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부산백산산악회 제 291차 정기산행: 곡성 동악산(735m)◈(2016. 9. 10. 토)

부산갈매기88 2016. 9. 19. 16:29

 

◎산행지: 곡성 동악산(735m)

★산행일시: 2016. 9. 10. 토. 흐림

 

☢산행 참석자: 부산백산산악회원 및 게스트 포함 46명(에포케, 파앗, 금호지, 동무, 나무, 와석, 푸른 초원, 청파, 강순자, 송향, 야초, 태영, 산하, 햇살, 슬로우, 퀵, 새콤달콤, 옥여사2, 산메아리, 블랙이글, 피네, 동방, 병주, 팅커벨, 혜영, 일식, 가을바람, 현진, 은수, 산아, 갈바람, 형제, 부용, 라라, 호두, 윤슬, 미산, 윤호, 휘운, 붉은노을, 수피아, 새벽길, 숙이, 운해, 와니, 부산갈매기)

 

●산행 코스(원점회귀): 도림사 주차장~깃대봉~형제봉~대장봉~배넘어재~동악산~청류동계곡~도림사~도림사 주차장

 

◔시간대별 산행코스:

10:23 산행시작

10:37 이정표(형제봉 3.2km/오토 캠핑장 0.9km)

10:55 이정표(형제봉 1.6km/오토 캠핑장 1.5km)

11:27 깃대봉

11:42 이정표(형제봉 0.9km/오토 캠핑장 3.2km)

12:07 이정표(형제봉 0.4km/오토 캠피장 3.7km)

12:19 형제봉(배넘어재 2.4km/도림사 3.4km)

12:32 동봉(성출봉)

12:53 대장봉(형제봉 1.0km/오토 캠핑장 5.1km)<식사 및 휴식 34분>

13:37 이정표(배넘어재 1.3km/대장봉 0.5km)

13:56 형제봉 갈림길(643m)

13:59 배넘어재(형제봉 2.4km/동악산 3.1km)

14:08 이정표(배넘어재 0.5km/동악산 2.6km)

14:22 이정표(배넘어재 1.3km/동악산 1.8km)

14:52 이정표(배넘어재 2.6km/동악산 0.5km/청계동 6.9km/사수동 5.8km)

15:10 동악산(735m)

15:55 이정표(도림사 1.2km)

16:01 다리(탁족 30분)

16:45 도림사

16:55 도림사 일주문

17:03 주차장 도착

 

 

★산행 시간(후미 기준): 6시간 40분(점심식사 34분, 기타 휴식 20분, 탁족 25분)

                                      <순수 산행시간: 5시간 21시간>

◍산행거리: 10.5km(GPS)

◎교통편: 신부산 고속투어버스

 

▶산행 tip: 여름의 끝자락에 곡성 동악산을 올랐다. 동악산은 도림사 주차장 초입에서부터 조금씩 고도를 높여 형제봉에서 정점에 이른다. 형제봉에서 바라보는 공룡능선이 마음을 붙들지만 완등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전체 능선은 일명 계란판 능선으로 깃대봉에서 대장봉 정상까지 꽤 힘이 든다. 도림사 주차장에서 깃대봉~형제봉~대장봉~동악산~도림사까지 시계방향으로 투구 모양을 그리며 산행을 하게 된다. 전체 순수 산행시간은 후미 기준 5시간 20여분, 10.5km이다. 무엇보다 삼남 제일의 청류동 계곡의 암반은 특이하다. 도림사 아래로 계곡 자체가 암반으로 되어 있어서 그 옛날 시인 묵객들이 찾은 이유를 알만 하다. 암반에 흐르는 계류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스토리가 있는 산행길

초입의 국민관광단지는 여기저기 잔디밭이라 잔디 깎는 기계소리가 요란스럽다. 잔디밭에는 이렇다 할 안내판이 없어서 돌계단이 있는 곳에서 단체 인증샷을 한다. 오토 캠핑장을 오른쪽으로 돌아서 산행 들머리를 잡는다. 3분여를 오르면 묘지가 나타난다. 대체로 완만히 등로이기에 수월하다. 이어서 7분여를 오르게 되면 돌탑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산에 온께 아~따 좋다’라고 나무판에 글씨를 적어 소나무에 매달아 놓았다. 이 고장 사람들의 정서가 뭔가 좀 다르게 느껴진다. 돌탑도 돌을 첨성대 모양으로 둥그렇게만 쌓은 것이 아니라 항아리형 돌탑을 쌓은 후 2층이나 3층을 올리고, 그 맨 꼭대기에는 닭의 형상 등을 만들어서 올려놓았다. 다른 지역의 돌탑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다.

