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과 의리는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경영과 도덕과의 관계에 대해 간과해왔다. 그러나 대업을 이룬 거상들의 행적을 따라가 보면 인의(仁義)가 사업의 기본이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양심을 속이며 돈을 그러모은 상인들은 대부분이 시장에서의 수명이 그다지 길지가 않다.

 

영친경, 영덕생 형제가 설립한 중국 최대의 민족자본기업인 영가그룹은 중국 전통의 인의(仁義) 정신을 실현한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들의 가장 큰 성공비결은 인정과 의리를 기본으로 하는 경영철학에 있었다.

 

평소 돈독한 형제애를 과시하며 화목하게 지냈던 영씨 형제는 개성은 각자 많이 달랐다. 형 영친경이 과감한 의사 결정력과 포부를 지녔다면 동생 영덕생은 매우 세심하고 꼼꼼한 편이었다. 그렇지만 형제가 재산이나 권력 때문에 마찰을 빚은 일은 전혀 없었다.

 

규모가 워낙 커 권력을 한 군데로 집중할 필요가 있었던 영가그룹은 형인 영친경으로 일원화시켰다. 하지만 그는 무슨 일이든 동생과 상의해서 최상의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했다. 형제는 기업을 경영하는 40여 년 동안 단 한 번의 다툼 없이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서로 힘을 모아 함께 난관을 극복해갔다.

 

1934년 영친경은 상해의 두 은행으로부터 6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한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라는 압박을 받게 된다. 그 일로 그의 상해공장이 곤란을 겪자, 영덕생은 무석공장의 유가증권을 담보로 대출금을 상환해 형을 위기애서 구해주었다. 또 한 번은 동생이 보름 내에 동북지역으로 솜 12만 상자를 납품해야 했으나 운송과정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해 계약파기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형은 자기 공장의 운송차량을 급파래 동생을 도와주었다.

 

그들의 진한 형제애는 주변사람들에 크게 귀감이 되어 후계자들은 물론 회사 임원들까지 회사발전을 위해 뭉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영씨 형제는 또한 기업의 힘은 결국 직원들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베풀고, 그들에게 더 나은 복지혜택과 노동조건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식비보조제’를 실시하는가 하면 유니폼을 제공하고 요나 이불도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지원한 후 차후에 월급에서 분할 공제했다. 휴일이나 명절에는 공장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병원도 설치해 무료 진료서비스를 실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가그룹의 발전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제1차 세계대전, 항일전쟁, 내전 등을 거치는 동안 대부분의 공장들은 인플레이션과 물가폭등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 했다. 그로 인해 대량의 실업자가 양산되고 산업전체가 파산위기에 직면하면서 영가그룹 또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그들은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준 직원들의 노고를 결코 잊지 않았다. 사재까지 털어서 직원들의 기본생활만큼은 보장해주었다. 그들의 마음 씀씀이와 온정에 감동한 직원들도 전시상황에서도 초과근무를 마다하지 않고 회생을 위해 전력투구하였다. 다름아닌 인정과 의리를 바탕으로 한 윤리경영이 가져온 결과였다.

 

 

정판교 <거상의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