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제 286차 정기산행: 정선 가리왕산(1,561m) ◈(2016. 6. 25. 토)

부산갈매기88 2016. 7. 1. 17:54

 

◎산행지: 정선 가리왕산(1,561m)

★산행일시: 2016. 6. 25. 토. 비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46명(강해영, 푸른 초원, 영원한 부산, 행운이, 스마트, 블루 마운틴, 라라, 병원인, 한사랑, 윤슬, 산들바람, 효리, 미산, 청파, 종현, 산메아리, 청림, 산아, 가연, 붉은 노을, 해월정, 태영, 송향, 수피아, 피네, 슬로우, 퀵, 키종, 산바람, 야초, 수희, 청화, 은수, 새콤달콤, 탱탱구리, 일식, 와석, 군자대로, 모니카, 고현창, 운해, 와니,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장구목이 입구~장구목이골(이끼계곡)~임도~가리왕산(1,561m)~어은골 임도~심마니교~산림청 숲체험관

 

◔시간대별 산행코스:

11:54 장구목이 입구 산행시작

12:09 나무다리

13:23 임도(중식 26분)

14:26 이정표(장구목이 입구 3.1km/ 가리왕산 1.1km)

15:06 정상삼거리(가리왕산 0.2km)

15:17 가리왕산 정상(1,561m)

15:29 헬기장/이정표(상봉 0.5km/어은골 임도 1.2km)

15:38 마항치 삼거리

16:30 어은골 임도

17:53 심마니교

18:04 산림청 숲 체험관

 

★산행 시간(후미 기준): 6시간 10분(점심식사 26분, 기타 휴식 44분)

                                     <순수 산행시간: 5시간 02시간>

◍산행거리: 9.5km(GPS)

◎교통편: 신부산 고속투어버스

 

▶산행 tip: 100대 명산 가리왕산(1,561m)은 아직 자연훼손이 최소화된 지역으로 주목나무와 이끼류, 박새꽃, 고비 등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산림청 100대 명산이라는 매력과 함께 장구목이골과 어은골의 돌 위에 파랗게 달라붙어 있는 이끼류에 마음을 빼앗긴 하루였다. 산행 들머리는 장구목이에서 시작하여 가리왕산 정상을 오르고, 어은골로 하산하는 코스로 잡았다. 장구목이 입구에서 임도를 거쳐 가리왕산 정상까지 3시간 20여분, 그리고 하산은 2시간 40여 분 걸렸다. 전국에서 온 산악인으로 혼잡하였고, 우리 산악회원들도 많은 데다 비가 오는 관계로 산행시간은 다소 더 걸리게 되었다. 가리왕산은 대체로 완만한 코스로 등산을 하여, 마항치 삼거리에서 어은골 임도 내려서기까지 조금 급경사길을 하산하게 된다. 이 코스는 다른 산들처럼 몇 개의 봉우리들을 만나지 않아서 그냥 밋밋하게 정상을 오르게 된다. 그러나 장구목이 임도에서 정상삼거리까지는 죽은 주목나무와 살아있는 주목나무의 기괴한 모습이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정상에서 마항치 삼거리까지 조금 아래까지 박새꽃 군락지의 향연에 넋을 잃은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어은골 임도에 내려서서 가리왕산 자연휴양림까지 계곡을 따라 하산을 하게 되면 장구목이골보다는 이끼류의 활착도와 크기가 다소 떨어지지만 그래도 초록색 이끼류에 마음이 힐링되는 행복한 추억을 안고 돌아올 수 있었다. 전체 산행시간은 6시간 남짓 9.5km로 원시림 속에서 하루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먼 길~ 진한 감동의 장구목이 이끼계곡

부산에서 가리왕산의 장구목이 입구의 들머리까지 버스로 가는 것은 멀고도 먼 장거리 여행이었다. 부암역을 출발한 버스가 장구목이 입구까지 5시간 10분이 걸렸다. 어지간히 큰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갈 수 없는 여행이었다. 그런 장거리임에도 우리가 가보려고 한 것은 산림청 100대 명산과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원시림과 이끼류에 대한 매력 때문이었다.

