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갈매기의 2016년 미나리삼겹살 2탄 청도 지룡산 번개산행 후기 ◈(2016. 3. 12. 토)

부산갈매기88 2016. 3. 18. 14:10

◎산행지: 청도 복호산(681m), 지룡산(659m)

◉산행 일시: 2016. 3. 12. 토. 맑음

☢산행 참석자: 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13명(윤슬, 행운이, 백호, 블랙이글, 호두, 갈바람, 슬로우, 퀵, 붉은 노을, 봄산, 유유산속,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신원삼거리~복호산~지룡산~내원봉~삼계봉~사리암~사리암 주차장

 

◔시간대별 산행코스:

   10:22 신원삼거리 도착

   10:30 산행 시작

   10:46 무덤

   11:50 이정표(신원삼거리/복호산 정상/운문사 주차장)

   11:56 복호산(681m)<점심식사 26분>

   12:49 지룡산(659m)

   13:57 내원봉(823m)/헬기장

   14:08 삼계봉(807m)/헬기장

   14:28 사리암 갈림길

   15:19 사리암

   15:25 사리암 약수터

   15:34 돌다리

   15:46 사리암 주차장

 

★트레킹 시간 및 거리: 5시간 16분(중식 25분, 기타 휴식 25분), 6.7km(GPS)

                                     <<순수 산행시간 4시간 26분>>

◎교통편: 승합차 대절

♣뒤풀이 장소: 두레농원  010-4515-5044  청도 운문면 오진리 1115번지

 

●산행 tip: 이번 청도 복호산과 지룡산 산행은 원동 미나리 삼겹살(2016. 2. 20) 2탄으로 진행을 하였다. 영남 알프스 뒤편에 자리를 잡은 복호산과 지룡산은 상운산을 모산으로 하고 있는데,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복호산으로 오르는 직벽이다. 직벽을 오르고 나면 아주 여유롭게 복호산~지룡산~내원봉~삼계봉 능선을 따라 오르내릴 수가 있다. 사리암 주차장까지 5시간의 산행이면 충분하다. 10여분 시간이 더 걸린 것은 삼계봉 정상의 헬기장에서 10여 분 낮잠과 휴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워매~~왜 이리 두른 데유~~

동래역에서 11명이 태운 승합차는 행운이님이 특별주문해서 가지고 온 [킹 토스트]를 먹으며 덕천으로 향한다. 동래역의 [라라토스트]에서 주문한 토스트다. 행운이님의 지인이 운영하는 가게다. 봄산님과 유유산속님 부부가 덕천 부민병원 옆에서 기다리고 있기에 달려간다. 그러나 8시 반이 넘은 시각이라 세연정에서 만덕2터널까지 많이 밀리기 시작한다. 마음이 조급하지만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늦게 출발하고 또 차량 정체 때문에 30분이나 지연되어 도착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응달에서 봄산님 부부는 많이 떨었다고 한다.

 

덕천동에서 출발을 한 승합차는 남양산 방향의 경부고속도로로 가지 않고, 신대구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일행과 한참을 얘기하다 보니 왠걸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분명히 언양으로 해서 운문령을 넘어가야 하는데. 이쪽으로 해서 언양으로 가게 되면 10km를 돌아서 가야 한다. 밀양IC에서 청도 방향으로 가라고 <김기사>네비는 가리키고 있는데, 밀양IC를 나와 언양 방향으로 승합차는 또 달리고 있다. 아뿔싸~~! <김기사>네비는 이제 5km가 더 늘어났다고 한다. 승합차 기사의 네비가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아서 최신 버전의 스마트 폰과는 차이가 난다.

 

날씨는 맑아서 좋다. 이왕 길을 나선 김에 즐겁게 가기로 한다. 10분쯤 늦어진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도 없고, 미니라 삼겹살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이왕 오늘 하루 여유를 찾아 나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리랑 쓰리랑~ 뱀 똬리처럼 꼬불꼬불한 운문령을 승합차는 힘겹게 올라간다. 나뭇가지 끝에는 발가스름하게 봄소식이 걸려 있다. 승합차가 빌빌거려 “누구 엉덩이 좀 들어!” 하니 차 안은 웃음소리가 차 천정을 때린다. 마음 맞는 사람과의 봄나들이라 기분도 상쾌하다. 겨우 운문령을 넘어가니 승합차는 제 정신을 차린 것 같다. 운문령을 지나 승합차는 신원천을 따라 신원삼거리 방향으로 향한다. 신원천은 20여분을 달려야 하니까 거리가 제법 된다. 냇가를 따라 군데군데 펜션이 즐비하게 있다. 여름이면 정말 북적거리는데 아직 쌀쌀한 날씨 탓인지 너무 조용하다.

