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밀양 영알 천황산(1,189m)~금강동천 계곡산행 번개산행기 ◈(2016. 6. 18. 토)

부산갈매기88 2016. 6. 23. 16:44

 

 

◎산행지: 밀양 천황산(1,189m), 금강동천 계곡

◉산행 일시: 2016. 6. 18. 맑음

☢산행 참석자: 백산산악회원 12명(행운이, 나무, 일식, 청파, 수정, 피네, 호두, 달빛, 그림자, 블랙이글, 파앗, 부산갈매기)

 

●산행 코스: 주암 주차장~주계바위(심종태 바위)(775m)~주암 삼거리~ 천황재~천황산(1,189m)~이동화 추모비~한계암 출렁다리~금강동천~표충사

 

 

◔시간대별 산행:

09:48 주암 주차장 들머리

10:17 고 김태근 추모비

10:38 주계바위 암릉 밧줄타기

10:53 주계바위(755m) 정상석

11:19 명품 소나무

11:23 119구조목<재약산 403지점><5분 정도 지난 능선에서 점심식사 40분>

12:57 주암 삼거리

13:00 주막<15분 휴식>

13:38 천황재

14:22 천황산(1,189m)<휴식 13분>

15:02 이동화 추모비/노송

16:06 한계암 옆 출렁다리

16:38 금감동천 표지석

16:56 이정표(내원암 0.3km/진불암 2.1km/표충사 0.5km)

17:02 표충사

 

★산행 시간 및 거리: 7시간 14분(중식 40분, 기타 휴식 50분, 탁족 15분) 9.9km(GPS)

                                   <<순수 산행시간 5시간 29분>>

◎교통편: 승합차 대절

 

●산행 tip: 이번 번개산행은 영남알프스의 천황산을 찾아갔다. 주암 마을 주차장에서 주계바위(심종태 바위) 정상으로 오른 후 천황재의 사자평을 지나 천황산을 올랐다. 그리고 천황봉에서 한계암이 있는 금강동천의 계곡으로 하산을 하여 표충사까지 도착하는 코스였다. 7시간 남짓 10km의 거리를 쉬엄쉬엄 수다를 떨고 영남 알프스 산군을 조망하면서 우정의 깃대를 높이 펄럭인 시간이었다. 영남 알프스의 중앙부에 위치한 천황산의 진수를 맛보고 계곡산행을 즐긴 하루였다.

 

❊심종태 바위를 찾아서

주암 주차장에서 주계바위 아래의 암벽까지 1시간여 깔딱 고개를 오르며 땀을 흘리는 것이 1차전이다. 습도가 높은 더운 날씨라 지그재그의 가풀막을 오르며 비지땀을 흘려야 한다. 주암 마을의 단장천은 늘 물이 마르지 않고 시원하게 냇물이 흐르고 있어 귀와 눈을 즐겁게 한다. 이 단장천이 배내골의 젖줄이고 밀양댐의 근원이 된다. 

 

된비알을 올라 주계바위(심종태 바위) 아래의 암벽 외줄타기를 한다. 암벽 중간쯤에 도달하게 되면 시야가 열리어 멀리 간헐산과 신불산, 그리고 영축산, 남쪽으로 더 확장하게 되면 영축 암릉과 시살등, 죽바우등의 마루금이 한 눈에 들어온다. 파란 하늘 아래 짙어가는 신록이 여름 햇살을 받아 바라만 보아도 가슴 벅차게 한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핏기 없이 허망하게 보이던 숲들이 이제는 그 본래의 빛을 찾았다. 올망졸망한 건너편의 마루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지난 세월의 추억이 농축되어 있음을 느낀다. 그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하는 산우와 시간을 멈추게 하고 싶지 않겠는가. 산들바람도 이파리를 간질이며 살랑거릴 때 우리네 목도 시원해진다. 깎아지른 절벽 난간에 어깨를 부어 잡고 함께 서서 우정의 시간을 나눈다.