 

최근 곡성이라는 영화 때문에 곡성이 전국에서 뜨고 있다. 평소 곡성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 영화 때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곡성에 한 번 가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산에는 그리 높지 않은 소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다. 소나무 모양새로 보아서 척박한 산이라는 느낌이 든다. 가풀막을 제법 숨 가쁘게 올라 한숨을 돌리려는데 왼쪽 소나무에 ‘쉬었다 갈까’ 라는 글귀가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 힘이 드는데, 그 참에 숨고르기를 위해 잠시 멈춰 선다. 이런 저런 돌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고 일행은 부산하다. 뭔가 테마가 있는 산행이다. 또 다른 소나무에는 자동차 백 미러를 달아 놓았는데, ‘아~따 예쁘요. 어디서 왔소 → 오늘 즐거운 산행 되세요.’ 라는 글귀도 있다. 그 백 미러를 보고 한 번 웃음을 지어 본다. 또 옆 소나무에는 ‘어디서 왔소. 그래요 → 오늘 산행 조심하세요.’라는 글도 있다. 배려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글귀에 후한 인심이 느껴진다. 돌탑군을 지나 빡신 나무계단을 오르고 된비알을 지나 봉우리에 살짝 올라서면 깃대봉(348m)이다. 깃대봉 이정표에 기대어 한숨을 돌린다.

 

깃대봉을 지나 가파른 된비알을 오르게 되면 앞봉(715m)이다. 앞봉에서 형제봉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살짝 내려가서 다시 된비알을 치고 올라가야 한다. 형제봉에는 빈터가 있다. 그리고 동쪽 방향으로 20여 미터 진행하면 데크 계단이 나타난다. 그 동쪽 끄트머리에서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공룡능선에 마음이 간다. 허연 암릉이 손짓을 한다. 한 번 와 보라고. 한 번 가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새벽길님도 한 번 가보고 싶어서 마음에 갈등을 한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그곳으로 갈 사람이 있다면 진행하고 싶은가 보다. 하지만 쉽게 나서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그 코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니 도전도 쉽지 않다. 하는 수 없이 새벽길님도 입맛만 다시고 맘을 접는다. 가보고 싶은 산에 대한 미련이다. ‘조만간 친구와 함께 오리라.’ 숙제를 남겨두고 간다. 형제봉에서 공룡능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고 일행의 시간이 길어진다.

 

 

♣계란판 능선

형제봉(750m)에서 대장봉으로 가기 위해서 2분여 능선길을 따라 가면 동봉(성출봉 755m) 표지목이 나타난다. 동악산에서 가장 높은 곳은 형제봉(동봉)이다. 동쪽에 위치한 동악산은 736.8m이니까. 옛사람들은 형제봉(750m)이 동봉이고, 대장봉(744.5m)이 서봉으로 나뉘어 불렀다. 동봉인 형제봉에서 서봉인 대장봉으로 가려면 가파른 데크 계단을 내려서야 한다. 6~7분 내려서 가면 수풀이 무성한 헬기장이 나온다. 그 헬기장에서 대장봉을 오르지 않고 바로 배넘어재로 갈 수도 있다. 일행이 대장봉(744.5m)으로 진행을 하였다고 하기에 헬기장에서 대장봉으로 오른다.

