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체면을 세워 줘라

부산갈매기88 2009. 11. 19. 13:00

‘화기상재(和氣生財)’의 ‘화(和)’에는 남을 위해 선을 베푼다는 의미도 담겨져 있다. 물론 이 점에 있어서 동양인과 서양인의 관점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서양사람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한치 물러서는 법이 없다. 반면 역지사지가 몸에 배어있는 동양사람들은 이익보다 사람의 도리를 중시하며, 향후를 위해서 국부적인 이익을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안다. 이러한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이 바로 홍콩 최고의 재벌 이가성이다.

 

“거래할 때는 상대방의 이윤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합작하기를 원한다. 가령 10%의 주식이 주어졌을 때 9%만을 가져간다면 재원은 끊임없이 돌아올 것이다.”

 

홍콩 광고업계의 유명인사 임연니는 그의 관대한 인품에 누구보다 공감하는 사람이다. 그녀가 광고회사를 경영하던 시절 이가성의 장강실업과 거래한 적이 있었다. 철저한 바이어스 마켓 구조인 광고시장에서 광고대행사는 일방적으로 고객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고객들이 광고대행사를 찾지 못해 걱정하는 경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고객, 특히 장강실업 같은 대기업들은 광고대행사를 대할 때 기고만장하고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임연니는 이가성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한다.

“상담차 처음 장강 본사를 찾아갔을 때 그분의 배려에 감동했습니다. 도착하자 제복을 입은 남자 직원들이 지하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저희들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엘리베이터가 사장실에 있는 꼭대기층까지 운행하지 않아 중간에서 내려 계단을 이용해야 했죠. 한 계단식 올라가고 있는데 이 사장이 이미 마중을 나와 있었습니다. 마침 그날은 비가 많이 내렸어요. 비에 흠뻑 젖어있는 제 모습을 본 이 사장은 외투를 벗으라고 하더니 직접 받아서 걸어주시더군요.

 

첫 번째 광고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후에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여서 이 사장이 직접 광고 제작에 참여하시는 일 없이 직원이 그 업무를 대신하게 되었죠. 모여서 회의하고 있을 때에는 가끔 들러 다정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죠.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말게!’ 그러면 저희는 이렇게 대답했죠. ‘저희들 일은 원래 고민을 많이 해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요.’“

 

‘함께 잘 되어야 한다’는 이가성의 믿음은 ‘인화(人和)’, 즉 사람들과의 화목을 중시하는 중국의 전통문화와 ‘작은 이익을 탐하면 친구가 없다’는 부모님의 엄격한 교육 속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것이었다. 이가성은 ‘돈도 중요하지만 기회 있을 때마다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화기생재’ 철학을 삶과 사업 곳곳에서 실천해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정판교 <거상의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