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제 275차 정기산행: 지리산 천왕봉 산행기 ◈(2016. 1. 9)

부산갈매기88 2016. 1. 14. 11:06

◎산행지: 지리산 천왕봉(1,915m)

★산행일시: 2016. 1. 9. 토, 맑음.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43명(동방, 노홍철, 금호지, 동무, 피네, 와석, 스마트, 일식, 윤슬, 청파, 붉은 노을, 미산, 슬로우, 퀵, 옥여사2, 행운이, 새콤달콤, 팅커벨, 갈바람, 해월정, 몰운대, 태영, 오뚜기, 야초, 청림, 수정, 가연, 송향, 은수, 호두, 키종, 현진, 그림자, 영원한 부산, 수피아, 비주, 운해, 와니,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중산리 대형버스 회차지~중산리 탐방안내소~통천길 입구~칼바위~유암폭포~장터목대피소~제석봉~천왕봉~개선문~법계사/로타리 산장~순두류//칼바위~중산리 매표소~대형버스 회차지

 

◔시간대별 산행코스(후미 기준):

   09:25 중산리 대형버스 회차지

   09:40 중산리 탐방안내소(620m)

   09:50 출발

   09:56 야영장/통천길 입구

   10:07 이정표(중산리 0.7km/장터목 대피소 4.6km/법계사 2.7km)

   10:19 칼바위(830m)

   10:23 현수교 다리

   10:24 이정표(장터목 대피소 4.0km/중산리 1.3km/법계사 2.1km)

   11:22 너덜지대

   11:38 유암폭포(1,210m)

   13:02 장터목 대피소(식사 20분)<1,655m>

   14:05 제석봉(1,808m)

   14:32 통천문

   14:58 천왕봉(1,915m)

   15:33 개선문

   16:12 법계사(1,380m)

   16:13 로타리산장

   16:49 이정표(순두류 1.7km/중산리4.9km/법계사 1.1km/천왕봉 3.1km)

   17:16 생태탐방로 입구

   17:20 순두류 버스정류장(900m)

 

★산행 시간(중산리 대형버스 회차지~장터목~천왕봉~순두류):

                                                          7시간 40분(중식 20분, 기타 휴식 30분>

                                                                <순수 산행시간: 6시간 50분>

◍산행거리: 11.5km(GPS)

◎교통편: 신부산고속투어버스

 

▶산행 tip: 새해 첫 정기산행은 지리산 정기를 받고, 새로운 한 해의 인생 설계를 위해서 지리산 천왕봉(1,915m)으로 했다. 지리산 대형버스 회차지에서 칼바위~유암폭포~장터목 대피소~천왕봉~법계사~순두류까지 7시간 40분, 11.5km를 걸었다. 그리고 법계사에서 칼바위 방향으로 하산한 선두조의 경우는 13.5km를 걸었다.

 

야영장/통천길 입구에서 칼바위까지 20여 분, 칼바위에서 유암폭포까지 1시간 20분, 유암폭포에서 장터목 대피소까지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되었으며, 장터목 대피소에서 제석봉까지 상고대와 설화(雪花 눈꽃)의 풍경에 정신줄을 놓아 40분 걸렸다. 그리고 제석봉에서 천왕봉 정상까지는 50분의 느린 걸음으로 걸었다. 설국 경치와 조망에 다소 시간이 걸린 탓으로. 천왕봉 정상에서 개인 인증샷 및 단체 인증샷을 마치게 되면 법계사까지는 눈이 별로 없어서 쭉 달려내려 가게 된다. 법계사/로타리 산장에서 칼바위 방향으로 하산을 한 선두조가 있지만, 30여 명의 회원들은 순두류 방향으로 하산을 했다.

 

1주일 전인 1월 초와 우리 보다 하루 뒤인 1월 10일(일)에 산행을 한 타산악회는 제석봉과 천왕봉까지 상고대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우리 백산산악회만이 상고대를 신물 나게 보고 왔으니 축복받은 산악회다. 우리 산악회만 새해 출발이 순백의 아름다음에 취하고, 예상보다 푸근하고 맑은 최상의 날씨 속에서 전원 무사히 완등을 하고 왔으니 백산의 올 한 해도 전도양양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열정과 아름다운 마음씨에 하늘도 감동을 했지 않았을까......

