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눈앞의 이익보다 남을 배려하는 삶

부산갈매기88 2009. 10. 30. 09:21

남송시대 문학가 홍매의 <용재수필>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집안이 매우 가난했던 증숙경은 친구에게 빌린 돈으로 구입한 도기를 복건으로 가서 되팔아 단돈 얼마라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출발을 앞두고 복건지역이 수해를 당해 민심이 흉흉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그는 분명 도기를 살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계획을 포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상인이 그의 도기를 전부 사겠다고 나섰다.

 

거래를 끝낸 도기를 복건으로 가져가 되팔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증숙경이 다급히 그에게 말했다.

 

“복건성은 지금 수해로 난리라 하오, 도기를 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오, 돈을 돌려줄 테니 도기를 물리도록 하시오.”

 

감동받은 상인은 그의 배려를 한사코 거절하다가 결국 돈을 되돌려 받고는 가던 길을 떠났다. 어렵사리 들어온 돈이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증숙경의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했다.

“이미 다 치른 돈을 어쩌자고 그대로 돌려준단 말입니까? 오래 전에 쌀이 바닥났다는 걸 알지 않으십니까?”

 

그러자 증숙경이 웃으며 아내를 달랬다.

 

“사람이란 도리를 지켜야 하는 법이오. 타인의 이익을 해치며 내 배를 채울 수는 없는 일이오. 차라리 굶어 죽으면 죽었지 절대 이익에 집착하여 다른 사람에게 화를 입힐 수는 없소. 맹자께서 이르기를 ‘가난해도 뜻은 굽히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한나라 악양자의 아내처럼 남편이 좋은 길로 가도록 인도해주구려.”

 

그의 말에 아내는 부끄러운 듯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증숙경은 가난에 굴하지 않고 눈앞의 이익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인간다운 도리를 택한 것이다.

 

 

정판교 저 < 거상의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