 

 

▶니들이 족보를 알어~~?

운문사로 좌회전해서 가기 전 신원삼거리에서 하차를 한다. 거기서 산행채비를 갖추고 길 건너의 밀성 손씨 무덤군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우리가 평소 보지 못한 그 무덤군의 주인공과 가족친지의 족보를 한글로 대리석에 새겨서 세워 놓았다. 그 족보는 10대 정도까지 기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양식은 제대로 잘 보지를 못했기에 조금 신기해서 일행과 함께 훑어본다. 보통 종이로 만든 족보책만 보아왔기에. 자신의 가문을 사랑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아 다시 한 번 숙연해진다.

 

무덤 위쪽에서 단체 인증 샷을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들머리는 완만하게 시작하는 듯 하더니 계속 경사가 급해져 간다. 그렇게 첫 번째 산등성이에 올라서기까지 15분 정도 가파른 비탈길을 오른다. 이제 산등성이의 무덤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복호산 암벽을 주시한다. 웅장하고 위엄있게 내려다보는 암벽에 약간 주눅이 든다. 쳐다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날 정도의 괴물 머리통 같다. 그 복호산 너머에서 비추는 강렬한 햇살에 눈비 부셔 제대로 쳐다보기도 힘들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워매~~등산을 하러 온 거여~, 유격훈련 하러 온 거여~?

산등성이의 무덤에서 TV수신 안테나 있는 곳을 지나 복호산 암벽으로 조금씩 고도를 높여간다. 7~8분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올라가면 이제 암벽의 밑둥치에 해당되는 부분에 다다른다. 노송이 암벽 아래에서 물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해 말라버린 채로 서 있다. 생명체는 그 자리를 지키려 하지만 적응이 안 되면 죽을 수밖에 없다. 혹시 옆으로 우회하는 등산로가 있는가 싶어 고개를 빼본다. 우회를 해서 가려고 한다면 갈 수가 있겠지만, 산행의 묘미는 반감될 것 같아 과감히 도전을 한다. 암벽에 올라서서 왔다갔다 해보지만 피할 수 없는 암벽이다. 피할 수 없다면 인생은 즐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5미터 높이의 밧줄과 암벽타기를 한다. 발 디딜 곳이 마땅찮아서 애를 먹으면서 올라간다. 먼저 암벽을 오른 일행이 위에 또 길이 없다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아우성이다. 앞서간 사람이 있었기에 등산로를 표시해 놓고 밧줄도 매어 놓았지 않았겠는가.

 

위에 올라서니 공룡능선 같은 암릉이 나타나고 또 그 위로 밧줄이 드리워져 있다. 남쪽으로 보이는 암벽에 자라고 있는 노송들이 한 폭의 동양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역광이라 그 모습이 아주 선명하지는 않지만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오금을 저려 가면서 암벽을 타고 올라온 것이 어느 정도 보상이 된다. 여전히 깎아지른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지만, 그 암봉은 우리에게 길을 내어 주는 곳이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일행이 앞서 밧줄을 잡고 올라가고 유유산속님과 뒤에서 조금 여유를 가지고 암벽을 타고 오른다. 조금 전에 올라온 산등성이가 발아래에서 따뜻한 햇살을 받고 오수에 잠겨있다. 그리고 그 아래로 신원리 마을들이 평화롭게 눈에 들어온다. 또 북동쪽으로 옹강산자락이 살짝 올려다 보인다. 암벽이라 빨리 나아갈 수가 없다. 인생은 기다림이다. 마음이 조급하다고 해서 바늘 몸뚱이에 실을 꿰서 쓸 수는 없는 법. 또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을 수는 없는 법. 암벽 타기는 순리와 순서를 따라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암벽타기가 끝났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30여 미터가 되는 바위 골짜기를 타고 오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직벽 틈새를 비집고 올라가야 한다. 한 사람씩 순서대로 앞 사람의 진행 상황을 보고 올라가야 하니까 시간이 제법 걸린다. 밧줄이 걸려 있고, 중간 중간 밑둥이 잘려나간 고사목이 있어서 그것을 잡고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오른다. 나무 밑둥은 산꾼이 잘라놓았는지 아님 등산로 개척자가 그렇게 해두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 쓸모없을 나무 밑둥이 그래도 산꾼들에게는 도움이 된다. 그렇게 잘려진 나무 밑둥은 죽어서도 산꾼들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고 있다. 이 땅 위에 존재하는 것은 존재의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모두 그 암벽 골짜기를 다 오르고 맨 뒤에 따라간다. 홀로 남겨지니 왠지 모를 고독감과 두려움이 밀려온다. 오로지 직벽 위로만 올려다보며 직벽을 오른다. 힘겹게 암벽 밑둥에서 40여 분 씨름을 해서 직벽을 오르니 일행이 바로 위의 너덜겅에서 쉬고 있다.

