식사는 끝이 난다.

 

짚북재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공룡능선에서 올라오는 길로 정상에 올라왔기에 다시 짚북재까지 되돌아 내려가면서 짚북재로 방향을 잡는다. 짚북재에는 아침에 모 부산초보산악회에서 온 일행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일행에 휩쓸려서 산행의 묘미를 잃어버릴 것 같아 서둘러 상리천 방향으로 내려선다. 상리천 상부의 합수점 쉼터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려는데, 짚북재에서 떼거리들이 들이밀고 내려온다. 하는 수 없이 그네들에게 길을 양보하고 좀더 시간을 벌어본다. 계곡 물소리는 더욱 세차게 골짜기에 메아리치고 옆을 지나가는 길손들의 시끄러운 소리는 계곡을 메우고 있다. 불혹 전후의 나이들로 어우러진 남녀들의 입은 한여름 매미소리마냥 요란스럽다. 한 살이라도 더 젊은 기백이 좋다. 인생 정오쯤의 나이인지라 남녀가 서로 어울리니 맹꽁이 짝짓기 하듯 귀청이 떠나갈 듯 시끄럽게만 들린다. 아~ 저럴 때의 나이도 있었던가? 그래 있었지. 누군가에게 관심을 끌려는 그런 매무새와 소리들.

 

계곡을 따라 내려갈수록 수량은 많아지고 소[沼]가 군데군데 얼굴을 내민다. 앞서간 무리들 때문에 ‘알탕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먼저 내려간 피네님이 아주 알맞은 알탕 자리를 마련해 두고 기다리고 있었으니. 오늘 여자회원은 은수님과 은방울님 두 사람밖에 없으니 가볍게 옷을 입은 채로 물속에 입수한다. 지난주에 비해서 물이 조금더 차가워진 것 같다. 함께 계곡물에 몸을 담그니 물장구를 치고, 이런저런 장난도 한다. 남녀 혼탕이라 옷을 갈아입을 때 일식님이 가져온 판초우의가 있어서 여자회원들은 아쉬운 대로 변신을 할 수 있었다. 그 옛날 우리 부모세대는 단칸방에 10식구가 오글오글 살아도 그 틈바구니에서 아들, 딸 쑥쑥 놓고 살았으니..... 한국 사람의 지혜는 유대인을 능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불쑥 든다.

 

 

그 알탕 장소에서 내원사 입구의 주차장까지 1시간 가까이 걸어내려 와야 하기에 또다시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주차장에 도착을 해서 뒤풀이는 바로 그 앞에 있는 냇가의 평상에 앉기로 한다. 어릴 적 시골생각이 많이 나는 평상. 요즘 이런 평상은 계곡의 가게가 독차지하고 있으니. 냇가 평상에 앉으려면 반드시 닭백숙을 시켜야 한다는 불문율. 거금을 주고 닭백숙 두 마리를 시키고 평상에 앉는다. 의외로 분위기도 괜찮다. 냇가에 발을 담그고 동동주 한 잔씩 하는 재미도 괜찮다. 지금이 아니고서는 맛볼 수 없는 분위기와 길손. 그 분위기에 녹아서 탱탱구리님은 딸내미가 사준다는 그윽한 저녁식사도 고사하고 여기에 퍼질고 앉아버렸다. 그 마음을 알리라. 때로는 그 분위기와 맛 때문에 거금을 들여가면서 먼 곳까지 달려가지 않는가. 이렇게 좋은 날이 한 해에 몇 날이 될까. 늘 우린 바쁘다는 것을 핑계대면서 산다. 정작 병원 침대에 몸을 눕힐 때면 좀더 몸 관리를 잘 할 걸.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 할 걸. 후회란 앞서 오지 않기에 더 멋진 인생을 살려면 자신에게 좀더 자유를 허락해야 한다. 과감하게 자신에게 이제 시간을 투자할 나이다. 자녀와 주변인을 위해서 무덤으로 달려가는 시간을 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생명줄의 시간을....

 

정말 오붓하고 단란한 번개산행이었다. 때론 산우들이 부모형제보다 더 궁금할 때도 있다. 이번 산행에 왜 안 왔지 하는.....

 

 

♣산행지도: 지형만 참조바람.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