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고객의 눈 높이에 맞추는 기업이 장수한다

부산갈매기88 2009. 12. 16. 09:48

경영자들은 이익을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돈을 벌 수 있는지 여부는 경영자의 주관적인 희망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 장사도 일종의 사회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고객의 마음은 장사의 성패를 직접적으로 결정짓는 핵심요소다. 따라서 거상이 되기 위해서는 눈앞의 소소한 이익이나 일시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장기적으로 내다보아 고객확보와 관리에 최대한 공을 들여야 한다.

 

청대의 거상 호설암은 ‘고객은 양명(養命)의 근원으로서 우리가 먹고 입는 것이 모두 고객에게서 나온다. 고로 고객을 생명의 원천으로 여기고 부모를 공경하듯 정성껏 모셔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이러한 경영원칙을 바탕으로 그가 운영했던 약방 호경여당은 까다로운 심사를 거친 우수한 약재품 외에 인간적인 서비스로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제품의 품질은 물론이고 양질의 서비스도 필수요소임을 호설암은 거듭 강조했다. 고객들은 물건을 구매할 때 실질적인 제품의 용도 외에 친절하고 세심한 서비스까지 따라와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상인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가게의 신용도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차가운 말투로 손님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은 춘삼월에 불어닥친 한파와 같고, 미소 띤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한겨울에 찾아 온 따스한 햇빛과 같다.’ 손님이 와도 딴청을 부리거나 퉁명스럽게 대한다면 제품이 아무리 좋고 매장이 멋있다 한들 누구도 좋아할 리 없다. 최대한 예의를 갖춰 세심한 서비스를 선보여야만 손님도 끌 수 있고 재물도 따라 들어올 것이다.

 

호설암은 중국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홍정상인(紅頂商人)’에 올라 조정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으며 장사만 벌였다 하면 큰 이익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 하여 ‘살아 있는 재신(活財神)’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편법을 쓰거나 고객들에게 속임수를 부리는 일 없이 투명하고 솔직한 장사를 원칙으로 삼았다.

 

아울러 호경여당에서는 처음 약공 조제가 들어오면 손님 접대방법부터 익히도록 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철학을 지키도록 했다.

 

<손님이 기계에 들어오면 점원은 그들이 다가오기 전에 얼른 일어나 먼저 인사하고, 절대 등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일단 방문한 손님의 요청은 거절하지 않고 들어주고, 약을 처방할 때는 손님들이 만족스럽게 가지고 돌아갈 수 있도록 정성을 담아라.>

 

호경여당이 막 문을 열었을 때 호설암은 깃털달린 관모와 근엄한 관복을 갖춘 채 가슴에는 조주(朝珠: 황제를 비롯한 귀족과 관리들이 목에 걸친 옥장식품)를 늘어뜨리고 다녔다. 손님을 맞을 때도 반듯하고 정중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한번은 호주에서 온 어느 향객(절간에 향을 사르고 불공을 드리려 오는 사람)이 호경여당에서 ‘호씨 벽온단’을 샀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안을 들여다보던 손님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뭔가 문제가 있음을 눈치 챈 호설암은 즉시 손님에게 다가가 제품에 결함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는 정중하게 사과하고 점원을 불러 새 제품으로 바꿔드리라고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따라 벽온단이 다 팔려 재고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호설암은 항주까지 먼 걸음을 한 손님을 배려하여 사흘 안에 벽온단을 새로 만들어 호주로 보내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정확히 사흘 후 벽온단을 전해 받은 손님은 관리의 신분이면서도 성심성의껏 고객을 대하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호설암의 태도에 깊이 감동했다.

 

그는 주변사람들에게 호경여당의 친절한 서비스와 호설암의 인간성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입소문이 퍼지면서 호경여당은 생각지 못한 광고효과까지 얻을 수 있었다.

 

‘고객이 양명의 근원’이라는 철학을 일상에 녹여내기 위한 호경여당의 배려는 참으로 철두철미하게 세심했다. 그들은 고객들이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을 마련하는 한편, 유행병이 난무하는 여름철에는 더위를 식혀주는 중초약탕과 각종 약품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매월 초하루와 보름이 되면 분향하러 각지에서 몰려오는 향객들을 위해 약품가격을 대폭 인하하기도 했다.

 

게다가 응급환자가 찾아오면 때를 가리지 않고 정성껏 응대해주었다. 특히 기관지염이나 천식 들이 많이 발생하는 겨울철에는 한밤중에도 손님들이 약을 구하려고 문을 두드리는 일이 잦았다. 그럴 때면 당직을 서며 대기중이던 약공들은 신선한 담죽(淡竹)을 삶아 즙을 우려낸 다음 초지로 여과해 응급환자들에게 마시게 했다. 실제로 이 ‘죽력(竹瀝: 대나무를 가열해 만든 진액)’을 조제하려면 보통 두어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도 약공들은 환자들의 고통을 치유해주겠다는 일념으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정성스럽고 세심하게 환자를 보살폈다.

 

 

정판교 <거상의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