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창녕 영취산(681.5m) 번개산행 후기 ◈(2016. 4. 30. 토)

부산갈매기88 2016. 5. 5. 17:56

 

◎산행지: 창녕 영취산(681.5m)

◉산행 일시: 2016. 4. 30. 맑음

☢산행 참석자: 백산산악회원 12명(금호지, 동무, 스마트, 수정, 새콤달콤, 송향, 그림자, 영원한 부산, 일식, 은수, 팅커벨, 부산갈매기)

 

●산행 코스: 보덕사~신선봉~영축산성~영취산~병봉~송이움막~구계마을회관

 

◔시간대별 산행:

  10:21 보덕사

  11:32 신선봉

  11:53 영축산성

  12:51 영취산(681.5m)

  14:00 고 김한출 추모비석

  14:59 병봉(꼬깔봉)

  15:21 송이움막

  15:23 계곡 하산 갈림길

  15:55 외딴 집 위 계곡(세족 10분)

  16:25 구계마을회관

            

 

★산행 시간  및 거리: 6시간 5분(중식 25분, 기타 휴식 68분, 세족 10분 포함) 7.6km(GPS)

                                 <<순수 산행시간 4시간 23분>>

◎교통편: 승합차 1대

     

 

●산행 tip: 이번 창녕 영취산 번개 산행은 보덕사에서 출발하여 신선봉~영취산~병봉(꼬깔봉)~송이움박~구계마을회관까지 6시간 5분, 7.6km를 걸었다. 거리가 비교적 짧은데 비해서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암릉과 암봉, 그리고 조망할 곳이 많아서 사진 찍는 시간이 길어진 탓이다. 전체적으로 올망졸망한 암릉의 능선 산행이라 아기자기한 맛을 더해준다. 특히 연초록의 이파리가 주는 평안함과 마음의 안정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산행 들머리는 보덕사 아래 200미터 지점이다. 조금 더 올라갈 수 있으나 승합차가 올라갈 수 있는 한계이다. 거기서 내려 산행채비를 갖춘다. 보덕사 아래로 최근에 온 비로 도랑물이 조금 흘러내리고 있다. 도랑을 따라 보덕사에 오르면 암자의 여기저기에 봄꽃들이 볼을 내밀고 있다. 자그마한 암자이나 수령이 오래된 나무로 보아 제법 역사가 긴 절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암자를 오르면 왼쪽에 물이 흘러내리는 석물이 있고, 오른쪽이 대웅전이다. 화단과 화분에는 수국 등 봄꽃이 환한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화분에 여러 꽃들을 심어 놓은 것으로 보아 이 절의 주지는 조경에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하다. 경내를 5분여 둘러본 후 절 왼쪽으로 난 등로를 따라간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보덕사에서 왼쪽의 자드락길을 따라 산허리를 감돌아가면 가풀막이 시작된다. 산등성이까지 된비알을 35분여 치고 올라가야 한다. 등로는 지그재그이고 아래쪽에는 소나무가 많으나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차츰 잡목들이 많아진다. 보덕사에서 산등성이에 올라서기까지 한 번은 쉬어야 오를 수 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과일을 한 번 먹고 가자는 일행의 소리를 외면할 수가 없다. 거기서 15분여를 치고 올라가게 되면 산등성이의 전망바위에 이르게 된다. 그 전망바위가 좋은 지라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 너럭바위가 일행을 유혹한다. 참새가 어찌 방앗간을 지나치겠는가. 아무래도 시작의 워밍업이 중요한 만큼 원활한 몸 상태가 중요하다. 그래서 무리하게 오르는 것보다 촉촉한 몸 상태를 유지하면서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하는 것이 관건인 것이다.

 

앞서 가던 금호지님 부부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전망쉼터가 좋아서 부른 것이다. 그 쉼터는 영산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명당자리다. 황사가 끼여서 시야가 좋지 않지만 멀리 장척호까지 보인다. 일행이 쉴 때마다 누군가의 배낭에서 과일이 나온다. 보덕사 들머리에서 신선봉(631m)까지 중간에 세 번 정도 쉰 탓에 1시간 10분이 걸렸다. 쉬지 않고 그냥 쭉 오르게 되면 50분 정도 걸릴 거리다. 신선봉에 서게 되면 북동쪽으로 영취산과 그 오른쪽으로 꼬깔처럼 우뚝 선 병봉(꼬깔봉)이 보인다. 신선봉에서 추억 쌓기를 위해 한 덩어리가 된다. 또 꼬깔봉과 영취산이 보이는 포토 존의 바위 위에 올라서서 개인 인증샷을 한다. 으레 앞서간 산꾼들도 여기에 서서 그렇게 사진을 찍고 갔으리라. 이제 산행은 심한 된비알이 나오지 않기에 큰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된다. 아기자기한 능선길을 따라 가다가 암봉이 나오게 되면 그곳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가서 올라가는 식이다.

