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새해 첫 번개산행 후기: 영남 알프스 영축산(1,081m) ◈(2015. 1. 2. 토)

부산갈매기88 2016. 1. 7. 13:56

◎산행지: 양산 영축산(1,081m)

◉산행일시: 2015. 1. 2. 토. 맑음

☢산행 참석자: 백산산악회원 9명(피네, 탱탱구리, 달빛그림자, 금호지, 동무, 스마트, 일식, 몰운대, 부산갈매기)

●산행 코스: 지산마을~취서암사거리~취서산장~영축산~함박등~함박재~죽바우등~백운암~극락암~아란야 외딴집~지산마을 원점회귀

 

◔시간대별 산행코스:

   09:30 지산마을 출발

   09:40 취서암 사거리

   09:59 이정표 갈림길(영축산 2.5km/지산마을 2.1km)

   10:46 취서산장

   10:58 이정표 갈림길(영축산 0.6km/방기리 2.8km)

   11:19 이정표 갈림길(영축산 0.2km/지내마을 3.5km)

   11:28 영축산 정상 동쪽 암봉 돌탑

   11:40 영축산(1,081m)<중식 40분>

   12:50 추모비

   13:33 함박등

   13:52 함박재

   14:20 죽바우등

   15:00 샘

   15:05 독립문(?) 바위

   15:26 백운암

   16:16 아란야 외딴집

   16:17 보(개울)

   16:32 지산마을

 

★산행 시간 및 거리: 7시간 02분(중식 40분, 기타 휴식 46분) 10.2km(GPS)

                                  <<순수 산행시간 5시간 36분>>

◎교통편: 승용차 2대

 

●산행 tip: 새해에는 영남 알프스(영알)를 환종주하자고 하는 의견이 많아서 첫 번개부터 영알 환종주 코스를 잡았다. 지산마을~취서산장~영축산~함박등~죽바우등~백운암~지산마을의 원점회귀 산행으로 7시간, 10.2km를 걸었다. 거리는 길지 않으나 지산마을에서 영축산까지의 된비알 때문에 2시간 남짓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 그리고 영축산에서 죽바우등까지는 능선 산행이라 조망도 좋고, 발걸음도 신바람이 난다. 죽바우등에서 백운암까지는 능선 산행이 아니라 죽바우등 조금 아래로 나있는 산자락을 휘감고 돌아가는 멋진 산행을 했다. 이 코스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린 얼음폭포가 있고, 또 독립문(?)같은 홍예다리가 있어서 볼거리가 있다. 틀에 정형화된 등산로가 아니라 약간 위험스러우면서도 산행의 본질을 추구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맛이 나는 산행코스다. 낙엽도 발목 위에 덮일 정도로 수북하고, 너덜지대도 나오기에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코스다. 그 긴장이 끝나나 싶으면 백운암의 개짖는 소리에 제 정신이 들게 된다. 백운암에서 극락암으로 내려서는 길은 조금 가파르고 낙엽과 돌이 미끄러워 조금 주의를 요한다. 극락암 위에서 좌측의 소나무 숲길을 걸어서 아란야 외딴 집 앞의 개울 보를 지나 지산마을까지의 비포장도로를 따라 오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녹록치 않은 산행이지만 즐겁고 행복한 하루의 시간을 적절히 할애한 산행이다.

 

▶겨울 산행인데 왜 눈이 없는 거유~~

애당초 영축산~신불산~간헐산 공룡능선으로 계획하였으나, 수요일까지 댓글을 다는 사람이 적어서 승용차로 가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였다. 다행히 피네 부회장님이 승용차를 지원해 준다고 하여 승용차 1대로 가려고 하다가 스마트님의 차량도 지원 가능하다고 하여 2대의 승용차로 산행을 하게 되었다.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지산마을에서 취서산장으로 진행을 하여 1시간 남짓 해묵은 땀방울을 쏟아낸다. 지산마을에서 30분 정도는 워밍업 정도로 가볍게 오를 수 있으나, 취서산장으로 오르는 30여 분은 날씨도 푸근한 탓도 있겠지만 땀을 제법 흘리지 않으면 안 된다. 제법 가풀막이 숨을 막히게 하기 때문에. 지난밤에 일식님은 친구들과 회식이 있어서 그런지 예전의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된비알에 몸이 둔하다. 함께 온 몰운대님도 보조를 맞춘다고 느릿한 걸음으로 올라온다. 취서산장에 먼저 도착한 일행과 개가 우리를 반긴다. 미세 먼지 탓에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가지는 그렇게 맑지가 않다. 혹시 눈이라도 와 있을까 싶어서 영축산자락을 올려다보건만 봄 같은 날씨라 어디에도 눈은 없다. 앞에 온 금호지와 피네님의 선두조는 취서산장에서 왼쪽으로 영축산을 먼저 올라가고, 일식님과 몰운대님, 그리고 나는 방기리로 올라오는 취선산장의 오른쪽 능선길을 택하여 영축산을 오른다. 우리가 가는 쪽이 100미터 정도 더 길다. 그러나 사람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 한 번쯤 걸어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래서 그 길을 한 번 올라가 본다.

