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역사 이래 왜 여자들은 치장을 했을까?

부산갈매기88 2009. 10. 5. 08:51

2004년 아프리카 남부 끝자락의 블롬보스 동굴을 탐사하던 고고학자들은 예기지 않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유적지 발굴 일꾼들이 끈으로 꿰어진 달팽이 껍질 다발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 다발은 단순한 연체동물 껍질이 아니라 목걸이 장식물이었다. 명백히 7만 5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렌지색과 검은색이 감도는 41개의 작은 구슬은 여태껏 발견된 보석 둥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는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모든 여성이 착용하던 노리갯감과 팔찌의 전신이 될 유사 이전 장식품의 싱징인 셈이었다.

 

이 블롬보스의 발견은 인류학계와 심리학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원시인류가 구슬을 통해 아름다움과 장식품에 대한 개념을 표현한 것으로 이들이 자기인식 능력을 지녔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전문가들은 구슬이 사회적 의사소통의 도구란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이 초기 인류가 상징적 사유체계의 언어를 사용했고, 개별적으로 집단소속감을 지녔으리라 추론했다.

 

그러나 이 구슬로 만들어진 목걸이는 7만 5천 년 전에도 여성이 유행을 쫓고 싶어 했으며 군중으로부터 돋보이고 싶어 했음도 시사한다. 요컨대 여성은 남성의 눈길을 끌기 원했던 것이다.

블롬보스의 구슬은 여성적 아름다움이 지닌 진가를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증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거만으로 유사 이전 인류가 육체적 매력의 영향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다른 증거로 구석기 시대의 가장 유명한 여성상인, 석회석에 새긴 2만 5천 년 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살펴보자. 최근 오스트리아 지역에서 발굴된 이 얼굴 없는 작은 뚱보 여성상은 호화스러운 두건을 쓴 치렁치렁한 머리를 하고 있다. 이는 적어도 일부 원시시대 여성이 머리를 땋고 머리에 웨이브를 주었음을 입증한다.

 

프랑스에서 발견된 상아로 만들어진 보아 이른 시기의 브라상푸이 레이디는 대략 3만 6천 년 전의 것이다. 이 여성상은 머리에 리본을 동여매거나 망사를 둘러쓴 모습이다. 이는 석기시대에조차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는 날에 여성은 머리가 망가질까 염려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현대의 많은 이들이 머리와 화장 및 손톱에 수고를 들이듯이 원시인류도 성적으로 주목받기 위한 경쟁의 필요성을 느꼈을까?

 

해답은 성적 매력의 생물학에 들어 있다.

수컷 새는 짝짓기 할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화려한 빛깔의 깃털을 사랑한다. 화사한 꽃은 수분을 돕는 벌과 다른 곤충을 끌어들이는데 이바지한다. 또한 양이나 엘크, 늑대와 같은 종의 수컷은 자기 무리에 속한 암컷에게 정액을 주입할 권리를 얻으려고 이따금 치명이기까지 한 전투를 벌인다. 그래서 뿔이나 발굽 및 송곳니를 상대에게 깊숙이 찔러 넣는다.

 

새, 벌, 오소리와 마찬가지로 성인이 된 인간은 번식하고자 하는 무의식적 욕망을 느낀다. 우리는 그런 욕망에 의해 우리 각자의 독특한 유전 자료를 전승한다. 아름다움의 생물학적 목적은 성관계를 위해 다른 성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적어도 인간에게 성교는 대체로 즐길만하지만, 그 생물학적 목적은 재미가 아니라 재생산이다.

 

수컷 금화조의 예를 살펴보자. 십중팔구 암컷 금화조는 빨간 부리를 가진 수컷에 황홀해하고, 심지어 가장 새빨간 부리를 가진 수컷한테 바보처럼 행동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수컷 금화조는 과일과 당근 및 토마토와 같은 채소를 오렌지와 카로티노이드라 불리는 붉은 색소와 함께 섭취함으로써 빨간 부리를 발달시킨다. 공교롭게도 활성산소를 중화시켜 주고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는 카로티노이드를 가장 많이 섭취한 금화조는 자기네 종족 중에서 가장 건강한 새이기도 하다.

 

건강하고 젊음이 넘치는 외모 자체가 번식능력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남성이 좀 더 젊은 여성에게 이끌리는 이유는 여성의 젊음이 번식의 잠재력을 나타낸다.

 

 

한스 미디어 <외모, 상상 이상의 힘 L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