 

이어서 주계바위(심종태 바위) 정상석으로 가서 인증샷을 하고, 심종태 바위의 내력에 대해서 생각도 해 본다. 심종태 바위의 내력은 이러하다. <상북면 배내(上北面 梨川)에는 심(沈)종태바위라 하는 큰 바위가 하나 있다. 천황산(天皇山) 높은 봉우리가 동쪽으로 늘어진 곳에 이 바위가 있다. 바위의 아래에는 수십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자연굴이 하나 크게 나있어 이 굴에는 예로부터 도적들이 숨는 곳이기도 하였다. 옛날 효성이 지극했던 심종태라는 사람이 부모의 제사에 쓰려고 송아지 한 마리를 길렀는데 하룻밤에 그만 송아지를 도적이 가지고 가 버렸다. 심종태는 도적이 몰고 간 것도 모르고 송아지가 제 발로 나간 줄로만 알고 이산 저산 찾아 헤맸다.

 

 

그때 바위굴에서 도적이 나와 "우리는 이 천황산을 거점으로 하여 밀양, 동래, 양산, 언양 할 것 없이 주름잡고 다니는 밤손님이야" 하였다. 심종태는 "간밤에 부모님의 제사에 쓰려고 키우던 송아지가 나가 버려서 찾아 헤매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라고 했다. 도둑은 "효성이 지극하구나. 그것도 모르고 우리가 송아지를 잡아먹었구나. 우리가 아무리 밤손님이지만 어찌 너 같은 효자의 송아지를 잡아먹고 그냥 있겠느냐" 하며 두목은 금 30냥을 심종태에게 주더라는 것이다. 심종태는 그것으로 송아지 두 마리를 사다가 한 마리는 부모님의 제사에 쓰고 한 마리는 길렀는데, 나중에는 이 송아지가 수십 마리로 늘어나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사람들은 이 바위를 심종태 바위고 불렀다고 한다.> [상북면 홈페이지 참조]

 

주계바위 옆의 노송 또한 오랜 세월을 버티어 내면서 정상석과 친구가 되어 있다. 어찌 노송의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잠시 숨고르기를 하지 않을 터인가. 일행은 나지막한 정상석을 엉덩이로 뭉개고 사진을 찍어보기도 한다. 그렇게 절차상의 요식행위가 끝나고 나면 이제 천황재 방향의 능선길로 향한다. 암릉 능선이라 여기저기 마음의 힐링을 할 곳이 많다. 주암계곡이 훤히 올려다 보이는 암릉에 앉아 과일을 나누어 먹고 또 사진도 함께 찍는다. 암릉의 절벽 위에 서서 한 마리의 인간새가 된다. 모두에게 웃음이 피어나는 시간이다. 또 행복이 묻어나는 소중한 시간이다.

 

 

❊주계 능선길에서 무릉도원의 참맛을 느끼며

능선길을 걸으며 전망쉼터에서 바라보는 영남 알프스의 참맛을 본다. 그리고 그 전망쉼터에서 사진을 함께 찍으며 영알의 진정한 맛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승합차가 힘겨워 올라왔던 배내고개. 그리고 그 오른쪽으로 배내봉, 조금 더 눈을 남쪽으로 옮기면 간헐산, 그 옆이 신불산, 그리고 한가운데 여인의 C컵처럼 오뚝 솟아있는 것이 영축산이다. 굽이굽이마다 조물주의 숨결이 느껴지고, 산자락과 골짜기마다 여름은 깊어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햇살이 내리쬐는 암릉은 뜨겁다. 그러나 이내 숲속으로 들어가면 시원하고 간간히 골바람은 목덜미를 훑고 지나간다. 그리고 도란도란 산우와 이야기를 하면서 발걸음을 옮긴다. 바로 여기가 무릉도원임을 실감한다. 이 아름다운 풍광 속에 배가 허기져서는 안 될 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았던가. 일행이 아침밥을 제대로 먹지 않았나 보다. 11시 반도 안 된 시간인데. 너른 능선길에 주저앉는다. 지나가는 길손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40여 분을 올라가면 주암 삼거리 부근의 주막 쉼터에서 점심식사를 계획했었다. 하지만 이 무릉도원의 한가운데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 자리를 펼친다. 각자 배낭에서 삶의 무기를 꺼낸다. 상추와 된장도 있고, 새콤달콤한 가죽도 있다. 자연 속에 앉아서 자연의 식탁을 마련한다. 마음도 자연을 닮아간다. 이 여유롭고 한가한 시간. 그렇게 마음은 평안을 찾고 코는 실바람이 실어다 주는 숲속의 향기에 발름거려본다. 이 행복의 가치를 어찌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겠는가. 이 소중한 시간 속에 느끼는 마음의 치유가 우리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에.