 

요즘 산행에 대한 추세를 분석해 보면 산행 같은 여행, 여행 같은 산행이다. 그래서 볼거리, 먹거리, 걸을거리, 감동거리, 이야기거리의 오거리가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 중에서 어느 한 가지라도 결여된다면 흥미가 다소 떨어진다. 이번 가리왕산 산행은 장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점에서 대만족인 산행이었다.

 

진부IC에서 빠져나간 버스는 오대천으로 접어든다. 그러나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관계로 도로 포장과 정비를 하고 있어서 속도가 팍 떨어진다. 공사 구간이 몇 개 있다. 오대천의 개울을 바라보면서 굽이굽이 도로를 따라간다. 드디어 장구목이 입구의 들머리에 도착을 한다. 부암역을 출발한 후 5시간 10분이란 장거리 여행이다. 들머리에는 장구목이 입구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일행들의 마음이 급해진다. 도로변에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으나 협소하다. 여성회원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점이 많다.

 

장구목이 입구 이정표 뒤의 돌층계에 걸터앉기도 하고, 옆에 서서 단체 인증샷을 한다. 장구목이골의 개울물소리가 우렁차서 귀가 즐겁다. 그리고 하얀 물줄기를 이루며 떨어지는 개울물이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단체 인증샷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오를 지어 산행이 시작된다. 왼쪽으로 계곡을 끼고 납작하게 깔아놓은 바닥돌을 밟으며 산을 오른다. 계곡인 만큼 편치 않은 너덜길도 있다. 10분 정도 오르니 왼쪽에 쌍폭 물줄기가 허연 포말을 일으키며 흘러내리고 있다. 처음으로 살짝 이끼계곡의 설익은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처음 만난 쌍폭이기에 그 쌍폭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오는 일행도 있다. 거기서 3~4분 위쪽으로 오르면 나무다리가 나온다. 나무다리 위에서 계곡상류를 올려다본다. 앞서간 일행이 개울 중앙의 너럭바위에 올라서서 계곡을 배경으로 한 컷씩 하고 되돌아 나온다. 그리고 이내 등로를 따라 오른다.

 

잠시 후 장구목이 입구 0.9km라는 이정표를 만난다. 들머리에서 20분 채 걸리지 않아서 0.9km를 올라온 것이다. 인파와 계곡의 정취에 흠뻑 젖은 탓에 발걸음은 느려진다. 등로 옆에는 고비 잎사귀들이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있다. 그들의 싱싱함과 크기로 보아 이 지역이 정말 비옥한 땅임을 짐작케 한다. 계곡의 물이 1년 내내 꾸준히 흐르고, 산림이 울창하기에 늘 이곳은 습한 지역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하기에 예부터 약초와 산나물이 유명하다고 한다. 얼마 전의 강풍으로 아름드리나무들이 쓰러진 탓에 군데군데 톱으로 켜 놓은 곳을 볼 수 있다. 잘라진 그 나무들의 군상을 볼 때 마음에 주름이 진다.

 

초입에서 30여 분을 올라오니 본격적인 이끼계곡의 진수를 맛보게 된다. 큰 바위에 자신의 생명을 붙어서 사는 기생식물 이끼. 그 초록색이 신선함을 더해 준다. 그리고 그 초록색 이끼 틈새로 허연 물줄기가 몸을 비틀며 아래로 흐른다. 어디 중력의 법칙을 거슬릴 자가 있겠는가. 맑디맑은 개울물과 초록색 이끼가 대조를 이루기에 개울을 기웃거린다. 위쪽으로 올라가니 생명을 다해 부러진 주목이 한 그루씩 얼굴을 내민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버틴다는 주목나무. 그의 이름만으로도 과히 자연의 스승이다. 또 등로 옆에는 주목나무 뿌리가 바위 위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주목의 생명력이 무생물의 바위를 어쩌면 끌어안고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우리의 삶도 다른 사람을 내치기보다 서로 끌어안고 사랑해 줄 때 인화력이 증대된다. 자연도 저렇게 무언의 가르침을 준다. 고도를 조금씩 높여 갈수록 이끼 낀 계곡의 정취가 최고 절정에 이른다. 그 비경을 일행은 놓치지 않으려고 교대로 들락거리며 사진을 찍는다.

