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제 287차 정기산행: 산청 마근담봉(926m), 백운계곡 ◈(2016. 7. 9. 토)

부산갈매기88 2016. 7. 15. 16:27

 

◎산행지: 산청 마근담봉(926m), 백운계곡

★산행일시: 2016. 7. 9. 토. 맑음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45명(피네, 청파, 동무, 스마트, 윤슬, 솔뫼, 산들바람, 송향, 가을바람. 청림, 붉은노을, 캡틴, 수피아, 종현, 태영, 야초, 와석, 방랑자, 은방울, 동방, 효리, 수정, 블랙이글, 미산, 은수, 현진, 키종, 일식, 새콤달콤, 군자대로, 수희, 산아, 탱탱구리, 차돌이, 오뚜기, 인선, 혜영, 들꽃, 에포케, 호두, 홍차, 운해, 와니, 부산갈매기 외)

 

●산행 코스: 홍계리 동촌~사방댐~딱바실골~마근담봉~백운계곡~영산산장~백운교 주차장

 

◔시간대별 산행코스:

10:19 홍계리 서촌 버스정류장 도착

10:31 홍계리 서촌 표지석/동촌마을 출발

10:58 사방댐

11:10 테트라포트 보

11:56 갈림길

12:40 마근담봉 주능선 도착

13:18 마근담봉(926m)<식사 및 정상사진 촬영 42분>

14:03 갈림길(마근담/딱바실계곡)

14:17 갈림길(백운계곡/홍계 딱바실골 4.8km/웅석봉 5.1km)

14:29 임도

15:16 쌍폭

15:32 이정표 갈림길(운리 6.2km/마근담 1.9km/주차장 2.1km)

16:15 남명선생 장구지소

16:34 영산산장

 

★산행 시간(후미 기준): 6시간 3분(점심식사 및 사진 촬영 42분, 기타 휴식 23, 알탕 23분)

                                     <순수 산행시간: 4시간 35시간>

 

◍산행거리: 11.2km(GPS)

◎교통편: 신부산 고속투어버스

 

▶산행 tip: 폭염주의보가 내린 여름 산행. 그 무더위를 헤치고 달려간 딱바실골과 백운계곡 산행은 여름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린 멋진 추억의 산행이었다. 산청군 삼장면 홍계리 동촌에서 시작한 산행은 딱바실골의 계곡을 따라 시원한 물줄기를 따라 오른다. 그리고 상류 합수점 갈림길에서 마근담봉 주능선에 오르기까지 40여 분의 된비알은 정말 힘겹다. 그만큼 숨이 깔딱 넘어갈 정도로 가파르다. 주능선에 올라서서 능선을 따라 35분여 고도를 높여 가면 마근담봉에 이른다. 정상에서 식사를 하고 하산을 하게 된다. 하산로는 정비되지 않아서 오지 탐험을 즐길 수 있다. 길은 물고랑길이다. 웅석봉과 백운계곡 갈림길에서 10여분을 내려가면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임도를 지나 다시 하산길은 물고랑길 투성이다. 그리고 왼쪽의 백운계곡의 하얀 폭포의 물줄기는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흐르는 물에 드러눕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며 내려갈 때 쌍폭이 나타난다. 쌍폭의 물줄기에 물 마사지를 받는 회원도 있고, 아예 소(물 웅덩이)에 온몸을 담그는 회원도 있다. 줄곧 계곡 아래로 내려갈수록 크고 웅장한 소가 이어져 감동의 물결이다. 계속해서 7개 이상의 소마다 철벙거린 회원이 있었으니. 이렇게 계곡 하나에 20여개의 폭포와 소가 크고 다양한 곳은 전국에서도 많지 않다. 백운계곡의 하산길 2시간은 완전히 감동과 추억의 보물 쌓기에 넋이 나간다. 전체 산행시간은 6시간 11.2km로 걸을 만 하다.