 

한껏 여유롭게 앉아 수다를 떨었다. 배낭을 짊어지고 조금씩 고도를 높여 올라간다. 주암 삼거리의 주막쉼터에 앞서간 일행이 배낭을 내려놓는다. 수많은 산악회 리본이 걸려 있는 주막. 그 리본만 보아도 산객들의 왕래가 빈번함을 알만 하다. 참새 방앗간을 그냥 칠 수 없는 법. 앞서 온 산객들이 식탁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우리 일행은 커피 한 잔을 한다. 피네님이 특별 주문을 한다. 나무 그늘아래의 플라스틱 간이 의자에 앉으니 시원함에 일어설 줄을 모른다. ‘여기사 좋사오니 푹 쉬고 갑시다.’ 인 듯. 재촉을 하여 일으켜 세운다. 마음 같아선 여기 좀 더 머물고 싶다. 그러나 갈 길이 머니.....

 

❊영남 알프스의 이 맛이여~~

주암 삼거리에서 3~4분을 가면 재약산으로 오르는 갈림길이 나온다. 앞서간 일행이 기다린다. 재약산으로 오를 것인가 생각해서. 그러나 재약산은 다음 기회로 넘긴다. 곧바로 사자평의 천황재로 향한다. 천황재로 가는 길은 빗물에 파인 고랑길이다. 조금 진행을 하면 샘물상회로 가는 갈림길은 오른쪽이고 천황재는 왼쪽이다. 서서히 하늘거리는 억새풀을 만난다. 묵은 억새는 시들어가고 새잎들이 묵은 억새 키 높이로 올라오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 자연은 새 옷을 입는다. 겨울의 헌 누더기는 내팽개쳐버린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매 한가지다. 이제 시야가 트이고 하늘의 태양은 대지에 사랑을 듬뿍 나누어 주고 있다. 그 사랑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 행복한 순간을 놓칠세라 일행은 한 덩어리가 된다. 지나가는 산객이 도움의 손길에. 자연 속에서는 모두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변한다. 그래서 욕심이 없어지나 보다.

 

가을 억새의 계절에는 이 천황재의 쉼터에 퍼질고 앉아 점심을 먹고 곡차 한 잔을 하고 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뜨거운 햇살에 일행의 발걸음이 천황산자락으로 바삐 움직인다. 올려다 보이는 데크 계단이 만만치 않음을 예고해 준다. 길옆의 말라버린 물길에는 흙과 돌이 쓸려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시커먼 모래주머니로 군데군데 둑을 쌓아두고 있다. 철길 아래 철길을 지탱하던 지지목들은 그 사명을 다하고 여기 산 위의 산객들의 디딤돌이 되고 있다. 그 디딤돌을 밟고 바지런히 천황산으로 오른다. 햇살을 머리 위에서 바로 받아 뜨거워 중간쯤 나무그늘 아래 잠시 엉덩이를 내려놓는다. 누군가 말하지 않아도 그곳에 쉬어 가고 싶다. 거기는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어서.

 

그 위로 잔 돌이 깔린 등산로가 전개되고, 이어서 데크 계단으로 연결될 때 숨은 더 다급해져 온다. 또 발걸음은 더욱 무디어져 온다. 시원한 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올 때 소슬바람에도 태풍 같은 만족감을 느낀다. 재약산이 동남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사자바위 전망쉼터에 올라 갖가지 포즈로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 아스라이 먼 발치로 표충사의 지붕이 내려다보인다. 조금씩 미세 먼지가 시야를 흩트려 놓아도 실루엣처럼 다가오는 산봉우리들은 동양화 한 폭이다. 원근 채색이 도드라진 그런 풍경이 눈앞에 전개된다. 먼저 간 일행이 천황산 정상에서 사진을 찍으며 웃음꽃 피우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아래로 전해온다. 타지에서 온 산객들도 많지 않아서 우리가 정상을 독차지한다. 시원한 바람과 확 트인 조망. 북서쪽으로 억산, 운문산, 가지산이 쭉 파노라마처럼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그 가지산 아래의 백운산자락도 한 눈에 들어온다. 일행이 가지고 온 수박 맛도 본다. 수박을 얼리어 가지고 왔기에 수박 아이스크림이다. 입안이 얼얼하다. 과일 한 조각에도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행복한 시간이다. 물 한 모금, 과일 한 조각에도 행복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산에 오면 자연을 닮아가는 넉넉한 마음이 된다. 도회지의 메가바이트 같은 빡빡한 삶이 아니라 두꺼비 같은 느림보 행복이 펼쳐지기에 좋다. 그 여유로움을 찾아 나서는 것이 산행이다. 어쩌면 나 자신을 찾아나서는 것이 산행이라고.