 

이제 오른쪽 계곡과 결별을 하며 왼쪽으로 등로가 이어질 때 계곡은 멀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개울을 벗어나 등산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게 되면 바위에 이끼가 붙어 있는 모습이 물결모양을 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바위의 결이 물결모양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바위의 물결무늬를 따라 이끼가 붙어 있다. 그 황홀한 모습에 그냥 발걸음을 지나칠 수가 없다. 생명력의 강인함, 생명의 끈질김. 그리고 바위와 이끼의 공생.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이 함께 공생을 하게 되면 조화로워진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 공생하기까지 오랜 세월 동안 주위의 흙먼지가 매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가을이면 이끼는 말라버리고, 또 겨울이면 얼어버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따뜻한 봄이 되면 새로운 포자가 생성되어 이처럼 번창하게 되었을 것이다.

 

잠시 너른 공간이 나타나기에 임도에 도착했나 싶었지만 아직 임도는 아니다. 거기서 10여 분 너덜길을 지나고 왼쪽으로 밧줄이 매어진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임도가 나온다. 들머리에서 1시간 반 정도를 걸어 올라가야 임도가 나타난다. 임도 여기저기에는 앞서간 일행이 퍼질고 앉아 중식을 먹고 있다. 식탁보를 따라 양쪽으로 도열하여 오순도순 이야기를 하면서 밥을 먹고 있다. 듬성듬성 막걸리병도 보인다. 볼거리를 실컷 보았으니 이제는 먹거리가 아닌가. 낮 1시 20분이 지났으니 점심시간도 꽤 지난 시간이다.

 

☛오락가락하는 비, 그래도 함께함이 행복이더라~~

일행이 식사하는 한 모퉁이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일행이 따라주는 쌀뜨물 같은 곡차 한 잔이 1시간 반의 피로가 물러나게 한다. 그 한잔은 참 좋다. 옆의 라라님이 가지고 온 채소를 즉석에서 고추장에 버무린다. 그리고 반찬 뚜껑에 조금 건네준다. 일행과 함께 맛을 보니 새콤달콤한 게 기가 막힌다. 여름날 식욕을 잃을 때 그 맛이 식욕을 돋우게 한다. 또 누군가 가지고 온 푸성귀도 좋다. 풋고추도 쓱싹 된장에 찍어먹으면 아삭거리는 느낌이 좋다. 또 물김치를 누군가 가져와서 준다. 시큼한 식초 맛이 입안의 군침을 돋게 한다. 입안의 마른 세포가 살아나기 시작한다. 미각이 되살아난다. 부산시내의 최상급 호텔에서 먹는 음식보다 이 오지에서 일행과 함께 막걸리 한 사발을 곁들이는 식사가 더 맛있다. 그렇게 늦게 한 식사지만 26분만에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앞에 도착해서 식사를 끝낸 일행은 이정표에서 인증샷을 한다고 부산하다. 어찌 함께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임도에서 10여분 오르니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한다. 많이 오지도 않으면서 비옷을 입으면 그친다. 그러다 큰 마음 먹고 벗으면 다시 비가 내리는 게으른 자를 길들이고 있다. 게릴라성 이슬비가 마음만 급하게 한다. 그러나 비가 오든 오지 않든 돌계단을 미끄러지지 않게 밟으며 오른다. 우리 일행과 반대로 이쪽으로 내려오는 타 산악회원들이 있어서 잠시 대기를 할 때도 있다. 임도에서 정상 삼거리가기까지 속살이 다 드러난 주목을 여러 그루 만난다. 보통 나무 같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네들은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또 어떤 주목은 이미 본체는 죽었지만 새로운 가지가 그 곁에 커 올라와 있는 것도 있다. 모두 아름드리가 넘는 거대한 주목이기에 입이 딱 벌어진다. 정상으로 가까이 갈수록 박새(꽃)이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고 있다. 임도에서 식사를 하고 정상 삼거리까지 1시간 15분 정도 걸렸다. 정상삼거리에 오니 빗줄기는 조금 강해지고, 안개마저 자욱하게 분위기를 연출한다. 거기서 왼쪽으로 하산을 하게 되면 중봉, 하봉, 그리고 숙암분교 방향이다. 이제 가리왕산 정상은 2백 미터를 남기고 있다.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지기에 일행은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쓴다. 그리고 이정표에 기대어 인증샷을 한다.

