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불변으로 모든 변화에 대처하라

부산갈매기88 2009. 12. 18. 08:05

비즈니스 과정에서 영업은 가장 도전적인 업무다. 기업경영은 영업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으며, 영업을 위해서는 계책과 술법이 있어야 한다. 영업의 고수들이 하나같이 공감하는 진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성실하고 어수룩해 보이는 영업이 지나치게 빈틈이 없어 보이는 영업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제 막 영업자로서 첫발을 뗀 사람이라면 이 점을 특히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홍콩 갑부 이가성이 맨 처음 영업사원으로 취직한 곳은 주로 알루미늄이나 양철로 만든 양동이를 취급하는 오금(五金)공장이었다. 당시 주된 영업대상은 일용잡화를 파는 점포들로서, 그 수가 빤하다 보니 살벌하리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이에 17세의 이가성은 주력인 곳은 피하고 약한 틈새를 공략하는 이른바 ‘피설취허(避實就虛)’ 전략을 구사했다. 남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길을 피해 독자적인 판로를 마련하여 보다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것이다.

 

그는 대량의 양동이를 구배해야 하는 호텔이나 여관이 실수요자임을 파악하고 그쪽으로 영업역량을 집중했다. 물론 영업사원이 직접 여관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직거래할 경우 우선 가격 면에서 훨씬 저렴할 뿐만 아니라 시장에 나가 물건을 싣고 와야 하는 수고와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과연 그의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심지어 한 여관에 100개의 양동이를 한 번에 판 적도 있었다. 일반 가정집도 비록 가구당 수요는 적었지만, 한데 모으면 꽤 큰 잠재시장이었으므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이가성은 이 시장에 좀더 효율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주로 나이 든 가정주부를 집중공략하기로 했다.

 

직장에 다니지 않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중년의 가정주부들은 이웃들과 모여 수다떨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홍보대사’역할을 해줄 수 있었다. 그래서 양동이 하나라도 제대로 팔기만 하면 곧바로 시너지효과가 나타났다. 덕분에 발품을 팔려 주부들을 직접 찾아다닌 영업 전략 역시 적지않은 성공을 거두었다.

 

그후 그는 직접 장강실업이라는 플라스틱 공장을 세워 플라스틱 꽃을 생산, 판매하고 나섰다. 당시 그는 바이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플라스틱 꽃을 선보였고, 고객 대부분들은 앙증맞고 정교한 디자인에 매료되어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중에서도 오랜 단골이었던 한 바이어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강실업의 낡은 공장에서 이토록 정교한 제품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던 것이다.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직접 우리 공장에 보러 오셔도 좋습니다. 비록 공장은 많이 낡았지만 플라스틱 꽃을 생산하는 설비는 완전 신형이었다. 게다가 제품을 연구해서 만드는 사람들도 모두 새로 뽑은 인력들입니다.”

이어서 이가성이 제시한 가격은 또 한번 그들을 놀라게 했다. 바이어들이 저렴하고 질 좋은 물건을 마다할 리 없었다. 그들은 너도나도 주문계약을 맺고자 했고, 이를 독점하기 위해 아예 50%의 계약금을 선뜻 선지급하겠다는 사람까지 나섰다.

 

그가 만든 플라스틱 꽃은 홍콩 전역과 동남아 일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단 몇 주 만에 홍콩 시내 전역과 동남아 일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단 몇 주 만에 홍콩 시내의 꽃집이 장강에서 출시한 플라스틱 꽃으로 도배가 되었을 정도였다. 일반 가정집은 물론 사무실, 심지어 자동차에서도 플라스틱 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당시의 유행은 홍콩 소비문화에 새바람을 일으키면서 장강의 명성 또한 날로 높아졌다. 이후 장강실업은 이가성의 지휘 아래 승승장구하며 사업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번은 어느 기자가 이가성에게 영업의 비결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그때 그는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일본 ‘세일즈의 신’ 하리 이치헤이가 69세 되던 해 어느 강연장에서 세일즈 성공 비법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대답 대신 그 자리에서 갑자기 신발과 양말을 벗더니 질문자를 무대 위로 불러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발바닥을 한번 만져보시겠습니까?’ 그의 발을 만져본 남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발바닥에 온통 굳은살이 깊게 박이셨군요.’ 그러자 하라 이치헤이는 대답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걷고 더 부지런히 뛰었기 때문에 굳은살이 두꺼워질 수밖에 없었죠.’ 순간 청중 모두가 숙연해졌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이가성은 미소를 지으며 기자에게 말했다.

“기자양반, 나야 당신에게 내 발바닥을 만져보라고 할 자격이 없소만 한가지 분명한 건 내 발바닥의 굳은살 역시 쾌나 두텁다는 것이오.”

 

그는 매일 아침 묵직한 샘플가방을 메고 홍콩거리와 골목 곳곳을 부지런히 헤집고 다녔던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덧붙였다.

 

“남들이 8시간 뛰어다니면 저는 16시간씩 뛰어다녔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던 초반기에는 그저 남들보다 부지런히 일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으니까요.”

찻집 종업원 시절 이가성은 커다란 주전자를 들고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돌아다녀야 했다. 영업사원이 된 뒤에도 그는 여전히 배낭을 메고 쉬지 않고 골목을 뛰어다녔다.

 

부지런히 땀을 흘려야 그만큼의 수확이 들어온다는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진리를 그의 삶을 통해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다.

 

 

정판교 <거상의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