 

신선봉에 하산하는 느낌으로 능선을 15분 정도 따라간다. 가는 도중 뭔가 이 지역이 그 옛날 산성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야트막한 산성터가 남아 있기에. 그러다 이정표인가 싶어 올려다보면 [영축산성]이라는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신선봉에서 영축산성의 이정표는 5백 미터 지점에 있다. 그곳에서 봉우리를 살짝 넘어가면 바로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647 암봉을 만나게 된다. 그 아래쪽에서 사진을 찍고 또 조망도 한다. 그 647봉 바로 산중턱에는 법화사의 지붕이 보인다. 그런 후 그 647 암봉을 좌측으로 비스듬히 돌아서 올라간다. 남쪽으로 함박산(501m)이 건너 보인다. 그리고 북쪽 왼쪽 건너편으로 영취산 정상이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다. 647봉산자락 여기저기에는 연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손님맞이를 하고 있다. 하얀색 치마를 입고 있는 그렇게 화려하지 않은 중년여인의 자태다. 어떤 것은 진 것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것은 아직 꽃망울을 맺고 있는 것도 있다. 토양과 자리에 따라 그네들도 모양새가 달랐다. 토양은 대체로 척박한 마사토라 큰 나무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냥 주어진 삶에 충실할 뿐인 것 같다.  

 

647봉에서 영취산으로 가는 길은 능선으로 곧바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647봉에서 안부를 내려섰다가 제법 가파르고 군데군데 거암이 버티고 있는 길을 올라가야 한다. 등로가 가파르다 보니 위험하고 힘든 곳에는 밧줄을 걸어 두었다. 영취산 암봉 바로 아래에는 누군가 여기서 기도를 드리고 갔는지 향로 1개가 덩그러니 주인을 잃고 있다. 얼마나 절박하기에 이 높고 깊은 산속에서 향로를 피워놓고 기도를 하고 갔을까. 인생 사노라면 제 뜻과 마음대로 안 되는 법. 절대자의 자비와 긍휼을 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거늘. 영취산은 계속 암봉을 올라야 한다. 영취산 정상은 암봉에 위치하고 있는데 자칫 잘못하다가는 지나칠 수도 있을 것 같다.  

 

등로 왼쪽의 암봉을 타고 올라가야 영취산 정상에 이를 수가 있다. 정상 서쪽으로 법성사에서 올라오는 등로가 있어서 정상에서 인증샷을 하고 있는데, 타 산악회원들이 웅성거리며 다가온다. 그들에게 부탁을 하여 단체 인증샷을 한 컷 한다. 그리고 정상석 뒤편에서 바로 발아래 건너편으로 구봉사가 내려다보인다. 바위 절벽 아래 숨을 죽이고 있는 구봉사다. 구봉사 머리 위로 쭈삣쭈삣한 암봉이 하늘로 치솟아 있고, 절 뒤편의 암벽 사이사이로 파릇파릇한 나무들이 봄을 노래하고 있다. 그 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것 같다.

 

점심때가 훨씬 지난 시간이라 점심 먹을 곳을 찾는다. 정상 바로 옆의 너럭바위에서 먹었으면 하지만, 혹시 식사를 하고 높은 바위 위에서 내려갈 때 발을 헛디딜까 염려하여 병봉 방향으로 진행을 한다. 200여 미터쯤 진행하여 자리를 잡는다. 함께 자리를 잡아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오다가 이곳저곳에서 간식을 먹었기에 그렇게 배고픈 줄은 모르겠다. 다만 식사 때가 되었기에 먹는다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 같다.

 

