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선의의 거짓말은 용서받을 수 있나?

부산갈매기88 2009. 12. 1. 08:50

어수룩함이 어느 정도 이해와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위장술이라면 거짓말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예외가 적용되기도 한다. 특히 누군가의 이해를 구하고자 할 때나 상대의 마음을 열 방법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을 때에는 선의의 거짓말로 경직된 분위기를 녹일 수 있다.

 

1920년대 일본의 요코하마에서 석탄 장사를 하던 야마시타는 좀더 크게 확장하고 싶었지만 충분한 자금이 없어 매일같이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결국 자신의 가게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후 게획을 실행해 옮기기로 했다. 마침 그는 고베에 새로 문을 연 석탄업체의 사장 마츠나가의 실력이 매우 출중하다는 소식을 입수했다.

 

아마시타는 어떻게든 마츠나가와 거래를 트고 싶었지만 당시 그의 상황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마츠나가의 아버지인 후쿠자와 밑에서 일하던 하기와라에게 접근하기로 했다. 그에게 편지를 써달라고 부탁해 마츠나가와 선을 대보려는 심산이었다.

 

마침내 하기와라의 추천서를 손에 넣은 야마시타는 고베 최고급 호텔에 저녁식사를 예약한 뒤, 하기와라의 편지를 보내 마츠나가를 초대하는데 성공했다.

 

야마시타는 마츠나가를 극진히 대접한 다음 조심스럽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석탄을 제공해주면 자신이 아베가 운영하는 석탄소매점에 판매하겠다는 제안이었다. 마츠나가는 잠시 머뭇거렸다. 사기를 당하거나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모든 책임을 자신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가 주저할 것임을 미리 짐작했던 야마시타는 호텔 종업원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내일 내가 오사카 포병공장에 출장을 가야 하니, 가서 고베 특산 양과자를 좀 사다주겠소?”

그는 주머니에서 10만 엔짜리 뭉치를 꺼내 두 장을 종업원에게 건넸다. 그리고는 한 장을 더 얹어주며 말했다.

 

“이건 팁이오.”

 

옆에서 지켜보던 마츠나가는 속으로 매우 놀라면서 그가 분명 대단한 자본가일 거라고 단정지었다. 그래서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물건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야마시타는 감사의 뜻을 표한 뒤에 잠시 실례하겠다고 양해를 구하고는 총총히 식당 밖으로 나갔다. 그런 다음 아까 그 종업원을 쫓아가서 30만 엔을 돌려받았다. 야마시타는 저녁식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요코하마로 돌아갔다. 고급호텔에서 하룻밤 묵을 형편이 못 되었기 때문이다.

 

그후 야마시타는 마츠나가로부터 석탄을 공급받아 아베에게 판매함으로써 큰돈을 벌어들였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후 야마시타는 업종을 바꿔 일본 선박업계의 실세가 되었으며, 마츠나가도 일본 전력업계의 거목으로 성장했다.

 

세월이 흐른 뒤 과거 야마시타가 벌였던 감쪽같은 연극은 훗날 두 사람이 만날 때마다 농담처럼 주고받는 아련한 추억담이 되었다.

 

 

정판교 <거상의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