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한 번 실수는 포용하라

부산갈매기88 2009. 12. 8. 09:57

홍콩 갑부 이가성은 창업초기에 직원 몇 백 명의 부동산회사인 허치슨 왐포아를 운영했다.

 

그중 하모모라는 젊은 직원은 미국에서 유학하고 몇 년 간 현지에서 일을 했었기 때문에 업무경험이 풍부했다. 그를 총애한 이가성은 중대한 결정과 정책수립에 그를 참가시키는 한편 중요한 임무가 있을 때에는 그를 해결요원으로 파견하기도 했다.

 

당시 홍콩은 1970년대 후반 황금기로 접어들면서 급상승하고 부동산시장도 호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가성은 내노라하는 부동산 회사들이라면 누구나 눈독을 들이던 중환지역을 주목했다. 그곳의 개발권만 획득하면 어마어마한 돈방석에 앉는 것은 물론이고, 홍콩 부동산업계에서 주도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지역의 개발자를 선정하는 공개입찰에는 이가성의 허치슨 왐포아를 비롯해 씨티그룹, 가덕실업 세 곳이 물망에 오른 가운데 그 외 몇몇 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이가성으로부터 중환지역 입찰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을 일임받은 하모모는 이가성이 자신을 믿고 중대한 프로젝트를 맡긴 데 대해 감격하여 어떻게든 입찰을 따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해서 허치슨 왐포아의 낙찰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자 가덕실업과 씨티그룹은 약속이나 한 듯이 위험수를 감행하려고 했다. 바로 하모모를 매수해 허치슨 왐포아를 밀어내려는 속셈이었다.

그들은 하모모에게 접근하여 그가 허치슨 왐포아의 입찰가와 다른 관련 기밀을 알려주고 허치슨 왐포아를 경쟁에서 떨어뜨리기만 한다면 현금 200만 달러와 회사 부사장직을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런 파격적인 유혹 앞에 하모모는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환 프로젝트가 성공한다고 해도 결국은 남 좋은 일 아니겠어? 돈을 버는 것은 이 회장이지 내가 아니잖아. 이번 기회에 한몫 잡아 출세해 보는 거야.’

 

그는 결국 두 회사의 조건을 받아들여 비밀리에 정보를 주고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道)가 한 자(尺)이면, 마(魔)는 한 장(丈) 자라는 법이다. 이 말은 얻는 게 있으면 더 큰 어려움이 찾아오기 마련이라는 의미다.

 

이가성이 어떤 인물인가?

초인이라 불리던 그는 회사의 운명이 걸린 중환프로젝트에 굉장한 애착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하모모의 수상한 행동을 진작에 눈채챈 그는 하모모가 경쟁사와 은밀히 ‘물밑거래’를 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가성은 그를 불러 사리사욕에 어두워 의리를 저버린 소인배나 다름없는 행동을 호되게 질책했다. 법적인 처리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뼈저리게 후회하는 하모모에게 이가성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후 하모모는 자신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이가성의 관대함에 감동한 나머지 많은 공헌을 세우며 핵심임원으로 자리를 굳혀 나갔다.

 

이 사례를 통해 ‘관대한 포용력’이 거상의 중요한 자질 가운데 하나임을 실감할 수 있다. 물론 과실에 대해 전혀 뉘우침이 없는 부하직원에까지 관용을 베풀어 용인해줄 필요는 없다.

 

 

정판교 <거상의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