 

▶고생 끝~~행복시작~~

너덜겅에서 일행이 나눠주는 과일을 먹으며 함께 어울려본다. 내려다보니 신원리 마을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운문댐 상부지점이 살짝 보인다. 앞서 쉬던 일행은 출발을 해서 복호산 방향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복호산은 바로 위쪽이 정상이 아니다. 거기서 가지산 방향으로 조금더 진행을 해야 한다. 암벽을 타고 올라온 이 봉우리가 어떤 지도에는 신선봉(신선암봉)으로 표시된 것도 있고, 다른 지도에는 복호산과 신선봉을 함께 표시한 곳도 있다. 어쨌든 복호산(681m) 정상은 첫 번째 봉우리에서 안부를 거쳐 조금 올라간 두 번째 봉우리다.

 

앞서간 일행들이 사진을 찍는다고 웃음소리가 산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정상에는 약간의 너른 공간도 있다. 오후에 미나리 삼겹살을 맛있게 먹으려면 점심식사를 빨리 해야 한다. 그래서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산나물에 족발, 막걸리 등이 어우러진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오붓하게 먹는 식사, 신선의 잔치가 벌어진다. 현대인에게 스트레스로 오는 질병이 많은 것 같다. 그 스트레스란 마음의 질병이 아닌가.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서 오는 질병. 도심 빌딩 숲 사이에서 온갖 오염된 공기를 마시는 것보다 이렇게 신선한 공기를 맡으며 마음 맞는 사람과 소탈한 웃음 한 번 웃는 것이 모든 질병을 이기는 지름길이다. 뇌는 우리 몸의 2%밖에 안 되지만 뇌가 쓰는 산소의 양은 전체 20%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처럼 신선한 공기가 보약인 것이다. 파란 하늘과 녹색의 풍경을 눈에 비춰 주는 것도 좋다. 또 땀을 흘려 몸 안의 노폐물을 빼내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몸이 썩어가기 전에 면역체계를 정상화시켜 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시켜 주는 것도 장수비결이다. 설사 장수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골골 하는 삶은 살지 않을 것이다. 땀 흘린 후의 식사는 보약이다.

 

복호산(681m)에서 지룡산(659m) 정상까지는 20여 분 걸리는데, 급한 비탈길을 한 창 내려갔다가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 대체로 낙엽이 많이 깔려 있는 등산로라 기분도 상쾌하다. 지룡산에서 단체 인증샷을 하고 내원봉(823m)까지는 1시간여 걸린다. 지룡산을 내려서서 가면 중간 안부에 암릉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암릉 발아래로 내원암이 골짜기 안에 숨어 있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내원암에서 남서쪽으로 눈을 전진해보면 운문사가 납작 엎드리고 있다. 암릉이라 그런지 여기도 고사목이 자신의 사후 세계를 지키고 서 있다. 남쪽으로 억산과 범봉산이 손에 잡힌다. 미세먼지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먼 거리까지 조망할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내원봉(823m)으로 오르는 비탈길은 이번 코스 중에서 복호산 직벽을 제외하고 가장 힘이 드는 곳이다. 내원봉 정상에는 헬기장이 있다. 사방팔방으로 시야가 열려서 좋다. 동쪽으로 쌍두봉, 상운산, 가지산이 보이고, 남쪽으로 운문산, 범봉, 억산이 산의 경계를 이루고 둘러쳐져 있다. 그리고 북쪽으로 옹강산, 문복산의 마루금이 선명하게 보인다. 또한 지금까지 걸어온 지룡산 능선이 한 눈에 확 들어온다. 내원봉 정상에서 추억의 앨범사진을 남기고, 곧바로 삼계봉(807m)으로 향한다. 내원봉에서 삼계봉 정상까지는 7~8분 거리다. 삼계봉 정상도 헬기장이다.