 

❊가파른 하산길과 탁족

천황산 정상에 남쪽으로 난 능선을 따라 표충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이동화 추모비와 노송이 서 있는 능선까지 30분은 여유있게 내려갈 수가 있다. 이후 가파른 내리막길이 시작되고 너덜겅이 나온다. 들머리에서 제대로 준비운동을 하지 않은 탓에 무릎에 통증이 조금씩 가해져 온다. 하는 수 없이 무릎 보호대를 하고 하산을 한다. 이동화 추모비에서 출렁다리까지 1시간 여 가풀막을 내려가야 한다.

 

 

날씨가 무더운 탓에 마실 물은 동이 나고 없다. 출렁다리 옆의 민가에 나무님과 함께 염치 불구하고 들어간다. 반쯤 열린 사립문 사이로 들어서니 큰 개 한 마리가 짖어댄다. 주인아줌마가 개를 불러 안는다. 그녀의 품안에서 개는 얌전히 주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립문 옆의 마당에 있는 상수도 꼭지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서 벌컥벌컥 두 바가지를 마신다. 그래도 갈증이 해갈되지는 않는다. 내려갈 길이 염려되어 빈 통에 물을 가득 채운다. 감사의 말과 함께 민가를 나온다. 출렁다리에 서서 나무님과 교대로 사진을 찍는다. 나무님은 이달 25일경 캐나다로 출국해서 두 달 가까이 가족들과 함께 지내다 온다고 한다. 그 동안 기러기 아빠로써 부산에서 홀로서기를 했다. 캐나다에 있는 부인의 권유로 산행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시작이 백산이었다고 하는데, 그 첫 단추를 잘 끼운 것 같다는 말한다. 인정 많은 백산인의 우정과 사랑을 많았다고.

 

그런데 개울물은 바닥에 붙어 졸졸 거린다. 수량이 많아 좋은 경치를 기대했었는데 아쉽다. 인생이 어디 내 마음대로 되겠는가. 금강폭포도 칠십대 노인의 오줌보 마냥 질질 거리니 신통치 않다. 금강폭포 아래 움푹 파인 암반의 이쁜 소에는 물이 고여 있다. 수량이 많았다면 좋은 풍경일 것 같다. 앞서 내려간 일행들이 보이지 않는다. 피네님과 청파님이 금강폭포 소 조금 아래에서 탁족을 하고 있다. 그리고 200여 미터 아래에 여자회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나무님과 둘이 피네님이 있는 곳으로 내려간다. 암반을 타고 내리는 물을 쳐다보기만 해도 좋다. 이 계곡의 특징은 암반으로 되어 있다. 시원한 숲속의 암반에 앉아 탁족을 하는 재미도 좋다. 지나가는 산객도 없다. 나무님은 청파님 옆에서 산행 후 첫 알탕 신고식을 했다. 알탕의 참맛을 느꼈다고 한다. 여름 산행의 진수는 알탕이다. 잠깐 동안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머리를 감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진다. 세상의 사물을 보는 것이 더 환해진다.

 

 

일행은 죄다 계곡 옆길을 따라 내려가고 없다. 조용하니 개울물소리만 들린다. [금강동金剛洞]이라는 계곡의 바위 표지석을 배경으로 한 컷을 한다. 이 글자가 암시하듯 이 계곡이 금강동천이다. 하산길은 나무 데크, 돌 계단도 이어지다 이제는 시멘트 포장길이 나온다. 가뭄에 계곡물은 아래로 내려와도 풍부하지가 않다. 계곡은 기암의 큰 바위들이 많다. 또 나무들도 바위 틈바구니에 살아남으려고 하다 보니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다. 어떤 나무는 바위를 걸터앉아 있는 것도 있고, 또 어떤 것은 밑둥치만 배불뚝이 모양인 것도 있다.

