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자폭하라!

부산갈매기88 2009. 12. 11. 08:19

임금 문제로 데모를 하는 현장에서 노조위원장이 선창을 하자 조합원들이 복창한다.

“임금 삭감 강요하는 사측은 자폭하라.”

“자폭하라~ 자폭하라!”

 

젊은 사장은 당황하여 욕을 하자 조합원들은 흥분하여 더욱 거세게 외친다. 고참 부장 하나가 지금은 은퇴한 명예회장에게 어서 와 달라고 연락을 취했다. 잠시 후 노구를 이끌고 현장에 도착한 명예회장이 인자한 얼굴로 좌중을 압도한다. 먼저 아들인 현 사장에게 말을 건넨다.

 

“애쓰고 있군. 김 사장, 어찌 되어 가는가?”

“저 사람들이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려서 대화가 안 통합니다. 주동자 몇 명은 손 좀 봐야겠습니다.”

 

“철학관 차렸나? 손금은 왜 보나? 우리 모두는 한 운명일세.”

 

이번엔 조합원 쪽을 바라보며 입을 연다.

“자네들 오랜만이군. 아이들은 잘 크나?”

 

가족의 안부를 물어 공감대를 형성하고는 본론으로 들어간다.

“사장단 물러나면 누가 사장이 되겠는가?”

 

질문에 이어 자문자답이 이어진다.

“자네들이 하겠는가? 그럼 훗날 사람들이 자네들 보고 물러가라고 하면 어쩌겠는가? 회사가 무너지면 직원들의 권리도 없어지는 것일세. 우린 모두 한 운명이야. 자폭하란 말은 귀가 코를 공격하고 이가 입술을 공격하는 셈이지. 입술이 망가지면 이가 시리지 않겠나?”

 

너와 내 운명이란 논리에 모두 고개를 숙인다. 젊은이에게 패기가 있다면 노인에게는 지혜가 있다. 명예회장의 노련함이 감정싸움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고 화합을 가져왔다.

 

 

김진배 <유쾌한 대화로 이끄는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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