 

그런데 뒤풀이를 할 두레농원에는 오후 4시 반에 예약을 해두었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남을 것 같다. 그래서 헬기장에서 긴 휴식을 취한다. 일행 중에는 아예 이마에 모자를 올려놓고 배낭을 베개 삼아 하늘을 향해 벌러덩 누워 버린다. 이게 번개산행의 매력이다. 이렇게 여유가 넘친 번개산행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충분한 물을 마시고 과일도 먹으면서 여유를 가져본다. 봄 햇살이 내리쬐니 졸음이 올만도 하다. 자연의 에너지를 흠뻑 받는다. 1주일 살아가야 할 자연의 기를 충전시키는 것이다. 자연과의 교감이 메말라가는 우리 삶에 중요하다.

 

▶콧노래 부르는 하산길

삼계봉에서 동쪽 사리암 방향의 능선길을 따라 5분여 가면 돌탑이 쌓여 있는 곳의 돌 위에 <사리암>이라고 누군가 글을 세로로 써두었다. 그리고 <사리암> 글씨 아래에는 화살표 방향을 표시해두었다. 그런데 거기서 곧바로 직진을 하게 되면 학심이골을 거쳐 운문산이나 가지산으로 오를 수가 있다. 학심이골은 아쉽게도 올 연말까지는 생태보존지역으로 묶이어 출입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그 <사리암> 화살표 방향을 따라 사리암 방향으로 내려선다. 하산길은 조금 완만한 편인데 일이백 년이 넘게 보이는 아름드리 노송이 하늘을 향해 쫙 뻗어 있다. 또 어떤 노송은 한 그루가 아니라 두 그루가 연인처럼 구부러짐이 없이 똑바로 하늘로 솟구쳐 있어 감탄을 자아나게 한다. 사람만이 아니라 자연의 소나무도 선의의 경쟁과 우애를 다지며 함께 있는 것을 볼 때 경이롭다. 어쩌면 부부도 하늘이 맺어준 선의의 경쟁자요 서로의 조력자가 아닐까.

 

어렵지 않은 하산길이라 앞서 일행은 내려가 버리고 후미에는 봄산님, 유유산속님, 스트와 나만 남았다. 잠시 전망 바위 쉼터에서 유유산속님이 가지고 온 빵으로 요기를 한다. 또 온수를 꺼내 마신다. 그렇게 많은 땀을 흘리지 않아 물도 많이 남았다. 두레농원에 상황 파악을 위해 전화를 한다. 지금 대전에서 모 산악회에서 온 단체 손님과 또 개인적으로 찾아 온 손님이 많아서 자리가 없다고 한다. 아무래도 우리가 예약한 1시간 반 이후에 탁자 두 개 정도가 빌 것 같다고 한다. 이러다가 자리가 없어서 미나리 삼겹살을 제대로 먹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오늘 복호산과 지룡산을 선택한 것도 이 산을 등정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두레농원에서의 뒤풀이가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앞서 내려간 일행은 사리암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나친 것 같다. 산이라 휴대폰이 잘 터지지 않는다. 카톡으로 붉은 노을님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사리암에서 만나자’고. 하지만 붉은 노을님을 포함한 선두조들은 사리암 약수터 아래로 내려서게 되어 사리암 주차장에서 만나자고 한다. 후미조 네 명은 사리암으로 접근하여 내려선다. 그런데 사리암 부근 20여 미터에서 길이 없어졌다. 사리암에 근접하여 계단을 내려서려 하는데 암자에서 일하는 일꾼이 그쪽으로 접근을 못하게 한다. 20여 미터만 더 가면 되는데. 순간 머리에 피가 솟구친다. 분명히 등산로 표시가 되어있고, 또 초행이라 어쩔 수 없이 이 길로 왔다고 했는데 그 일꾼은 길을 되돌아가서 산비탈로 내려서라고 한다. 그 산비탈에는 길이 없다. 대충 알아서 내려가라는 것이다. 절에서도 자비가 없고, 편의주의만 있으니 마음이 편치 않다. 암자의 확성기로 흘러나오는 불경소리는 소음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암자가 주는 경건함과 고요함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보여주기 식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사리암 바로 밑의 계단으로 내려선다. 선두조들은 사리암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전갈이 온다. 그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또 경내의 경건함과 또 일꾼이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았더라면 경내를 한 번 휘~ 둘러보고 하산을 하려고 했는데, 기분을 잡쳤기에 그대로 내려가기로 한다. 봄산님의 표정에는 약간 아쉬움이 남나 보다. 사리암을 향해 삼배를 한다. 점차 세속화 되어가는 종교의식에 마음이 찹찹하다.