 

☛운무에 휩싸인 가리왕산 정상

정상 삼거리에서 가리왕산으로 가는 길은 수풀이 키 높이밖에 안 되기에 바람의 영향을 제법 받는다. 강한 바람에 우의를 입은 일행은 그런 대로 진행을 하지만, 우산을 쓰고 가는 일행은 다소 힘이 든다. 앞에 간 일행이 사진을 찍으며 환호를 하고 있다.

 

비바람이 세차고, 운해가 짙기에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그러나 꼭 보고 싶은 가리왕산 정상을 허투루 하고서 하산을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일행들은 대충 사진을 한 판 찍은 후 대기하여 다시 찍어보기도 한다. 이 정상에서의 이벤트는 정말 개인의 인생에서 참 중요한 추억이다. 그 감동거리를 가슴으로 느껴야 후회가 없다. 가슴의 감동거리가 없다면 언젠가 부질없는 재도전을 할지도 모른다. 그게 인생이다. 그래서 한번 뿐인 인생을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즐거움을 얻어야 한다. 개인 인증과 삼삼오오 짝짓기 인증, 그리고 단체 인증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산길을 재촉한다. 하산길은 어은골 방향이다. 이때만 해도 정말 평온한 산행을 하고 있었으니......

 

☛박새(꽃)에 향연에 넋이 나가고

정상을 지나 5백 미터, 5분쯤 내려가면 헬기장이 나온다. 수풀이 무성하여 헬기장이라는 표지판이 없다면 그게 헬기장인지는 알 수가 없다. 거기서 어은골 임도까지는 1.2km라고 이정표가 일러준다. 헬기장을 지나서 수풀을 헤치고 내려가면 박새(꽃) 군락지가 나온다. 하얀 박새(꽃)이 새하얀 면사포를 쓴 여인과 닮아 있다. 이렇게 하얀 박새가 독성이 강하여 살충제나 농약의 원료로, 특히 뿌리는 독성이 강하여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박새의 꽃말은 ‘진실’과 ‘명랑’이라고 한다. 새하얀 꽃이 진실되게 보이고 명랑하게 보이는 것일까. 그런데 겉으로 보는 청순함에 비해서 독성이 강하여 멧돼지들도 함부로 뜯어먹지 않는다고 한다. 단지 우리는 박새의 청순함에 끌리어 박새꽃 틈새에서 사진을 찍어댔으니. 인생에 늘 화려한 무대를 부러워할 것만은 아니다. 그 무대 뒤의 뒤안길을 생각해야 한다.

 

정상에서 마항치 삼거리 갈림길까지 8백 미터로 15분여 걸린다. 운해님은 행여 마항치 삼거리 갈림길에서 일행이 다른 길로 갈까 염려되어 정상에서부터 서둘러 내려간다. 마항치 삼거리에서 20여 분을 내려가게 되면 어은골임도까지 30여 분 아주 가파른 길을 내려가야 한다. 비가 온 탓에 미끄러운데다 급경사이기에 아주 신경이 쓰인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난코스 구간이다. 정상에서 어은골 임도까지 1시간 10분이 소요된다. 중간중간 하산을 하면서 과일을 나누어 먹는다. 이제 어은골 임도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한다. 오늘 첫 산행에 참석한 고현창님 부부도 거기에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측에서 미산님이 사탕을 한 개씩 돌리니, 그가 다가와 나에게 과일을 건네준다. 인생은 주고받는 것.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나 보다. 산에 오면 그냥 마음이 순수해진다. 하산을 하면서도 고현창님 부부와 백산 산행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내려갔다.

 

☛어은골 계곡의 정취과 알탕

어은골은 장구목이골에 비해서 이끼의 활착도가 다소 떨어진다. 육산으로써 마르지 않은 계곡물이 있다는 것이 좋다. 최근 가뭄의 영향으로 개울물이 많이 줄었긴 하였으나 졸졸 흐르는 개울의 정취에 마음은 차분해진다. 하산을 하면서 어은골에서 몇 군데의 징검다리도 건너가게 된다. 나무다리가 아니라 징검다리이기에 정감을 느낀다.

