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이야기

LG 구씨 가문

부산갈매기88 2009. 9. 22. 08:43

송나라 학자 주선중이 사람으로 태어나 인간답게 살려면 반드시 오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오계설(五計設)은 먹고 살 것(生計), 건강하게 살 것(身計), 가문을 빛낼 것(家計), 노년에 품위 있게 살 것(老計), 품위 있게 죽을 것(死計)을 말한다.

 

LG 대기업의 구본무 회장의 자녀교육은 한마디로 “가족간의 인화를 중시하라.”이다. 유교적인 가풍을 중시하는 엄격한 집안으로 유명하다. 구회장의 고조부인 만회공(조선 철종 때 대과에 급제 혼문관의 시독관, 춘추관의 기주관을 역임, 임금 앞에서 경서를 강론하는 자리로 왕자의 교육은 물론 백성 도덕교육을 담당하거나 어전 회의록을 작성하는 역임)이 내린 가훈이 기보에 걸려있다. 그 중에서도 건강하게 살 것을 으뜸으로 하고 있다.

 

기보에 적힌 글을 아래와 같다.

 

-선비가 세상을 살아감은 도를 좋아하고 분수를 지킴이다.

-검소함으로 집안을 다스리고 공경함으로 몸을 닦으라.

-어버이 섬김에는 효성을 다하고 임금을 섬김에는 충성을 다한다.

-선조에게 제사하는 날에는 반드시 엄숙하고 조심하여라.

-정성과 공경을 다하여 혼령이 앙양하여 계신 듯 하여라.

-형제간과 종족 사이에는 서로 좋아할 뿐 따지지 마라.

-작은 분을 참지 못하면 조상을 욕되게 하기 쉽다.

-선대훈계를 삼가 이어서 바르게 할 뿐 변하지 말라.

-두려워서 스스로 조심함이 깊은 못을 만난 듯 엷은 얼음을 밟듯 하라.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 위치한 구씨 가문의 집성촌인 승산마을에 구자경 명예회장이 생가터에 조주모를 추모하고 자녀들에게 가풍을 익히는 교육장으로 만든 사당이 있다.

 

만회공이 지은 창강제(선비들간의 학문교류장), 양정제(후손들이 학문을 닦던 곳), 고조부 만회공을 추모하기 위한 방상정, 바료 옆에는 증조부인 춘강재서공을 추모하기 위한 모춘당도 세워졌는데, 이곳이 구씨 가문의 자녀들에게 인화교육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다.

 

구인회 LG창업주는 6남 4녀를 두었는데, 2대의 구자경 회장이 장남으로 LG그룹 명예회장이다. 3대 회장은 구본무 회장이다. 구자경 회장은 모춘당을 완공한 후에 자녀들 교육에는 물론 며느리와 사위를 맞이하면 1년에 한 번씩 고향을 방문하여 가풍을 익히도록 하였다.

 

집안행사에는 주로 부인이 주도하여 가훈을 새기며 가풍을 중시 여기는 것을 몸에 익히도록 하는 것이다. 구인회 회장은 6남 4녀를, 구자경 회장은 4남 2녀를, 구본무 회장은 2녀를 두므로 집안의 자손이 워낙 많다보니 가족들의 화합과 인화가 가장 중요시하는 교육이 되었다.

 

명문가일수록 가족을 전통을 중요시 여기며 선조들의 정신을 존중하고 자녀들에게 그 정신을 물려주고 있는 것을 본다. 아무리 사회가 변해도 인간의 행동에 대한 규범이나 도덕, 윤리, 태도들은 변하지 않는다.

 

“검소함으로 집안을 다스리고 공경함으로 몸을 닦으라.”

내용은 근검절약하는 태고와 가정을 중요시 여기며 자신의 신체와 정신을 수련하라는 의미로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소홀히 하기 쉬운 부분들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준다.

 

“작은 분을 참지 못하면 조상을 욕되게 하기 쉽다.”

내용은 인간이 감정적으로 흥분하기 쉽고 화를 참지 못하면 패가망신하기 쉬운 성품에 경종을 울리는 말로 자기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여유와 아량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 있다.

 

“선대훈계를 삼가 이어서 바르게 할 뿐 변하지 말라.”

내용 속에서는 자녀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조상들의 훈계와 정신을 이어가도록 바르게 교훈하라는 내용이다. 조상들의 정신을 알고 인품을 배운다는 것은 내가 누구의 자식이라는 소속감을 느끼며 안정감을 주는 것으로 나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해주는 것들이다. 내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가를 아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그냥 살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을 선대의 업적을 이어나갈 후손으로 가문의 역사를 이어나갈 위대한 사람으로 지각하기 때문이다.

 

 

비즈프라임 <부자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