 

▶겨울 여인의 속삭임과 같은 개울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칼바위 계곡

탐방 안내소 주차장에서 대형버스를 회차하는 것은 장소가 협소해서 안 된다. 그래서 대형버스 회차지에서 하차를 한다. 그리고 중산리 대형버스 회차지에서 10분여 걸어 중산리 탐방안내소까지 지름길인 산길을 걸어 올라간다. 탐방 안내소 주차장에서 화장실을 다녀오고 겨울 산행을 대비하여 몸 풀기를 한다. 부산에서 긴 시간 버스를 타고 왔기에 혈액순환이 원활치 않고, 또 산행에 앞서 차가운 겨울 날씨에 제대로 몸을 풀어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잠깐 맨손 체조를 한다. 운해대장님의 구령에 맞추어 열심히 대원들은 워밍업을 한다.

 

이어서 중산리 탐방안내소 차량 정지선 앞에서 단체 인증샷을 한다. 앞줄은 앉고 뒷줄은 서서 “백산!” “파이팅!”을 외친다. 마음과 뜻을 모두고 어깨높이를 맞추는 일과 파이팅을 외치는 것도 기를 모은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온 여정을 무리 속에서 이탈하지 않으려는 단합의 시간과 각오다짐의 시간이기에. 예상보다 푸근한 날씨라고 한마디씩 한다. 그곳에서 5분여 걸어 올라가면 야영장 표지석이 나오고, 그 왼쪽이 칼바위로 올라가는 통천길 입구다. 계곡의 바위들이 쭈삣쭈삣 서서 인사를 건네고 있다. 일행은 통천길 입구에서 삼삼오오 서서 하얀 이를 드러내고 사랑의 메시지를 남긴다.

 

그 통천길 입구에서 칼바위로 가는 길은 군데군데 돌길이고 또 큰 돌 틈 사이를 헤집고 나아가야 한다. 그 길옆으로는 녹색 조릿대가 키 어깨 높이로 서서 길손을 맞이하고, 나목들은 꼿꼿이 서서 겨울이 지나가기를 숨죽이고 있다. 다만, 계곡의 물소리만이 졸졸 흐르며 자연의 음악을 들려준다. 칼바위 앞 너럭바위에 올라 과객의 흔적을 남긴다. 수많은 산꾼들의 추억 무대가 되었을 그곳에 뭉퉁한 칼 모양의 칼바위는 세월을 얘기하고 있다. 그 칼바위 바로 위에는 출렁다리가 놓여 있고, 다리를 지나가면 이제 좌우로 갈라지게 된다. 오른쪽 길은 법계사로, 왼쪽은 장터목 대피소로 간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왼쪽의 장터목 대피소 방향이다. 왼쪽으로 접어들자마자 조릿대(산죽)가 녹색치마를 입고 반기고 있다. 길도 처음은 편한 길이나 이후 돌길에 나무다리가 몇 개 나온다. 차츰 돌길이라 발걸음이 무디어진다. 계곡 왼쪽 응달에 계곡물이 하얗게 겨울을 붙들고 있다.

 

쭉 계곡 오른쪽을 따라 올라가게 된다. 여전히 뒤통수에 내리쬐는 햇볕은 뜨끈하고, 간간히 계곡을 따라 약간 차가운 골바람이 위에서 아래로 스쳐지나간다. 법계사/장터목 대피소 갈림길에서 25분여 올라오니 계곡의 소(沼)가 옥빛이다. 그 깨끗한 옥빛 물에 모두 가슴에 전율이 일어난다. 여름이라면 얼른 발이라도 한 번 담그고 가고 싶다. 도회지 속의 우중충한 물을 보다 저렇게 투명한 옥빛을 바라보니 마음마저 옥빛으로 변한다. 그래서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계곡물의 표정을 닮아가기를 원해서 일행은 개울가 바위 위에 올라서서 잠시 마음을 모둔다. 조금 위로 올라가다 너럭바위 위에서 과일 한 조각을 나눠 먹는다. 후미조의 얼굴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데크 계단을 오르고 또 나무다리를 가로질러 유암폭포 방향으로 오르면 너덜지대 여기저기 돌탑을 세워 놓은 곳이 나타난다. 돌탑은 팔 길이 정도로 높지는 않다. 그냥 지나가는 길에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소원을 잠깐 빌고 갔는지도 모른다. 왜 그곳에 너덜지대가 형성되어 있는지 조금 아이러니하다. 여전히 거기까지는 봄 날씨 같다. 하지만 허허벌판 같은 곳이라 위에서 골바람이 스산하게 스쳐지나가니 한기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바람막이 잠바를 부랴부랴 끄집어내어 입어 본다. 무엇보다 거기서 바라보는 천왕봉 산자락은 새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있다. 윗머리만 허연 중늙이처럼. 멀리 보이긴 하지만 저 위쪽에 가면 상고대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든다. 11시가 넘은 시각이라 기온이 더 올라가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일행은 그 산자락을 배경으로 한 컷씩 한다.

