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미소 뒤에 감춰진 속셈을 간파하라

부산갈매기88 2009. 11. 10. 08:42

‘일본인의 침묵과 미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암호를 해독하는 일보다 더 난해하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일본인의 침묵과 미소는 예의의 표현인 동시에 비즈니스를 위한 고도의 임기응변 전략이기도 하다.

 

<일본인의 비지니즈 예절>이라는 책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일본인과 거래할 때는 다음 사항을 주의하라. 첫째, 일본인은 겉으로는 최대한 친근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서로 입장이 상반될 때도 일본인은 자신을 위해, 또 상대방을 위해 얼굴색을 전혀 바꾸지 않는다.

 

서양 사람들 입장에서는 베일에 싸인 듯 속내를 알 수 없는 그들의 이러한 태도가 납득되지 않는 게 당연한 일이다. 잭 슈어드의 말처럼 그들에게 미소란 ‘난처함, 당황스러움, 놀라움, 슬픔’을 복합적으로 대변하는, 또 다른 표현방식이기 때문이다.

 

사실 문화적 관습에 있어 일본인들의 미소와 침묵은 오랜 세월 지켜온 순수한 예절일 뿐 마음속에 악의나 속셈을 꽁꽁 감춰두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실제로 그들은 때로는 침묵이 최상의 대답이자 가장 친근한 감정교환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노무라연구소 소장 도쿠야마 지로(德山次郞)박사는 미국 <비지니스위크>의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본인은 원래 언어를 통한 교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해충돌이 발생했을 때조차도 일본인은 참을성의 한계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침묵을 유지합니다.”

 

물론 이는 문화관습의 관점에서 일본인의 침묵과 미소를 바라본 것이다. 그러나 실제 비즈니스 거래에서의 침묵과 미소는 선량한 태도나 자연스러운 천성의 발로가 아니며, 겸손함의 표시는 더더욱 아니다.

 

그들은 종종 변화에 대해 동요하지 않는 척하다가 대세를 역전하는 협상 전략으로 침묵과 미소를 활용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양날의 칼로 상대의 보호막을 찌르려는 것이다.

 

이처럼 침묵과 미소가 때로는 임기응변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협상에 있어 이러한 임기응변은 자신의 재능을 적재적소에 발휘하고 돌발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한다.

 

따라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경쟁상대가 침묵이나 미소로 접근할 때일수록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단순히 순수한 마음으로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기 쉽다. 꾸며진 미소와 친절 이면에 감추어진 계략을 꿰뚫어볼 줄 아는 객관적인 눈을 키워야 한다.

 

 

정판교 <거상의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