 

♣태풍도 방향을 바꾸게 하는 백산 산행

태풍 <네파탁>이 대만을 강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네파탁이 대만에 상륙하기 전 많은 회원들은 염려를 한다. 혹시나 태풍의 여파가 한반도에 미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나 그것은 기우다. 병약한 사람은 늘 핑계거리를 찾는다. 하지만 백산님들이 행차한다고 하니 태풍도 멀리 돌아 대만으로 간다. 어찌 그리 날씨는 더운지. 인근 함양지방에 폭염주의보가 내렸다고 한다.

 

산청군 삼장면 홍계리 서촌마을 버스 정류장에 내리니 날씨가 후텁지근하다. 아스팔트는 불이 나서 계란 후라이도 될 것 같다. 열기가 온 몸에 훅 전해온다. 촌 동네 한적한 곳에 버스 한 대에서 내린 산객의 숫자가 많기도 하다. 사람 하나 구경하기도 힘든데 45명이 도로변에 웅성거리고 있다. 지나가는 승용차와 시외버스는 뭔 일인가 싶어 서행을 한다. 버스 정류소와 도로변을 무단 점거하고 산행채비를 한다. 웃음소리가 조용한 시골을 휘저어 놓는다. 화장실은 100여 미터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볼 일을 위해 죄다 분주하다.

 

단체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장소가 마땅하지가 않다. 오른쪽 동촌마을 입구의 웅석봉 산행 안내판 앞에 무리를 짓는다. 그 뒤편은 웅석봉의 달뜨기 능선이다. 높다랗게 그 능선이 고개를 세우고 있는 느낌이다. 주위의 감나뭇잎이 녹색으로 짙어서 싱그럽다. 온천지가 진한 녹색으로 변해 있으니 녹색 세상이다. 단체 사진을 몇 사람이 번갈아 가면서 찍는다. 이 순간 고요함이 흐른다. 셔터가 눌러지고 ‘화이팅!’ 소리가 하늘로 솟구친다. 드디어 운동회 때 ‘땅!!!’ 소리와 함께 달려가는 아이들 같이 힘차게 포장도로를 따라 달려간다. 후끈후끈 머리는 달아오른다. 거기서 조금 올라가면 오른쪽에 동촌마을 정자나무가 있다. 그 정자에서 마을 주민 두 사람이 앉아서 삶은 다슬기를 부지런히 까고 있다. 청정한 골짜기이기에 다슬기가 많이 살고 있나 보다. 시원한 정자에 앉아 유유자적하는 모습이 정겹다. 호불사 입구를 지나 길가에 지어진 집은 어릴 적 보았던 초가집이 아니다. 현대식으로 꾸며져 있기에 도시의 아파트 보다 더 멋지다. 나지막한 나무 울타리가 둘러쳐진 펜션 같은 집이다. 지붕도 개량하여 신식 양옥에 빨간 기와로 이어져 있다. 이제 왼쪽 포장도로를 따라 가면 될 테지만 오른쪽 시멘트 다리를 건너간다. 포장도로가 집 앞에서 끊어지기에 왼쪽 냇가 둑을 따라 걸어 올라간다. 길가에는 보라색 도라지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보라색에 이끌리어 도라지밭으로 들어간다. 여인의 마음은 보라색에 끌리나 보다. 보라색과 여인이 어깨높이를 맞춘다.

 