 

그 너덜지대가 있는 홈바위교를 지나 10분 정도 진행하면 유암폭포가 얼음을 뒤집어쓰고 나타난다. 하얗게 물줄기가 폭포에 얼어붙어 있기에 보는 산우들마다 탄성을 자아낸다. 그리고 폭포 아래의 소까지 얼어붙었기에 사진을 찍는다고 일행은 소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다.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달라는 주문 쇄도에 백산 기자들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또 사진 구도를 잡기 위해 사진사들은 이리저리 몸을 뒤틀어 본다. 하늘의 천사가 유암폭포에 내려앉아 갈 길을 잃고 서성거리고 있다. 예상되는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어지고 있다. 지금쯤 장터목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있어야 할 상황인데, 여기 천사와 나뭇꾼이 노닥거리고 있으니 운해님의 마음도 조금 급해진다. 어찌 이 황홀한 순간을 그냥 눈으로만 담고 갈 수 있겠는가. 일행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지정거리고 있다.

 

▶상고대는 있을까?

유암폭포에서 장터목 대피소로 오르는 돌길과 돌계단이 예사롭지가 않다. 돌길 틈새에 얼음이 박히어 있어 마음에 부담감을 안겨준다. 병기막터교와 명성교 나무다리를 건너 오르니 계곡 왼쪽의 얼음폭포에 또 다시 발걸음은 지렁이 외출하는 걸음걸이다. 일행은 얼어붙은 계곡 안으로 들어가서 포즈를 잡는다고 야단이다. 계곡은 위로 올라갈수록 길바닥이 얼어붙어 있어 아이젠을 신기로 한다. 산자락도 잔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뭔가 눈을 기대해 본다. 오르막이라 옥여사님이 조금 힘겨워 하나 그래도 생각보다는 잘 오르고 있다. 그 뒤에서 후미대장 붉은 노을님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길고 깊은 계곡이라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아야 하기에 붉은 노을님은 그냥 기다리며 함께 오르고 있다.

 

장터목 약수터 주위에 오니 하얀 눈을 뒤집어 쓴 나무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다. 가슴속에 피어오르는 감동. 여기저기 말없이 눈 덮인 나무를 배경으로 서기만 하면 백산의 기자들은 셔터를 눌러댄다. 모두 꿀 먹은 벙어리다. 그러나 가슴은 무지개를 달고 뜨겁게 하늘을 날아오르고 있다. 낮 1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점심을 잊고 있다. 아니 그 경치에 넋을 잃어 혼줄을 놓았다. 점심 한 끼를 못 먹더라도 경치만은 보고 가리라는......

 

장터목 대피소(1,655m)의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안경이 뿌옇게 흐려져 앞이 보이질 않는다. 식당 안은 산꾼들로 인산인해다. 일행이 어디에 있는지 헤매는 중에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그림자님과 수정님을 찾았다. 붉은 노을님이 용케 생탁 한 병을 갖다 준다. 그림자님과 한 컵씩 나누어 마셔보지만,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입맛을 잃었다. 게다가 유암폭포에서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허기가 진 탓에 입맛이 도망 가버렸다. 그래서 반쯤 밥을 먹다가 도시락 뚜껑을 덮었다. 온수만 한 잔을 하고 배낭을 챙긴다. 앞서 온 일행이 배낭을 챙겨 밖으로 나가기에 마음도 급해진다.

 

