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함께 부대끼고 이해해야 응집력이 생긴다

부산갈매기88 2009. 12. 28. 09:00

현명한 거상에게 있어서 넉넉한 도량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이는 자신의 결점에 대한 직시이며 자신의 역량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자신의 문제를 인정할 줄 알되 더 큰 가능성을 얻고자 하는 자신감은 거상이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일본의 도리이 신지로는 주류업체 산토리사의 창업자다. 깔끔하고 빈틈없는 성격의 소유자였던 그는 부하직원의 업무상 실수를 결코 용납하지 않으며 불같이 화를 내곤 했다. 한번은 직원 하나가 그의 혹독한 불호령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졸도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도리이 신지로가 공장을 둘러보기 위해 나타날 때면 직원들은 잔뜩 긴장하며 이렇게 속삭였다.

 

“적기가 떴다!”

 

사실 도리이 신지로는 평상시에는 부하직원에 대한 인간적이고 따뜻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인물이었다. 창업 초기 산토리사의 여건이 아직 어려웠을 당시 직원의 위생상태가 엉망이라 벌레가 들끓었다. 그런데 하루는 한 직원이 “빌어먹을 벌레들 때문에 어젯밤에 한숨도 못 잤어.”라고 불평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날 밤 도리이 신지로는 직원숙소로 몰래 들어가 촛불을 켠 채 방안에 잇던 벌레들을 일일이 잡기 시작했다. 이때 잠에서 깬 한 직원이 그 모습을 보고 감격의 눈물을 글썽거렸다고 한다.

 

산토리사의 임원인 사쿠다는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친상을 당했다. 회사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그는 조용히 혼자 상을 치를 생각이었다. 그런데 발인하던 날 도리이 신지로가 전 직원을 데리고 찾아와 일을 도와줘 사쿠다는 깊은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이면에 감추어진 이러한 넉넉함과 인정 때문에 산토리사의 직원들은 더욱 열심히 일에 매진하였고 사장의 가혹한 비평에도 결코 불쾌해하지 않았다. 심지어 ‘적기가 떴다’라는 말에서도 악의는 조금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결국 도리이 신지로의 리더로서의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넉넉함은 그만의 러더십과 직원들의 마음을 동시에 손에 넣을 수 있는 비결이 되었다.

 

 

정판교 <거상의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