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이야기

경주 최 부자의 육연

부산갈매기88 2009. 9. 17. 09:33

[경주 최 부자 500년의 신화]의 저자 최해진은 경주 최 부잣집은 최신보 대인 1570년부터 마지막 부자 최준 대인 1970년까지 정확하게 13대, 400년 동안 부를 유지했다는 것을 새롭게 밝혀냈다. 게다가 최초로 경주 최 부자 소리를 들었던 선대 최경천 가계의 100여 년을 더하면 최 부자의 역사는 무려 500년이 넘게 된다.

 

경주 최 부자가 500여 년 동안 장기적으로 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까닭은 남다른 그들 나름대로의 독특한 경영철학과 경영 노하우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한 가족문화의 엄격한 부자교육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경주 최 부잣집에서는 육연(六然)과 가거십훈(家居十訓) 그리고 대대로 전해오는 가훈의 형태로 엄격하게 자녀교육을 실시했다. 그래서 이 가르침은 그들의 사람 사는 도리가 되었고, 부자경영의 노하우가 되었다.

 

몇 가지를 예를 들면 최 부자들은 부자에 걸맞는 신분을 유지하되, 자제하고 절제하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만석 이상으로 재산을 모으지 말 것과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말라고 했다. 또 절약과 검소를 철저히 가르쳐 시집온 며느리들에게 무명옷을 입게 한다든지 은비녀 이상의 패물은 가지고 오지 못하게 하도록 했다. 또 후손에 대한 재산분배도 당대의 장자 중심에서 벗어나 장자 이하의 아들과 딸 그리고 서자에게도 비율에 따라 골고루 배분하므로 후손들의 불화나 갈등을 미리 차단할 수 있었다. 또 자녀들을 불러 모아 상속재산에 대해 분쟁하지 않기로 하는 서약서인 화해기(和解記)를 작성하고 모두 도장을 찍도록 해 유산상속에 대한 갈등을 미리 차단하였다.

 

특히 경영학적 측면에서는 기본적으로 농사와 잠업에 힘쓸 뿐만 아니라 당시 양반들이 취급하기 꺼려했던 해산물이나 한지생산에도 관심을 가졌다. 또 마름(농자 소유자의 집사)의 횡포가 심하다든지 지주가 소작료를 계속 올리는 등 소작제도가 사회문제가 되었을 때도 최 부잣집은 직접경영과 병작제(竝作制)를 실시해 최 부자의 토지가 늘어날수록, 수확량이 많아질수록 그에 비례해 소작농의 수입도 늘어나게 했다. 궁극적으로 사람에 대한 겸손과 나눔이 이웃들에게는 덕망을 쌓았고 신임을 얻을 수 있는 참부자의 길을 자손 대대로 가르쳤다.

 

경주 최 부자 집안에 가장 인상적인 가훈이 있다. 집안을 다시스리는 제가의 기훈으로 ‘육훈’과 자신의 몸을 닦는 수신의 가훈 ‘육연’이다.

 

경주 최 부자 집안의 경우 매일 아침 조부에게 문안을 가서는 ‘육연’이라는 가훈을 조부가 보는 앞에서 써야만 했다. 이런 교육은 지속성과 반복성에 의한 행동의 규범들을 훈련시켰다는 점에서 인격이 형성되는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이다. 오늘날 부부가 모두 일하는 핵가정에서 매우 소홀히 자녀교육을 하는 부모들에게 매우 귀감이 되는 부분이다. 육연(六然)은 이러하다.

 

자처초연(自處超然): 스스로 초연하게 지내고

대인애연(對人靄然): 남에게는 온화하게 대하며

무사징연(無事澄然): 일이 없을 때는 마음을 맑게 가지고

유사감연(有事敢然): 일을 당해서는 용감하게 대처하며

득의담연(得意淡然): 성공했을 때는 담담하게 행동하고

실의태연(失意泰然): 실의에 빠졌을 때는 태연히 행동하라

 

육연은 삶의 대처방식을 어렸을 때부터 철저히 교육을 시켰던 가족의 신념이며 철학이기도 했다. 인간이 인간다운 생활의 방식을 할 수 있도록 군자다운 행동을 교육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육연을 통해 최 부잣집은 그 자손이 대대로 올바른 행동양식을 함으로써 수백 년 동안 부와 명예를 함께 누릴 수 있었다고 본다. 우리 선조들의 훌륭한 자녀교육의 모범을 보인 것으로 현대인에게 참다운 부자의 길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는 부분이다. 부자가 3대를 못 가는 이유는 가족의 정신적인 가치나 철학 같은 정신적인 교육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즈프라임 <부자학>에서

'인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회 지도자들의 자녀교육  (0) 2009.09.23
LG 구씨 가문  (0) 2009.09.22
동방의 등불: 타고르  (0) 2009.09.16
명문가인 존 F. 케네디의 가문  (0) 2009.09.14
링컨과 스탠턴  (0) 2009.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