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신뢰를 제일로 삼아라

부산갈매기88 2009. 11. 5. 09:48

돈과 명예 중에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느 것을 고르겠는가?

돈은 쓰고 나면 그만이지만 명예는 자신을 평생 따라 다닌다.

 

1956년 11월 와다 가즈오는 일본의 유명 유통업체 야오한그룹을 설립했다. 설립 당시 야오한그룹은 매스컴을 통해 ‘고객들 편에 서서 최저가격 정찰제를 실시할 것이며, 무슨 일이 있어도 이러한 투명한 경영지침을 고수하겠다.’고 공언했다. 할인점 앞에는 ‘더 이상 가격흥정이 필요 없는 최저가격의 쇼핑천국’이라는 문구가 내걸렸다. 반신반의하던 고객들은 가판대에 놓여 있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들을 보면서 여느 가게에 비해 확실히 저렴하고 품질도 뛰어나다는데 공감하게 된다.

 

하루아침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야오한을 찾는 손님들은 부쩍 늘어갔다. 고객들의 마음에 드는 제품과 친절한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전략으로 야오한의 명성 또한 높아지자, 먼 곳에서 차를 타고 오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다. 야오한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왕복교통비를 제하고도 집 근처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한번은 태풍의 여파로 채소와 과일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공교롭게도 명절까지 겹쳐서 집집마다 채소와 과일이 절실한 때였다. 시장에서는 아예 물건 자체를 구하기 힘든데다 그나마 있는 물건도 그야말로 금값이었다. 무 한 개가 120엔, 오이 한 개 가격이 20엔에 육박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와다 가즈오에게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물건을 끌어다가 한몫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는 창립 초기 고객들과 했던 약속을 지켜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그 소식에 신이 나 달려온 고객들에 의해 야오한 매장의 채소는 순식간에 동이났다.

 

결국 와다 가즈오는 큰돈은 벌지 못했지만 대신 신뢰와 명성을 손에 넣었다. 요컨대 부모님과의 힘든 창업과정에서 얻은 ‘신뢰제일’이라는 경영이념이 와다 가즈오를 비즈니스계의 거인으로 등극시킨 것이다.

 

 

정판교 <거상의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