 

사리암으로 오르내리는 길은 시멘트 계단이 너무 많다. 그래서 할매들이 오기에는 힘들 것 같아 대부분 젊은 층의 아줌마, 남자, 애들이 많이 보인다. 손에 나무 지팡이 두 개를 들고 오르고 있다. 그 나무지팡이는 절에서 마련하여 사리암 주차장에 즐비하게 세워두었다. 몇 백 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기에 꽤 운동이 될 것 같다. 돌다리를 건너 사리암 주차장에 선두조가 휴식을 취하며 기다리고 있다. 거기서 줄곧 시멘트 도로를 따라 대형 주차장까지 10분여 걸어 내려간다.

 

▶운문사 쳐진 소나무와 뒤풀이

사리암 대형 주차장에서 운문사까지 10여분을 달려간다. 왼쪽으로 운문천이 흐르고 있다. 운문사에 잠시 들어간다. 이곳에 와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뒤풀이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경내를 조금 둘러보기로 한 것이다. 절이야 어디를 가나 비슷비슷 하지만 이 운문사에는 오래 된 [쳐진 소나무]가 있어서 이것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이다. 소나무 가지가 세월을 이기지 못하여 삿갓모양으로 땅바닥에 거의 붙어 있다. 그래서 소나무 가지에 지주목을 세워 두고 있다. 지주목의 지지를 받아 생명을 버티어 가고 있다. 우리네 인생도 체력이 달리고 뭔가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때는 지팡이를 짚어야 하겠지. 인생이나 자연도 매 한가지다.

 

운문사 경내를 한 바퀴 둘러본 후 이제 향한다. 혹시나 해서 [두레농원(010-4515-5044)]에 전화를 한다. 두 개의 테이블이 비어 있고, 또 곧 1개의 테이블이 빌 것 같으니 오라고 한다. 이 불경기에 시골구석에 이렇게 사람들로 넘쳐나다니. 뭔가 특색이 있는 음식이 있고 제철에 맞는 식재료가 있다면 미식가들은 넘쳐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운문사에서 두레농원까지 15분여를 달려간다. 오늘 산행을 시작한 신원삼거리를 지나 운문댐 방향으로 7~8분여를 달려가서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비닐 하우스가 세 동 있었다. 비닐하우스 한 동 안에 식탁을 집어넣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집도 두 채가 있는데, 그 안에서 손님을 받고 있었다. 정말 미식가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미나리는 초봄에 먹는 것이 아무래도 좋은 것 같다. 겨우내 땅속에 뿌리를 박고 자양분을 섭취한 부드러운 미나리를 먹는 것이 좋기에. 일단 두 개의 테이블을 차지 하고 또 1개의 테이블이 비게 되어 나누어 앉는다. 이곳의 마력은 표고버섯이 곁들여진다는 것이다. 다른 곳은 미나리에 삼겹살이 나오지만, 여기는 표고버섯 한 가지가 더 곁들어져서 좋다. 게다가 생삽겹살이다. 직접 현장에서 바로 썰어주는 생삽겹살에 미나리와 표고버섯을 곁들여 먹으니 그 궁합이 금상첨화다. 게다가 젊은 주인 부부의 인정에 더 감동을 받게 된다. 사실 화악산 아래의 청도 한재 미나리나 그 인근 지역의 미나리 삼겹살은 이제 유명세를 타고 상업화 되어버렸다. 장사 잇속에 눈이 어두워 손님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결여되기 싶다는 점이다. 그래서 청도 한재 미나리 삼겹살을 먹으러 가지 않은 이유 중의 한 가지다. 뭔가 토속적이고 시골 지향적이면서 다소 때 묻지 않은 인정이 살아있는 곳이 낫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여기 와보니 정말 그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서 흡족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일행 모두 눈, 코, 입, 가슴이 즐겁다. 마음에 느끼는 바는 비슷한가 보다. 일손이 달려서 우리 일행이 직접 식재료를 갖다 나른다. 직접 표고버섯을 가져가면서 은근 슬쩍 조금 얹어서 가져가도 기분 좋은 표정으로 인심을 베푸니 일행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이 팍팍한 세상살이에 몇 개의 버섯이 추가되는 기분에 모든 것이 소통되는 기분이다. 돈으로 따져 보아도 몇 백 원밖에 안 되지만 인정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지 않겠는가. 마음의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살아난다. 바쁘다 보니 소주병 계산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을 그 주인 부부의 인정에 감동되어 꼼꼼하게 다 챙겨주었다. 그렇게 다 챙겨주어도 기분이 좋은 것은 무얼까? 베푸는 자가 복이 있다는 말씀. 십 원짜리 손해 보는 기분이라도 한국인에게는 인정이라는 덤이 있기에 어딘지 모르게 마음에 넉넉함이 생겨나는 것 같다. 아주 저렴하고 그리고 인정을 덤으로 얹은 소박한 뒤풀이였다.

