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한 마리의 말을 통해서 본 우리의 삶

부산갈매기88 2010. 3. 8. 08:33

대공황의 막바지였던 1938년 미국, 최고의 뉴스메이커는 ‘씨비스킷(Seabiscuit)' 이라는 보잘 것 없는 적갈색 경주마였다. 1933년 5월 25일, 명마 만 오와르(Man O'war)의 후손으로 태어난 씨비스킷은 오랜 경기침체로 우울하고 답답했던 미국인들에게 희망의 상징이었다.

 

적갈색 숫마인 씨비스킷은 똑바로 서 있는 것조차 힘겨워 보이는, 구부정한 앞무릎을 가진 세 살배기 경주마로서 최악의 체형이었다. 또한 다른 경주마들은 5분 이상 누워 있지 않은데 비해서, 씨비스킷은 몇 시간씩 드러누워 있었다. 그래서 비정한 주인들로부터 많이 얻어맞아 성질도 포악했다.

 

씨비스킷은 켄터키의 클라이본 농장(Claiborne Farm)에서 자랐는데, 무릎은 크고 몸집이 작은 편이며 잠을 자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처음에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작은 경주에 수도 없이 참가했지만 꼴찌로 들어오기 일쑤였으며, ‘큼지막한 조랑말’에 불과했다. 하지만 3세가 되자 35회의 경주에 참가해 다섯 번의 우승을 차지하게 되면서 조금씩 두각을 나타냈다.

 

그런데 어떻게 이 보잘 것 없는 씨비스킷을 당대의 최고 명마로 바꿀 수 있었을까?

 

이 씨비스킷이 명마로 성장하게 한 배경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 말 주인인 찰스 하워드는 재산을 모두 날린 사업가였고, 조련사 톰 스미스는 퇴락한 신 개척지에서 흘러든 잊혀진 카우보이로 침묵의 떠돌이 ‘시인’이었으며, 기수 레드 폴라드는 시골 소도시의 권투장에서 늘 피투성이가 되도록 얻어맞고 한쪽 눈이 실명된 채로 마구간 층계에서 잠들곤 하던 실패한 기수였다.

 

그들은 이 말의 숨의 재주를 발견한 것이었다. 외모와는 달리 맹렬한 스피드와 영리한 머리, 또한 불굴의 투지력이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그들은 억지로 훈련을 시키지 않고 달리고 싶은 마음을 들도록 동기를 마련해 주었다. 말을 제대로 안 들어도 채찍을 쓰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 그 씨비스킷의 나쁜 습관을 단번에 뿌리 뽑으려 하지 않고 끈기있게 기다리며 조련해 나갔다.

 

그런 다음 실력이 비슷한 말과 달리게 하여 자신감을 심어주었고, 경쟁심을 부추겼다. 때로는 다른 말보다 일부러 미리 출발시켜 1등을 만들어 주어 승리의 성취감을 맛보게 해 주었다.

 

산타 아니타 핸디캡에서 우승을 놓치긴 했지만 다음 경주부터 연속 5회의 우승을 차지하면서, 1937년 15회 출전해 11회를 우승하며 미국 최고의 상금마에 등극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폴라드의 부상으로 조지 울프(George Woolf)가 말을 타게 된다. 이후 언론에서는 씨비스킷과 워 애드머러(War Admiral, 만 오와르의 자마)의 대결을 종용하여 1938년 5월 벨몬트(Belmont)로 경주 일정이 잡혔지만 씨비스킷의 건강문제로 불발되었다. 그리고 1938년 11월 1일 드디어 극적인 대결을 벌이게 된다. 관중석이 꽉찬 핌리코 경마장 관객 모두가 워 애드머러의 승리를 확신하였다. 그러나 치열한 선두경쟁 끝에 씨비스킷은 결국 4마신 차로 승리하여 ‘올해의 명마’ 후보에 오르게 된다.

 

그로부터 1년 후 심각한 부상으로 선수생명이 다했다고 생각됐던 씨비스킷과 폴라드는 단 하나의 트로피를 차지하기 위해 또 다시 트랙에 서게 된다. 세 번째 컴백에 성공한 씨비스킷은 어려운 시절 미국인들의 가슴을 적셔준 최고의 선물이자 희망의 아이콘이 된다.

 

그가 경주에 나설 때면 ‘시비스킷 특급’이라 명명된 특별열차 편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거리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경기장이 위치한 호텔과 레스토랑은 넘쳐나는 손님으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매주 400만명이 그의 경기를 중계하는 라디오에 매달렸으며, 그의 마지막 경기에는 지금의 수퍼볼 관중 수에 맞먹는 7만8000명이 몰려들었다. 그는 타임, 라이프, 뉴스위크, 뉴요커 등 유명잡지 지면을 전세라도 놓은 듯 수년 동안 장식했다. 씨비스킷은 오랜 경기침체로 우울하고 답답했던 미국인들의 우상이었다. 그의 조교사, 기수, 소유주 또한 하루아침에 영웅이 되었다.

 

씨비스킷이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말의 능력을 확신하고 조련한 세 사람의 믿음.

그 말의 능력을 인정해 주는 세 사람의 합심력.

그렇다면 우리들도 직장에서 어떻게 인정을 하고 인정을 받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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