 

영축산 동쪽 암봉(독수리 바위) 위에서 사진을 찍으며 환호성을 지르는 선두조들의 고함소리가 능선 아래까지 들려온다. 독수리 바위 옆의 200여 미터 골짜기는 깔딱고개라 발걸음을 무디게 한다. 능선에 올라서니 거센 찬바람이 온몸을 휘감고 지나간다. 얼씨구! 제법 겨울 손님을 맞이할 줄 아는가 싶다. 세찬 바람에 옷매무새를 고쳐본다. 대수롭지 않은 바람이지만 잦은 펀치를 맞다보면 그로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암봉의 북쪽으로 신불산 능선이 새초롬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서쪽으로 천황산과 재약산 산등성이가 클로즈업 된다. 또 발아래에는 손바닥만한 여러 개의 저수지가 겨울 하늘을 담고 퍼렇게 비치고 있다.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 속에 뽈때기가 얼얼한 가운데서도 삼삼오오 모여서 지금의 시간을 남긴다. 먼 훗날 여기 이 산우들과 함께 한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서.

 

▶바람은 불고 낙엽은 뒹글어도 좋으리~~~

영축산 정상의 강한 바람을 안고 추억의 앨범을 만든다. 이 추운 날씨에도 홀로 이곳을 찾는 이도 있다. 이 추운 날씨에 혼자 오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몰론 나도 몸이 편치 않을 때 홀로 등산을 한 적도 많았다. 그때는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대절명의 목표가 있었다. 건강을 지켜내기 위해서. 그런데 이 추운 겨울에 홀로 산행을 한다는 것은 여간한 산꾼이 아니고서야 쉽지가 않을 텐데.

 

우리가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햇볕이 잘 드는 양지에 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으려니 타산악회원들이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우리 곁으로 내려온다. 등산로를 조금 물고 앉아 있기에 과객들에게 괜스레 미안하다. 금호지님이 가지고 온 오뎅과 라면의 합작품은 특급호텔의 음식보다 산에서는 더 맛있다. 라면과 오뎅 냄새가 주위로 펴져 코를 자극하면 겨울 낮 시간은 저절로 숨을 죽이게 된다. 산다는 것은 뭐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햇살은 따갑게 머리통을 쪼이고, 뜨끈한 오뎅 라면 국물은 입술을 얼얼하게 하고, 한 잔의 막걸리와 소주는 가슴 저 밑바닥을 훑고 올라온다.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의 날들이 우리 인생에 얼마나 될까? 인생의 나이테가 늘어난다는 것은 기회가 점차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닐까?

 

천천히 끓고 있는 그 오뎅 라면과 함께 얼굴을 맞대는 것 자체가 행복의 무지개를 그리는 시간이다. 이렇게 함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서 함께 동질의 가치를 추구할 때가 아니겠는가. 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를 봐 줄 때가 아닐까. 자연에서 순수함을 얻고 때 묻지 않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가식 없이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땀방울을 함께 흘리고 자연과 내가 함께 될 때에 우리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40여 분의 점심식사 시간도 나뭇잎 팔랑거리듯 지나가버린다. 앞으로 나아갈 함박재와 죽바우등의 마루금이 쭉 펼쳐진다. 그 능선에 우리의 꿈과 희망은 벌써 펼쳐지고 있다. 바람은 불어도 좋고 나무 이파리는 길바닥에 뒹굴어도 우리의 발걸음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산꾼은 다듬어진 길은 좋아 하지 않아?

영축산에서 함박등 방향으로 200미터 내려서면 이정표 갈림길이다. 거기서 함박등까지 1.5km이다. 그리고 북서쪽은 단조산성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는 1,060고지를 향하여 조금 비탈진 길을 오른다. 그 능선에는 애달픈 사연이 있었다. 그 추모비 속의 주인공은 산이 좋아서 산에 왔다가 산에서 생명을 다한 사람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숙연해진다.

 

나무들은 자신의 거추장스러운 옷을 내팽개치고 서 있다. 그 나뭇가지 사이로 바라보는 세상의 풍경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있다. 우리에게도 자신의 쓸데없는 부분은 버리라는 의미도, 그리고 세상살이에 장애가 되는 자존심의 덩어리도 내려놓으라는 의미도. 함박등가기까지 올망졸망한 암릉을 오르락내리락 한다. 산의 등줄기를 밟고서 우리의 꿈을 펼쳐본다. 영축산자락이 보이는 암릉에 올라서서 기지개를 켜듯 손을 쳐들어 본다. 함박등에서 피는 함박웃음이 우리의 긴장을 녹인다. 수억 년을 버티어 온 바위들이 제각각 그 얼굴을 달리하고 있다. 깎이고 깎이어 어떤 것은 떨어져 분리되기도 하고, 또 어떤 암반은 세월의 무게에 짓눌리어 금이 쩍 가 있는 것도 있다. 그리고 그 암봉 위에는 소나무나 잡나무가 분재가 되어 바위와 한 덩어리가 되어 있다. 이슬 한 방울도 얻어 마시기도 힘든 척박한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리고 산다는 것은 모진 풍파 이겨내며 가정을 지켜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닐런지.