장터목 대피소 마당에서는 삼삼오오 사진을 찍는다고 모여 있다. 또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일행은 매우 부산하다. 여기서 제석봉까지의 30여 분은 깔딱고개라 상당히 힘이 들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 백산 산우들은 제각각 흩어져 오르고 있는 것 같다. 후미에 오르는 사람은 10여 명 정도. 장터목에서 제석봉으로 이삼십 미터도 채 오르지 않아서 가풀막이 시작된다. 눈이 덮여 있고, 그 눈 아래에는 얼음이 얼어 있어서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게다가 위쪽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타산악회원들 때문에 가풀막을 오르다가 잠시 대기를 해야 한다. 인생은 일방통행은 없다. 양보와 타협이다. 진행이 있으면 멈춤이 있는 것이다. 그 된비알을 오르는데 앞에 펼쳐지는 상고대에 일행의 희열과 탄성이 쏟아진다. 그 상고대와 설화(雪花 눈꽃) 앞에 일행은 시간을 주물럭거린다. 어찌 이 비경을 두고 발걸음이 떨어지겠는가. 부산 사람들은 조금 쌓인 눈만 보아도 양털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인데. 어쩌면 이 상고대는 겨울에 한 번도 못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새해 첫 정기산행에서 운 좋게 보게 되다니. 여기까지 오면서 높은 기온 탓에 상고대가 안개처럼 사라졌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그것은 기우였다. 저 아래에서 산 위를 올려다 볼 때 안개가 이 산자락을 재빠르게 스쳐지나가고 있었는데, 그 안개가 오히려 상고대를 녹지 않도록 해 주었던 것이다. 뭔가 올 한 해 손으로 하는 모든 일들이 마이더스의 손처럼 술술 풀려나갈 기분이다.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힘과 황홀한 기분을 북돋우어 주어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주는 최면 요법도 중요하다. ‘뭔가 잘 될 거다. 잘 되고말고.’ 하는 자기 최면요법. 그래야 이 힘들고 어려운 세상살이에 두 발을 버티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상고대에 오뚜기님과 미산님의 입은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옥여사님과 행운이님도 힘겹게 가풀막을 오르지만 이미 상고대의 마술에 걸려 있는 것 같다. 옆의 일행도 벅찬 가슴을 지체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의 감동은 별 거 아니다. 수억 수천의 돈 보다 마음에 와 닿는 감정을 녹이는 것이 더 진하고 깊은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눈이 있을까?’ 그리고 ‘혹여 상고대가 있을까~?’ 염려와 기대로 올라왔는데 그것보다 더 황홀하고 행복한 복을 안겨 주었으니.....

 

▶하늘도 변화무쌍, 인생도 변화무쌍~~

이제 제석봉(1,808m) 평원으로 올라서게 된다. 겨울 안개가 휘감아 산허리를 감돌고, 눈 앞 조금 높이 제석봉 평원에는 새하얗게 설화수(雪花樹)들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여기저기 서 있다. 그게 한 나무 정도라면 큰 감동이 없겠지만, 온통 산이 침엽수는 설화수로, 그리고 나목은 상고대로 변해 있었으니 감동의 쓰나미가 휘몰아친다.

 

제석봉 정상의 전망대에 서서 천왕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컷 하려니, 하늘이 심술을 부린다. 천왕봉 산자락은 겨울 안개로 온통 휘감아버린다. 일행은 간단히 제석봉 흔적만 남기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때가 아니면 가야하고, 또 그것도 아니면 기다려야 한다. 지금은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 벌써 2시가 넘은 시각이라 오후 5시까지 하산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급해진다. 제석봉에서 통천문 가기까지 눈길과 설화수(雪花樹), 상고대에 발걸음이 달라붙었다. 무엇보다 통천문 바로 아래의 설경에 모두 하늘의 왕자와 공주가 되었다. 노홍철님과 일식님 일행 4명을 거기서 조우하게 된다. 그 4명은 법계사~천왕봉을 완등하고 이쪽으로 하산을 하고 있었다. 인생은 정답이 없기에 나름대로 걸어가듯 그들도 거꾸로 돌아본 것이다. 반가움에 얼싸안고 토닥거려 본다. 어차피 가고자 하는 길로 가야 하기에 아쉬움을 남긴다.

 

통천문에서 병목 현상이 생긴다. 올라가는 사람도 많고 또 내려오는 사람도 있기에. 저 밑에서 올라올 때 겨울 안개가 빠르게 지내가더니 상고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나목[裸木] 위에 걸려 있는 상고대가 더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다. 통천문에서 천왕봉까지는 500미터밖에 안 되지만, 철계단과 된비알에 조금 힘이 부대끼게 된다. 장거리 산행이고 추운 날씨라 허벅지와 종아리에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장터목 아래에서도 칙칙이를 뿌리고 왔는데.....

 

▶아~~ 천왕봉~~~!!!

천왕봉 정상에는 우리 산악회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타산악회원은 몇 명 되지 않는다. 그래서 타지에서 온 산꾼들은 우리가 찍는 사이사이에 끼어들려고 애를 쓴다. 산꾼의 기다림, 인내, 배려심이 바닥이 날려고 하지만, 그래도 행복한 기분을 서로 망쳐버리고 싶지는 않아서 양보를 한다.