 

어은골 임도에서 하산을 하면서 일행은 흩어지게 된다.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어은골 임도에서 1시간쯤 내려온 지점에서 알탕을 한다. 심마니교와 아주 가까운 곳이다. 남자들은 위쪽, 여자회원들은 아래쪽에서 탁족을 한다. 남자회원들은 시원하고 맑은 냇물의 유혹에 견디지 못해 알탕도 한다. 물은 맑고 제법 시원하여 오랜 시간 발을 담그고 있을 수가 없다. 일행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하산하기에 바쁘다. 맨 뒤에서 탱탱구리님과 심마니교에서 사진을 찍으며 마무리를 한다. 그러나 사실 맨 후미는 아니었으니......

 

☛우째 이런 일이~~?!!! 뒤풀이

산림청 숲 체험관에 도착하여 인원을 체크하니 아직 하산을 하지 않은 회원이 많다. 부랴부랴 전화를 해서 불러 모으기 시작한다. 계곡에서 탁족을 즐기던 여자회원들이 종종 걸음으로 달려온다. 거의 모든 대원들이 차에 오른다. 그런데 태영님 왈 야초님이 도무지 통화 연결이 안 된다고 한다. 가리왕산은 높고 국립공원이 아니기에 통화가 제대로 잘 안 되는 지역이 많았다. 그래서 등로 옆에 이곳은 통화가 가능한 지역이라고 써 붙여 놓은 곳이 몇 군데 있었다.

 

 

대부분의 일행이 차에 오른 후 10여 분이 지나도 야초님과 통화는 안 되었다. 이제 슬슬 걱정이 된다. 하산길은 비로 미끄러웠기에. 행여 하산길에 미끄러져서 휴대폰을 분실하고 다치기라도 하게 되면.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본다. 물론 야초님은 우리 산악회원 중에서 체력도 좋고, 산행도 잘 하여 어디 하나 뒤쳐진 곳이 없는 회원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쳐하다 보니 경우의 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이 부근에 식당을 잡아 두었으니 대원들의 식사를 챙기고, 그 뒷부분은 추후 생각하기로 한다. 그래서 소나무식당으로 달려간다. 일행은 방안과 밖에 절반씩 나누어 앉아 식사를 한다. 운해님과 나는 이런 상황 하에서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태영님이 야초님과 통화를 시도해 본다. 묵묵부답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은 조급해진다. 한 통의 전화가 오면 만사가 형통인데. 식사를 하고 있는 대원들의 마음도 편치 않나 보다.

 

부득이 운해님이 119에 신고를 한다. 실종자의 위치 추적이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에서. 그렇게 애를 먹고, 마음 졸이고 있는 가운데 드디어 야초님이 태영님에게 전화가 왔다. 하산지점에 거의 다 왔다고. 그러나 도중에 전화가 끊겼다. 다시 전화를 시도했다. 자연휴양림 부근까지 왔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119에 실종자 처리를 철회하고 운해님이 곧바로 식당의 경차를 빌려서 달려간다. 야초님이 오고 있다는 소식에 그때서야 방안에서 ‘위하여!!!’라는 건배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이런 상황 하에서 누가 섣불리 축배의 잔을 들 수 있겠는가. 게다가 방안과 밖으로 나뉘어 앉게 되어 분위기도 반감된 상황이었다. 숨죽이며 기다린 결과 좋은 소식이 온 것이다. 마음과 뜻을 모두니 하늘도 감동했나 보다.

 

마당으로 들어서는 야초님에게 일행이 박수를 보낸다. 곤드레 비빔밥이 만드레 비빔밥이 되었다. 야초님에게 막걸리 한 잔을 권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정상에서 비와 땀에 젖은 상의를 갈아입는 가운데 선두조와 생이별을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임도를 따라 돌다가 우리보다 배가 되는 18km를 걷고 왔다고 한다.

 

이번 산행은 볼거리, 먹거리, 걸을거리, 감동거리, 이야기거리의 오거리가 풍성한 가리왕산 산행이었다. 앞으로도 모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백산 산행이 되기를 소원한다.

 

<수필가/산행작가/부산백산산악회장>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