 

함박재에서 백운암으로 바로 내려서려고 했으나,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채이등까지 가기로 했다. 함박재에서 채이등까지는 300미터다. 채이등까지 산허리를 돌아 올라서고 보니, 그 남쪽으로 젖꼭지처럼 우뚝 솟아있는 죽바우등까지 안 갈 수가 있겠는가. 불과 500미터라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 죽바우등을 오르니 양산 통도사의 말사가 발아래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지나가는 타산악회원들도 잠시 죽바우등에서 숨고르기를 한다. 그 길손에게 우리 일행의 단체 사진을 청해 본다.

 

하산길은 죽바우등에서 남쪽 능선으로 100여 미터 가다가 산자락을 하산하듯 내려선다. 그 길에는 낙엽이 흐트러져 제대로 보이지가 않는다. 길이 선명치 않다. 죽바우등에서 10분 정도 내려가서 전망바위 위에서 잠깐 과일을 꺼내서 함께 먹는다. 거기서 조금 가면 좁은 암벽 사이를 내려서야 한다. 밧줄도 없기에 양팔과 두 다리를 잘 활용해서 내려가는 수밖에는. 그 수고의 댓가는 바로 아래에 전개되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린 얼음폭포로 대신한다. 그 고드름 얼음폭포에 희열을 느낀다. 심마니가 산속에서 산삼을 발견하여 ‘심봤다!’를 외치듯. 그 얼음폭포가 너댓 개나 되었으니 그곳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열을 올린다. 잘 알려진 등산로보다 이렇게 구석지고 알려져 있지 않은 등산로를 걷는 재미가 산꾼에게는 휠씬 성취감과 만족도가 높다. 금광을 찾은 느낌처럼.

그 얼음폭포의 여운을 남기며 몇 십 걸음을 옮기면 홍예다리와 같이 생긴 암봉을 만난다. 길가의 무지개다리바위가 동서방향으로 사람이 들락날락할 정도로 버티고 있는데, 그 중간에 틈이 갈라져 있다. 거암이 서로 붙어 있다가 경사진 탓에 아래쪽 바위가 미끄러져 갈라진 것 같다. 사물도 안정화하려고 하듯 사람 또한 편안해지려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 모두 제 자리를 찾아가려는......

 

이제 그 홍예다리바위에서 20분 정도 낙엽길과 너덜길이 있는 산허리를 돌아가면 개짖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한적한 산행의 정취에 빠져 있다가 개짖는 소리에 오만가지의 상념은 흐트러지고 만다. 백운암의 절 지붕이 눈앞에 다가선다. 백운암에서 물 한 모금을 마신다. 무념무상이 되길 소원해본다. 사람인지라 늘 생각이 많다. 쓰잘데기 없는 잡생각이. 이 세상 고민하는 4%만이 진짜배기 고민이라고 하는데 말이다.

 

▶하산도 주의에 주의를 요한다?

백운암에서 극락암 방향으로 하산하게 된다. 백운암 아래는 최근 몇 년 사이 데크 계단도 만들어 놓아 변화가 많았다. 요즘은 산행을 하는 것인지 계단을 오르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어느 산이나 데크 계단이 많아서 산꾼들의 불평이 심하다. 편하게 산행을 할지는 몰라도 무릎에게는 참 미안한 생각이 든다.

 

백운암에서 10여 분 내려가면 돌계단에 낙엽이 흩날리고 있어서 주의를 요한다. 돌도 빤질빤질한 화강암이라 아주 미끄럽다. 등산화라도 이 돌 위에서는 쫙쫙 미끌린다. 우리 일행 중의 한 사람도 미끄러졌지만, 과객도 미끄러져서 위험천만한 광경을 목격한다. 인생은 정상에 올라섰을 때 주위를 돌아보아야 하고, 산행도 하산길이라고 업수이여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어디서나 사고는 방심할 때 찾아오는 것이다. 긴장의 고삐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백운암에서 비로암 삼거리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거기서 조금 내려오면 극락암인데, 극락암 가기 전 왼쪽 소나무 숲길을 따라서 내려가면 아란야 외딴집이 나타난다. 그 외딴집이 왼쪽에 보이면 건너편의 개울 보를 보고 내려서면 된다. 밭을 가로질러 난 길을 따라가면 보를 건널 수 있다. 그리고 보를 건너 등산로를 따라가다 보면 비포장도로가 나타난다. 중간중간 물이 고여 있는 비포장도로를 걸어가면 지산마을이 나온다. 그리하여 7시간의 산행은 마무리된다.

 

뒤풀이는 일식님이 아는 남산동의 <이랴이랴 남산점>에서 소숯불구이로 그윽하게 배를 채웠다. 피네님과 스마트님은 차량 운전 때문에 술을 못 마시어 조금 미안했지만, 두 사람 때문에 즐겁고 행복한 새해 첫 번개산행을 했다. 두 분과 함께 한 회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올해 번개산행도 꿈을 싣고 달려갈 것이다.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다.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