 

동행하여 주신 회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기회가 되면 그 인근의 까치산~방음산~호거대를 산행하거나 옹강산을 오른 후 뒤풀이를 이곳에서 한 번 더 하고픈 마음도 든다. 귀가 길에 표고버섯 한 봉다리를 사서 가져와서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여먹으니 더 행복했다. 행운이님의 [킹 토스트]를 출발하면서 준비해주어서 맛있게 잘 먹었다. 그 정성과 사랑에 감사드린다.

 

 

♣산행지도

♣산행사진

▲신원삼거리

 

 

 

 

▲▼초입(들머리)

 

 

 

▲▼첫번째 산등성이를 오른 후의 여유

 

 

▲올라야 할 복호산 직벽

 

 

▲▼폼생폼사여~~~

 

 

▲오늘 유격훈련 확실히 받고 가겠네~~

▲에고~~여유 좀 부려봅시다~~앙

▲그 위에 길이 있기는 한 거유?

 

▲올라가야 하긴 한데~~~ 그 위에 길 있수?

 

 

▲나 살아있어유~~

▲이깟쯤이야 하는 표정~~~

▲우와~~이 신나는 기분을 어찌 알꼬~~

▲게스트 왈: 요렇게 힘든 거 처음이네요~~

▲에구~~가슴떨리게 올라왔네유~~

 

 

▲▼어찌 올라갔고~~

 

▲올려다보니 아찔하구만유~~

▲에고~~힘들어유~~

 

▲동양화 한 폭의 암벽

 

▲어째 우리가 자매같이 붉은 상의를 입었었고~~

▼▲직벽을 다 오른 후의 여유

 

 

 

 

 

▲▼복호산을 배경으로

 

 

 

 

 

 

 

 

 

 

 

 

 

 

 

 

 

 

 

 

 

 

▲뒤로 보이는 산이 내원봉

▲가야 할 내원봉을 배경으로 사나이의 우정을 위해서

▲혹 달린 나무 앞에서 호두님

▲뒤편으로 보이는 것이 운문사

▲지나온 복호산과 지룡산을 배경으로 윤슬님

 

 

 

 

 

 

 

 

 

 

▲여기서 주무시는 회원님은 숙박비 정산하셔야 할 듯~~

 

 

▲사리암 갈림길

 

 

 

 

▲▼사리암

 

 

▲사리암 약수터

▲사리암에서 하산하면서

▲사리암 소형 주차장

 

▲사리암 입구의 돌다리에서

 

 

 

 

 

 

▲쳐진 소나무

 

 

 

 

 

 

 

 

 

 

▲녹각영지버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