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큰돈을 벌고 싶은가?

부산갈매기88 2009. 11. 25. 09:51

“큰돈을 벌고 싶다면 경쟁업체, 판매직원, 중간 대리점의 이익을 어느 정도 보장해줘야 한다.”

이는 중국의 ‘성냥대왕’ 유홍생이 남긴 말이다.

 

그리고 홍콩의 보석대왕 또한 이런 말을 했다.

“타인을 짓밟고 혼자만 벌려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다.”

 

비즈니스계의 영웅으로 꼽히는 두 화상(華商)의 조언은 교묘하게 일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사업마인드가 비슷한 것은 ‘모든 일에는 여지를 남겨둬야지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는 유교의 가르침을 철저히 따랐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한 아시아 국가 주미대사는 자신의 책에서 중국 유가철학이 아시아 상인의 경영방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논한 바 있다. 미국 재직 당시 이 대사는 많은 미국 기업인들이 경영에 실패하고 파산하는 이유는 그들이 똑똑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똑똑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똑똑함이 너무 지나쳐 극단적인 개인주의로 흐르다 보니 모든 일을 자기 식대로 생각할 뿐 상대를 배려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거상 고경우의 표현처럼 ‘타인의 밥그릇을 깨부수면 결국 자기 밥그릇도 무사하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그들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천원형’이라는 가게 주인이 사천 북부지역에서 한 묶음당 150위엔에 양가죽 100묶음(총 1만여 장)을 구입했다. 그런데 운송 도중 물건이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겨우 중경까지 운반해 오기는 했지만 제품 한 묶음당 가치가 20-30위엔으로 떨어지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상인은 다급한 마음에 고경우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알고 보니 이 상인은 고경우가 운영하는 고청기에서 양가죽 구입자금을 빌렸다. 고경우는 가게를 망하게 하면 그 상인의 목을 조르는 일밖에는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결국 고경우는 오히려 그 상인에게 지난번보다 몇 배 되는 돈을 선뜻 빌려주었다. 그리고는 사천으로 가서 양가죽을 더 사오라고 했다. 이번에 구입한 수량은 총 800-900묶음으로 앞서 구입한 것과 합치면 양가죽이 모두 10만여 장에 달하는 것이다.

 

그 후 고경우는 양질의 양가죽 80-90%와 물에 젖은 양가죽 10-20%를 섞어 상해시장에 내놓아 팔았다. 1만 2000위엔에 달하는 손해를 볼 뻔했던 천원형 주인은 고경우의 도움으로 오히려 4만여 위엔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고경우가 이러한 행동을 지켜보던 당시 주변사람들은 매우 의아해했다. 이에 대해 고경우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때 왜 천원형에 계속 자금을 조달해주었는지 아시오? 첫째, 당시 소송을 걸지 않는 한 이전에 빌려준 돈을 회수할 방법이 없었소. 둘째, 그 중간상은 경험이 많아 구매 루트를 훤히 꿰고 있는 사람이었소. 미래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법이잖소? 양가죽이 물에 빠진 것은 결코 그의 잘못이 아니었거든. 내가 그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내 돈도 고스란히 잃어버렸을 뿐 아니라 능력있는 고객 하나를 놓치게 되는 것이오. 장기적으로 볼 때 돈을 완전히 뗴이는 것보다 지금 작은 손해를 보는 게 낫지 않겠소? 셋째, 물에 젖은 양가죽은 아무도 사지 않을 거요. 하지만 상대가 양호한 9만여 장의 양가죽에 젖은 양가죽 1만여 장을 끼워서 팔 경우 가격만 적당하다면 고객들도 흔쾌히 사게 되어 있소. 천원형이 주저앉지 않고 잘 풀리도록 도와주는 게 내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소. 게다가 그럼으로써 우리 회사를 적극 홍보하고 지원해줄 수 있는 든든한 고객 하나를 얻은 셈 아니겠소?”

 

 

정판교 <거상의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