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장기전의 비즈니스를 계획하라

부산갈매기88 2009. 11. 23. 08:40

벼락출세를 꿈꾸는 사람은 진정한 상인이 될 수 없다. 인생이란 원래 한걸음에 정상을 탈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개중에는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한방에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를테면 무명배우가 하루아침에 스타로 도약하는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그들도 배우로서의 끼와 영화계 입문 후 수없이 흘렸던 피땀의 노력이 없었다면 그만큼의 인기를 누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스포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진 것과 다름없는 경기에서 마지막 역전 홈런을 터뜨려 승패의 주인공이 뒤바뀌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홈런도 거저 온 것이 아니라 평소 땀 흘리며 부지런히 훈련한 결과물일 뿐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이처럼 막다른 골목에서 새로운 희망이 열리는 사례들을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다.

 

그러나 장사할 때는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발을 떼어야 한다. 옛말에 “장사란 소의 침과 같아야 한다.”고 했다. 장사할 때는 끈끈하고 길게 늘어지는 소의 타액처럼 웬만해서는 끊기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장사란 끊이지 않고 계속되기만 하면 된다. 이윤이 좀 적어도 상관없다. 갑자기 부자가 되었다가 하루아침에 파산하는 것에 비하면 그게 훨씬 안전하다.

 

소는 움직임이 굼뜨지만 우직하고 인내심이 강한 동물이다. 농업기계화 전만 해도 소는 농촌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소가 밭갈이를 해야 할 땅이 부드러워져서 오곡이 잘 자라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장사꾼들은 소의 기질을 닮을 필요가 있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 말은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위험한 교통수단이었다. 말을 타고 속도를 내면 일시적인 통쾌함을 맛보고 빨리 갈 수 있었지만 그런 만큼 위험수위도 높았다. 오늘날 고속도로가 뚫림으로써 운행거리와 시간이 단축되어 편리해졌지만 일단 사고가 나면 돌아갈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지혜로운 상인은 고속도를 달리면서 액셀레이터를 절대 세게 밟지 않는다. 안전속도와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항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순간을 대비하여 운전에 집중한다.

 

잘 나간다 싶으면 자아를 망각한 채 설쳐 대는 것, 이는 인간의 고질적인 약점이다. 풍랑을 헤치고 거침없이 나아가기 바쁜 상황에서 멈출 때를 대비하여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므로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상대방을 안심시켜 경계심을 늦춘 후 막판 뒤집기에 승부를 거는 것이다.

 

일본 한냐철공의 회장 한나 마쓰다이는 하루아침에 일본 소득순위 7위에 올라 일본사회를 놀라게 했다. 그러다 얼마 후 돌연 파산선고를 하며 밑바닥으로 주저앉아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이 기업은 선반의 일괄제작방식이라는 획기적인 시도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아이디어가 한순간에 대박이 나면서 도매상들이 볼멘소리를 냈다.

 

“제품이 들어왔다 하면 금방 동이 납니다. 좀더 서둘러 제작해주시오.”

 

제품이 모자랄 지경이라는 말에 그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결국 쇠뿔도 단김에 빼자는 심산으로 투자를 대폭 늘려 생산라인을 풀 가동시켰다. 일본시장을 재패했다는 착각에 빠진 그는 다음 단계로 동남아. 중동, 나아가 전 세계로 뻗어나갈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원대한 계획은 생각만큼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제품을 사갔던 도매상들이 연이어 반품하면서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결과 회사는 부두가 나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지켜보던 일각에서는 “제품이 잘 나가 공급물량이 부족했을 때 좀더 신중하게 시장동향을 파악하고 오히려 신제품 개발에 힘썼더라면 오늘날까지 탄탄대로를 걸었을 것”이라는 비난과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정판교 <거상의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