25분여의 식사를 한 후 병봉 방향으로 진행을 하는데 금호지님이 부른다. 고 김한출님의 추모비석이 있기에. 그 글을 읽으니 묘한 기분이 든다. “고 김한출 영전에! 산이 좋아 산의 품에 안긴 당신이여! 당신의 메아리만 귀전에 맴돕니다. 구름, 산새, 들꽃 벗삼아 산사람이 되어 편히 잠드소서. 1994. 7월 10일. 당신의 아내 여옥이가!” 아내의 사랑이 담긴 메시지다. 그 글귀 안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 부부가 백년을 해로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홀로 남은 한쪽은 참 많이 외롭고 허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추모비석을 지나 병봉으로 가는 길은 제법 억센 비탈길을 내려갔다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병봉으로 오르는 등로는 완전히 암봉이다. 그래서 밧줄을 붙잡고 올라야 한다. 급경사 암벽길이라 그만큼 스릴도 있지만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암벽을 오르는 도중 바위 틈새에 자라는 노송이 있어서 잠시 그와 친구도 되어 본다. 지나온 건너편의 능선과 산자락을 뒤돌아보면 한 걸음 한 걸음 뗀 것이 어느 듯 정말 많이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 하듯 한 걸음 한 걸음 발자국을 떼면서 걸어 온 우리의 인생이 어느 덧 50을 넘기고, 60을 넘겼으니 세월은 정말 화살 같다는 말이 실감난다. 오라고 하는 데는 없는데, 갈 곳이  많은 나이다. 입을 다물고 살아야 할 나이인데 오지랖이 발동하여 괜스레 한 마디씩 던지고 싶은 충동은 뭘까. 지금껏 보아 온 세상의 요모조모가 좀 쓰여질까 해서일까.

 

병봉(꼬깔봉)에서 뒤돌아 본 능선은 참 멋있다. 파릇파릇하게 속살이 차오르는 산자락이 겨울의 메마름을 밀어내고 있으니. 그리고 그 이파리 사이로 간간히 봄꽃들이 고개를 내밀며 봄을 노래하고 있으니. 이 세상은 겨울처럼 삭막하고 황사가 뒤덮여 정말 희망이 없어 보이는데, 다음날은 언제 그랬느냐 싶은 듯 파릇파릇한 이파리에서 움이 트고 그 이파리가 초록빛으로 진하다. 그리고 새들도 그 숲속에서 희망을 노래하니 좌절과 희망은 늘 공존하는가 보다. 오늘 죽을 것 같아도 그 고통의 짧은 터널을 지나고 나면 밝은 햇살이 비치는 세상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병봉에서 누군가 마지막 과일을 꺼낸다. 너럭바위에 앉아서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고 또 땀 흘린 시간을 회상해 본다. 동남쪽으로 종암산(547m)이 걸려있다. 그리고 그 종암산 능선을 쭉 따라 오면 함박산이다. 창녕에는 영취산이 두 개가 있다. 오늘 우리가 넘어온 영취산(681m)과 구룡산 부근에 있는 영취산(738.7m)이 있다. 그리고 전국의 다른 산에도 영취산 또는 영축산이라는 이름이 몇 개 더 있다. 부처가 설법한 인도의 산 이름이 영축산이라고 해서 한국 여기저기 영취산(영축산)이라는 이름이 많다고 한다.

  

병봉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송이움막까지 15분여 아주 기분 좋은 능선길을 걸어 내려간다. 솔잎이 등로를 푹신하게 만들어 주어서 걷기에 모처럼 신바람이 난다. 그래서 일행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송이움막은 동네 주민들이 자연산 송이를 채취하면서 임시로 사용하는 가건물이다. 그 움막을 조금 내려오면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가는 등로를 만나게 된다. 그 계곡을 따라 구계마을회관까지 20여 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우리는 계곡이 거의 끝나는 외딴 집 위의 개울에 주저앉아 머리와 발을 씻으며 피로를 달랬다. 산행 후 최고의 행복은 머리와 발을 씻을 때다. 산행은 정상을 오르고 또 산에서 마음의 힐링을 하는 것이 첫째 목적이지만, 산행 후의 세안과 세족의 깊은 맛은 산행의 여정을 갈무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것 같다.

 

구계마을회관으로 가서 그 부근의 석빙고를 관람한 후 뒤풀이 장소로 향했다. 석빙고는 조선시대 얼음 저장고다. 선조의 지혜가 엿보인다. 바로 옆 개울에서 얼음을 떼어서 이곳까지 운반해서 저장했던 것이다. 그 석빙고 바로 위쪽에 있는 산이 바로 함박산이다.

 

뒤풀이는 영산읍내의 추어탕 집에서 했다. 땀을 흘린 후 미네랄이 많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추어탕은 좋은 것 같다. 시간이 넉넉했으면 우포늪을 보려고 했지만, 일행 중 바쁜 사람이 있어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팅커벨님은 진주로 급히 가야 하기에 영산읍에서 바로 마산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부산 동래역에서 출발할 때 행운이님이 토스트 전문 가게에 시켜놓은 것을 찾아서 정말 잘 먹었다. 아침을 제대로 먹지 않은 일행도 있었는데 유용했다. 행운이님 지인 가게를 돕는다는 점도 있지만, 일행을 위해 배려해준 마음씨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늘 길을 나서서 마음과 뜻을 맞추면 좋은 일이 생기는 법. 이왕 하루를 멋지게 살려면 긍정적이고 활기차게 사는 것이 좋다. 동행해 준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