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이야기

매케인, 지난해 여름부터 본인 장례식 직접 준비…음악·동선까지 챙겨

부산갈매기88 2018. 8. 31. 09:40


존 매케인 전 미국 상원의원이 뇌종양 판정을 받았던 지난해 여름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워싱턴 국회의사당 내 집무실에서 최측근 보좌관들과 회의를 열어, 자신의 장례식을 어떻게 치를지 일일이 결정했던 것으로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매케인 전 의원이 1년 가까이 매주 이 회의에서 자신의 장례식 장소와 참석자 초청, 조사 낭독자는 물론 연주될 곡과 낭송할 시, 관을 운구하는 동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직접 챙겼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추모연설을 해달라, 관을 운구해달라 부탁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은 매케인으로부터 추모연설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깜짝 놀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29일 애리조나주 국회의사당 유해안치로 시작해 오는 9월 2일 애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 묘소 안장식에 이르는 매케인의 장례식 전 일정은 매케인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자, 그가 세상에 남기고 싶어하는 마지막 메시지를 전하는 자리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매케인은 장례식에서 연주될 곡으로 아일랜드 민요 ‘대니 보이’를 골랐다고 한다. 그의 측근 중 한 사람인 릭 데이비스는 NYT에 “보좌관들이 애리조나 주의사당에 관을 안치해야한다고 말하자 매케인은 그런 영광을 주의원들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라”며 고인의 겸손함을 전했다.  

데이비스에 따르면, 매주 금요일에 매케인 주재로 열리는 장례식 준비회의가 매우 힘들어서 보좌관들은 회의가 끝난 후 스트레스를 풀고자 술집에 가곤 했다. 하지만 매케인은 마치 선거캠페인 전략을 짜듯이 아주 냉철하게 이 회의를 이끌었다고 한다.  


NYT는 매케인이 장례식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 단합의 가치 등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것으로 지적했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해군 장관을 역임했던 존 F 리먼은 “매케인 장례식이 트럼프에 반대하려고 연출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트럼프가 분명 매개가 되기는 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러시아 망명자인 카라-무르자가 매케인의 관을 운구하는 사람으로 선정된 것 역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억압적 정치와 트럼프에 대한 일종의 경고메시지로 볼 수있다는 이야기이다. 카라-무르자 자신도 “상당히 상징적”이라고 NYT에 말했다.  

출처: 동아일보 2018.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