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사람의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산갈매기88 2010. 1. 4. 09:48

미국의 <내셔널 비즈니스>지에 미국 기업가 100명의 창업 성공담 가운데 21가지 비결이 소개된 적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매일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아이디어를 교환하다 보면 문제해결이나 상호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다. 또 직원들의 경력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교육이나 세미나 참가를 지원해주어야 한다는 항목도 있다.

 

다시 말해 경영자는 직원들과 하나가 되어 관계를 돈독히 하고 그들의 바람과 요구를 관심있게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기업경영에 있어서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교세라의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는 직원들과의 융화에 대해서 남다른 마인드를 가졌던 사람이다. 그 중에서도 ‘사람의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는 믿음은 그의 경영철학의 밑거름이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1959년 교세라 그룹을 설립했다. 일본 재계에서 이나모리 가즈오와 그가 세운 교세라는 그 가능성을 전혀 가늠할 수 없는 ‘혜성’같은 존재였다. 그는 직원 7명, 자본금 300만 엔짜리 ‘동네 부품공장’을 직원 3만 명에 매출액 1조 엔대의 초대형 회사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중소기업 사장에서 불과 20-30년 만에 일본은 물론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급 경영자로 도약한 것이다.

 

‘경영의 신’이라는 불리는 마쓰시타전기의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그 명성에 힘입은 교세라 그룹도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게 되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자신의 성공철학을 ‘인심(人心)’이라는 두 글자로 축약했다. 곧 사람의 마음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믿음이었다. “사람의 마음은 쉽게 변한다고들 하죠. 그렇지만 세상에서 사람의 마음보다 더 강력한 힘을 지닌 것은 없습니다. 세계 역사나 일본 역사를 들춰보면 인심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나, 인심으로 위대한 사업을 일궈낸 사례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교세라 그룹의 성공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인간중심 경영’을 지향합니다. 기업은 반드시 서로 신뢰하는 동지들의 집합체가 되어야 하며, 가장 정확하고 바른 삶을 추구하는 실천이 장이 되어야 합니다.”

 

그는 먼저 사람의 마음을 얻은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경천애인(敬天愛人)’을 사훈으로 내걸어 회사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로 삼았다. ‘경천애인’은 메이지 유신 시절 유명한 정치가 사이고 타카모리가 신봉했던 인생철학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하늘이 나와 중생들에게 똑같은 사랑을 내리셨으니 나를 사랑하듯 남도 사랑해야 한다.’

 

이나모리는 규소 가고시마현 출신으로 사이고 타카모리와 동향이었다. 그는 가고시마현 사람들이 모두 사이고 선생을 매우 존경하며 자신 또한 그의 철학에 섬취해 있는 사람 중 하나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천애인’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여 이렇게 설명했다.

 

“하늘이라는 뜻의 ‘천(天)’은 도리를 의미합니다. 도리를 따지는 것이 곧 ‘경천’입니다. ‘인(人)’은 모든 사람, 즉 동포들을 일컫는 말이죠, 인애(仁愛)의 마음으로 민중을 사랑하는 것이 곧 ‘애인(愛人)’의 참뜻입니다.”

 

회사 구성원 간의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이나모리는 먼저 동료와 직원들에게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자신의 마음을 직원들과 진솔하게 공유하는 한편 ‘비밀’이나 ‘스캔들’까지 용감하게 털어놓았다. 이를테면 초등학교 시절 여학생들의 치마를 들추던 이야기, 막 회사를 창업했을 때 탈세했던 경험까지도 직원들에게 스스럼없이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동료나 부하직원들에게 업무나 일상생활에서 자신처럼 솔직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나모리는 또한 직원들에게 자사주 매입을 적극 장려했다. 직원과 회사는 한 배를 탄 운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현재 교세라 그룹의 임직원 대부분은 상당량의 회사주식을 가지고 있으며, 많게는 몇 만 주까지 보유하는 직원들도 있다. 회사의 수익구조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주식을 보유한 직원들은 상당한 재테크 효과까지 누릴 수 있었다.

 

한편 그는 직원들에게 아낌없는 복지혜택을 제공함으로써 회사내부의 구심력을 강화하고 직원들 간의 결속을 단단히 해나갔다. 사업이 급성장한 1969년 이후부터는 연봉증가율도 매년 노조가 제시하는 인상폭을 초과했다. 그밖에 업무에 성실히 임하거나 기술혁신부문에 공헌한 직원들에게는 상당액의 인센티브가 지급되었다. 이로써 직원들도 회사가 발전해야 자신들의 혜택도 그만큼 커진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그는 복리후생 개선에 있어 놀라운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1973년 그는 2300명에 달하는 전 직원을 7개 그룹으로 나누어 홍콩 여행을 보내주었다. 1970년대인 당시로서는 대단히 획기적이고 독특한 발상이었다. 이러한 시도는 회사 안팎에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불어왔다.

 

1979년 회사 창립 20주년을 맞아, 그는 또 전 직원 3800명을 23개 팀으로 나누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로 4박 5일간의 여행을 보내주었다.

 

모든 기업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시장의 변화에 따라 경영 전략이나 방식의 수위를 조절해야 할 때가 있다. 가끔 증원을 하는가 하면 감원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1974년 그는 처음으로 그 같은 난제에 부딪혔다. 세계 유가폭등으로 심각한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멀쩡하던 기업들마저 하루아침에 폐업 선고를 하거나 감원조치를 단행하던 무렵이었다. 교세라 그룹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매출액과 수익이 대폭 하락하여 감원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유휴인력을 공장 밖으로 내몰지 않았다. 남아도는 인력들로 일명 ‘예비역 부대’를 조직해 환경미화나 건물 청소, 화단정돈 등의 작업을 시키는 한편 각종 교육을 통해 자질향상의 기회를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현직사원이나 퇴역사원 모두 회사에 더욱 충실했고 강한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

 

이나모리의 세심하면서도 인간적인 관심과 배려는 살아있는 직원들의 애사심만 자극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교토의 한 절에 ‘교세라를 위해 일한 사람들의 묘’를 세워 이미 세상을 떠난 직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묘비에 새겨놓았다. 그리고 우란분(불교에서 음력 칠월 보름에 지내는 행사)이 열릴 때마다 회사 임원들과 직원 대표, 유가족들이 함께 성묘함으로써 망자의 영혼을 기리고 그들의 공헌 때문에 오늘날 회사가 있을 수 있음에 감사를 표했다.

 

사실 추도 대상은 이미 죽은 자들이었지만, 정작 감동을 받은 사람들은 살아 있는 직원들이었다.

 

 

정판교 <거상의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