 

하늘은 열려 있었고, 구름은 저 멀리 하늘 경계선에 빙 둘러쳐져 있다. 아~ 하늘이 둥글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이곳에서 실감을 한다. 정상이라 제법 쌀쌀한 바람이 서쪽에서 훑고 지나간다. 일행들은 정상 여기저기에 흩어져 추억의 마술시간을 벌이고 있다. 이미 앞서 많은 사람들은 법계사 방향으로 하산을 하고 있다. 천왕봉에서 법계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계단과 하산 길은 눈이 없다. 아쉬움이 밀려오지만, 천왕봉을 오르면서 죄다 감동을 받았음에 만족을 해야 했다.

 

하산길의 발걸음은 피난민 보따리 싸들고 달려가듯이 잰걸음이다. 하산을 하면서 어느 시점에 아이젠을 벗을까 하는 문제로 고심하게 된다. 법계사 조금 위에서 아이젠에서 해방되었으니.....

 

법계사에 예불을 드리려는 사람은 잠시 경내를 둘려보고, 나머지 산우들은 로타리 산장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한다. 모두 조금 지친 탓에 순두류 쪽으로 하산을 하기로 한다. 로타리 산장에서 조금 내려가 다시 아이젠을 신었다가 벗는 비상훈련이 있었다. 거기서 조금 내려가는 중에 선두조로 내려간 고문인 영원한 부산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미 중산리 탐방소에 도착해 있다고. 어이구~~! 우린 아직 1시간을 더 내려가야 하는데......

 

▶해는 떨어지고 날은 저물어 가더라~~~ 오지에서 웬 해물탕을?

법계사에서 순두류로 하산하는 길은 대부분이 돌길이다. 그 너덜길을 터벅터벅 걸어 내려가는 것이 지겹고 고리타분하다. 그래도 칼바위 방향으로 하산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해서 갔지만, 영 아니 올씨다. 또 중간중간 얼음이 얼어 있는 데도 있어서 약간 긴장을 하면서 내려가야 했다.

 

로타리산장에서 순두류 버스 정류장까지는 1시간 남짓 걸렸다. 순두류 위쪽 생태탐방로 입구에서부터 순두류 버스 정류장까지 비포장도로가 나와서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5분여 걸어 내려왔다. 그런데 버스시간을 보니 조금 전 5시에 버스는 출발을 하고 없고, 버스 시간표에는 6시에 버스가 출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아뿔싸! 이럴 줄 알았다면 칼바위 쪽으로 하산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주말이면 수시로 버스 운행을 한다고 해서 이쪽으로 왔는데. 버스 대합실 안에 들어가 일행은 기다린다. 타산악회원과 함께 40여 명이 대기를 하게 된다. 겨우 6시에 중산리 탐방안내소로 가는 버스에 오르게 된다. 앞서 하산을 해서 기다리고 있는 선두조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버스 회차지로 되돌아온 후 30분을 달려서 단성 건너편에 있는 원지의 해물탕집으로 들어갔다. 그 집은 해물칼국수를 지상파 방송에 소개된 바가 있다고 플랑카드를 붙여 두었다. 신생 가게이고 실내가 널찍하여 좋았다. 활가리비와 주꾸미 등의 식재료를 준비해 두었기에 불을 올리기만 하면 되었다. 예약한 시간보다 다소 늦어졌기에 끓여두지 않고 우리가 가서 끓이도록 배려해 두었다. 역시 장거리 산행 후 이렇게 해물탕과 같은 국물이 있는 요리가 지친 육체에게는 좋은 것 같다.

 

한 사랑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완등한 새해 첫 정기산행을 위해서 건배를 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새해의 가내화평과 건강, 활력이 넘치는 직장생활, 그리고 이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 건배주를 들었다. 올해도 백산은 더 활기가 넘치고, 우정이 돈독해지고, 서로 사랑하고 합심해서 전국 제일의 명품 산악회로 거듭날 것이다. 힘든 가운데서도 산행 계획과 진행을 진두지휘한 운해대장님, 후미를 맡아 땀을 흘린 붉은 노을님, 함께 웃음을 선사해 준 산우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 설화(눈꽃)와 상고대의 아름다운 감동과 추억을 안고 한 해를 멋지게 살아 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산이 사람을 부르고, 그 산은 우리를 뭉치게 하는 구심점이 되게 한다. 그래서 그 산은 우리의 마음에 끓어오르는 활화산이 되게 한다. 올해 백산은 활화산처럼 타 오를 것이다. 그 활화산은 미움, 분노, 고통, 염려, 걱정, 스트레스를 타 태워버릴 것이다. 그리하여 마음에 진정한 평안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