 

타산악회 회원들이 반대방향으로 대장봉에서 내려오기 때문에 잠시 대기를 해야 한다. 점심시간이 지나갈 시간이라 속이 비어 에너지가 고갈되어 힘에 부치기 시작한다. 앞봉~형제봉~대장봉 등 계란판 능선은 생각보다 힘이 들게 한다. 이미 앞서간 일행이 대장봉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에포케님과 동무님 등이 식사를 하면서 그쪽으로 오라고 부른다. 그 남쪽 바위 위에는 블랙이글님과 윤슬님 등의 일행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다. 정말 평화스러운 광경이다.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한 자리에 다 앉을 수가 없기에 떨어져서 앉아 식사를 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초입에서 2시간 반을 올라왔으니 배가 고플 시간이다. 그나마 흐린 날씨에 깃대봉 이후부터 바람이 조금씩 불어주어서 다행이었다. 간단히 먹는다고 하지만 30여 분의 식사시간은 후딱 지나가버린다.

 

♣배넘어재를 지나 동악산으로

대장봉에서 배넘어재까지는 가벼운 능선길을 하산하는 기분으로 따라간다. 전체 산행시간과 거리를 볼 때 배넘어재가 거의 중간이다. 그래서 배넘어재에서 동악산은 차츰 오름 구간이다. 배넘어재에서 10여 명이 시간관계상 청류동계곡으로 지름길을 택하게 된다. 거기서 운해대장님이 과감히 컷오프를 한다. 체력과 거리를 고려하여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배넘어재를 지나가는데 새벽길님이 따라온다. 함께 동행을 한다. 그리고 500여 미터를 가고 있는데, 붉은 노을님과 은수님 등 일행 여러 명이 따라 붙는다. 그 일행은 앞서가고 이제 와석님만 뒤로 쳐진다. 그래서 새벽길님, 와석님과 나, 셋이서 후미조로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점심을 먹은 후 걷는 산행은 자연스레 씩씩거리게 된다.

 

차츰 오름길은 높아져 간다. 그리고 암봉 구간도 있어서 데크 계단이 설치된 곳도 있다. 그 좁은 암봉 구간을 지나가다가 배낭 옆에 박아 둔 물통이 굴러 떨어져 버리는 바람에 100여 미터를 되돌아가서 주워 오게 된다. 급하면 돌아가라는 말이 실감난다. 간간히 타산악회원들이 이쪽 반대방행에서 진행해 내려오기도 한다. 동악산으로 접근하게 되니 정상부근의 암봉이 눈에 들어온다. 그 정상에 오르는 데크 계단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해준다. 드디어 동악산 데크 계단 아래에 셋이 서게 된다. 그래도 여기에 온 흔적을 남겨야 하기에 교대로 사진을 찍는다. 새벽길님이 기지를 발휘하여 카메라에 자동찍기 선택을 하여 셋이 한 번 찍어보기도 한다. 즐겁고 행복한 순간도 훗날 기억이 날 터이지만, 이렇게 오순도순 함께 어깨를 맞대며 함께 한 시간이 뒷날 생각이 날 것이다. 동악산 정상까지 5백 미터가 남았다고 이정표는 일러준다. 그런데 그 100여 미터의 데크 계단은 한 발자국을 떼는 것이 히말라야를 오르는 기분인 것 같다. 몸이 무거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데크 계단이 끝나는 지점의 전망대에서 지금까지 지나온 능선을 쭉 훑어본다. 감개무량하다. 이런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실감이 난다. 주름진 마루금이 실루엣으로 다가온다. 힘겨움 뒤의 무한한 희열이 찾아온다. 세 사람은 가슴이 벅차서 함께 그 마루금을 회상해 본다. 사나이의 우정은 함께 땀을 흘리고 고통을 분담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우정으로 동악산 정상석과 돌탑을 배경을 한 컷씩을 한다. 한 마리의 새가 된 기분으로 두 팔을 쳐든다.

 

♣등목의 시원함을 알어~~?

동악산 정상에서 계곡까지는 50여 분이 걸리게 된다. 하산길에 신선바위를 가려고 했지만, 신선바위에는 등로에서 2백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포기를 한다. 그게 평지 2백 미터가 아니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하기에 마음을 비운다. 동악산 정상에서 25분여는 가파른 하산길을 재촉해야 한다. 그리고 25분여는 산죽이 듬성듬성 나 있는 길을 콧노래를 부르며 내려올 수가 있다.

