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근시안적인 시각을 버려라

부산갈매기88 2010. 2. 10. 09:20

거상이 되기 위해서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가시적인 거래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좀더 먼 미래에 주파수를 맞추어야 한다. 사업에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해를 거쳐 차곡차곡 쌓인 끝에 완성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다 장기적인 눈으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갑부 명단을 보면 그들은 하나같이 단편적인 득실에 연연해하지 않고 넓은 포부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마지막에 웃는 자가 되기 위해 중간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적절한 희생을 기꺼이 감수해냈다.

 

그러나 별 볼일 없는 작은 성과에도 도취된 채 현실에 안주해 버리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가시적인 성과만 중시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본말이 뒤바뀐 근시안적인 행동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춘추전국 시대 노나라의 복자천이 선부의 재상을 지내고 있을 때의 일이다. 이때 제나라가 노나라를 치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 제나라 군대는 반드시 선부지역을 경유할 수밖에 없었다.

소문을 들은 백성이 복자천에게 달려와서 말했다.

 

“보리가 한창 익었으니 서둘러 거두어들이도록 해 주십시오. 제나라 군대가 갑작스럽게 들이닥치면 애써 농사지은 보리를 수확하지 못할 것입니다. 제발 교외에 심은 보리를 수확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그래야 식량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제나라 군대에게 그 아까운 양식을 적선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백성이 계속해서 요구했지만 복자천은 동의하지 않았다.

얼마 후 과연 성 외곽의 보리밭 근처까지 쳐들어 온 제나라 군대가 자신들의 군량미로 쓰기 위해 보리를 모조리 약탈해갔다.

 

당시 노라 집정관 계손씨는 이 소식을 듣고 급히 사람을 파견해 진상을 조사하도록 했다. 조사 결과 사전에 보리를 거두자는 백성의 거듭된 간언에도 복자천이 이를 귀담아듣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화가 난 계손씨는 복자천을 불러 크게 나무랐다. 그러자 복자천이 말했다.

 

“보리가 전부 바닥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년에 또 심으면 되겠지요. 만약 백성의 건의를 받아들여 보리를 수확하게 했다면 이를 경작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몰려가 대가 없이 보리를 손에 넣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또 적이 쳐들어오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게다가 선부지역의 1년 보리 생산량은 노나라 전체로 볼 때 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해 심각한 손해를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남의 결실을 마음대로 얻을 수 있다는 점에 혹해 백성이 약탈에 물들면 그 폐해는 여러 해에 걸쳐 지속될 것입니다.”

 

복자천의 말을 들은 계손씨는 고개를 숙이며 자책했다.

“내 생각이 무척 짧았노라.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자네를 볼 면목이 없도다.”

 

요컨대 적에게 일시적으로 보리를 빼앗긴다고 해서 노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은 미미했다. 반면 보리를 베게 하여 백성의 요행심리를 부추겼다면 차후에 더욱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위험이 있었다. 복자천은 이렇듯 상황을 판단함에 있어 장기적인 이익과 눈앞의 이익의 경중을 세심하게 타진해보았다. 무슨 일을 하든 눈에 보이는 작은 편리함을 탐하다가 전체 흐름을 흐려놓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경계한 결과였다.

 

정판교 <거상의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