♣매력적이고 시원함이 넘치는 사방댐

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탄성을 지른다. 여기저기 개울 가운데로 들어선다. 개울을 건너야 하기에. 그렇지 않으면 냇가 둑 옆으로 돌아가야 한다. 개울을 건너가면 결국 동촌마을을 지나 왼쪽으로 올라오는 포장도로와 만나게 된다. 수월하게 그 도로를 따라 올 수도 있다. 그러나 냇가의 물줄기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는지도 모른다. 후끈거리는 열기를 참으며 개울을 지나 다시 시멘트 다리를 건너간다. 구멍이 커다랗게 숭숭 뚫린 시멘트 다리를 지나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그 다리를 건너 걸으니 시멘트 도로 바닥의 뜨거운 열기가 온 몸에 전해진다. 아이고 이걸 어쩌나. 그때 개울물소리와 함께 왼쪽 개울 건너편의 아담한 집 두 채가 눈에 들어온다. 개울가 그림 같은 집이다. 집 앞에는 승용차가 1대가 서 있다. 코흘리개 시절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세상이 전개되고 있다. 도시에 살다가 시골로 귀촌한 사람인지, 아님 이 고장 사람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정말 멋진 선택을 한 것 같다. 남자들의 로망은 이처럼 도심을 탈출하여 귀촌하고 싶어 하는 것이 대세다. 그만큼 도회지에 살면서 머리를 많이 썩혔다는 것이다. 민둥산이 된 머리를 움켜쥐고 찾아가는 곳이 시골이다. 그 남자들의 로망이 그림 같이 전개되고 있으니 부럽기도 하고 평화스럽기도 하다.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일행과 거리가 멀어져 부리나케 따라간다.

 

여전히 개울의 시멘트 다리를 또 건너서 조금 올라가니 곰바우 농장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또 조금 멀리 사방댐의 물줄기가 오른쪽에서 흘러내리고 있다. 그 댐의 직벽에서 허옇게 흘러내리는 모습이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마치 성곽과도 같다. 그 시원한 모습을 담으려 삼삼오오 함께 선다. 교대로 카메라 앞에 선다. 카메라맨의 손끝이 바빠진다. 그렇게 사방댐의 왼쪽으로 진행을 하면서 이제 흙길을 밟는다.

 

♣딱바실골?

딱바실골. 딱바실이란 이름이 사뭇 궁금하다. 옛날 이 골짜기에 창호지로 쓰던 닥나무가 많았다. 그래서 딱(닥)밭골이란 불리었는데, 그 이름이 딱바실골으로 변형된 것이라고 한다. 닥나무의 [닥] 발음이 경상도에서 조금 세게 하니까 [딱]이 된 것이다. 사방댐 위로 가면 댐에 물이 호수처럼 고여 있어서 주위 산세와 어울려 멋지다. 알프스 어느 산골에 와 있는 착각마저 든다. 그 매력적인 호수 경치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법. 호수를 배경으로 한 마리의 울긋불긋한 학(?)이 되어본다. 또 사방댐 상류부는 위쪽에서 쓸려 내려온 잔자갈이 많다. 그 마른 땅 위에서 일행은 과일도 먹고 후미조를 위해 잠시 기다린다.

 

사방댐 조금 위에 테트라포트로 쌓은 보를 볼 수 있다. 바닷가에서 흔히 보이는 물건이 개울을 가로질러 놓여 있다.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든다. 바닷가에 있어야 할 놈이 개울에 있으니. 그 한 개의 무게가 몇 톤 되니까 충분히 보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다. 그 테트라포트 위를 올라서려니 조금 힘이 든다. 위에서 여자 회원을 위해서 일행이 손을 잡아끌어 올리고 있다. 백산 남자들은 자상함과 배려심이 많다. 이제 본격적인 계곡치기가 시작된다. 계곡을 오른쪽으로 두고 올라가다가 냇물을 건너기도 한다. 또 반대로 이쪽으로 건너오기도 한다. 위로 갈수록 소폭이 형성되어 하얀 물줄기가 거세다. 오랜 세월을 두고 형성된 암반 사이로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자연이나 인간이나 정해진 길을 따라 가는 것이 원리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정해진 법칙이나 원리를 깨트리며 살려고 몸부림친다.

 

계곡 바위 여기저기에는 살짝 녹색 이끼가 낀 곳이 많이 보인다. 개울물이 오랜 시간 바위 위에 튀어 그곳에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 있다. 그 녹색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을 노래했을 것이다. 인간의 삶도 매 한가지 아니겠는가. 한 곳에 뿌리내리기 위해서 주위 사람과 어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힘써야 하는 것임을. 어느 곳에서든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정착하지 못하면 들뜬 인생이 되어 말라버리고 마는 풀뿌리가 될 것이다. 그래서 자연이나 사람이나 누군가에게서 자양분을 공급받는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하듯 인간이 그 집단에서나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아주 좋은 인간관계라고 말한다. 하버드대생 268명을 72년 간 인생 추적을 통하여 연구를 주도해온 하버드 의대 정신과의 조지 베일런트(Vaillant) 교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라고 결론지었다. 47세 무렵까지 형성돼 있는 인간관계가 이후 생애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였다고 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 47세까지 형성된 인간관계가 노후에도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비록 사오십 대에 인연을 맺었지만 함께 땀을 흘리고 음식을 함께 나누기에 인생 후반전의 삶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