 

계곡에 도착한 여자회원 일행들의 웃음소리가 골짜기를 떠나갈 듯 울린다. 그 목소리를 들을 때 누구인지 알 것 같다. 우리의 힘든 여정도 끝이 난다는 것이 느껴진다. 몸에서 쉰 냄새가 나기에 얼른 물을 만나고 싶다. 예닐곱 명의 선두조의 여자회원들이 깔깔거리고 물에서 놀고 있다. 우리 셋은 첫 번째 철교 아래의 소에서 탁족과 등목을 하기로 한다.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 것만으로도 정말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다. 상쾌한 기분이다. 그때 새벽길님이 물에 둥둥 떠 있는 캔 맥주 하나를 발견한다. 혹시나 하는 기분으로 주워 본다. 캔 맥주는 뭔가 묵직했다. “아~ 맥주가 있는 갑심더.” 하고 새벽길님이 쾌재를 불렀다. 캔을 흔들어 본다. 내용물이 차 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캔 옆이 찌그러져 있었다. 캔을 눌러본다. 미세한 구멍에서 내용물이 흘러내린다. ‘아뿔싸~~’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로 끝나는 실망감. 식수가 떨어져 목이 타는 일행이다. 마음을 비우고 새벽길님이 놀이객이 놓고 간 하얀 플라스틱통을 주워 온다. 그것으로 물을 그득 남아 등목을 한다. 양손으로 물을 떠올려서 감질나게 등목을 하는 것보다는 커다란 물바가지로 떠서 한 번에 많은 양을 등에 부으니 엄청 시원하다. 그리고 그 시원함이 짜릿함이 전해온다. 사람의 감동은 풍부한 가운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뭔가 부족함 속에서 나오는 것 같다. 교대로 등물을 끼얹으니 살 것만 같다.

 

여전히 상류쪽에서는 여자회원들의 깔깔거리는 소리가 골짜기를 메우고 있다. 주섬주섬 옷을 입는데 일행이 철교를 건너오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도 갈 길을 재촉한다. 거기서 도림사까지 1km 정도 내려가야 한다. 가파르지 않은 자드락길이라 좋다. 계곡의 물은 거의 말라 있지만 소가 있는 곳에는 물이 고여 있다. 도림사 경내에 한 번 둘러보고 나온다. 뜰 안에 놓인 수돗가에서 물 한 모금을 한다. 행복이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도림사 밖의 돌담에 붙어있는 녹색 이끼가 세상의 나이를 알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왼쪽 계곡의 암반 위로 계류가 아주 약하게 흐르고 있다. 계곡 전체가 암반이라 매력적이다. 이처럼 큰 암반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도림사에서 주차장까지 포장도로를 따라 5~6분은 걸어내려 가야 한다. 계류가 파 놓은 암반의 소를 구경하면서 내려간다.

 

 

♣곡성에서 웬 소머리국밥???

뒤풀이는 곡성읍내로 10여 분 달려가 소머리 국밥으로 한다. 곡성에는 한우가 유명한 지도 모른다. 상호가 달랑 [소머리국밥<T: 061-363-7753>]이라 특이하다. 개업을 한지 오래되어 보이지 않은 집이다. 식당 안이 약간 협소한 느낌이다. 대형버스 한 차의 인원을 받기에는 약간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식당 안을 완전히 점령하고 앉는다. 그러나 이런 집이 맛으로 승부를 하니 좋다. 국밥에 건더기도 듬뿍 들어있고, 맛도 아주 좋다. 그래서 대체로 회원들이 만족하는 것 같다. 멋진 동악산과 청류동 계곡을 보고 가니 어찌 건배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늘도 “백산을 위하여~~!!!”하고 외친다. 그곳의 풍류와 맛을 즐기고 온 하루였다. 함께 한 운영진과 회원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부산백산산악회장/수필가/산행작가>

 

♣산행지도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