 

❊표충사와 뒤풀이

표충사 5백 미터를 남겨두고 앞서간 일행이 기다리고 있다. 그곳은 내원암으로 오르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이야기꽃을 피우며 표충사로 향한다. 표충사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경내만 둘러보기를 원하는 사람만 들어간다. 7시간 남짓 산행은 끝이 난다.

 

사찰 뒤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재약산의 암릉이 파노라마처럼 연결되어 올려다 보인다. 사찰 마당은 넓어서 좋다. 사찰에 대해서 박학다식한 일식님의 첨언을 들으며 탑이 있는 곳으로 올라간다. 표충사는 원효대사가 죽림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하여 신라 흥덕왕 셋째 아들이 병으로 고생하다 이 사찰의 약수를 마시고 나았다고 하여 영정사(靈井寺)로 바뀌었다고 한다. 영정사는 언제인가 법등이 끊어져 19세기에는 절터만 남아 있었다. 1893(헌종 5) 월파 천유(月波天有)대사가 밀양시 영축산에 있던 표충사(表忠祠)를 이곳에 이전, 중창하면서 비로소 오늘날의 표충사(表忠寺)가 등장하게 되었단다. 표충사는 원래 사명대사를 제향하는 사당을 건립하여 표충서원(表忠書院)이라 편액하고 일반적으로 표충사로 불렀는데, 이 사당을 사찰에서 수호하였으므로 사(祠)를 사(寺)로 바꿔 불렀다고 한다.

 

경내의 삼층석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는다. 그리고 영정약수 한 모금도 마신다. 흥덕왕 셋째 아들이 이 약수를 마시고 병이 나았다고 하니 우리도 이 물을 마시고 마음의 병까지 완전히 나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시원함이 가슴에 전해진다.

 

표충사 밖에 나오니 피네님과 일행이 기다리고 있다. 서둘러 신바람 나게 매표소 입구로 나온다. 승합차 기사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도착하기 1시간 전에 문자를 보내 두었다. 묵묵히 기다려 주는 우직한 마음에 고마움이 우러나온다. 거기서 15분여를 달려 바드리 마을로 올라가는 갈림길에 있는 맛집으로 간다. 그 맛집은 대부분 산악인들 뿐만 아니라 웬만한 사람이라면 다 아는 집이다. 몇 년 전에 비해서 주위에 많은 펜션과 새로운 식당들이 들어선 것 같다. 그 맛집도 예전 같지가 않은 가 보다. 많이 한가로운 것 같다. 식당 영업만으로 안 되니 철 따라 특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는 일단 산채 비빔밥과 더덕 막걸리를 시켰다. 곁들여 묵과 두부도 주문했다. 아직 이곳은 시골 인심이 조금 살아 있는 것 같다. 올 때 매실 한 자루를 공짜로 얻어 오기도 했으니. 가슴을 여는 만큼 세상이 보이는가 보다. 그래서 마음을 조금 더 열어 본다.

 

산행시 몸의 미네랄이 다 빠져버리고 땀을 많이 흘린 후 막걸리 한 잔은 보약과 같다. 이 세상의 금은보화 보다 이 첫잔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이 소중하다. 정말 맛있다. 함께 어울려 이야기꽃을 피우고 웃음꽃을 날린다. 막걸리 한 잔은 서먹서먹함과 거리감을 없애 준다. 잔을 부딪칠 때 오늘의 피로는 한 방에 물러간다. 지나온 여정이 막걸리 잔 속에 녹아내린다. 그 잔 속에 우정과 사랑도 담는다. 뒤풀이라는 이름으로 어깨 높이를 맞추고, 막걸리 잔에 사랑을 채운다. 그것을 우리는 마신다. 그러하기에 우리의 우정은 불꽃처럼 일어난다. 그래서 매주 토요일은 늘 기다려진다. 여행과 산행은 늘 새로운 신선함을 주기에. 오늘도 외친다. “백산을 위하여!!!”

<수필가/산행작가/부산백산산악회장>

 

 

산행지도: 지형과 코스 참조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