 

♣아~~ 살인 더위 속의 깔딱고개!!!

이 산행코스는 지리산 변방이다. 국립공원 밖에 있기에 등산로 표지판 등이 아주 미흡하다. 11년 전부터 이 산행코스는 신문사 등에 소개되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코스를 산청군에서 홀대하고 있다. 지리산 외곽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줄곧 계류를 따라 올라간다. 그 계류의 폭포와 소가 두꺼비걸음을 하게 한다. 그 풍광에 도취되어서. 온몸으로 청량감이 전해온다. 등로도 계류와 함께 한다. 일부러 길을 만들지도 않았다. 그래서 정비되지 않은 자연적인 길이다. 그 길에 자연의 숨결이 살아있다.

 

이제 갈림길이 나온다. 계류를 따라 진행하던 일행이 있다. 또 다른 일행은 773봉이 있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순간 우왕좌왕 여기저기 혼란이 일어난다. 이 등로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주위에 없다. 동방님 일행은 오른쪽 773봉 방향으로 전진을 했다고 한다. 잠시 지형 판단을 한다. 그래서 계류 방향으로 직진하던 일행을 불러 내린다. 잠시 멈춰선다. 앞에 보이는 비탈이 만만하지가 않기에. 그게 엄청난 시련의 시작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으니.

 

대충 지도로 보았을 땐 이 방향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오른쪽에 실개천이 하나 있었으니까. 그 실개천을 지나자마자 가풀막이 시작된다. 그런데 이 가풀막은 생각한 것 보다 더 가파르다. 최근 비가 온 탓에 쭉 미끄러지기까지 한다. 센 오르막이라 으레 정체가 된다. 앞에 사람이 발걸음을 떼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내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또 뒤로 물러날 수도 없다. 뒤에 일행이 곧장 엉덩이에 머리를 붙여 따라오기에. 시간이 걸린다. 간신히 스틱으로 지탱하여 기다린다. 조금씩 발걸음을 뗀다. 조릿대가 무성하여 등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잡풀마저 무성한 등로다. 뒤에 따라오는 일행의 발걸음이 무디어졌는지 수풀에 가리어 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만큼 가풀막이 세다. 간신히 계류 갈림길에서 25분여 걸려서 지능선에 접근을 하니 앞서간 일행이 쉬고 있다.

 

다행히 지능선에 오르니 미풍에 나뭇가지가 약간 하늘거린다. 미풍답지 않은 미풍이라도 목덜미를 시원하게 하니 감사하다. 그 지능선에서 일행이 과일 한 조각을 준다. 목이 타는 순간이라 감사히 먹는다. 입에서 정말 단내가 난다는 말이 실감난다. 이 깔딱고개를 오르는 일행 모두 힘이 드는 모양이다. 그러나 아직 마근담봉의 주능선에 오르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더욱 비탈은 거세어진다. 남쪽 감투봉으로 오르는 능선의 마루금을 보아서 아직 빡시게 올라가야 함을 느낀다. 20분을 황소걸음으로 오르니 능선의 시야가 열린다. 계류 갈림길에서 마근담봉 주능선까지 45분여 걸린 셈이다. 이제 큰 고생은 다한 셈이다. 정상을 향하여 능선을 따라 조금 가볍게 오른다. 구름에 둘러싸인 지리산 정상이 보이는 전망쉼터에서 잠시 쉬면서 한 컷을 한다. 아스라이 멀리 지리산 정상이 구름 속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구름에 가리어져 있으니 뭔가 영험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다.

