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내 나이는 훔쳐 갈 사람이 없소

부산갈매기88 2010. 1. 3. 13:18

나이가 많은 한 노인이 지리산 기슭에서 사슴을 기르고 있었다.

어느 날 사슴피를 먹으러 온 신사가 물었다.

 

"사슴이 전부 몇 마리나 됩니까?"
"오늘 낳은 새끼 세 마리를 합해서 187마리요."

 

"영감님 혼자서 다 키우시나요?"

"그럼, 나 혼자서 사육하고 있소."

 

"참 힘드시겠습니다. 실례지만, 올해 연세는 어떻게 되십니까?"

"뭐, 나이랄 게 있소. 80은 넘었는데 끝자리는 잘 모르겠구려."

 

"아니, 사슴 숫자는 그렇게 정확히 아시면서 본인의 나리를 모르신다니 이해할 수가 없군요."

"전혀 이상할 것 없소! 사슴은 도둑질해 가는 사람이 있어 매일 헤아리고 있지만, 뭐 내 나이는 훔쳐가는 사람이 없으니 기억할 필요는 없지 않소?"

 

 

김진배 <유쾌한 대화로 이끄는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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