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눈에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다

부산갈매기88 2009. 12. 30. 07:55

옛날 그리스에 용맹스러운 장군이 있었다. 그는 싸움터에 나갈 때마다 큰 공을 세워 훈장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그는 불행하게도 전쟁터에 나가 적과 싸우다가 왼쪽 눈을 다쳐 애꾸눈이 되고 말았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그토록 용맹을 떨인 자기 이름과 명예를 후손들에게 영원히 남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유명한 화가를 불러 자기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그 유명한 화가가 그린 초상화를 보고 장군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 까닭은 자기의 애꾸눈을 너무나 정직하게 그려놓았기 때문이었다.

 

‘후손들에게 나의 애꾸눈을 보이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이렇게 생각한 장군은 그 그림을 난로 속에 집어넣고 말았다.

 

“어떻게 하면 나의 늠름하고 위풍 있는 모습을 후손들에게 영원히 보여줄 수 있을까?”

 

날마다 고심하던 그는 또다시 다른 화가를 불렀다.

이번에 불러온 화가는 앞서의 화가가 실패한 이야기를 듣고 왔기 때문에 장군의 왼쪽 눈도 마치 성한 눈 같이 그렸다.

 

그런데 그것은 본 장군은 “이 그림은 거짓말쟁이 화가가 그린 거야.”하면서 그 초상화를 난로 속에 던져버렸다. 장군은 애꾸눈의 초상화도 싫었지만, 그렇다고 애꾸눈을 성한 눈 같이 그린 것도 후손들에게 영원히 거짓을 가르치는 것이 되므로 역시 못마땅했던 것이다. 밤낮으로 고민하던 장군은 마침내 자기 초상화를 후손들에게 남겨주겠다는 그 생각을 단념하고 실망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름도 없는 젊은 화가 한 사람이 찾아왔다.

"장군님의 초상화를 제가 그려 드리겠습니다.“

“자네가 내 초상화를 마음에 쏙 들도록 그릴 수 있겠는가?”

“네. 장군님 마음에 꼭 드시도록 정직하게 잘 그리겠습니다.”

“그럼, 한번 그려보게.”

 

며칠 후에 초상화가 완성되었다. 무명의 그 젊은 화가가 그린 초상화를 본 장군은 “그래. 그래. 바로 이거야!” 하고 소리치면서 매우 기뻐하였다.

 

그토록 장군의 마음에 쏙 들도록 그린 이번 그림은 과연 어떻게 그린 그림일까?

 

바로 장군의 상한 눈만 보이도록 왼쪽 애꾸눈을 코허리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게 오른쪽 옆모습을 그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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