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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기업은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을 본받아야 하는가?

부산갈매기88 2009. 10. 26. 14:37

스웨덴은 일찍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스웨덴 경영자연합과 스웨덴 노동조합이 노사관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샬트셰바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협약에는 기업지배권을 가지는 경영자연합이 이익금의 85%를 법인세로 납부하는데 동의한 것이다. 그 결과 국민들은 협약에 규정한 해고노동자의 교육과 직업알선을 주선하는 노무관리정책은 노사관계의 안정성을 가져왔다.

 

우리나라에서는 감히 생각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스웨덴의 기업주들은 회사 이익금에 부과되는 높은 법인세를 마다하지 않는다. 많이 벌면 그만큼 많은 세금을 납부하는 '부의 사회 환원‘에 대하여 사회적 연대의식이 강해서 선진복지사회를 만든 것이다. 게다가 발렌베리 그룹이 건전하게 기업활동을 해온 데에는 기업인이든 정치인이든 소위 말하는 ’사회지도층의 특권의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스웨덴 특유의 사회적 분위기동 한몫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삼성에서 벤치마크하려고 관심을 가졌던 발렌베리가는 노동자의 권익 보호에 누구보다도 앞장선 기업이다. 사회민주주의 이념과 복지를 추구하는 노동자를 지지기반으로 한 사민당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도 발렌베리 가문은 노동쟁의의 문제를 풀어감에 있어 언제나 합의에 기반을 둔 선진 노사관계를 창출했다. 덕분에 사민당의 장기집권 과정에서 일관되고 공고한 관계를 지속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사민당과 건전한 정경유착을 이룬 발렌베리 그룹은 스웨덴을 복지선진사회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발렌베리 가문이나 그에 속하는 기업이 사민당에 선거자금을 대준 일은 없다. 스웨덴은 정치인이나 기업인의 부정부패가 없는 청렴한 국가로 유명하다.

 

한국의 재벌처럼 유통이든 식품이든 수익성이 보이면 어디든 투자하는 문어발식 투자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금융업에서 시작해 국가 방위산업을 주도하고 성공적인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한 발렌베리 그룹은 일반 기업처럼 이윤 추구에만 연연하지 않았다. 발렌베리 그룹은 인베스토를 통해 제조부문으로 사업을 다변화하고 장기적 투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했다. 중공업과 첨단제조 부문에 주력하는 특징 있는 포트폴리오를 펼쳐왔기 때문에 5개 계열사가 모두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배경에 발렌베리 가문의 독보적 국제 커넥션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발렌베리 그룹이 높이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삼성처럼 국가를 대표하는 대기업으로서 증여나 상속에서 법률적인 문제를 일으킨 사례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이는 가문의 전통으로 내려오는 발렌베리 가문의 사회적 책임감과 투명한 경영윤리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기업주의 국가에 대한 애국심과 노동자의 복지를 생각하는 건전한 경영철학과 투명한 경영윤리가 가족경영의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대표 중역회의 멤버로 임명하는 등 노조를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경영에 참여토록 하는 면모도 삼성 등 한국의 재벌그룹과는 다르다. 발렌베리 그룹은 신규사업 진출 등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국민경제를 고려해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는 채널을 유지해왔다. 민주적 의사결정체계 속에서 진행되는 경영을 통해 국민경제에 공헌하고 있기 때문에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업과 정치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 중에 하나가 스웨덴의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한 정치풍토이다. 정당은 선거자금을 모으려 기업주를 찾아다니지 않으며, 기업이 국책사업을 따기 위하여 로비를 해야만 하는 불공정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집권당이 바뀔 때마다 재벌에 대한 태도와 정책이 변한 점도 스웨덴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피터 발렌베리는 발렌베리 가족 중에 인베스토 주식의 대부분은 125만 주를 갖고 있지만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대신 지주회사인 인베스토가 계열사의 지배권을 행사하는데, 인베스토는 발렌베리 가문의 2개 재단이 지배한다. 발렌베리 그룹의 중대결정은 인베스토와 두 재단 사이에서 이워진다. 두 재단은 스웨덴 국내의 과학 기술 연구비를 집중 지원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럽의 OECD 국가 중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비를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가 스웨덴이며, 발렌베리 그룹의 제조업체들은 장기 연구개발의 결실로 국제 경쟁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다른 재벌기업처럼 시장점유율을 높임으로써 이윤확대에 관심을 쏟기보다는 연구개발을 통한 재투자로 기술혁신을 꾀하는 데 주력하는 발렌베리 그룹의 성향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경제분석가들은 발렌베리가의 후계자들이 물려받은 기업을 훨씬 더 키워놓지는 못했지만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발렌베리 구룹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사회 12명 가운데 인베스토 명예회장과 최고경영진 등 세 명이 발렌베리 가문의 일원인 셈이다. 발렌베리 그룹은 오너 일가에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발렌베리 가문의 지배권을 보장하고 있다. “차등의결권 주식이란 다른 주식에 비해 의결권은 높되 배당 등 경제적 이득은 제한하는 주식이다.”

 

삼성이 발렌베리 가문을 벤치마크하려는 주된 이유가 바로 이 ‘차등의결권’에 있다. 발렌베리 가문 소유의 주식 1주가 일반 주식 1,000주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갖는 이른바 ‘황금주’ 제도에 삼성은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렌베리 그룹은 가족 소유의 재단과 인베스토를 통해 계열사 지배권을 행사한다. 2개 재단이 인베스토 전체 지분의 21% 의결권 45.2%를 갖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자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는 장치로 차등의결권 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엘렉트로룩수에 대한 인베스토의 지분은 5.3%에 불과하지만 실제 의결권은 22.4%에 달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삼성이 발렌베리 그룹을 벤치마크하려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그 위상과 명성을 ‘차등의결권’이나 외교적 역량 같은 단면보다는 발렌베리 그룹의 꼼꼼히 따져보고 살펴봐야 한다. 특히 발레베리 가문의 윤리와 도덕성, 투명성은 기업의 이미지에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 정당들도 스웨덴 기업과 정당이 건전한 관계를 유지해온 사회적 풍토를 벤치마킹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웨덴처럼 투명하고 부정부패가 없는 복지국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가들의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이 이루어지고 돈 정치에서 벗어나 끼끗한 정치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부자연구학회 <부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