 

♣마근담봉이여? 마담봉이여?

마근담봉으로 접근하는 주능선은 쉽게 정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점심시간을 지난 시간이라 배는 출출한데 정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앞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앞서간 동방님 선두일행이 식사를 하고 있다. 정상석은 없다. [마근담봉] 정상 표시는 코팅된 종이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앞서간 인선님이 그 정상 표지판 아래 퍼질고 앉아 있다. 완전 녹초가 되어 있다. 탈진한 느낌이다. 어디 녹초가 안 된 일행이 있겠는가. 점심식사를 위해 자리를 펼친다.

 

점심을 먹는데 통 입맛이 없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산우들이 입맛이 없다고 한다. 깨작거려 본다. 가을바람님이 가지고 온 곡차 한 잔을 마시니 간신히 몸이 깨어난다. 갈증이 약간 가신다. 몸을 혹사시키다 보니 입맛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입맛이 윤슬님이 가지고 된장찌개 국물을 마시니 조금 먹을 기분이 생긴다. 일행 또한 겨우 찬통을 비운다. 이처럼 힘겨운 여름 산행은 올해 처음이다. 함양에는 폭염주의보까지 내렸다고 방랑자님이 일러준다. 어릴 적 소도 더위를 먹었을 때 꼴을 제대로 먹지 않은 것을 본 적이 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날씨에 민감한 것 같다. 혼자라면 중간에 밥을 먹다 그만 두었을 것이다. 일행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천천히 먹으니 밥을 다 먹을 수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여기를 타 산악회원이 지나간다. 우리가 정상 표지판 부근을 점거하고 있는 터라 정상 인증샷을 하지 못하고 간다. 괜스레 미안스럽다. 식사 후 일행은 개인 인증샷과 단체 사진을 함께 찍는다. 마근담봉의 [근]을 손으로 막고 찍으니 마담봉이 된다. 그렇게 하하 호호 하면서 함께 사진을 찍는다. 웃음이 행복의 에너지가 되어 주위로 퍼진다. 이제 백운계곡으로 하산할 일만 남는다.

 

♣왜 그토록 남명 조식 선생이 말년에 백운계곡을 찾았던가?

마근담봉에서 3분여 동쪽의 달뜨기 능선 쪽으로 진행하면 딱바실골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이다. 우리는 첫 번째 계류 합수점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진행을 하였다. 그러나 그 갈림길에서 10여분 정도 직진해서 진행하였더라면 이 갈림길로 올라서게 된다. 아쉬움을 남기며 갈림길에서 한 컷을 하고 지나간다. 백운계곡으로의 진행은 거기서 13~14분 정도 안부를 지나 약간 올라가는 느낌으로 진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웅석봉과 백운계곡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하산을 하면 된다.

 

하산길은 수풀이 우거져 길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아니 등로도 물길을 따라 난 고랑길이다. 주능선 갈림길에서 10여분 숲길을 헤치고 내려오면 약한 물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실개천을 건너 내려가면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이 상태로 계속 내려가야 하나 고민을 한다. 2~3분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왼쪽 임도로 가지 말라고 누군가 나뭇가지로 막아 놓았다. 그래서 으레 오른쪽 등로를 따라 하산을 한다. 숲이 터널을 이루고 있어서 시원하다. 다듬어지지 않은 길을 따라 내려간다. 왼쪽으로 계곡 물소리가 쏴~ 들린다. 길은 이내 물고랑길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왼쪽 계류 쪽으로 눈길이 간다. 하얀 소폭의 물줄기에 현혹되어서. 군데군데 산객들이 앉아 쉬고 있다. 계곡이 암반형태가 많은 것 같다. 커다란 암반 위로 쭈르르 흘러내리는 개울물을 보니 그 위에 드러눕고 싶은 욕망이 간절하다. 아래로 내려가면서 일행은 계곡을 기웃거려 본다. 혹시 알탕을 할 만한 곳이 있는지 싶어서. 알탕할 소는 많으나 여기서 알탕을 하면 또 땀을 흘리게 될 것이다. 주능선 갈림길에서 1시간 가까이 걸려 쌍폭에 도착한다.

