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더불어 사는 사회

부산갈매기88 2010. 1. 28. 09:31

그는 가난했지만 아이 때문에 우유를 배달시켰다.

그런데 며칠 동안 잘 배달되어 오던 우유가 어느 날부터인지 사라지곤 했다. 그럴 때는 배달회사에 연락을 해서 해결할 수가 있었지만, 그것도 두세 번이었다. 그것은 분명히 우유 배달원의 실수는 아니었다.

 

그는 이런저런 고민 끝에 우유를 집어가는 녀석에게 골탕을 먹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날도 우유 배달원이 대문에 매달린 주머니에 우유를 넣는 기척이 났다. 그는 재빨리 그 우유를 꺼내오고 미리 준비해 놓은 오물을 넣은 우유통을 대신 넣어놓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대문 쪽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신음소리가 들렸다.

“하하, 요 녀석 드디어 걸려들었군!”

 

그는 통쾌하게 웃으며 쏜살같이 밖으로 나가보았다.

한 아이가 배를 움켜쥐고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그 아이는 며칠을 굶은 듯 깡말라 있었고, 몸도 여러 군데 장애가 있어 보였다.

 

그는 더 이상 웃을 수가 없었다.

 

더불어 사는 사회다.

나만 정직하게 산다고 행복해 지는 것은 아니다. 정직하지 않은 사람들을 올바른 방법으로 이끌 수 있어야 더불어 행복한 것이다. 사람은 조그마한 은혜에도 기뻐하며 보답하려고 한다. 친절을 심는 자는 사랑을 추구한다. 감사할 줄 아는 마음에 즐거움을 심는 것은 절대로 헛수고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화담 <지혜의 보석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