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공부 잘하면 1년 500달러 줄게"

부산갈매기88 2010. 3. 3. 08:57

"공부 잘하면 1년 500달러 줄게" 美 공립학교 '보상 프로그램' 확산

 

미 워싱턴DC의 공립 중학교 '키 아카데미'(Key Academy)는 매주 금요일이 학생들의 '봉급날(payday)'이다. 교내 매점에 모여든 학생들은 한 주 동안 애써 '번 돈'으로 뭘 살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손에 든 '수표(쿠폰)'는 한 주간 '상(賞)'으로 받은 것들이다. '숙제를 잘 해 와서', '성적이 올라서' 등 포상 이유는 다양하다. '수표'를 매점에 내면 깃털장식 펜부터 동물 모양 필통까지 맘대로 살 수 있다. 저소득층 자녀를 위해 세워진 이 실험학교의 모토는 '아는 것이 힘'. 학생들의 성적은 '최우수 학교군'에 든다. 비결은 "성적 우수자에 대한 보상 프로그램에 있다"는 게 사라 헤이즈(Hayes) 교장의 말이다.

 

이처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보상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미국 내 학교들이 늘고 있다고 AP통신이 16일 전했다. 2002년 '성적부진학생 근절법' 시행 이후, 연례시험 목표에 미달하는 학교들에 제재가 가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학교들이 '사랑의 매' 대신 내놓는 '당근'은 야외견학부터 현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뉴욕시는 성적 우수 학생에게 현금을 준다. 4학년생은 연 250달러, 7학년생은 연 500달러까지 적립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롤랜드 프라이어(Fryer) 하버드대 교수는 "지금까지 결과는 대만족"이라고 했다. 오하이오에는 교실 천장에 가짜 지폐를 달아 놓고 수업하는 교사도 등장했다. 볼티모어와 애틀랜타 교외 공립학교들도 실험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교육에 대한 찬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지자들은 가난한 아이들을 공부로 이끄는 현실적 방책이라며 반긴다. 스탠퍼드대나 오하이오주 사례 연구에서도 효과는 긍정적이었다. 반면 뉴욕 로체스터대 에드워드 데시(Deci) 교수는 "단기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보상이 사라지면 그전보다 학습의욕을 더 잃게 된다"며 "학교는 공부 자체에 흥미를 일으켜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찬성론자들은 보상책이 새로울 게 없다고 주장한다.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황금색 별을 주거나 학급 단위로 피자 파티를 열어주는 것은 예전부터 있었고, 현재의 포상정책은 과거 일부 교사들이 사재(私財)로 하던 것을 체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현금 보상이 일종의 '뇌물'이란 지적에 대해서도 "아이들의 책임감을 높이려고 용돈을 주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한다.

 

지지자들은 나아가 보상을 꼭 돈과 결부시킬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스탠퍼드대 실험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보상은 교장선생님과의 점심식사였다. 키 아카데미의 경우 최고 점수를 받은 학생은 교복 대신 진(청바지·치마)을 입을 수 있는 '소박한' 특전을 누린다.

 

 

<조선일보 2008.06.17일자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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