 

이미 앞서온 일행이 폭포수 아래로 옷을 입은 채 뛰어들고 있다. 폭포의 하얀 물줄기를 뒤집어쓰고 있다. 신바람이 나는지 환호성이 들린다. 소에 뛰어들어 있다. 여러 명이 어울려 물장구를 치기도 한다. 그러나 그 폭포를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남기지 않을 수 없다. 모두 하나가 된다. 이 좋은 곳에 남명선생이 여러 차례 순례한 의미를 알 것 같다. 최근의 온 비로 수량이 풍부하여 폭포는 우렁찬 소리로 흘러내린다.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가도 작은 폭포와 소가 이어진다. 마근담 1.9km/운리 6.2km/주차장 2.1km 갈림길의 다리에 서서 여자회원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사진을 한 컷한다. 그 다리에서 조금 내려간 지점에 앞서간 동방님이 소를 전세 내어 놓고 물놀이를 하고 있다. 날머리까지는 2km를 더 내려가야 하는데,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리는 것은 아닌지. 여기서 알탕을 하고 내려가게 되면 또 땀이 날 텐데. 견물생심이라 우르르 남자 산우들이 소로 내려선다. 큰 소이기에 우리 일행을 거뜬히 채운다. 얼른 상의를 벗고 일행은 소에 들어가기에 바쁘다. 물은 처음에 약간 차가운 듯 하더니 적응이 된다. 좀더 물속에 있기를 바라지만 일행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일어서기 분주하다. 하는 수 없이 옷을 갈아입는다.

 

이 백운계곡에는 20여 개의 폭포와 소가 이어지기에 지루한 감이 없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와폭과 소가 더 웅장해진다. 지리산에는 대원사계곡, 내원사계곡, 중산리계곡, 거림계곡 등 지리산의 굵직한 계곡들이 즐비하다. 거기에 비해서 이 백운계곡은 유명세를 타지 않은 편이다. 남명 선생이 물에 발을 담그며 즐길 때 지팡이를 짚고 신발을 끌며 왔던 곳이라는 장구지소를 기웃거려본다. 용문천이라는 글자도 보인다. 용문천이라 쓰인 바위 왼쪽으로 조금 더 돌아가 보면 ‘남명선생장구지소(南冥先生杖之所)’라는 글귀가 새겨진 바위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지나친다. 영남 사림파의 거두로 합천에서 태어난 남명 조식 선생이 61세에 이 부근의 덕산으로 와서 산천재(山天齋)를 짓고 후학 양성에 힘썼다고 한다. 덕산에 살면서 이 백운계곡에 자주 들렀다고 전해진다. 또 이곳에서 조식 선생은 ‘푸른 산에 올라보니 온 세상이 쪽빛과 같은데, 사람의 욕심은 그칠 줄 몰라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도 세상사를 탐한다’라는 시를 지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덕산은 학문을 도야하는 장소로, 그리고 이 백운계곡은 심신을 수양하는 장소로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장소는 같건만 인걸은 간데 없고 계곡물만 우렁차게 흘러내리고 있으니. 그 우렁찬 물소리의 세상 시름 다 녹이는 냇가에 배낭을 내려놓는다. 앞서간 여자회원들이 아래쪽 폭포와 소에 주저앉아 물장구를 치고 놀고 있다. 그 모습에 여운이 남아 발걸음을 뗄 수가 없다.

 

영산산장 부근으로 내려와도 폭포는 이어지고 소의 크기는 더 깊고 웅장하다. 그 소에는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목욕을 하면 절로 아는 것이 생긴다는 다지소(多知沼), 스승의 가르침이 제자들에게 차례로 전승되길 바란다는 아함소, 목욕을 하면 올바른 소리만 듣는다는 청의소(聽義沼) 등. 옷을 입은 채로 폭포의 물을 뒤집어 쓸 수 있고, 또 소에 풍덩 빠질 수도 있어서 백운계곡은 아주 매력이 넘친다. 영산산장에 도착을 하게 되면 6시간 11.2km의 산행은 끝이 난다. 폭포와 소에 넋이 나간 멋지고 행복한 오후시간이었다.

