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야망있는 자에게 길이 열린다.

부산갈매기88 2009. 11. 13. 16:13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적당히 어수룩한 척하는 것이 곧 현명한 대처법이다. 다만 조금은 어리숙하게 행동하되 발은 정상을 향해 쉬지 않고 놀려야 한다.

 

1958년 어느 날 미국의 한 식당에서 중국인 한 병이 미국인 상인 두 명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풍성한 요리에 식욕이 왕성해진 그들은 음식을 먹으며 사업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중국인이 물었다.

“이보시게, 요즘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물건이 뭔가?”

이에 미국인은 “Wings!"이라고 말했다.

 

중국인은 의외라는 듯 “가발 말이요?”

“Yes, wings!"

 

미국인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똑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그러더니 가방 안에서 검은 색 가발 하나를 주섬주섬 꺼내 보여주었다. 그는 앞으로 열세 가지의 색상을 더 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식사자리에서 주고받은 이 평범한 대화는 중국인의 뇌리 속에 뿌리깊게 박혔다. 그는 ‘가발’이라는 두 글자가 자신을 돈방석에 앉혀주리라는 예감에 사로잡혔다. 결국 그 흔한 점심식사 자리가 선견지명이 있는 이 중국인에게는 기적을 만들어 나가는 출발선이 되었던 것이다. 그가 바로 훗날 홍콩 ‘가발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호주계 중국화교 조지라우다.

 

조지 라우는 시장조사를 통해 ‘가발열풍’이 실제로 1960년대 미국 사회를 휩쓸고 있음을 알아냈다. 그 당시 인종차별 반대와 평등권 쟁취를 위한 미국 흑인들의 투쟁과 월남전쟁을 반대하는 학생시위로 인해 미국 사회는 혼돈에 빠져 있었다.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인 사회 분위기에따라 이른바 장발족이 출현하자 이와 같이 가발 착용도 유행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이렇게 미국 시장의 가발수요량이 급증하면서 가발제조업은 황금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무렵 홍콩에서는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한 자연모발로 만든 다양한 헤어스타일의 가발이 제작되고 있었다. 이에 조지 라우는 홍콩에 가발공장을 세워 미국 시장에 수출하겠다는 위대한 구상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한 친구에게 홍콩에서 가발제조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를 찾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친구는 월극 배우의 수염과 가발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장인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주소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직접 그 장인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사실 집들이 오밀조밀 모인 홍콩 골목을 누비며 무명의 장인을 찾는다는 것은 해수욕장에 떨어진 바늘을 찾는 것이라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인산인해인 골목을 헤집고 다니며 장인을 수소문했다. 간절히 원하면 하늘도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던가, 그는 마침내 누추한 뒷골목에서 평소 사람들과의 왕래가 많지 않은 가발전문가를 찾아낼 수 있었다.

 

조지 라우는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홍콩 유일의 가발제작 전문가를 귀빈 모시듯 깍듯이 대했다. 그로부터 찾아온 연유를 듣고 난 장인이 물었다.

 

“가발이 얼마나 필요하오?”

“매달 적어도 500개는 필요합니다.”

 

조지 라우의 머릿속에는 이미 모든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미쳤소?”

 

장인은 눈이 둥그렇게 뜨고 조지 라우를 쳐다보았다. 가발제조는 매우 세심한 작업이라 한 개를 만드는 데도 3개월이나 걸린다는 것이다.

 

조지 라우는 망치로 한 맞은 것 같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려 장인에게 작업장을 보여줄 것을 부탁했다. 여공들의 가발 제조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던 조지 라우는 공정 일부를 현대식 기법으로 바꾸면 시간단축이 가능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가발 제조공정의 청사진이 그려져 있었다.

 

그는 우선 여공들을 다시 훈련시켜 능숙하게 기계를 조작하고 현대화 공정에 대한 감을 익히도록 하였다. 아울러 가발제조에 필요한 기계와 인도네시아산 원료들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공장부지를 임대해 공장을 마련했다. 이렇게 해서 홍콩 최초의 가발 제조공장이 탄생한 것이다.

 

그는 가발공장의 설립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재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가 흘린 피와 땀은 그만큼 풍성한 결실이 되어 돌아왔다.

 

마침내 공장이 가동되고 첫 번째 제품이 출시되자 조지 라우는 자사의 신제품을 들고 레인크루포드의 임원을 찾아갔다. 상대는 전문가다운 시신으로 가발을 꼼꼼하게 살핀 뒤 희색이 만연한 얼굴로 물었다.

 

“이 가발, 어디서 생산한 거죠?”

“홍콩입니다.”

“그럴 리가 없소. 이건 분명히 유럽산이오. 홍콩에는 이런 가발공장이 없소.”

 

그는 이토록 질 좋은 가발제품은 프랑스밖에는 만들 수 없다고 장담하며 말했다.

이제는 생겼습니다.

조지 라우가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 레인크루포드의 첫 번재 거래를 성사시켰다. 매달 100개씩 납품하되, 프랑스 제품가의 1/3 가격인 개당 500홍콩달러에 판매하는 조건이었다. 소문이 퍼지자 가발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고 그는 홍콩 최고 재벌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정판교 <거상의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