 

♣백운계곡의 감동을 안고 마무리 뒤풀이

옛 선비들이 백운계곡에서 피서를 하고 곡차를 마셨지 않을까. 선비들은 시 한수로 세상 시름을 읊고, 곡차 한 잔으로 시절을 달랬을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 도전하여 가문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도 가졌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학문을 도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위와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

 

백운교를 지나 대형버스 주차장에 집결을 한다. 뒤늦게 알탕을 한 회원들이 빨리 오지 않아서 더운 날씨에 주차장에서 땀을 흘린다. 이 주차장은 약간 높은 곳에 위치해 있기에 땡볕에 올라오기에는 힘이 든다. 그래서 후미 대원들이 버스를 아래로 내려오라고 야단이다.

 

주차장을 출발하여 20분 정도 걸려서 단성교를 지나 원지의 뒤풀이 장소에 도착한다. 지난번에도 한 번 들렀던 맛집으로 호평이 좋아서 왔다. 메뉴는 문어와 전복이 들어가는 해물탕이다. 요즘 먹거리의 흐름은 문어다. 문어는 고단백질, 저열랑, 저지방으로 글리신과 타우린이 많이 들어 있어서 단맛과 감칠맛을 낸다. 또 미량 원소인 아연과 구리가 많이 들어 있는데 아연은 미각장애를 예방하고 구리는 빈혈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전복은 기능성 식품 외 나트륨이나 칼륨이 풍부해 세포의 활성화와 신경전달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전복은 중국의 진시황제가 찾았던 불로장생의 식품이다. <본초강목>에는 눈을 밝히는 약이라 하여 석결명(石決明)이라고 부른다. 갖가지 해산물이 들어있어서 좋고, 덤으로 칼국수까지 넣어 주니 일품이다. 땀 흘린 후의 해물탕은 미네랄을 보충하는데 좋다. 이 좋은 안주와 더불어 백산을 ‘위하여!!!’ 외치치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기에 이 산우들의 개개인의 산행과 입맛을 만족시키는 것은 수월치가 않다. 때론 조금씩 협력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모두에게 만족을 주도록 노력하고 있다. 마근담봉의 깔딱고개를 오르며 힘이 들었지만 합력하여 잘 해냈고, 백운계곡에서 심신을 단련하고 하산을 했다. 그리고 이 뒤풀이에 모두 잔을 치켜 올리며 하나로 뭉칠 때 삶의 에너지가 빛을 발한다. 그래서 백산인의 가정과 생업터도 나날이 번창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전 여정을 맡아 수고해주신 운해님과 운영진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제 7월 넷째 주 금정산에서의 상반기 단합대회가 기다려진다. 진정한 산꾼이 되는 그날까지..... “백산을 위하여!!!”

 

<수필가/산행작가/부산백산산악회장>

 

♣산행지도: 산행코스는 약간 다름. 지형만 참조

♣산행사진

 

 

 

 

 

 

 

 

 

 

 

 

 

 

 

 

 

 

 

 

 

 

 

 

 

 

 

 

 

 

 

 

 

 

 

 

 

 

 

 

 

 

 

 

 

 

 

 

 

 

 

 

 

 

 

 

 

 

 

 

 

 

 

 

 

 

 

 

 

 

 

 

 

 

 

 

 

 

 

 

 

 

 

 

 

 

 

 

 

 

 

 

 

 

 

 

 

 

 

 

 

 

 

 

 

 

 

 

 

 

 

 

 

 

 

 

 

 

 

 

 

 

 

 

 

 

 

 

 

 

 

 

 

 

 

 

 

 

 

 

 

 

 

 

 

 

 

 

 

 

 

 

 

 

 

 

 

 

 

 

 

 

 

 

 

 

 

 

 

 

 

 

 

 

 

▲영산펜션 산행 날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